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兵車行(병거행) -杜甫(두보)
車轔轔(거린린), 馬蕭蕭(마소소), 수레는 삐걱삐걱, 말들은 히힝대고
行人弓箭各在腰(행인궁전각재요). 출정하는 병사는 활과 화살 허리에 찼다
爺娘妻子走相送(야랑처자주상송), 부모처자 총총대며 전송을 하느라
塵埃不見咸陽橋.(진애불견함양교).먼지 날려 함양교도 보이지 않네
牽衣頓足攔道哭(견의돈족란도곡), 옷 끌고 발 구르며 길 막고 통곡하니
哭聲直上干雲霄(곡성직상간운소). 통곡소리 솟아올라 하늘을 뒤흔드네
道旁過者問行人(도방과자문행인), 길 가던 이가 병사에게 물으니
行人但云點行頻(행인단운점행빈). 병사는 단지 말하길 “징병이 매우 잦다오
或從十五北防河(혹종십오북방하), 어떤 이는 열다섯에 북쪽 하수(河水) 방어하다
便至四十西營田(편지사십서영전). 마흔에 서쪽으로 가 둔전 노역을 한다네
去時里正與裹頭(거시리정여과두), 떠날 때 이장(里長)이 두건을 싸주었는데
歸來頭白還戍邊(귀래두백환수변). 돌아와 백발에도 다시 변방에 수자리 살러간다네
邊庭流血成海水(변정류혈성해수), 변방에서 흘린 피는 바다를 이루었는데
武皇開邊意未已(무황개변의미이). 황제의 정벌의 뜻 아직 끝나지 않았구려
君不聞漢家山東二百州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군불문한가산동이백주), 한나라 산동 이백 고을
千村萬落生荊杞(천촌만락생형기). 천촌만락에 잡초만 자라나
縱有健婦把鋤犁(종유건부파서리), 비록 건장한 아녀자가 호미 쟁기 잡는다해도
禾生隴畝無東西(화생롱무무동서). 논 밭의 벼들은 제멋대로 자란다오
況復秦兵耐苦戰(황복진병내고전), 더구나 진(秦) 땅 병사 힘든 전투 잘 견딘다고
被驅不異犬與雞(피구불이견여계). 내몰리는 것이 개와 닭이나 다를 바 없구려
長者雖有問(장자수유문), 어른께서 비록 물어본다 한들
役夫敢申恨(역부감신한)? 병사가 감히 어찌 원한을 말하리오
且如今年冬(차여금년동), 또 금년과 같은 겨울에도
未休關西卒(미휴관서졸). 관서의 병사들 쉬지도 못했다오
縣官急索租(현관급색조), 고을 관리 급하게 조세 독촉하지만
租稅從何出(조세종하출)? 조세는 어디로부터 나온단 말인가
信知生男惡(신지생남오), 진실로 알겠구나, 아들 낳기 싫어하고
反是生女好(반시생녀호). 도리어 딸 낳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生女猶得嫁比鄰(생녀유득가비린), 딸 낳으면 오히려 이웃집에 시집이나 보내지만
生男埋沒隨百草(생남매몰수백초). 아들 낳으면 잡초에 묻히고 만다네
君不見靑海頭(군불견청해두),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청해호 주변에
古來白骨無人收(고래백골무인수). 예전부터 백골을 거두는 사람 없어
新鬼煩冤舊鬼哭(신귀번원구귀곡), 새 귀신은 원통해하고 옛 귀신은 곡을 하니
天陰雨濕聲啾啾(천음우습성추추). 날 흐리면 비에 젖어 흐느껴 운다오”
역주1> 兵車行(병거행) : 〈兵車行(병거행)〉은 〈麗人行(여인행)〉과 더불어 두보가 창작한 신제(新題) 악부시(樂府詩)이다.
역주2> 轔轔(린린) : 수레가 지나가며 내는 소리이다.
역주3> 蕭蕭(소소) : 말이 히힝거리며 우는 소리이다.
역주4> 行人(행인) : 출정(出征)하러 나간 이를 지칭한다.
