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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 작동실

비평 및 1차 퇴고본 RE:[도서관 책갈피]

작성자김영로(素園)|작성시간26.06.09|조회수4 목록 댓글 0

김영로님,
이번 시는 시상 자체는 분명히 보입니다. 다만 아직 "발견"이 마지막 순간에 충분히 압축되지 않아 독자가 아, 그렇구나 하는 전율까지는 조금 더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속 책갈피를 보니, 도서관 책 속에 꽂힌 선거 명함이군요. 그 자체는 매우 좋은 시제입니다. 책을 읽으러 온 공간에 정치가 침입한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가장 조용한 공간에 흔적을 남긴 것이기도 하니까요.
좋은 점
특히 이 부분은 좋습니다.
그들만의 책갈피가
책장 사이사이를 넘쳐
책상 위에 쌓입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선거철이면 흔히 보이는 풍경입니다. 구체적이고 눈에 보입니다.

쪽수보다 많고 높아
책보다 높은 책을 만든
이라는 발상도 재치가 있습니다.
아쉬운 점
첫 연의
해걸이하며 불어오는 광풍
은 독자가 바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광풍", "미친듯한 향연" 같은 표현은 시인이 미리 판단을 내려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독자는 책갈피가 날리는 장면을 보고 스스로 광풍인지 아닌지 느끼고 싶어하는데, 시가 먼저 결론을 말해 버리는 셈이지요.
그리고 마지막
가릴 선(選), 들 거(擧)
는 의도는 알겠으나 조금 설명적입니다.
한자의 의미를 해설하는 순간 시가 아니라 표어에 가까워집니다.
시가 품고 있는 더 큰 가능성
저는 이 시의 핵심이 사실 여기 있다고 봅니다.
"책을 읽으러 왔는데 책보다 선거 명함이 더 많다."
이 역설입니다.
지식을 찾는 공간과 표를 찾는 공간이 충돌하는 것이지요.
그 지점을 더 밀어붙이면 훨씬 날카로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도서관 책상마다
누군가의 이름이 꽂혀 있다.
책은 빌려 가도 이름은 남는다.
이런 식의 방향입니다.
1차 퇴고본
[도서관 책갈피]
도서관 창문 틈으로
바람 한 줄기 지나간다.
책장 사이에 꽂혀 있던
작고 반듯한 책갈피들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사색하던 내 책상에도
한 장 두 장 내려앉는다.
읽다 만 문장들 위로
낯선 이름들이 쌓인다.
책보다 많은 책갈피,
쪽수보다 많은 얼굴들.
책상 위에는 어느새
책보다 높은 책 한 권이
만들어져 있다.
누군가는
표를 구하러 왔고,
누군가는
문장을 찾으러 왔다.
바람은
그 둘을 함께 넘긴다.
이번 시는 사실 시상이 안 나온 것이 아니라, 시상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어려웠던 경우 같습니다.
꽃, 비, 그리움은 이미 시로 보이는데, 선거 명함은 시로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좋은 시는 의외로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시제로는 **「열람증」**을 권하고 싶습니다.
도서관 책갈피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도, "들어가기 위해 잠시 빌린 신분"이라는 은유가 가능해서 김영로님 스타일과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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