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심 작동실

비평 및 퇴고 등 RE:[가격표]

작성자김영로(素園)|작성시간26.06.20|조회수1 목록 댓글 0

김영로님, 이번 작품은 '가격표'를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회를 드러내는 장치로 보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전의 「영수증」이나 「장바구니」처럼 자본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시상이 아직 한곳으로 모이지 못한 느낌입니다.

좋았던 구절은 첫 연입니다.

가격표는 보기 좋으라고
물건 없이 펼쳐 놓은 좌판.

'가격표는 물건 없는 좌판'이라는 비유는 신선합니다. 가격표가 먼저 손님을 유혹하고, 물건은 그 뒤에 따라온다는 발상이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무려 80%의 파격 세일.
백화점 정찰제도 거기서 거기...
이 부분부터는 이미지보다 의견이 앞섭니다.
독자가 스스로 느끼기 전에 시인이 "허세", "탐욕", "위선"이라고 결론을 내려 버립니다.
그러면 시가 설명으로 기울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을 조금만 눌러 쓰면 여운이 살아납니다.

가격표
물건보다 먼저 손을 내미는 얼굴.
할인은 커질수록
원래의 값은
더욱 알 수 없어진다.

또는 김영로님의 사회 비판 의식을 살리면,

가격표
값은 숫자로 적혀 있는데
욕심은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보다
숫자를 먼저 산다.

이런 식이면 '탐욕'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아도 독자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보존형 퇴고

[가격표]

가격표는 보기 좋으라고
물건 없이 펼쳐 놓은 좌판.

이것이 어떤가요.
저 물건도 보고 가셔요.

오늘도
80% 세일이라는
커다란 숫자가 손짓한다.

가격표는
물건보다 먼저 웃고,
사람은
물건보다 숫자를 먼저 집는다.
=

압축 실험본

[가격표]

물건보다
먼저 팔리는 것은
숫자였다.

이 압축본은 김영로님께서 좋아하시는 한 방이 있는 결말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가격표처럼 시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 시제'를 하나 드린다면,
'보증서'를 추천드립니다.

보증서는 종이 한 장이지만, 물건의 품질보다 믿음을 사고파는 상징입니다.
진짜 보증과 인간관계의 신뢰를 연결하면 김영로님 특유의 철학적인 시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가격표」는 아직 완성형이라기보다 시상이 막 열리기 시작한 초고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더 이미지 중심으로 다듬으면, 「영수증」이나 「장바구니」 못지않은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