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양반집 대감이 직접 돌아다니며
며느리감을 구하러 다니던 중
한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긷고있었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 하지만 용모가 뛰어 나고
관상이 복스럽게 생긴 훌륭한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의 집 딸이 었으나
신분과 관계 없이 자청해 며느리로 삼기로했다.
그러나 아들은상민의 딸을 신부감으로
맞아들이는 데 대해불만이 많았다.
그리하여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 낼 작정으로
신부에게 詩 한 수를 읊으며
적절한 댓구로 화답하지 못하면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랑 왈
"청포대하자신노(靑袍袋下紫腎怒)"
(푸른 도포 주머니밑에 붉은 거시기가 성을 내니...)하니
그러자 신부가 다소곳이 얼굴에 홍조를 띠며
"홍상고의백합소(紅裳袴衣白蛤笑)"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 흰 조개가 웃는구나)
하고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 커녕
신부를 덥석 끌어안고 희희낙락 운정(雲情)을 나누며
첫날밤을 비몽사몽 즐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