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謝柳監司永詢(사유감사영순) ― 竹閣 李光友(죽각 이광우)
杖履追隨地 淸溪空自流 當時眞面目 方丈聳千秋
장리추수지 청계공자류 당시진면목 방장용천추
땅을 쫓아 따르는 지팡이와 신 맑은 시내만이 부질없이 흐르는데.
그 때의 참된 모습이여 오래도록 높이 솟은 방장산.
直譯
지팡이와(杖) 신만이(履) 땅을(地) 쫓아(追) 따르고(隨)
맑은(淸) 시내는(溪) 부질없이(空) 저절로(自) 흐르네(流).
그(當) 때에(時) 참된(眞) 얼굴과(面) 눈이여(目)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이(方丈) 오랜(千) 세월(秋) 높이 솟아있네(聳).
52. 在海鎭營中(재해진영중) ― 汝諧 李舜臣(여해 이순신)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추광모 경한안진고 우심전전야 잔월조궁도
가을빛이 저문 물나라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 높이 날고
엎치락뒤치락 나라 걱정하는 밤 새벽달만이 궁도를 비추고.
直譯
물의(水) 나라에(國) 가을(秋) 빛은(光) 저물어(暮)
추위에(寒) 놀란(驚) 기러기(雁) 떼(陣) 높고(高).
걱정하는(憂) 마음에(心) 구르고(轉) 구르는(輾) 밤(夜)
남은(殘) 달만이(月) 활과(弓) 칼을(刀) 비추네(照).
53. 有歎(유탄) ― 止叔 尹 渟(지숙 윤 정)
幣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內無棄物 獨契自家牛
폐사요천하 청풍유허유 분내무기물 독계자가우
헤어진 짚신은 요임금의 천하요 맑은 바람에 허유 있었지.
분수 안에 버릴 것 없나니 혼자 자기 집 소 몰고 가네.
直譯
헤어진(幣) 짚신은(屣) 요임금의(堯) 하늘(天) 아래요(下)
맑은(淸) 바람엔(風) 허유라는 사람(許由) 있었네(有).
분수(分) 안에(內) 버릴(棄) 물건이(物) 없거니(無)
홀로(獨) 자기(自) 집(家) 소와(牛) 인연을 맺네(契).
낱말풀이 / 堯 : 고대 제왕의 이름. 명군(名君)?성군(聖君)의 뜻으로 쓰임. 許由 : 요(堯) 임금 때의 현사(賢士).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양여하려 했으나 거절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음.
54. 山寺(산사) ― 白湖 林 悌(백호 임 제)
半夜林僧宿 重雲濕草衣 岩扉開晩日 棲鳥始驚飛
반야임승숙 중운습초의 암비개만일 서조시경비
스님도 잠든 이 한밤 옷자락을 적시는 무거운 구름.
황혼에 바위 사립을 여니 잠든 새들 놀라 날고.
直譯
한창(半) 밤이라(夜) 숲(林) 스님은(僧) 잠자고(宿)
무거운(重) 구름은(雲) 풀(草) 옷을(衣) 적시네(濕).
저문(晩) 해에(日) 바위(岩) 문짝을(扉) 열면(開)
깃 들어 있는(棲) 새(鳥) 비로소(始) 놀라(驚) 날아가고(飛).
55. 弘慶寺(홍경사)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 천년유류수 낙일견귀운
지난 조정의 절엔 가을 풀 남은 비에는 학사의 글.
천년동안 물만 흐르는데 지는 햇살에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直譯
가을(秋) 풀은(草) 앞(前) 조정의(朝) 절이요(寺)
남아있는(殘) 비석에는(碑) 학문을 하는(學) 선비의(士) 글이네(文).
오랜(千) 해(年) 물만(水) 흐르고(流) 있고(有)
지는(落) 해에(日) 돌아가는(歸) 구름만(雲) 보네(見).
56. 題僧軸(제승축)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지리쌍계승 금강만폭기 명산신미도 매부송승시
지리산에 뛰어난 쌍계사 금강산엔 기이한 만폭동.
가보지 못한 명산이지만 때마다 스님 송별하는 시를 짓네.
直譯
지리산에는(智異) 쌍계사가(雙溪) 뛰어나고(勝)
금강산에는(金剛) 만폭동이(萬瀑) 기이하네(奇).
이름난(名) 산에(山) 몸소(身) 이르지(到) 못하고(未)
때마다(每) 스님(僧) 보내는(送) 시만(詩) 짓네(賦).
57. 山寺(산사)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사재백운중 백운승불소 객래문시개 만학송화노
흰 구름 속에 있는 절 스님은 그 흰 구름 쓸지 않고.
비로소 손님이 와 문을 여니 늙어버린 온 골짝의 솔 꽃.
直譯
절은(寺) 흰(白) 구름(雲) 속에(中) 있고(在)
흰(白) 구름을(雲) 스님은(僧) 쓸지(掃) 아니하네(不).
나그네(客) 와서야(來) 문이(門) 비로소(始) 열리고(開)
온(萬) 골짝의(壑) 소나무(松) 꽃은(花) 늙었네(老).
58. 回舟(회주)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回舟白?風 夢落西潭雨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회주백빈풍 몽락서담우
자던 해오라기 모래밭에 내리고 강가 나무에서 우는 저녁 매미.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서쪽 연못 빗발에 떨어지는 꿈.
直譯
자던(宿) 해오라기(鷺) 가을(秋) 모래에(沙) 내리고(下)
저녁(晩) 매미는(蟬) 강가(江) 나무에서(樹) 우네(鳴).
흰(白) 마름(?) 바람에(風) 배를(舟) 돌리면(回)
꿈은(夢) 서쪽(西) 연못(潭) 비로(雨) 떨어지네(落).
