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장을 갔다고 해서 몰래 애인 집에 갔다가, 다음 날 집에 돌아 와 문을 열었더니 시댁 식구 36명이 거실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집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고, 내 손에 든 가방이 '철퍽' 하고 땅에 떨어졌다. 나는 문간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젯밤, 남편이 갑자기 며칠 동안 지방에 출장을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몰래 애인 집에 가서 밤새 있었다. 아침에는 일찍 집으로 돌아와 얼른 옷을 갈아입고 평범하게 출근하는 척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이렇게 큰 난리가 날 줄이야.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주인 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얼굴이 너무나 어두웠다. 옆에는 큰아버지, 큰어머니, 삼촌, 숙모, 사촌 오빠, 언니, 그리고 먼 친척들까지 와 있었다. 많고 적음, 늙고 젊음 없이 거실 가득 빼곡히 앉아서 모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경멸과 분노,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시선이 섞여 있어서 나는 온몸이 소름 끼쳤다.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머릿속으로 변명할 말을 급하게 생각해 냈지만, 입을 열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는 무섭도록 평온했다. "앉아라, 서 있지 말고." 나는 기계처럼 소파 쪽으로 다가가 엉덩이를 살짝 걸쳤다. 그때 시아버지께서 핸드폰을 내 코앞에 들이대셨다. 화면 속에는 흐릿하지만 선명한 감시 카메라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새벽 2시 17분, 내가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옆 동네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통화 기록 지우면 다 끝인 줄 알아?" 작은어머니께서 냉랭하게 한마디 덧붙이셨다. "너희 남편은 어젯밤에 전혀 출장 가지 않았어. 일부러 구실을 만든 거야, 네가 들통 나길 기다린 거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은 누군가에게 꽉 움켜쥔 듯했다. 그럼 이 모든 게 계략이었던 거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안방 쪽을 바라보았다.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남편이 계속 집에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한밤중에 나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고,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큰아버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서류 한 뭉치를 꺼내셨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가시처럼 쓰라렸다. "이건 우리 온 가족이 돈을 모아 너희 집을 사 준 거야. 계약금이 1천 3백만 원이었고, 등기는 네 이름으로 해 줬어. 너희 남편이 너를 믿는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쩌고?" 그는 서류들을 털어 흔들었다. 나는 그것들이 은행 거래 내역과 송금 기록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내 눈물이 마침내 떨어졌다. 후회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들의 태도는 분명 나를 집에서 쫓아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안 그래..." 변명을 하려는 찰나, 작은어머니께서 끼어드셨다. "안 그래? 그럼 어젯밤에 대체 어딜 갔어?"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또 다른 녹음 파일을 틀었다. 그 속에는 아주 또렷하게 내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여보, 그 사람 출장 갔어. 나 곧 갈게." 그 달콤하고 징그러운 어조는 내가 들어도 속이 메스꺼웠다. 나는 그대로 소파에 널부러졌다. 이번에는 정말 끝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아버지께서 깊게 숨을 들이쉬셨다. 눈가가 붉어졌다. "우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너한테 마지막 체면을 남겨 주는 거야. 이혼 각서는 이미 작성해 뒀다. 너는 빈손으로 나가고, 집은 남자 쪽에 귀속된다. 도장 찍어라. 이 일은 덮어 두자." 작은아버지께서 서류 봉투에서 두 장의 종이를 꺼내셨고, 서명용 펜이 탁자 위에 '철퍽' 하고 내려앉았다. 36쌍의 눈이 죽 나를 응시했다. 마치 재판정의 배심원들처럼, 공기마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집어 들었다. 눈물이 종이 위에 떨어져 먹물을 번지게 했다. 마지막 글자에 서명을 마치자, 시어머니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활짝 열며 냉담하게 말씀하셨다. "자, 이제 가라. 앞으로 이 집 문턱을 절대 넘지 마라." 나는 절뚝거리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현관을 지날 때, 시선이 스치듯 안방 문틈을 보았다. 남편이 그 안에 서 있었다. 아무 표정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손에는 담배를 한 대 쥐고 있었는데, 긴 재가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었다.
아파트 계단을 내려왔다. 햇빛이 눈부셔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애인이 보낸 메시지였다. "오늘은 올 거야?" 나는 그 세 글자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리곤 핸드폰을 땅에 내리쳤다. 액정이 거미줄처럼 깨졌다. 뒤에서 '쾅' 하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하나의 선고처럼. 나는 그 '집'이라는 곳을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텅 빈 거리를 걸으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택시 타고 친정에 갈 돈조차 주머니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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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기차 여러분은 이글은 돌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쌔벼 왔다고 함에 착각, 오류없으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