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無題 <重幃(帷)深下莫愁堂(중위(유)심하막수당)> 李商隱(이상은)
重帷深下莫愁堂(중유심하막수당), 겹겹으로 휘장 깊이 드리운 막수(莫愁)의 방
臥後淸宵細細長(와후청소세세장). 잠자리 든 뒤 깊은 밤은 길기도 해라
神女生涯原是夢(신녀생애원시몽), 무산신녀(巫山神女)의 생애는 원래 꿈이었고
小姑居處本無郎(소고거처본무랑). 소고(小姑)의 거처엔 본래 임이 없었지
風波不信菱枝弱(풍파부신릉지약), 바람과 물결은 마름 가지 연약한 걸 알지 못하고
月露誰敎桂葉香(월로수교계엽향). 누가 시켜 달과 이슬이 계수나무 잎을 향기롭게 했던가
直道相思了無益(직수상사료무익), 그대 향한 그리움 아무리 무익해도
未妨惆悵是淸狂(미방추창시청광). 상관없어요 슬픈 가운데 애정에 눈멀어도
역주1> 莫愁(막수) : 원래는 고악부(古樂府)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다. 아름다운 여자
역주2> 淸宵細細長(청소세세장) : ‘淸宵(청소)’는 고요하고 깊은 밤을 말한다. ‘細細長(세세장)’은 밤이 긴 것을 말한다.
역주3> 神女(신녀) : ‘神女’는 초(楚) 양왕(襄王)과 꿈속에서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 무산신녀(巫山神女)를 말한다.
역주4> 小姑居處本無郎(소고거처본무랑) : 이 구절은 남조(南朝)시대 악부(樂府) 〈神弦歌(신현가) 淸溪小姑曲(청계소고곡)〉의 “小姑 사는 곳, 님 없이 홀로 있네.[小姑所居 獨處無郎]”에서 왔다.
역주5> 直道相思了無益(직도상사료무익) : ‘直道(직도)’는 ‘설사……하더라도’라는 말이다.
‘了無’는 ‘전혀 없더라도’ 정도의 뜻으로 ‘了’는 강조어이다.
역주6> 淸狂(청광) : 욕심이 없고 미친 사람 비슷한 상태이다. 여기서는 치정(癡情)의 뜻으로 끝까지 애정을 지킨다는 의미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