역주5> 咸陽橋(함양교) : 함양(咸陽)의 서남쪽 위수(渭水)가에 있던 다리
역주6> 干雲霄(간운소) : ‘干(간)’은 犯(범)이나 ‘沖(충)’의 의미이다.
역주7> 道旁過者(도방과자) :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으로, 여기서는 두보 자신을 가리킨다.
역주8> 點行頻(점행빈) : ‘點行(점행)’은 호적이나 명부(名簿)에 기재된 사람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것이고, ‘點行頻(점행빈)’은 그러기를 빈번하게 했다는 뜻이다.
역주9> 北防河(북방하) : 당시 토번(吐藩)이 황하 서쪽 지역을 자주 침범하여 당(唐)왕조는 농우(隴右), 關中(관중), 朔方(삭방) 지역의 군사들을 하서(河西)일대(黃河서쪽지역으로 지금의 감숙(甘肅), 영하(寧夏)일대)에 주둔시켜 방어(防禦)를 좀 더 견고히 하였다. 이 지역이 장안(長安)의 북쪽에 위치해 있으므로 ‘북방하(北防河)’라 일컬은 것이다.
역주10> 西營田(서영전) : 서쪽 변두리 지역의 둔전(屯田)을 경영하는 것이다.
역주11> 里正(이정) : 里長(이장)이다.
역주12> 裹頭(과두) : 옛날에 출정(出征)하는 남자에게 둘러주던 흑색(黑色) 나사(羅紗)로 만든 두건이다.
역주13> 流血成海水(유혈성해수) : 변방에 수자리 사는 병사들이 전쟁에 희생되어 흘린 피가 바다를 이룰 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역주14> 武皇開邊意未已(무황개변의미이) : ‘武皇(무황)’은 본래 무공(武功)으로 저명하였던 한무제(漢 武帝)인데, 여기서는 당 현종(唐 玄宗)을 지칭한다.
역주15> 漢家山東二百州(한가산동이백주) : 여기서 ‘漢家(한가)’는 唐家(당가)이며, ‘山東(산동)’은 華山(화산) 동쪽을 지칭하는데 여기서는 관동과 같다. 《十道四藩志(십도사번지)》에는 관동(關東) 칠도(七道)가 대략 이백십칠주(二百十七州)라 되어 있는데,
역주16> 生荊杞(생형기) : ‘荊(형)’은 荊棘(형극)이며, ‘杞(기)’는 杞柳(기묘)인데 잡초를 말한다.
역주17> 無東西(무동서) : 밭의 남북을 ‘阡(두렁 천)’이라 하고 동서를 ‘陌(두렁 맥)’이라 한다. ‘無東西(무동서)’는 즉 阡陌(천맥)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논밭의 벼싹이 어지럽게 자라 있어 東西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역주18> 長者(장자) : 노인에 대한 존칭인데, 여기서는 행인이 두보를 두고 한 말이다.
역주19> 敢申恨(감신한) : 어찌 감히 마음속의 한을 펼 수 있단 말인가. 이 말은 반어적 의미로, 가슴속에 쌓인 비분강개가 많다는 뜻이다.
역주20> 今年冬(금년동) : 당 현종 天寶 10년(751) 겨울을 가리킨다.
역주21> 未休關西卒(미휴관서졸) : ‘關西卒(관서졸)’은 函谷關(함곡관) 서쪽의 병사들을 말한다. 《자치통감》에 의하면, 천보 9년(750) 12월에 병사를 징발하여 토번(吐藩)을 공격했다고 한다. 이처럼 천보 9년에도 병사를 징발하였는데, 천보 10년 겨울에도 병사를 징발하였기 때문에 ‘未休關西卒(미휴관서졸)’이라 한 것이다.
역주22> 比鄰(비린) : 가까운 이웃이다. 당제(唐制)에 사가(四家)를 ‘鄰(린)’으로 하고, 오가(五家)를 ‘保(보)’로 하였다. ‘比(비)’ 또한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이다.
역주23> 靑海頭(청해두) : 靑海湖(청해호)의 주변으로, 지금의 청해(靑海) 서녕(西寧)시 부근이다. .
역주24> 啾啾(추추) : 보통은 동물들이 작게 우는 소리를 지칭하지만, 여기서는 귀신이 우는 소리를 형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