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TV 광고는 온통 통신사들이 뒤덮고 있다. 유선인터넷 속도를 위협할 만큼 빠른 LTE라고 광고하더니, 언제부턴가 그것보다 2배 빠른 LTE를 내세우며 ‘LTE 어드밴스드’(LTE-A)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그것도 부족했을까. 아직 LTE-A가 뭔지도 알쏭달쏭한 마당에 이번에는 ‘광대역 LTE’란다.
주파수 왜 이리 복잡해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던 LTE의 최고 속도는 통신 3사 모두 75Mbps였다. 사실상 기준 속도다. 하지만 이게 LTE의 전부는 아니다. LTE는 이론상 1G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적용하기엔 부담스럽기에, 조금씩 늘리고 기술을 더해서 진화해 갈 뿐이다. 그 중심에는 주파수가 있다. 광대역이니 LTE-A니 하는 이야기가 결국 얼마나 망이 진화하고 고도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지표인 셈이다.
주파수 할당과 경매에 통신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치열한 감정전까지 펼치는 이유도 결국은 더 좋은 주파수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복잡한 주파수 할당 경쟁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다. 그렇다고 더 쉽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LTE는 주파수의 대역폭과 통신 속도가 정확히 비례해서 늘어난다. 대역폭을 많이 할당받으면 그만큼 더 빠른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 점만 염두에 둬도 LTE를 이해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KT는 8월 주파수 경매에서 추가로 얻은 1.8GHz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SK텔레콤은 850MHz와 1.8GHz를 LTE용 주파수로 쓴다. KT는 1.8GHz와 900MHz를, LG유플러스는 850MHz와 2.1GHz, 2.6GHz를 갖고 있다. 기억할 것은 대역폭과 속도다. 기본적으로 LTE는 20MHz의 주파수 대역폭에서 최대 75Mbps의 속도를 내는데 지금 통신사들은 각기 다른 2개의 주파수를 연결해 150Mbps, 그러니까 75Mbps×2의 속도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광대역이란
광대역 LTE는 말 그대로 주파수 대역폭을 더 넓게 잡는다는 걸 뜻한다. LTE는 주파수 대역폭이 넓어지면 데이터 수용량이 늘어난다. 속도와 이용자 수를 정비례해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40MHz의 LTE는 20MHz에서 쓰는 LTE보다 2배 빠르다. 그게 바로 광대역 LTE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럼 애초에 아예 주파수를 넓게 잡으면 안 될까. LTE가 시작할 무렵 주파수를 할당할 권력을 갖고 있던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애초부터 주파수를 널찍히 할당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주파수 할당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통신사마다 각각 100MHz의 대역을 LTE로 쓸 수 있게 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일단 이리저리 주파수를 밀고 정리해 LTE용으로 통신사들에 할당해주고 있다. 이게 지난 정부부터 시작한 ‘광개토 플랜’이다.
그럼 아예 한번에 100MHz를 주면 안 됐을까. 그 또한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주파수를 통신 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파수별로 특성이 검증된 영역이 따로 있다. SK텔레콤이 CDMA 서비스 시절 다른 PCS 업체들에 비해 통화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던 이유는 850MHz 주파수가 간섭에 강하고 더 멀리까지 퍼지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황금주파수’로 불렸지만 LTE로 접어들면서는 오히려 1.8GHz가 더 주목받는 것처럼 각 용도에 맞춰 잘 쓸 수 있는 주파수는 한정되어 있고 그 범위도 작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한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세계 어디에도 광대역으로 100MHz를 한꺼번에 통신사에게 내어줄 정부는 없다. 방송용, 군사용, 무전기용, 그리고 RFID까지 우리가 무선으로 뭔가를 하는 모든 것에는 주파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1개 주파수에서 가장 넓게 쓸 수 있는 대역은 40MHz정도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관심이 쏠린 이유도 이 광대역 주파수 때문이다. 4개의 주파수 영역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KT가 기존에 쓰던 1.8GHz 주력 주파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다. 이걸 KT가 가져가면서 다운로드에 쓰던 주파수 대역이 10MHz에서 20MHz로 늘었다. 업로드용 상향 주파수는 일부 잘려서 15MHz지만 실제 성능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KT는 2013년 9월14일부터 광대역 주파수를 쏴 최대 150Mbps의 LTE를 서비스한다.
LTE-A와 뭐가 다른가
150Mbps의 속도라면 이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A를 서비스하고 있지 않은가. 올 6~7월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시작한 LTE-A는 20MHz 대역폭의 보조 주파수를 더해 속도를 2배로 끌어올렸다. 현재 이 두 통신사는 주력 주파수에서 20MHz, 보조 주파수에서 20MHz를 할당받아 총 40MHz로 서비스한다. 속도는 75+75로 총 150Mbps다. 그럼 KT의 40MHz 광대역 서비스와는 어떻게 다를까.
