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眞空管, vacuum-tube)
진공 속에서 금속이 가열될 때 전자가 방출되는 열전자방출 현상(에디슨 효과)을 전기장으로 제어하여 정류, 증폭 등의 특성을 내는 금속회로가 들어간 유리관 부품.
토머스 에디슨이 자기가 만든 전구의 필라멘트와 양극화된 금속판(플레이트)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열전자방출)을 발견하였고 1883년 이를 에디슨 효과라고 이름붙였다. 하지만 에디슨은 이를 실용화시키지 않았고, 1904년 영국의 존 앰브로스 플레밍이 열전자방출 현상을 활용한 최초의 진공관인 2극관(Diode)을 발표한다. 이후 1907년 미국의 리 디포리스트가 이 구조에 그리드를 추가하여 전류의 증폭을 가능하게 만든 3극관을 1907년 특허 등록하였고, 이후 다양한 진공관이 등장하며 진공관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진공관은 크게 몸통을 구성하는 유리관과 캐소드(필라멘트(히터), 캐소드), 플레이트(큰 판형의 부품), 그리드로 구성된다. 위 그림 중 위는 3극관, 아래는 5극관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 유리관 - 진공관의 몸통을 이루는 부분으로 유리관이 주로 사용되며 군용이나 특수용도로 철을 유리로 밀봉한 철관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 캐소드 - 여기서 히터는 전구의 그 필라멘트이다. 전기가 통하면서 캐소드가 가열되어 열과 전자를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필라멘트가 캐소드의 역할을 하는 직열식과 별도의 히터가 있어 캐소드를 가열하여 동작하는 방열식으로 구분된다.
• 플레이트(어노드) - 큰 판 모양의 부품으로 진공관을 전구와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이다. 필라멘트에서 방출한 전자가 이동하는 부분이다. 회사에 따라 모양이 다른 경우가 있고 특수한 관의 경우 망으로 싸여 있는 경우도 있다.
• 그리드 - 두 철사 사이에 전극을 망이나 그물 모양으로 감아놓은 형태의 부품으로 필라멘트와 플레이트 사이에 삽입되어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4극관의 스크린(g2), 빔관과 5극관의 서프레서(g3) 등도 그리드의 일종이다.
그 외의 부분은 다음과 같다.
• 게터 - 진공관을 밀봉할 때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게터 미러와 게터 링으로 분류된다. 게터 미러는 진공관의 안쪽에 발라놓은 산화 바륨이며 보통 거울처럼 빛나보이므로 게터 미러라고 한다. 게터 링은 게터미러 근처에 조그만 고리나 금속판 같은것이 철사에 매달려있는 형태를 한 부품을 말한다. 진공관의 구조에 따라 플레이트 구조물 위에 위치하기도 하고 아래에 위치하기도 한다. 일부 진공관은 게터 미러가 진공관의 측면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고 베이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흔히 게터 미러의 상태로 진공관의 상태를 판단하곤 하며 게터 미러가 많이 줄어들거나 변색되거나 하면 상태가 나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진공관의 상태와 관계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값은 계측기를 이용하여야 한다.
• 스페이서 - 진공관 안쪽에 삽입되는 얇은 원형의 절연체로 플레이트 구조물이 유리관의 벽에 닿지 않도록 간격을 유지하며 부품들간의 절연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 베이스 - 진공관의 아래부분에 핀이 위치한 부분의 부품을 이야기한다. 금속으로 된 것과 플라스틱 재질이 있으며 운모 판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비교적 후기에 등장하여 대량생산에 용이하게 된 미니어쳐관이나 서브미니어쳐 관은 전체가 유리로 밀봉되는 구조로 이 부분이 없다.
구조에 따른 분류
• 2극관 : 다이오드(Diode). 항목 참조. 필라멘트와 플레이트로만 이루어진 가장 단순한 구조의 관이다.
