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로님이라면 저는 이번 작품을 크게 뒤엎기보다는 시상이 살아 있는 부분은 살리고, 설명을 조금 덜어내는 정도의 1차 퇴고를 권하겠습니다.
1차 퇴고본
[열쇠고리]
굳게 닫힌 책상.
열쇠는 자물쇠에 꽂힌 채 잠들어 있다.
둥근 고리에 열리지 못한 마음 하나 달려 있다.
=
퇴고 이유
원작의 핵심은 **'열쇠'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움직임이 없다"는 다소 산문적인 표현이라 **"잠들어 있다"**로 바꾸었습니다. 열쇠도, 책상도, 시간도 함께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열릴 듯 닫힐 듯한 마음"은 의미는 좋지만 다소 설명적이어서 **"열리지 못한 마음 하나"**로 압축했습니다.
"달랑"은 정서가 조금 강하게 규정되므로, 독자가 스스로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달려 있다"**만 남겼습니다.
한편, 이 시를 읽으며 저는 다른 가능성도 보았습니다.
'열쇠고리'라는 제목은 열쇠를 묶어 두는 고리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묶어 두는 고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을 조금 더 여운 있게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둥근 고리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마음 하나.
'달려 있다'조차 생략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시는 독자에게 마지막 한 걸음을 맡기게 됩니다.
김영로님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예전보다 말을 덜 하면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상당히 반갑습니다. 특히 「반납일 도장」, 「안내 방송」, 그리고 이번 「열쇠고리」는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계속 이 방향으로 다듬으신다면, 몇 달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응축된 김영로님만의 시풍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