59. 松都懷古(송도회고) ― 草樓 權 ?(초루 권 겹)
雪月前朝色 寒鍾故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曉雲生
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 남루수독립 잔곽효운생
눈의 달빛은 전조의 빛깔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남루에 시름하며 홀로 섰으니 허물어진 성곽에 이는 새벽 구름.
直譯
눈의(雪) 달빛은(月) 앞(前) 조정의(朝) 빛깔이요(色)
차가운(寒) 종소리는(鍾) 옛(故) 나라의(國) 소리이네(聲).
남쪽(南) 다락에(樓) 시름하며(愁) 홀로(獨) 섰으니(立)
허물어진(殘) 성곽에(郭) 새벽(曉) 구름이(雲) 이네(生).
60. 老馬(노마) ― 楊浦 崔 澱(양포 최 전)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추풍락엽성 경기사양모
솔뿌리 베고 누운 늙은 저 말 꿈속에 달린 천리 길.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 소리에 놀라 깨어니니 어느새 저무는 해.
直譯
늙은(老) 말이(馬) 소나무(松) 뿌리를(根) 베개하고(枕)
꿈에(夢) 천리의(千里) 길을(路) 갔네(行).
가을(秋) 바람에(風) 떨어지는(落) 나뭇잎(葉) 소리에(聲)
놀라(驚) 일어나니(起) 볕은(陽) 기울어(斜) 저무네(暮).
61. 江夜(강야) ― 五山 車天輅(오산 차천로)
夜靜魚登釣 波淺月滿舟 一聲南去雁 啼送海山秋
야정어등조 파천월만주 일성남거안 제송해산추
고요한 밤 고기는 낚이고 물결은 얕고 배에 가득한 달 빛.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 울어 보내는 바다 산의 가을이여.
直譯
밤은(夜) 고요한데(靜) 고기는(魚) 낚시에(釣) 오르고(登)
물결은(波) 얕고(淺) 달빛은(月) 배에(舟) 가득하네(滿).
한(一) 소리에(聲) 남쪽으로(南) 가는(去) 기러기(雁)
바다(海) 산의(山) 가을을(秋) 울어(啼) 보내네(送).
朝鮮 前期(조선 전기)
62. 全州懷古(전주회고) ― 陽村 權 近(양촌 권 근)
巨鎭分南北 完山最古奇 千峰鐘王氣 一代啓鴻基
거진분남북 완산최고기 천봉종왕기 일대계홍기
산성은 남북으로 나뉘는데 완산이 가장 빼어났네.
천 봉우리 기운 모아 큰 터전 열었느니.
直譯
큰(巨) 진영(鎭) 남(南) 북으로(北) 나뉘었느니(分)
완산은(完山) 가장(最) 오래(古) 뛰어났노라(奇).
천(千) 봉우리(峯) 왕의(王) 기운으로(氣) 종이 되어(鐘)
한(一) 시대(代) 큰(鴻) 터전(基 : 왕궁의 터) 열었노라(啓).
낱말풀이 / 巨鎭 : 큰 산성(山城). 鴻基 : 왕궁의 터.
63. 題壁(제벽) ― 猿亭 崔壽?(원정 최수성)
水澤魚龍國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在 何處是生涯
수택어룡국 산림조수가 고주명월재 하처시생애
못은 어룡의 나라 숲은 새 짐승의 집.
외로운 배에 달 밝은데 어느 곳에서 한평생을.
直譯
물(水) 못은(澤) 고기와(魚) 용의(龍) 나라요(國)
산(山) 숲은(林) 새와(鳥) 짐승의(獸) 집이라(家).
외로운(孤) 배엔(舟) 밝은(明) 달이(月) 있는데(在)
어느(何) 곳에서(處) 한 평생(生) 끝까지(涯) 다스릴꼬(是).
낱말풀이 / 魚龍國 : 고기와 용이 노는 곳.
64. 天王峰(천왕봉) ― 南溟 曺 植(남명 조 식)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천 석이나 되는 종 크게 쳐야 소리 나는데.
만고의 저 천왕봉 하늘이 쳐도 울리지 않으리.
直譯
천(千) 근이나 되는(石) 종을(鐘) 청하여(請) 바라보니(看)
크게(大) 두드리지(扣) 아니하면(非) 소리가(聲) 없다네(無).
크게(萬) 오래된(古) 천왕봉은(天王峰)
하늘이(天) 울리어도(鳴) 오히려(猶) 울지(鳴)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大? : 큰 종채로 치다. 千石 : 부피의 단위 섬. 무게의 단위. 一石은 120斤. 天鳴 : 하늘이 울리는 것.
65. 聖心泉(성심천) ― 忠齋 崔淑生(충재 최숙생)
何以醒我心 澄泉皎如玉 坐石風動裙 ?流月盈?
하이성아심 징천교여옥 좌석풍동군 읍류월영국
내 마음 어찌 맑게 할까 샘물은 구슬처럼 맑아라.
돌에 앉으니 옷깃 펄럭 물을 뜨니 손바닥에 가득한 달.
直譯
어찌(何) 하여야(以) 나의(我) 마음(心) 깨일까(醒)
맑은(澄) 샘은(泉) 구슬과(玉) 같이(如) 맑네(皎).
돌에(石) 앉으니(坐) 바람은(風) 치마를(裙) 움직이고(動)
흐르는 물을(流) 움키니(?) 달은(月) 손바닥에(?) 가득하네(盈).
낱말풀이 / 動裙 : 치마를 움직임. 月盈? : 달이 두 손에 뜬 물에 비침.