• 3극관 : 트라이오드(Triode). 미국의 디포리스트가 플레이트와 캐소드 사이의 전자 제어를 위한 그리드를 삽입한 구조를 만들어 1907년 특허 등록하였다. 그리드는 기본적으로 플레이트와 캐소드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며, 그리드의 전압의 작은 변동으로 플레이트 전류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증폭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관이 나온 이후 아래의 4극관, 5극관 등이 등장하며 진공관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통신 신호 증폭용 주로 으로 개발되었으나 특유의 음색을 이용해 오디오를 만들기도 한다. 쌍 삼극관이라는 삼극관 플레이트 구조물 2개를 한개에 넣은 것을 오디오용 전류증폭관(초단관)으로 많이 사용한다. 12AX7(ECC83), 12AU7(ECC82), 12AT7(ECC81), 6SN7 등등. 아래에 나오는 70년대 신개발관(...)인 6C33C도 3극관에 속한다.
• 4극관 : 테트로드(Tetrode). 3극관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그리드와 플레이트 사이의 정전 용량을 제거하기 위해 그리드와 플레이트 사이에 스크린 그리드를 추가하여 여기에 양(+)전압을 걸어줌으로서 전자를 가속하는 효과를 부여하여 능률을 높인 관. 하지만 스크린에 가속된 전자가 플레이트와 충돌하며 2차 전자를 방출하게 되어 여러 원치 않는 문제를 일으키게 되며 특히 가청주파수 대역의 증폭용으로는 부적합하다. 고주파 증폭용으로 사용되나 흔히 볼 수 있는 관은 아니다.
• 빔관 : 빔 테트로드(Beam Tetrode). 1936년 RCA가 발표하였다. 4극관의 2차 전자를 제거하기 위해 스크린과 플레이트 사이에 서프레셔(suppressor)를 넣어 이것을 캐소드에 연결하여 2차 전자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게 한 관이다. 이 결과 4극관의 특성이 개선되어 주로 전력 증폭용이나 오디오용으로 쓰인다. 특히 아래의 5극관에 비해서도 효율이 좋기 때문애 오디오용 고출력 진공관은 거의 다 빔관이다. 6V6, 6L6, 6550, KT-88 등
• 5극관 : 펜토드(Pentode). 다극관이라고도 한다. 빔관의 구조에서 서프레셔에 -전압을 걸어 2차 전자를 플레이트로 되돌려 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프레서 그리드가 캐소드와 연결된 것이 아니라 분리되어 있는게 빔관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로 오디오용이나 라디오 증폭용으로 쓰이는 관이다. 오디오 증폭용으로 쓰이는 EL34, EL84가 유명하다. 이보다 극이 많은 헥소드(Hexode), 헵토드(Heptode), 옥토드(Octode) 등도 있으며 주로 헤테로다인회로의 주파수 혼합기로 사용된다.
용도와 장단점
과거 전자회로 부품으로 잔뜩 쓰였다. 사실상 진공관의 발명으로 인해 전기공학과 전자공학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옛날에는 라디오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전자회로라 불리는 것에는 모두 쓰였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단점이 많은 것이 큰 문제였다. 오디오용으로 쓰인 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진공관 앰프 참조.
• 부품 크기가 기본적으로 크며, 고출력일수록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덕분에 이걸로 회로를 짠다면 말도 안되게 커지는 기계를 볼 수 있게 된다. 최초의 전자 컴퓨터인 에니악의 크기가 대표적인 예.
• 작동방식이 금속 가열이다보니 들어가는 전기가 엄청나며 발열도 심각하다. 장시간 가동을 위해서는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하며, 사실상 전력문제로 인해 휴대용 기기에 사용하기 어렵다. 필라멘트 전류가 가장 많이 소모되서 만일 배터리가 붙은것이라도 사용시간이 매우 짧아진다.
• 외부환경에 취약하다. 겨울 같이 저온인 환경에서는 가열이 제대로 안되므로 동작이 불가능하며, 반대로 고온에서는 순식간에 과열되어 터져나간다. 습기에도 민감한 편이다.
• 구조가 사실상 백열전구나 마찬가지라서 충격에 약하며 수명도 매우 짧다. 덕분에 기판에 바로 장착이 아닌 소켓을 이용해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치해야 하는데다가, 작동중 수시로 진공관을 교체해야 한다. 심하면 작동시간보다 교체시간이 더 걸린다.
