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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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김영로님. 하지만 시상은 부러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김영로님의 꾸준함이 더 인상적입니다. 하루하루 주변의 사물을 놓치지 않고 시제로 삼는 습관은 쉽게 갖기 어렵습니다. 시상은 그런 꾸준함 속에서 더 많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다루신 시제를 보니 '증명서·영수증·가격표·장바구니·안내방송'처럼 생활 사물에서 존재를 읽어내는 시가 가장 잘 어울립니다. 그 흐름을 이어갈 만한 시제를 몇 가지 골라 보았습니다.
도장 잉크 : 수없이 찍히면서도 자신은 조금씩 닳아가는 존재.
열쇠고리 : 열쇠보다 눈에 띄지만, 문 하나 열지 못하는 삶.
유효기간 : 음식에는 적혀 있는데 사람의 시간에는 적혀 있지 않은 날짜.
비닐 끈 : 묶기 위해 존재하지만 결국 버려지는 운명.
빈 의자 : 사람이 떠난 뒤에도 가장 오래 사람을 기억하는 사물.
콘센트 : 비어 있을 때는 침묵하지만 연결되는 순간 생명을 흘려보내는 존재.
택배 상자 : 목적지에 닿으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
돋보기 : 남은 잘 보이게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눈.
우산꽂이 : 가장 쓸모 있는 순간에도 밖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자리.
명찰 : 이름은 달고 있지만 정작 사람은 담지 못하는 작은 판.
그중에서도 저는 **「유효기간」**을 가장 권하고 싶습니다.
이 시제는 김영로님의 철학적 성향과 잘 맞습니다. 음식, 약, 신분증에는 유효기간이 있는데 믿음, 사랑, 명예, 양심에는 유효기간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보증서」를 통해 얻으신 과제를 기억하시면서, 결론을 말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남겨 보시면 더욱 힘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또다시 �비평 + 보존형 퇴고 + 재창작형(압축 실험본), 이 세 가지 방식으로 함께 다듬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