66. 山中秋雨(산중추우) ― 村隱 劉希慶(촌은 유희경)
白露下秋空 山中桂花發 折得最高枝 歸來伴明月
백로하추공 산중계화발 절득최고지 귀래반명월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산중에 계수나무 꽃 피고.
높은 가지 꺾어 밝은 달 짝하여 돌아오네.
直譯
하얀(白) 이슬은(露) 가을(秋) 하늘에서(空) 내리고(下)
산(山) 속에선(中) 계수나무(桂) 꽃(花) 피어나네(發).
가장(最) 높은(高) 가지(枝) 꺾어(折) 들고(得)
밝은(明) 달(月) 짝하여(伴) 돌아(歸) 오네(來).
낱말풀이 / 折得 : 꺾어 들고. 伴明月 : 밝은 달을 짝하여.
67. 紫霞洞(자하동) ― 君受 河偉量(군수 하위량)
松花金粉落 春澗玉聲寒 盤石客來坐 仙人舊有壇
송화금분락 춘간옥성한 반석객래좌 선인구유단
소나무 꽃은 금빛가루 봄 시내는 차가운 옥소리
나그네 와서 앉은 그 반석은 옛날에 신선이 있었던 단.
直譯
소나무(松) 꽃에서(花) 금빛(金) 가루(粉) 떨어지고(落)
봄(春) 산골 물은(澗) 옥(玉) 소리로(聲) 차가워라(寒).
소반(盤) 바위에(石) 나그네(客) 와서(來) 앉나니(坐)
신선(仙) 사람이(人) 옛날(舊) 있었던(有) 단이라네(檀).
낱말풀이 / 紫霞 : 신선이 사는 곳에 떠돈다는 자줏빛 운기(雲氣).
68. 山居(산거) ― 竹庵 許景胤(죽암 허경윤)
柴扉尨亂吠 窓外白雲迷 石徑人誰至 春林鳥自啼
시비방란폐 창외백운미 석경인수지 춘림조자제
삽살개 사립문에서 짖어대는데 창밖에 헤매는 흰 구름.
올 이 없는 이 돌길 봄 숲에선 새만이 지저귀네.
直譯
땔나무로 된(柴) 문짝에서(扉) 삽살개는(尨) 어지러이(亂) 짖어대고(吠)
창(窓) 밖에는(外) 흰(白) 구름이(雲) 헤매네(迷).
이 돌(石) 길에(徑) 사람(人) 누가(誰) 이르겠나(至)
봄(春) 수풀에서(林) 새만(鳥) 스스로(自) 울어대네(啼).
69. 遺懷(유회) ― 蓮峰 李基卨(연봉 이기설)
窓外連宵雨 庭邊木葉空 騷人驚起晏 長嘯倚西風
창외연소우 정변목엽공 소인경기안 장소의서풍
창밖엔 연이은 밤비 나뭇잎도 다 져 텅 빈 뜰.
시인은 놀라 일어나 길게 읊조리며 기대보는 가을 바람.
直譯
창(窓) 밖에(外) 연이은(連) 밤(宵) 비로(雨)
뜰(庭) 가의(邊) 나무(木) 잎은(葉) 다했네(空).
글쓰는(騷) 사람(人) 늦게(晏) 놀라(驚) 일어나(起)
길이(長) 읊조리며(嘯) 가을(西) 바람에(風) 기대네(倚).
70. 過古寺(과고사) ― 淸虛 休 靜(청허 휴 정)
花落僧長閉 春尋客不歸 風搖巢鶴影 雲濕坐禪衣
화락승장폐 춘심객불귀 풍요소학영 운습좌선의
꽃이 지니 스님은 문을 닫고 봄 찾는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르네.
바람은 둥지의 학 그림자 흔들고 구름은 좌선하는 옷깃 적시네.
直譯
꽃이(花) 지니(落) 스님은(僧) 오래도록(長) 문을 잠갔고(閉)
봄에(春) 찾아온(尋) 나그네는(客) 돌아가지(歸) 아니하네(不).
바람은(風) 보금자리의(巢) 학(鶴) 그림자(影) 흔들고(搖)
구름은(風) 앉아서(坐) 참선하는(禪) 옷을(衣) 적시네(濕).
낱말풀이 / 春尋 : 화전놀이.
71.題畵(제화) ― 林光澤(임광택)
白頭蒼面叟 倚樹午眠閒 夢亦非塵界 靑山綠水間
백두창면수 의수오면한 몽역비진계 청산녹수간
하얀 머리 푸른 얼굴 노인 나무에 기대 한가로운 낮잠.
꿈 또한 속세 아니니 파란 산 푸른 물 사일레라.
直譯
흰(白) 머리에(頭) 푸른(蒼) 얼굴의(面) 늙은이(叟)
나무에(樹) 기대고(倚) 한가로이(閒) 낮(午) 잠을 자네(眠).
꿈(夢) 또한(亦) 티끌의(塵) 세계가(界) 아니니(非)
푸른(靑) 산(山) 푸른(綠) 물(水) 사이라네(間).
낱말풀이 / 蒼面? : 창백한 얼굴의 노인. 塵界 : 속세.
72. 題畵障(제화장) ― 西坰 柳 根(서경 유 근)
日暖花如錦 風輕柳拂絲 尋訪應有意 童子抱琴隨
일난화여풍 풍경유불사 심방응유의 동자포금수
꽃이 비단 같은 따스한 날씨 버들가지 실로 나부끼는 가벼운 바람.
찾아온 뜻 응당 있을지니 아이야 거문고 안고 따르렴.
直譯
날씨(日) 따뜻하니(暖) 꽃은(花) 비단(錦) 같고(如)
바람(風) 가벼우니(輕) 버들엔(柳) 실(絲) 바람이네(拂).
