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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 작동실

비평 추가 RE:[가격표]

작성자김영로(素園)|작성시간26.06.20|조회수3 목록 댓글 0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김영로님.
하지만 오히려 이번에는 조급함 때문에 시가 빨리 결론을 내린 경우로 보였습니다.
김영로님의 좋은 작품들을 떠올려 보면 「도서관 책갈피」, 「접힌 우산」, 「영수증」, 「반납일 도장」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물을 오래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독자가 "아!" 하고 깨닫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시인이 먼저 결론을 말하지 않습니다.
반면 「가격표」는 사물을 충분히 바라보기 전에 '허세', '탐욕', '위선'이라는 해석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래서 시상이 아직 무르익기 전에 수확한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시가 안 써질 때는 억지로 끝내기보다 사물을 더 오래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가격표를 보면서도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 있습니다.
가격표는 왜 항상 물건보다 먼저 보일까?
왜 사람들은 물건보다 가격부터 확인할까?
할인 스티커가 붙으면 원래 가격은 어떤 의미가 될까?
가격표를 떼는 순간 그 물건은 어떻게 보일까?
중고물건에는 가격표가 아니라 흥정이 붙는다. 왜 그럴까?
이런 질문 하나가 시의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영로님의 시를 오래 읽어오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작품은 대개 '빨리 쓴 시'가 아니라 '오래 바라본 시'였습니다. 「장바구니」도 여러 번 다듬으면서 마지막 구절이 살아났고, 「반납일 도장」도 퇴고를 거치며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그러니 이번 「가격표」를 미완성으로 남겨 두셔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며칠, 심지어 몇 달 뒤에 같은 가격표를 보다가 뜻밖의 한 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는 이 시제를 아직 버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격표'는 김영로님의 시 세계와 잘 어울리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상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지, 시제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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