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야(閣夜)누각에서의 밤 -두보(杜甫;712-770)
歲暮陰陽催短景,(세모음양최단경), 세모의 시간은 짧은 해를 재촉하고
天涯霜雪霽寒霄.(천애상설제한소). 하늘 끝 차가운 밤 서리도 눈도 그쳤네.
五更鼓角聲悲壯,(오갱고각성비장), 한밤의 북과 피리, 그 소리 비장하고
三峽星河影動搖.(삼협성하영동요). 삼협의 별과 은하, 그 그늘 요동친다
野哭千家聞戰伐,(야곡천가문전벌), 들녘의 곡소리 집집마다 전란소식 들어서일까?
夷歌數處起漁樵.(이가수처기어초). 오랑캐 노래 여기저기서 어부와 나무꾼들이 부르네.
臥龍躍馬終黃土,(와룡약마종황토), 와룡 제갈량과 약마 공손술도 끝내 한 줌 흙이 되었거늘
人事音書漫寂寥.(인사음서만적료). 사람의 일과 편지도 공연히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 閣(각) : 두보의 기주시(夔州詩)에서 〈閣夜(각야)〉라는 제목의 ‘閣(각)’은 서각(西閣)이다
○ 陰陽(음양) : 日月로, 시간을 의미한다.
○ 短景(단경) : 겨울은 밤이 길고 낮이 짧기 때문에 ‘短景’이라 한다. 여기서 ‘景’은 햇빛을 뜻한다.
○ 天涯(천애) : 두보가 우거하고 있는 기주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시인의 고향과 상대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 霽(제) : 본디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갬을 말하지만, 인신하여 서리나 눈이 사라지거나 구름이나 안개가 흩어질 때도 이렇게 말한다.
○ 五更(오경) :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를 지칭한다. 즉 날이 밝아올 무렵을 말한다.
○ 三峽星河影動搖(삼협성하영동요) : ‘三峽(삼협)’은 장강삼협(長江三峽)으로 瞿塘峽(구당협) ·巫峽(무협)· 西陵峽(서릉협)을, ‘星河(성하)’는 별과 은하수를 지칭한다. ‘별 그림자가 흔들린다.[影動搖]’는 것은 전쟁의 징조를 비유한 말이다.
○ 野哭(야곡) :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곡하는 것을 말한다.
○ 戰伐(전벌) : 대종(代宗) 영태(永泰) 원년(元年:765) 촉(蜀)의 최간(崔旰)이 성도윤(成都尹)인 곽영의(郭英義)를 죽이고 반란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 夷歌(이가) : 그 지방 소수민족의 노래이다.
○ 幾處(기처) : ‘數處(수처)’라고 되어 있는 본도 있다.
○ 臥龍躍馬(와룡약마) : ‘臥龍(와룡)’은 제갈량을 가리키는데, 제갈량이 일찍이 남양에서 손수 밭을 가니 당시 사람들이 와룡이라 불렀다. ‘躍馬(약마)’는 공손술(公孫述)을 가리키는데, 공손술은 서한(西漢) 말년에 촉(蜀)에 거하면서 스스로 왕이 되었다.
○ 人事依依(인사의의) : 세상사가 기억이 어렴풋하다.
○ 漫寂寥(만적요) : 적적(寂寂)하고 쓸쓸함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