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기기 역사 / 마이크로폰
소리를 진동판이 감지하여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기기는 1827년 찰스 휘트스톤 경(Sir Charles Wheatstone)이 처음 착안했다. 마이크로폰(microphone)이란 명칭은 '작다'라는 의미의 마이크로(micro)와 '목소리'를 뜻하는 폰(phone)의 조합어다(Chanan, 1995).
1. 변환방식
1877년 탄소 마이크를 발명한 에밀 벌리너(Emile Berliner, 1851~1929)
마이크로폰의 가장 핵심 원리는 소리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며, 이렇게 에너지의 형태를 변환하는 장치를 트랜스듀서(transducer)라 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물리적인 진동에 의해 발생한 소리는 공기에 의해 전파되어 진동판(diaphragm, 다이어프램)을 앞뒤로 움직이며 그 기계적인 운동을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전압을 발생한다. 이때 변환방식에 따라 탄소 마이크, 크리스털 마이크, 다이내믹 마이크, 콘덴서 마이크로 분류된다.
탄소 마이크는 탄소 가루로 채워진 마이크캡슐에 소리가 도달하면 가루 입자들의 두께가 변해 저항이 변하는 원리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과 에밀 벌리너(Emile Berliner)에 의해 경쟁적으로 발명되었고, 1877년 에디슨이 특허를 신청했으나 특허 소송으로 15년 후에 인정되었다. 초창기 벨이 발명한 전화기의 소리를 감지하는 송화기에 쓰였고, 축음기의 소리를 녹음하는 장치로도 쓰였다. 구조가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으나 주파수 대역(200~3000㎐)이 좁아 최근에는 전문가용 마이크로는 쓰이지 않고, 전화기나 장난감 등에 쓰인다.
크리스털 마이크는 1880년 자크 퀴리(Jacques Curie)와 피에르 퀴리(Pierre Curie) 형제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고, 1919년 로첼 솔트(Rochelle Salt)와 알렉산더 니컬슨(Alexander Nicolson)이 라우드스피커, 축음기 픽업, 마이크로폰 등 여러 가지 제품으로 시연했다. 이 마이크는 열이나 습도에 약하고 음질이 탄소 마이크보다는 좋으나(주파수 50~10㎑) 녹음이나 PA(Public Address)용으로 쓸 만큼 좋지는 않아 요즘에는 무전기나, 어쿠스틱기타 등의 악기에 부착하는 피에조 픽업으로 많이 쓰인다.
녹음용으로 많이 쓰이는 마이크로폰에는 콘덴서 마이크가 있는데, 커패시터 마이크라 부르기도 한다. 1916년 벨연구소의 에드워드 웬트(Edward C. Wente)에 의해 콘덴서 마이크와 진공관 증폭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1926년 웨스턴일렉트릭의 394모델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1964년 벨연구소에 근무하는 제임스 웨스트(James West)와 제허드 세슬러(Gerhard Sessler)는 콘덴서 마이크와 유사한 일렉트릿(electret) 마이크로 특허를 인정받았으며, 1968년 소니가 보급하기 시작했다.
콘덴서 마이크는 고정판(plate)과 움직이는 진동판 사이에 전하를 형성시키고 소리가 진동판이 포함된 움직이는 판을 작동시킬 때마다 전류를 내보내는 형태다. 진동판의 무게가 무빙코일보다 가벼워 고음 특성이 좋고 음색도 섬세하다. 반면 전극 사이가 가까워 온도와 습도 등에 취약하고 충격에도 약하며, 가격이 비싸고, 두 전극 사이에 전하를 형성하고 약한 출력을 프리앰프로 증폭하기 위해 팬텀 전원이라 불리는 직류 외부전원이 필요하다. 이 팬텀 전원은 독립적으로 마이크와 콘솔 사이에 연결되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콘솔에서 버튼으로 48V 전원을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이내믹 마이크는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979~1867)의 자기유도 원리를 근거로 만들어 졌는데, 영구자석의 자기장 영향 안에 있는 진동판에 붙은 코일(moving coil)이 소리에 반응하여 움직이면 전압이 유도하게 된다. 다이내믹 마이크 중에는 이렇게 보이스코일을 사용하는 무빙코일 마이크와 리본 마이크가 있는데, 무빙코일 마이크를 흔히 다이내믹 마이크라 칭한다(Huber and Williams, 1997). 무빙코일 마이크는 콘덴서 마이크만큼은 아니지만 주파수 특성이 좋은 편이고, 구조가 간단하여 가격이 저렴하고 습도, 온도 변화, 충격에 강하고 외부 전원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음 특성이 좋지 않고, 음색 또한 섬세하지 못하다. 최초의 무빙코일 마이크는 에른스트 지멘스(Ernst Siemens)에 의해 고안되고 특허가 인정되었으나, 실제로 제작한 것은 1928년 에드워드 웬트(Edward Wente)와 알버트 터러스(Albert L. Thuras)에 의해서다. 이때 웨스턴일렉트릭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618-A란 모델은 무지향성이었고, 녹음 라디오 및 여러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
벨로시티 마이크라고도 불리는 리본 마이크는 독일의 지멘스에서 일하던 물리학자 발터 쇼트키(Walter H. Schottky)가 1924년 처음 개발했고, 1931년을 시작으로 RCA의 해리 올슨(Harry Olson)이 44A 등을 필두로 여러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활성화되었다. 이것 역시 영구자석을 통해 형성된 자기장과 무빙코일 대신 주름 잡힌 종이나 알루미늄처럼 가벼운 소재에 다이어프램을 장착한 리본을 소재로 한 다이내믹 마이크다. 무게가 가벼워 고음 특성도 우수하고 소리도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으나 큰 음압에 섬세한 리본이 손상되는 등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방송에도 많이 쓰였으나 TV가 자리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서 마이크 사이즈가 미관상 안 좋은 데다 때마침 보급된 콘덴서 마이크에 밀려 개발이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리본 마이크만의 독특한 소리는 녹음스튜디오에서 간간이 애용되어 왔고, 1980년대 들어 장비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날카롭고 차가운 디지털 소리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다시 각광을 받아 신모델들이 출시되었다.
