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파상추거(灞上秋居)파수 가에서 가을을 보내며 - 마대(馬戴)
灞原風雨定,(파원풍우정), 파수 언덕에 비바람 잔잔하고
晩見雁行頻.(만견안항빈). 저녁엔 기러기 떼 자주 본다
落葉他鄕樹,(낙섭타향수), 나뭇잎 떨어지는 나무는 타향의 나무
寒燈獨夜人.(한등독야인). 싸늘한 등잔 아랜 홀로 잠 못 자는 나
空園白露滴,(공원백노적), 빈 정원엔 흰 이슬 맺히고
孤壁野僧鄰.(고벽야승린). 외로운 벽에는 시골 스님이 이웃해 산다네
寄臥郊扉久,(기와교비구), 들녘 사립문에 은거한지 오래되어
何門致此身?(하문치차신)? 어느 집 대문간에 이 몸을 맡겨볼까
○ 灞原(파원) : ‘灞(파)’는 灞水(파수)로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 동남(東南)에 있다. ‘灞原(파원)’은 파수 서쪽의 언덕을 말하는데, 시 제목의 파상은 이 언덕을 말한 것이다.
○ 空園(공원) : 가을에 나뭇잎이 다 떨어져 쓸쓸하고 적막한 정원을 말한다.
○ 孤壁野僧(고벽야승) : ‘孤壁(고벽)’은 외딴 곳에 있는 집을 말한다. 孤(고)란 말을 써서 싸늘하고 집기가 거의 없는 장소의 느낌을 주었다. ‘野僧(야승)’은 산야(山野)에 있는 중을 말하기도 하고 중에 대한 겸칭(謙稱)이기도 하다.
○ 郊扉(교비) : 교외에 있는 집을 말한다. ‘扉(비)’는 사립문을 가리키지만 집을 나타낸다. 교외를 향해 난 문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어 은거(隱居)의 함의도 있다.
○ 何年致此身(하년치차신) : ‘年’이 ‘門’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致此身(치차신)’은 ≪論語≫ 〈學而(학이)〉에 자하(子夏)가 말하기를 “임금을 섬기되 자기 몸을 바친다.[事君 能致其身]”라고 보인다. ‘致(치)’는 ‘맡긴다’, ‘바친다[委]’는 뜻인데, ‘招致(초치)하다’라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모두 벼슬길에 나가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