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桃源行도원행 -王維
漁舟逐水愛山春 어주축수애산춘 고깃배 봄물 따라 흘러 흘러서
兩岸桃花夾去津 양안도화협거진 양쪽 기슭에 복사꽃 핀 나루터로 갔네
坐看紅樹不知遠 좌간홍수부지원 넋 나간 채 꽃 보다가 멀어지는 줄 몰랐더니
行盡靑溪不見人 행진청계불견인 맑은 개울 끝난 곳에 사람들이 없었네
山口潛行始隈隩 산구잠행시외오 산어귀에서 구불구불 물 속을 걸었더니
山開曠望旋平陸 산개광망선평육 산이 활짝 열리면서 너른 땅이 있었는데
遙看一處攢雲樹 요간일처찬운수 먼 곳에는 푸른 숲이 구름과 함께 모여있고
近入千家散花竹 근입천가산화죽 가까운 꽃밭과 대숲 속에 집들이 널려 있었네
樵客初傳漢姓名 초객초전한성명 어부가 처음 들은 것은 한나라 때 이름인데
居人未改秦衣服 거인미개진의복 사람들은 진나라 때 옷을 입고 있었네
居人共住武陵源 거인공주무릉원 그들 모두 무릉원에 함께 살면서
還從物外起田園 환종물외기전원 세상 밖에 논과 밭 일으켜놨네
月明松下房櫳靜 월명송하방롱정 달빛 밝은 솔숲 아래 집들마다 고요하고
日出雲中鷄犬喧 일출운중계견훤 해 뜨면 구름 속에서 개와 닭 소리 요란했네
驚聞俗客爭來集 경문속객쟁래집 사람들마다 놀라며 바깥손님 맞이하고
競引還家問都邑 경인환가문도읍 다투어 불러 자기네 집 소식 물어보았네
平明閭巷掃花開 평명여항소화개 날 밝으면 골목마다 떨어진 꽃 쓸어내고
薄暮漁樵乘水入 박모어초승수입 날 저물면 어부와 나무꾼 배를 타고 돌아왔네
初因避地去人間 초인피지거인간 처음에는 난리 피해 세상 떠나왔지만
及至成仙遂不還 급지성선수불환 도원 선경 이른 뒤로 돌아가지 않았네
峽裏誰知有人事 협리수지유인사 계곡에 사는 누구도 바깥 세상 몰랐고
世中遙望空雲山 세중요망공운산 바깥에서 보기에는 구름과 산들 뿐이었네
不疑靈境難聞見 불의영경난문견 어부는 다시 보기 어려운 선경이라 생각하면서도
塵心未盡思鄕縣 진심미진사향현 떠나온 집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네
出洞無論隔山水 출동무론격산수 동굴에서 나온 뒤 산과 물 돌아보지 않더니
辭家終擬長游衍 사가종의장유연 집 떠나 선경에서 살기로 작정했네
自謂經過舊不迷 자위경과구불미 전에는 길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安知峰壑今來變 안지봉학금래변 산과 계곡 바뀐 것을 어찌 알았을까
當時只記入山深 당시지기입산심 그때는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만 했는데도
靑溪幾度到雲林 청계기도도운림 맑은 개울 굽이진 곳에 숨어 사는 이들이 있었는데
春來遍是桃花水 춘래편시도화수 봄날 되자 도처에 봄물 넘쳐 흘러서
不辨仙源何處尋 불변선원하처심 무릉도원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네
▶ 逐水(축수): 계곡 물을 따라가다.
▶ 古津(고진): 옛 나루터
▶ 坐(좌): ~때문에. ~로 인하여.
▶ 行盡靑溪不見人(행진청계불견인): ‘行盡靑溪忽値人’으로 쓴 자료도 있다. ‘見人’은 우연히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가리킨다.
▶ 隈隩(외오): (산이나 물이) 구불구불하고 깊숙하다. 황보염皇甫冉은 「雜言無錫惠山寺流泉歌」란 시에서 ‘土膏脈動知春早, 隈隩陰深長苔草(땅기운 꿈틀꿈틀 봄을 알아보고 / 깊숙한 그늘에도 이끼와 풀 자라나네)’라고 읊었다. ‘隈’와 ‘隩’ 모두 산이나 물의 굽은 곳을 가리킨다. 산모퉁이. 물굽이.
▶ 潛行(잠행): 물 속을 걸어가다(또는 헤엄치다). 《장자莊子·달생達生》에서 ‘至人潛行不窒, 蹈火不熱, 行乎萬物之上而不慄(덕이 높은 사람은 물 속을 가도 숨이 막히지 않고 불 위를 걸어도 뜨겁지 않으니 만물 위를 걸어도 두려움이 없다)’이라고 했다.
▶ 曠望(광망): 시야가 탁 트인 것을 가리킨다. 넓다. 광활하다.
▶ 旋(선): 오래지 않아. 곧.
▶ 平陸평육: 평원. 육지. 도잠陶潛은 「停雲」에서 ‘八表同昏, 平陸成江(온 세상 어둑하고 / 평평한 땅 강 되었네)’이라고 읊었다.
▶ 攢雲樹(찬운수): 구름과 나무들이 서로 이어져 있다. ‘攢’은 한데 모이다(모으다).
▶ 散花竹(산화죽): 도처에 꽃과 대나무가 널려 있는 것을 가리킨다.
▶ 樵客(초객): 원래는 나무꾼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어부를 가리킨다.
▶ 武陵源(무릉원): 도화원桃花源을 가리킨다. 전하는 바로는 지금의 후난성 湖南省 도원현 桃源縣(진 晉나라때무릉군 武陵郡에 속함) 서남쪽이라고 한다.
▶ 物外(물외): 세상 밖을 가리킨다.
▶ 房櫳(방롱): 집에 있는 창문
▶ 俗客(속객): 길을 잃어 도화원으로 들어온 어부를 가리킨다.
▶ 都邑(도읍): 도원桃源에 사는 사람들의 원래 고향
▶ 平明(평명): 날이 금방 맑아지다.
▶ 閭巷(여항): 골목
▶ 避地(피지): 재해를 피해 사는 곳을 옮기다.
▶ 靈境(영경): 선경仙境
▶ 鄕縣(향현): 고향
▶ 塵心(진심): 명리를 쫓는 속인들의 마음. 매요신 梅堯臣은「送縣潁上人往廬山」이란 시에서 ‘塵心古難洗, 瀑布垂秋虹(속인의 맘 예로부터 씨기 어려웠는데 / 폭포는 가을날 무지개를 세웠네)’이라고 읊었고, 백거이 白居易는 「馮閣老處見與嚴郞中酬和詩因戱贈絶句」란 시에서 ‘縱有舊游君莫憶, 塵心起卽墮人間(행여 놀러 갔더라도 기억하지 말게 / 속세의 맘 일어나면 인간세계로 떨어질 테니)’이라고 읊었다.
▶ 游衍(유연): 떠나지 않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놀다.
▶ 雲林(운림): 구름 속에 있는 산림山林. 은거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 桃花水(도화수): 봄물. 복사꽃이 필 때 개울물이 크게 불어나 넘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