찾아(尋) 방문함엔(訪) 응당(應) 뜻이(意) 있으리니(有)
아이는(童子) 거문고를(琴) 안고(抱) 따르네(隨).
낱말풀이 / 柳拂絲 : 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림. 應有意 : 응당히 생각이 있음.
73. 山行(산행) ― 雪峯 姜柏年(설봉 강백년)
十里無人響 山空春鳥啼 逢僧問前路 僧去路還迷
십리무인향 산공춘조제 봉승문전로 승거로환미
사람 소리 없는 십리 빈 산엔 봄 새 소리.
스님 만나 앞 길 묻고서 스님 떠나니 다시 길 잃고.
直譯
십(十) 리에(里) 사람(人) 소리(響) 없고(無)
산은(山) 비어(空) 봄(春) 새만(鳥) 우네(啼).
스님(僧) 만나(逢) 앞(前) 길(路) 묻고(問)
스님(僧) 가니(去) 길에서(路) 도로(還) 헤매네(迷).
낱말풀이 / 人響 : 사람의 말소리.
74. 與諸義士相別(여제의사상별) ― 元讓 崔孝一(원양 최효일)
壯氣連天鬱 精忠貫日明 男兒一?淚 不獨爲今行
장기연천울 정충관일명 남아일국루 부독위금행
무성히 하늘에 이어진 장한 기운 참된 충성은 해를 꿰뚫어 밝은데.
사나이 이 한 움큼의 눈물이 어찌 이 걸음 때문이랴.
直譯
장한(壯) 기운은(氣) 하늘에(天) 이어져(連) 무성하고(鬱)
참된(精) 충성은(忠) 해를(日) 꿰뚫어(貫) 밝다(明).
사나이(男兒) 한(一) 움큼(?) 흐르는 눈물이(漏)
다만(獨) 이제(今) 가는 걸음을(行) 위함만은(爲) 아니니라(不).
75. 途中(도중) ― 霞谷 尹 ?(하곡 윤 계)
日暮朔風起 天寒行路難 白烟生凍樹 山店雪中看
일모삭풍기 천한행로난 백연생동수 산점설중간
해 저무니 북쪽 바람이 일고 길을 가기 어려운 추운 날씨
흰 연기는 언 나무에서 나는데 눈 속에 보이는 산 가게
直譯
해(日) 저물어(暮) 북쪽(朔) 바람이(風) 일고(起)
날씨(天) 추우니(寒) 길을(路) 가기(行) 어려워라(難).
흰(白) 연기는(烟) 언(凍) 나무에서(樹) 나는데(生)
산(山) 가게가(店) 눈(雪) 가운데(中) 보이네(看)
76. 金剛山(금강산) ― 尤庵 宋時熱(우암 송시열)
山與雲俱白 雲山不辯容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운귀산독립 일만이천봉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구별할 수 없는데.
구름 가고 산 홀로 서니 일만 이천 봉우리.
直譯
산이(山) 구름과(雲) 더불어(與) 함께(俱) 하야니(白)
구름과(雲) 산(山) 모습을(容) 나눌 수(辯) 없다네(不).
구름(雲) 가고(歸) 산(山) 홀로(獨) 섰으니(立)
일(一) 만(萬) 이(二) 천(千) 봉우리라네(峯).
낱말풀이 / 雲山 : 구름이 산에 덮여있음.
77. 遊山寺(유산사)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紫陌三年客 靑山一老僧 相逢談笑處 蘿月不懸燈
자맥삼년객 청산일노승 상봉담소처 나월불현등
자줏빛 두렁에 삼 년 나그네 푸른 산 어느 늙으신 스님.
서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데 덩굴에 걸린 달이 등불.
直譯
자줏빛(紫) 두렁 길에(陌) 세(三) 해의(年) 나그네(客)
푸른(靑) 산에(山) 한(一) 늙은(老) 스님(僧).
서로(相) 맞나(逢) 이야기하고(談) 웃는(笑) 곳에(處)
댕댕이 덩굴의(蘿) 달로(月) 등을(燈) 달 것이(懸) 없다네(不).
낱말풀이 / 蘿月 : 댕댕이 덩굴에 걸쳐있는 달. 不懸燈 : 등불을 켜서 달 필요가 없음.
78. 夜坐(야좌)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谷靜無人跡 庭空有月痕 忽聞山犬吠 沽酒客敲門
곡정무인적 정공유월흔 홀문산견폐 고주객고문
사람의 자취 없어 고요한 골짝 빈 뜰엔 달 흔적만.
문득 개 짖는 소리는 술 사려는 나그네가 문을 두드림이라.
直譯
골짝이(谷) 고요하여(靜) 사람(人) 자취(跡) 없고(無)
뜰이(庭) 비어(空) 달(月) 흔적이(痕) 있네(有).
문득(忽) 산에(山) 개(犬) 짖는 소리(吠) 들리는 것은(聞)
술(酒) 사려는(沽) 나그네가(客) 문을(門) 두드림이라(敲).
79. 藥山東臺(약산동대) ― 草盧 李惟齋(초노 이유재)
藥石千年在 晴江萬里長 出門一大笑 獨立倚斜陽
약석천년재 청강만리장 출문일대소 독립의사양
약 바위 천 년 있고 맑은 강 만리로 길구나.
문을 나와 한번 큰 웃음 홀로 서서 지는 해에 기댄다.
약산의(藥) 바위(石) 천(千) 년을(年) 있고(在)
맑은(晴) 강(江) 만(萬) 리나(里) 기네(長).
문에서(門) 나와(出) 한번(一) 크게(大) 웃고(笑)
홀로(獨) 서서(立) 기우는(斜) 빛에(陽) 의지하네(倚)
낱말풀이 / 藥石 : 약산의 바위.