이후 크기도 작고 요구 전력도 적고 열도 적게 나고 수명도 반영구적인 반도체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가 발명되면서 사실상 사장세로 돌아섰다. 다만 장점으로는 진공관 앰프같이 듣기 좋은 음색을 내는 데에 매우 좋다는 점이라든지 회로 짜기가 트랜지스터에 비해 매우 쉽다든지 또 EMP에 비교적 강하다든지 하는 것이 있다. 다만 완전히 무적은 아니고, 비교적 강할 뿐이다. 덩치가 크므로 진공관 자체에 RF shield가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런 제품군은 방호능력이 매우 강하다.
MiG-25의 제어 컴퓨터가 이걸로 만들어져 있어서 핵전쟁에 대비해서 대 EMP용으로 그렇게 짜여진 것 아니냐는 구설이 돌았다. 실은 러시아쪽의 전자 기술이 조잡해서 그런거였지만. 60년대에 개발된 서브미니어쳐관(펜슬관)이 대표적으로 이런 컴퓨터에 들어갔고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위 진공관은 미그-25의 정전압관으로 사용되었던 6C33C인데 냉전 후 이게 시장에 풀리면서 고전류 3극 출력관이란걸 이용해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단 트랜지스터를 사용할 수 없는 솔루션에선 아직도 진공관을 사용한다. IPM 같이 매우 진보된 소자들도 대역폭이 가장 높아봐야 20kHz 이고, 최대 작동 전압도 고작 2kV 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AM방송(중파방송), 단파방송 송신소과 같이 100kW~1MW 출력을 가진 방송장치인 경우 진공관을 사용한다. 그러면 30kV의 높은 전압도 바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랜지스터의 경우에도 작은 모듈들을 한 데 모아 출력을 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LORAN-C 시스템.
시장에서는 소련과 중국의 군용 재고품이 잔뜩 풀린것이 아직까지도 돌아다니고 있기도 하며, 이런 경우 진공관 다리의 구부러짐을 확인하고 교정해주는 스트레이너라는 구멍뚫린 판이 같이 동봉된다. 앰프라든지 라디오, 자작 키트 부품으로 수요가 있기에 과거 생산을 중단한 라인이 재가동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Reflektor이라든지 Svetlana 등, 체코의 테슬라, 중국의 슈광, 구 유고 소속이었던 EI, 체코슬로바키아의 베익 밸브,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 등등. 물론 위 이미지와 같이 커다란 무선용 진공관들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생산이 중단된 일은 별로 없었다.
KORG에서 VFD를 응용한 Nutube라는 새로운 방식의 진공관을 노리타케 이세전자와 함께 개발했다. 기존 진공관에 비해 2%의 전력 사용과 매우 적은 발열, 기존 진공관에 비해 절반 이하의 크기, 3만 시간 이상의 수명 그리고 매우 고른 품질을 자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색도 기존 FET보다 진공관 음색에 가깝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표기용 네온 관인 닉시관과는 완전 다른 물건이다. 항목 참조
5. 트리비아
잊기 쉬운 사실인데 진공관은 사장된 기술이 아니며 엄연히 현역으로 활약중이다. 당신의 집에 전자레인지가 있다면 진공관이 하나는 있는 셈이다. 전자레인지에서 전자파를 발생시키기 위해 2극 진공관인 마그네트론(자전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융합 발전이 미래에 실용화된다면 그 핵심 부품인 클라이스트론(플라즈마를 가속시키는 부품) 역시 널리 쓰이게 될 것이며, 이 또한 진공관의 일종이다.
작동중인 진공관을 맨손으로 만지면 감전될 위험이 있다. 유리는 고온에서 도체가 되기 때문이다. 덤으로 화상은 100%. 종류와 작동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00도에서 심한 경우엔 200도까지 표면 온도가 올라간다. 특히 교체해야 할 때는 충분히 식힌 후에 교체해야 장비도 사람도 다치지 않는다. 이점은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백열등의 사용 및 교체 시 주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영어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인 vacuum tube를 잘 사용하는 반면, 영국 영어에서는 다른 이름인 열전자(테르미오닉) 밸브(thermionic valve)를 종종 사용한다. 진공관의 발명자인 영국인 존 앰브로스 플레밍이 그의 발명품에 붙인 이름이 테르미오닉 밸브였기 때문이다. 진공관의 전성기이던 20세기 중반에는 영국 영어로 "밸브"라고 하면 진공관을 가리키는 것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