2. 마이크로폰의 지향성
마이크로폰의 입사각도에 따른 감도의 차이를 지향성이라 한다. 마이크로폰을 중심으로 정면, 측면, 후면 등 방향의 0도에서 360도를 그래프로 표시한 것을 극성(polar) 패턴이라 한다. 예를 들어 단일지향성(uni-direction) 마이크로폰은 동일한 거리의 정면(0도)에서 들어오는 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후면 소리는 이론상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저음과 고음 등 주파수에 따라 약간의 편차를 보인다). 반면에 무지향성(omni-direction) 마이크로폰은 모든 입사각에서 동일한 감도를 갖고, 양지향성(bi-direction)은 전방(0도)과 후방(180도)이 가장 민감하고 양쪽 측면(90도, 180도) 소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단일지향성은 아래 그림과 같이 심장 모습과 같다하여 카디오이드(cardioid)라고 부르며, 정면 수음과 측면 수음의 정도에 따라 카디오이드, 슈퍼(super) 카디오이드, 하이퍼(hyper) 카디오이드, 울트라(ultra) 카디오이드로 분류되고, 옴니와 카디오이드의 중간 형태인 하프(half 혹은 sub) 카디오이드도 있다.
초창기 마이크는 무지향성 마이크였고, 리본 마이크가 탄생하면서 리본이 앞뒤로 움직이는 양지향성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무대에서 공연하는 오케스트라 마이킹을 위해서는 인접 악기 소리가 타고 들어오는 것과 피드백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지향성이 필요하게 되었고, 1930년경에는 특정 방향의 소리만 모으는 파라볼릭 집음판(parabolic reflector)을 사용하여 단일지향성을 대신하기도 했다. 올슨은 자신이 개발한 양지향성 마이크와 무지향성 마이크의 결합으로(∞+◯=♡) 단일지향성을 만들어냈다. 1939년 웨스턴일렉트릭에서도 이중 엘리먼트(dual element)의 결합방식으로 공연음향을 위한 단일지향성 마이크 개발에 성공하고, 이중 엘리먼트의 여러 조합으로 무지향, 양지향, 단일지향 하이퍼 카디오이드 등을 만들었다. 엘리먼트란 마이크로폰에서 진동판과 변환부를 포함한 중심부분을 말한다. 한편 슈어(Shure)에서는 1930년대 후반부터 벤자민 바우어(Benjamin Bauer)가 단일 엘리먼트 단일지향성 마이크를 개발하여 1941년 유니다인(Unidyne) 모델을 출시하고 공연음향의 마이크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 밖에 크라운에서 특허 출시한 헤미스페리컬 패턴의 PZM(모델명 pressure zone mic)은 바운더리 마이크로폰으로 분류되며 반구형 픽업패턴을 보인다. 이 마이크는 바닥이나 악기에 부착하여 세팅이 간편하고 반사음으로 인한 위상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전화기에서 파생된 마이크로폰의 사용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공연이나 연설에서 소리를 확대하는 것과 인터뷰, 녹음실에서처럼 소리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이크로폰은 설계되었고, 사용자도 그 목적을 파악하여 가장 효과적인 마이크로폰을 선택하여 사용해야 한다. "마이크로폰 테크닉 중 가장 어려운 기술이 바로 마이크로폰을 선택하는 기술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경험 많은 음향엔지니어들일수록 자주 하는 말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 수락연설 때 사용했던 RCA 마이크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 수락연설 때 사용했던 RCA 마이크출처 : 동아방송 예술 대학교 이경순 소리박물관
참고문헌
Alten, S. R.(2007). Audio in Media. 김윤철(2008). 『미디어 음향』. 커뮤니케이션북스.
Huber, D. M., & Williams, P.(1997). Microphone Techniques. Mix Books.
Chanan, Michael(1995). Repeated takes. 박기호(2005). 『음악녹음의 역사』. 동문선.
[네이버 지식백과] 마이크로폰 (음향 기기 역사, 2012,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