80. 題畵(제화) ― 龜石 金得臣(구석 김득신)
古木寒煙裏 秋山白雲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고목한연리 추산백운변 모강풍랑기 어자급회선
찬 연기 속에 늙은 나무 흰 구름 가엔 가을 산.
풍랑 일어나는 저녁 강에 서둘러 뱃머리 돌리는 어부여.
直譯
옛(古) 나무는(木) 차가운(寒) 연기(煙) 속이고(裏)
가을(秋) 산은(山) 흰(白) 구름(雲) 가장자리네(邊).
저무는(暮) 강엔(江) 바람(風) 물결(浪) 일고(起)
고기 잡는(漁) 이(子) 급히(急) 배를(船) 돌리네(回).
낱말풀이 / 漁子 : 어부.
81. 詠菊(영국) ― 高徵厚(고징후)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
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작은 풀 그윽하고 곧아 바로 군자 같아라.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直譯
작은(微) 풀에(草) 그윽하고(幽) 곧은(貞) 자태이니(趣)
참으로(正) 군자와(君子) 같은(猶) 사람이라네(人).
이런(斯) 사람(人) 보는 것이(見) 가하지(可) 아니하니(不)
헛되이(徒) 물건과(物) 더불어(與) 서로(相) 친하네(親).
낱말풀이 / 幽貞趣 : 그윽하고 곧은 정취. 徒與物 : 한갓 풀인 국화와 더불어. 君子 :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관직이 높은 사람.
82. 盆梅(분매) ― 滄溪 林 泳(창계 임 영)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백옥당에 매화나무 꽃 피어 손님 술잔에 가깝구나.
하늘 가득 눈바람 속인데 어디서 얻어 왔느뇨.
直譯
흰(白) 구슬(玉) 집이라는(堂) 백옥당(白玉堂) 가운데(中) 나무(樹)
꽃이(花) 피어(開) 나그네(客) 술잔에(杯) 가깝네(近).
하늘(天) 가득한(滿) 바람과(風) 눈(雪) 속(裏)
어느(何) 곳에서(處) 그(夫) 얻어(得) 왔느뇨(來).
낱말풀이 / 近客杯 : 나그네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놓여 있음.
83. 題墨竹後(제묵죽후) ― 鄭 敍(정 서)
閑餘弄筆硯 寫作一竿竹 時於壁上間 幽恣故不俗
한여농필연 사작일간죽 시어벽상간 유자고불속
한가로이 붓을 놀리어 대나무 하나 그렸지.
벽에 걸어 때때로 보니 그윽한 모습 속되지 않구나.
直譯
한가하고(閑) 여유로와(餘) 붓과(筆) 벼루(硯) 희롱하여(弄)
한(一) 장대(竿) 대를(竹) 그려(寫) 만들었네(作).
때로(時) 벽(壁) 위에 두어(上) 사이 하니(間)
그윽한(幽) 모습인(恣) 까닭으로(故) 속되지(俗)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幽恣 : 그윽한 모습.
84. 三淸洞(삼청동) ― 巷東 金富賢(항동 김부현)
溪上離離草 侵人坐處生 不知衣露濕 猶自聽溪聲
계상리리초 침인좌처생 부지의로습 유자청계성
시냇가에 흩어진 풀 사람 앉을 자리에도 돋아났네.
옷이 이슬에 젖는 줄 모르고 태연히 시내 물소리만 듣네.
直譯
시내(溪) 위의(上) 나란하고(離) 나란한(離) 풀이(草)
사람의(人) 앉을(坐) 곳(處) 침범하여(侵) 나있네(生).
옷이(衣) 이슬에(露) 젖는 줄(濕) 알지(知) 못하고(不)
태연히(猶) 시내(溪) 소리만(聲) 스스로(自) 듣네(聽).
85. 山氣(산기) ― 眉? 許 穆(미수 허 목)
(一)
陽阿春氣早 山鳥自相親 物我兩忘處 始覺百獸馴
양아춘기조 산조자상친 물아양망처 시각백수순
봄기운 이른 따뜻한 언덕 산새들 서로 사랑.
자연과 나 깃들 곳 잊어 비로소 알겠네 뭇 짐승 순치 되었음을.
直譯
따뜻한(陽) 언덕에(阿) 봄(春) 기운(氣) 이른데(早)
산(山) 새(鳥) 저절로(自) 서로(相) 사랑하네(親).
물건과(物) 나(我) 둘(兩) 거처(處) 잊으니(忘)
비로소(始) 모든(百) 짐승(獸) 길들여짐을(馴) 깨닫겠네(覺).
(二)
空階鳥雀下 無事晝掩門 靜中觀物理 居室一乾坤
공계조작하 무사주엄문 정중관물리 거실일건곤
참새 내리는 빈 섬돌 일도 없어 낮에 문 닫고.
고요히 살펴보는 만물 이치 살고있는 방이 하나의 건곤이라.
直譯
빈(空) 섬돌에(階) 새(鳥) 참새(雀) 내려오고(下)
일이(事) 없어(無) 낮에도(晝) 문을(門) 닫았네(掩).
고요한(靜) 가운데(中) 물건(物) 이치(理) 살펴보면(觀)
사는(居) 집이(室) 하나의(一) 하늘과(乾) 땅이라네(坤).
86. 流頭(유두) ― 金錫龜(김석구)
提壺來郭外 佳節是流頭 閒臥松陰夕 淸風不讓秋
제호래곽외 가절시유두 한와송음석 청풍불양추
술병 들고 성밖 나오니 좋은 시절 유두라.
한가로이 솔 그늘에 누우니 바람은 맑은 가을.
