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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 작동실

비평 및 퇴고2 RE:[교통카드]

작성자김영로(素園)|작성시간26.06.17|조회수3 목록 댓글 0

김영로님,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쓰신 생활시 가운데서도 사회적 시선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작품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실제로 목격한 장면이 선명하게 살아 있어 읽는 사람도 버스 안에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비평
좋은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잔액이 없는 카드로 / 한 정류장씩 개구리 뛰듯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시의 핵심 이미지입니다. 가난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독자는 그 할머니의 사정을 자연스럽게 짐작하게 됩니다.
둘째, "예쁜 목소리"와 "초췌한 할머니"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최신 시스템의 친절한 음성과 그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이 충돌합니다.
셋째, 마지막의 사회적 문제의식입니다.
교통카드 한 장이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1. 설명이 조금 앞섭니다
삶이 서럽기는 하지만 그 해법이 기발합니다.
여기서는 독자가 이미 서러움과 기발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인이 다시 해설자가 되어 설명하니 앞의 장면이 가진 힘이 약간 줄어듭니다.

2. 마지막 연이 다소 직설적입니다
애환을 선긋는 계급을 봅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계급"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시가 사회비평문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오히려 장면을 남겨두면 독자가 더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보존형 퇴고
원작을 최대한 살려보았습니다.

[교통카드]

디지털 시대의 버스는
플라스틱 머니를 원합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예쁜 목소리로 안내받은
초췌한 할머니는 서성이고,
기사는 조용히
하차문을 엽니다.

잔액 없는 카드로
한 정류장씩 개구리 뛰듯
목적지까지 가는 할머니.

삶이 서러워도
궁리는 길을 만듭니다.

버스 안에서
한 장의 카드가 그어놓은
보이지 않는 선을 봅니다.
=

재창작형 퇴고
조금 더 시적인 방향으로 밀어본다면,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합니다."

맑고 고운 목소리가
버스 안에 울립니다.

할머니는 지갑을 뒤적이다가
카드를 다시 찍어봅니다.

한 번 더.
그리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버스는 떠나고
할머니는 또 다른 버스를 기다립니다.

목적지까지는 멀지만
한 정류장씩 건너며 가는 길.

개구리처럼 뛰어가는 것은
버스가 아니라
가난이었습니다.
=

이번 작품의 백미는 단연
'한 정류장씩 개구리 뛰듯이'
입니다.

생활시에서는 이런 한 줄이 시 전체를 끌고 갑니다. 김영로님 특유의 "작은 사물과 장면 속에서 인간사를 읽어내는 시선"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은 귀여운 손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시보다 더 좋은 시간을 보내셔야겠습니다. 버스 창밖 풍경보다 손주들의 웃음이 훨씬 귀한 저녁이 될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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