광대역은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넓게 잡는 것이다. ‘대역폭을 넓힌다’는 개념으로 보자면 사실 LTE-A도 광대역이 맞긴 하다. 다만 1개 주파수가 아니라 2개 주파수를 묶는다는 것이 다르다. KT는 주파수 범위가 늘어나도 1.8GHz 언저리에서 그 양만 늘어났다. 반면 LTE-A는 다른 주파수 2개를 묶어야 한다. 결과물은 같지만 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
일단 LTE-A를 하려면 2개 주파수에 대해 기지국을 설비해야 한다. 전국에 기지국을 설치하려면 10만개 정도를 깔아야 한다. 설치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관리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하지만 광대역은 기존 주파수를 그대로 확대한 것이기 때문에 주파수 범위만 더 넓혀주면 된다. 새로 기지국을 깔거나 특별한 장비가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다. 당장 KT는 전국에 2배 빠른 LTE를 깐 셈이고, 이 때문에 다른 통신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수천억 원을 들여 LTE-A를 시작했는데 KT는 간단히 속도를 2배 올렸으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선 심기가 불편할 만도 하다.

광대역은 다섯 덩어리의 주파수를 묶는 LTE-A망의 과정일 뿐이다. 미래부는 3개 통신사 모두 광대역과 주파수 집성 기술을 도입하도록 완급을 조절하려고 한다.
광대역의 또 다른 이점은 기존 단말기에 대한 지원이다. LTE-A를 쓰려면 별도의 단말기가 있어야 하지만 광대역 LTE는 기존 LTE 단말기만으로도 기본 100Mbps의 통신 속도를 낼 수 있다. 현재 LTE 모뎀은 ‘카테고리3’로 부르는 규격을 갖고 있는데 이 모뎀은 최대 100Mbps의 속도를 낸다. 다만 국내 LTE의 10MHz 다운로드 대역폭으로는 최대 75Mbps가 한계다.
광대역 LTE를 하면 주파수 범위가 2배로 넓어지기 때문에 20MHz 안에서 100bps 속도를 낼 만큼의 주파수를 잡으면 된다. 단순히 주파수를 더 할당받았을 뿐인데 속도 향상이 일어나니 통신사들이 1.8GHz대의 광대역 주파수를 황금 주파수라고 부를만도 하다.
그래서 KT는 광대역을 쓸 수 있는 단말기로 모든 LTE기기를 꼽는다. 갤럭시S2 LTE나 갤럭시노트, 옵티머스 LTE 같은 오래된 기기까지 다 아우른다. 이 기기들은 기존 75Mbps에서 100Mbps로 최대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1.8GHz대의 가입자 수용량이 2배로 늘어난 만큼 더 여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나 LG전자의 G2, 팬택 베가 LTE-A 같은 LTE-A용 단말기는 150Mbps의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다.
KT에만 특혜인가
당장은 KT에 큰 혜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자면 그저 겪고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주파수 정책을 세우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LTE 서비스에 최대 100MHz의 주파수 대역을 할당할 계획이다. 한 번에 20MHz에서 40MHz씩 할당하는데, 이번 주파수 경매로 SK텔레콤과 KT는 55MHz(다운로드 30MHz)를, LG유플러스는 80MHz를 할당받았다. 그리고 세 통신사 모두 20MHz가 연결돼 있는 광대역 주파수를 하나씩 갖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1.8GHz, LG유플러스는 2.6GHz다.
당장은 KT가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SK텔레콤도 2014년까지 1.8GHz를 전국에 촘촘하게 깔 계획이다. 전국망이 깔리면 자연스럽게 대역폭이 넓은 주파수가 주력 주파수처럼 작동하게 된다. LG유플러스도 2.6GHz 기지국을 850MHz 수준으로 깔면 2.6GHz가 주력 주파수가 된다.
다섯 덩어리의 주파수로 기지국을 설치하는 동안 통신 3사는 일부는 광대역을, 일부는 주파수 집성 기술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건은 통신 3사가 똑같다. 치열한 주파수 경매 신경전도 결국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세 통신사의 서비스 수준을 거의 똑같이 맞춰가는 만큼, 이용자로서도 ‘퍼펙트 LTE’니 ‘풀 LTE’니 하는 마케팅 용어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LTE 속도는 계속 빨라진다. 당장 2013년에는 2개 주파수를 묶어 150Mbps의 서비스가, 내년 하반기에는 광대역을 포함해 3개 대역을 묶어 225Mbps로 서비스될 전망이다. 주파수 할당이나 신기술 도입, 그리고 단말기까지 당분간 한국을 뛰어넘는 무선인터넷 환경을 꾸릴 수 있는 나라는 없어 보인다. 가장 빨리 진화해 가는 것이 한국 LTE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