直譯
술병(壺) 들고(提) 성(郭) 밖에(外) 오니(來)
좋은(佳) 시절은(節) 이에(是) 유두라(流頭).
한가로이(閒) 솔(松) 그늘(陰) 저녁에(夕) 누웠으니(臥)
맑은(淸) 바람은(風) 가을을(秋) 양보하지(讓)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提壺 : 술병을 옆에 참. 流頭 : 음력 6월 보름날.
87. 月夜(월야) ― 林瑞珪(임서규)
琴罷雲侵壁 詩成月滿軒 夢回天已曙 窓外衆禽喧
금파운침벽 시성월만헌 몽회천이서 창외중금훤
거문고 소리 끝나니 벽엔 구름 시를 짓고 나니 처마엔 달.
꿈 깨어난 새벽 창밖에는 온갖 새소리.
直譯
거문고(琴) 그치니(罷) 구름이(雲) 벽을(壁) 침범하고(侵)
시가(詩) 이루어지니(成) 달은(月) 추녀에(軒) 가득하네(滿).
꿈에서(夢) 돌아오니(回) 하늘은(天) 이미(已) 새벽이라(曙)
창(窓) 밖에(外) 많은(衆) 새(禽) 시끄럽네(喧)
낱말풀이 / 衆禽喧 : 온갖 새들이 지저귐.
88. 遊安心寺(유안심사) ― ? 徽(충 휘)
夜雨朝來歇 靑霞濕落花 山僧留歸客 手自煮新茶
야우조래헐 청하습낙화 산승유귀객 수자자신다
밤비 개인 아침 꽃을 적시는 푸른 안개.
스님은 나그네 붙들고 손수 차를 달이네.
밤(夜) 비(雨) 아침에(早) 이르러(來) 개이고(歇)
푸른(靑) 안개(霞) 지는(落) 꽃을(花) 적시네(濕).
산(山) 스님은(僧) 돌아가는(歸) 나그네(客) 머무르게 하고(留)
손수(手) 스스로(自) 새로이(新) 차를(茶) 다리네(煮).
낱말풀이 / 靑霞 :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手自 : 손수.
89. 夜景(야경) ― 竹泉 金鎭圭(죽천 김진규)
輕雲華月吐 芳樹澹烟沈 夜久孤村靜 淸泉響竹林
경운화월토 방수담연침 야구고촌정 청천향죽림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고.
直譯
가벼운(輕) 구름은(雲) 아름다운(華) 달을(月) 토해내고(吐)
꽃다운(芳) 나무에는(樹) 맑은(澹) 연기(烟) 잠기네(沈)
밤이(夜) 오래되니(久) 외딴(孤) 마을은(村) 고요하고(靜)
맑은(淸) 샘물이(泉) 대(竹) 숲을(林) 울리네(響).
90. 采蓮曲(채련곡) ― 玄? 洪萬宗(현묵 홍만종)
彼美采蓮女 繫舟橫塘渚 羞見馬上郞 笑入荷花去
피미채련여 계주횡당저 수견마상랑 소입하화거
연밥 따는 아름다운 저 처녀 물가에 배를 매어두고.
말 위의 사나이가 부끄러워 연꽃 속으로 웃으면서 들어가네.
直譯
저(彼) 아름다운(美) 연을(蓮) 따는(采) 처녀여(女)
가로놓인(橫) 연못(塘) 물가에(渚) 배를(舟) 매두고(繫).
말(馬) 위의(上) 사내를(郞) 부끄러이(羞) 보다가(見)
웃으면서(笑) 연(荷) 꽃으로(花) 들어(入) 가버리네(去).
91. 楓溪夜逢士敬(풍계야봉사경) ― 老稼齋 金昌業(노가재 김창업)
靑林坐來暝 獨自對蒼峰 先君一片月 來掛檻前松
청림좌래명 독자대창봉 선군일편월 래괘함전송
어둠이 찾아온 푸른 숲 속에 앉아 나 홀로 마주한 파란 산.
한 조각달이 그대보다 먼저 난간 앞 소나무로 와 걸렸네.
直譯
푸른(靑) 숲에(林) 앉았으니(坐) 어둠이(暝) 와서(來)
홀로(獨) 몸소(自) 푸른(蒼) 봉우리만(峰) 마주하네(對).
그대에(君) 앞서(先) 한(一) 조각(片) 달이(月)
난간(檻) 앞(前) 소나무로(松) 와(來) 걸렸네(掛).
92. 瀑布(폭포) ― 夢? 南克寬(몽예 남극관)
白雪掛終古 驚雷殷一壑 晩來更淸壯 高峰秋雨落
백설괘종고 경뇌은일학 만래갱청장 고봉추우락
옛날부터 하얀 눈을 걸고 온 골짝을 놀라게 하는 천둥소리.
저녁이 되니 더욱 맑고 장해 높은 봉우리에서 떨어지는 가을비.
直譯
하얀(白) 눈을(雪) 옛날(古)부터(從) 걸고(掛)
천둥소리(雷) 크게(殷) 한(一) 골짝을(壑) 놀라게 하네(驚).
저녁때에(晩) 이르러(來) 다시(更) 맑고(淸) 장해(壯)
높은(高) 봉우리에서(峰) 가을(秋) 비(雨) 떨어지네(落).
93. 楓岩靜齋秋詞(풍암정재추사) ― 夢? 南克寬(몽예 남극관)
霜葉自深淺 總看成錦樹 虛齋坐忘言 葉上聽疎雨
상엽자심천 총간성금수 허재좌망언 엽상청소우
저절로 깊고 얕은 단풍 잎 바라보니 모두 비단 나무.
빈 서재에 말을 잊고 앉아 나뭇잎 위 성긴 빗소리 듣네.
直譯
서리(霜) 잎은(葉) 저절로(自) 깊고(深) 얕아서(淺)
모두(總) 바라보니(看) 비단(錦) 나무(樹) 되었네(成).
빈(虛) 집에(齋) 앉아(坐) 말을(言) 잊고서(忘)
잎(葉) 위에(上) 성긴(疎) 빗소리(雨) 듣네(聽).
94. 訪眉?宗丈(방미수종장) ― 蘭谷 許時亨(난곡 허시형)
相尋師窟西 深燈風雨夕 牀頭一樹梅 含情若挽客
상심사굴서 심등풍우석 상두일수매 함정약만객
서쪽으로 선생을 찾아가 비바람 저녁 등불에 깊은 밤.
평상 위의 한 떨기 매화는 나그네를 붙드는 듯 정을 머금고.
直譯
선생께서 산다는 지사굴(窟) 서쪽으로(西) 찾아가(尋) 보았더니(相)
등불에(燈) 비(雨) 바람(風) 저녁이(夕) 깊었네(深).
평상(牀) 머리에(頭) 나무(樹) 하나(一) 매화는(梅)
정을(情) 머금고(含) 나그네를(客) 잡아당기는 것(挽) 같네(若).
낱말풀이 / 眉? : 허목(許穆)의 자(字). ?? : 지사굴산(???山). 인도(印度)에 있다는 산(山) 이름. 여기서는 미수(眉?) 선생이 있는 곳. 宗丈 : 어른.
95. 東郊(동교) ― ?甫 申熙溟(행보 신희명)
樹擁疑無路 山開忽有村 田翁眠藉草 淸夢繞平原
수옹의무로 산개홀유촌 전옹면자초 청몽요평원
숲이 우거져 길이 없나 했는데 산이 열리자 문득 보이는 마을.
풀을 깔고 잠든 농부 맑은 그 꿈 넓은 들을 둘러싸네.
直譯
나무가(樹) 가리어(擁) 길이(路) 없는지(無) 의심을 했는데(疑)
산이(山) 열리자(開) 문득(忽) 마을이(村) 있네(有).
농사짓는(田) 늙은이(翁) 풀을(草) 깔고(藉) 자니(眠)
맑은(淸) 꿈이(夢) 평평한(平) 벌판을(原) 둘러싸네(繞).
96. 紫陌春雨(자맥춘우) ― ?溪 朴景夏(구계 박경하)
東風紫陌來 興與春雲聚 醉臥酒爐邊 衣沾杏花雨
동풍자맥래 흥여춘운취 취와주로변 의첨행화우
서울 거리에 샛바람 불면 봄 구름과 함께 모여드는 흥을.
술 화로 가에 취해 누우면 내 옷은 살구꽃 비에 젖고.
直譯
제왕의 집 빛깔이 있는(紫) 거리에(陌) 동쪽(東) 바람이 불어(風) 오면(來)
흥은(興) 봄(春) 구름과(雲) 더불어(與) 모여드네(聚).
술(酒) 화로(爐) 가에(邊) 취해(醉) 누우면(臥)
옷은(衣) 살구(杏) 꽃(花) 비에(雨) 젖네(沾)
낱말풀이 / 紫陌 : 서울 거리. 東風 : 샛바람.
97. 詠庭前梨樹(영정전이수) ― 聽灘 韓翼恒(청탄 한익항)
一室淸如水 檐端樹自交 夜躝人不寐 明月在花梢
일실청여수 첨단수자교 야란인불매 명월재화초
물과 같이 맑은 온 집안 처마 끝엔 서로 얽힌 나뭇가지.
늦도록 잠 못 이루는 밤 밝은 달만 꽃가지에 걸려있고.
直譯
온(一) 방의(室) 맑기가(淸) 물과(水) 같은데(如)
처마(檐) 끝의(端) 나무는(樹) 절로(自) 섞이었고(交).
밤이(夜) 다하도록(躝) 사람은(人) 잠을 이루지(寐) 못하는데(不)
밝은(明) 달은(月) 꽃(花) 가지 끝에(梢) 있네(在).
98. 和金稷山(화김직산)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朱欄俯綠池 日照幽蘭靜 中有鼓琴人 倚巾坐花影
주란부록지 일조유란정 중유고금인 의건좌화영
푸른 못을 굽어보는 붉은 난간에 해 비치니 고요한 난초.
그 가운데 거문고 타는 사람 기울어진 두건으로 꽃 그늘에 앉았네.
直譯 의건
붉은(朱) 난간이(欄) 푸른(綠) 못으로(池) 구부리고(俯)
해(日) 비치니(照) 그윽한(幽) 난초가(蘭) 고요하네(靜).
그 가운데에(中) 거문고(琴) 타는(鼓) 사람(人) 있으니(有)
기울어진(倚) 두건으로(巾) 꽃(花) 그늘에(影) 앉았네(坐).
99. ?川寺過方丈英禪師(적천사과방장영선사) ― 靑泉 申維翰
掃石臨流水 問師何處來 師言無所住 偶與白雲回
소석임유수 문사하처래 사언무소주 우여백운회
흐르는 물가에 돌을 쓸며 스님 어디서 오시느냐고
머무는 데 없이 흰 구름과 짝하여 다닌다고.」
直譯
돌을(石) 쓸고(掃) 흐르는(流) 물에(水) 임하여(臨)
스승에게(師) 묻기를(問) 어느(何) 곳에서(處) 오시느냐고(來).
스승이(師) 말하기를(言) 머무는(住) 곳(所) 없이(無)
흰(白) 구름(雲) 더불어(與) 짝하고(偶) 돌아온다고(回).
낱말풀이 / 方丈 : 화상(和尙). 국사(國師) 등의 높은 중의 처소. 또는 주지(住持).
100. 無題(무제) ― 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孤蛬響獨哀 片雲依石在 孤月照鄕來
백조서개온 고공향독애 편운의석재 고월조향래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홀로 슬픈 귀뚜라미 소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直譯
온갖(百) 새들은(鳥) 깃들어(棲) 다(皆) 평온하고(穩)
외로운(孤) 귀뚜라미(蛬) 소리(響) 홀로(獨) 슬프네(哀).
조각(片) 구름은(雲) 돌에(石) 의지하여(依) 있고(在)
외로운(孤) 달은(月) 시골을(鄕) 비춰(照) 오네(來).
101. 牧笛(목적) ― 息山 李萬敷(식산 이만부)
短髮尺餘兒 大牛能自領 晩郊留一聲 渡水入山影
단발척여아 대우능자령 만교유일성 도수입산영
한 자 남짓 짧은 머리 아이 그 큰 소를 넉넉히 부리네.
저문 들에 한 소리 남겨 두고 시내 건너 산그늘로 들어가네.
直譯
짧은(短) 머리털이(髮) 한 자(尺) 남짓한(餘) 아이(兒)
큰(大) 소를(牛) 능히(能) 몸소(自) 거느리네(領).
저문(晩) 들에(郊) 한(一) 소리(聲) 남겨두고(留)
물을(水) 건너(渡) 산(山) 그늘로(影) 들어가네(入).
102. 江行(강행) ― 聖齋 李匡呂(성재 이광려)
湖村收宿雨 波色澹淸晨 岸岸蓬底濕 沙上不見人
호촌수숙우 파색담청신 안안봉저습 사상불견인
오랜 비가 걷힌 호수 마을에 물결도 고요한 맑은 새벽.
언덕마다 쑥대 밑이 젖고 사람도 안 보이는 모래밭.
直譯
호수(湖) 마을은(村) 묵은(宿) 비를(雨) 걷고(收)
물결(波) 빛은(色) 맑은(淸) 새벽에(晨) 맑네(澹).
언덕(岸) 언덕엔(岸) 쑥(蓬) 밑이(底) 젖고(濕)
모래(沙) 위엔(上) 사람(人) 보이지(見) 아니하네(不).
103. 田翁(전옹) ― 東溪 李英輔(동계 이영보)
輟耕山落日 林逕驅牛去 遙野望家門 烟生喬木處
철경산락일 임경구우거 요야망가문 연생교목처
밭 갈기를 마치자 산의 해 저물어 소 몰고 가는 숲 속 오솔길.
먼 들에서 집의 문을 바라보니 교목 있는 곳에서 이는 저녁 연기.
直譯
밭 갈기를(耕) 그치자(輟) 산의(山) 해는(日) 떨어져(落)
숲 속(林) 오솔길로(逕) 소(牛) 몰고(驅) 가네(去).
먼(遙) 들에서(野) 집의(家) 문을(門) 바라보니(望)
높이 솟은(喬) 나무(木) 있는 곳에서(處) 연기가(烟) 피어오르네(生).
104. 田家(전가) ― 惠? 李用休(혜환 이용휴)
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 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
부좌도아두 옹구소우권 정퇴전라각 주유야산본
앉아서 아이 머리 다독이는 아낙 구부리고 외양간 치는 늙은이.
뜰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부엌에는 마늘 줄기 흩어져있고.
直譯
여자는(婦) 앉아서(坐) 아이(兒) 머리(頭) 두들기고(搯)
늙은이는(翁) 구부리고(傴) 소(牛) 우리(圈) 치네(掃)
뜰에는(庭) 논(田) 고동(螺) 껍질(殼) 쌓여있고(堆)
부엌에는(廚) 들(野) 마늘(蒜) 줄기(本) 놓여있네(遺).
105. 民山(민산) ― 惠? 李用休(혜환 이용휴)
遠山暮色來 前路行人少 村機猶織聲 西窓有餘照
원산모색래 전로행인소 촌기유직성 서창유여조
먼 산에 저녁 빛이 오니 다니는 사람도 드문 앞길
마을에서는 아직도 베 짜는 소리 서쪽 창엔 석양이 남아 있고.
直譯
먼(遠) 산에(山) 저녁(暮) 빛깔이(色) 오니(來)
앞(前) 길에는(路) 다니는(行) 사람(人) 적네(少).
마을(村) 베틀에서는(機) 아직도(猶) 베 짜는(織) 소리나고(聲)
서쪽(西) 창에는(窓) 빛이(照) 남아(餘) 있네(有).
106. 牧童(목동) ― 茂佰 柳東陽(무백 유동양)
驅牛赤脚童 滿載秋山色 叱叱搔蓬頭 長歌歸月夕
구우적각동 만재추산색 질질소봉두 장가귀월석
소를 모는 맨발의 아이 가득 실은 가을 산 빛.
머리 긁으며 소를 모는 소리 긴 노래로 저녁달에 돌아오네.
直譯
소를(牛) 모는(驅) 발가숭이(赤) 다리의(脚) 아이(童)
가을(秋) 산(山) 빛을(色) 가득(滿) 실었네(載).
흐트러진(蓬) 머리(頭) 긁으며(搔) 혀를 차며(叱) 꾸짖는 소리(叱)
긴(長) 노래로(歌) 저녁(夕) 달에(月) 돌아오네(歸).
<들매화>- 이후백李後白(1520~1578년)
보슬비에 갈 길 잃고
십 리 바람 나귀 탄 채.
곳곳마다 핀 들매화
향기 속에 애 끊나니.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