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Mechanical Keyboard)
기계식 키보드(Mechanical Keyboard)의 정의는 통일되어있지 않으나 전통적으로 아래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기계식 키보드로 분류한다.
1. 축전식이 아닐 것.
2. 떨어져 있던 금속 접점이 접촉하며 입력되는 방식일 것.
3. 금속 접점이 분리할 수 있는 스위치 내부에 존재할 것.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는 금속 접점과 키캡과 연결되는 플라스틱 구조물, 이를 받칠 스프링과 내부를 보호해줄 플라스틱 덮개로 이루어진다. 스프링의 강도와 구조물의 모양을 다르게 만들면 스위치의 느낌이 달라지며, 이를 구별하기 위해 구조물에 색상을 입히고 해당 색의 이름으로 명명한다.
흔히 쓰이는 멤브레인 방식와는 확연히 다른 타건감과 다양한 종류의 스위치로 현재까지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키보드와 함께 해야하는 작가, 프로그래머, 게이머에게 특히 선호도가 높다. 필기구에 비유하면 만년필과 비슷하다. 일반 키보드에 비해 가격대가 높고, 특유의 필기감/키감이 있고, 관리를 잘 하면 수명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별도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고 자체 중량이 상대적으로 무겁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의 스위치는 손가락이 아플 정도의 키압이 아니라면 취향의 차이다. 기계식 키보드는 중간까지만 눌러도 입력이 되기 때문에 손가락 피로도가 적다는 인식이 있으나, 중간까지만 치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며, 흑축처럼 스프링 강도가 높은 키보드가 아니면 대부분 매우 어렵다. 또한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 기본적으로 높은 높이는 손목에 치명적이다. 물론, 멤브레인과는 달리 바닥을 꾹꾹 누르지 않아도 인식된다는 점은 손가락 피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이 가장 활발한 키보드이다. 커스텀 키보드의 열 가운데 아홉이 기계식 키보드이다. 기판, 스위치, 하우징, 키캡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재료들도 커스텀 유저들을 위해 공동구매로 풀리곤 한다. 또한 재료와 도구가 준비돼 있다면 인터넷 공부를 통해 자체 조립이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선택하기에 따라 10만 원 초중반대부터 그 이상의 다양한 가격대까지 키보드를 맞춤 제작할 수 있다.
개인이 제작하는 커스텀 키보드뿐만 아니라 산업용으로 소량 생산하는 키보드도 대부분 기계식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멤브레인이 대량 생산 단가가 훨씬 저렴한 것은 확실하지만, 특수한 레이아웃으로 만들어야 할 경우 부품만 사다 조립하는 형태로는 구현할 수가 없고 멤브레인 시트부터 설계해야 하기 때문. 그에 비해 기계식은 기판만 설계할 수 있으면 키의 갯수나 레이아웃 등에 거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에 매우 적합하다. 여기에 착안해 스위치 적출용으로 중고 산업용 키보드를 직구를 통해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량 생산된 산업용 멤브레인 키보드도 많으므로 주의. 자칫하면 돈만 내버리게 된다.
키보드를 많이 쓰는 사람들인 프로게이머, 작가, 프로그래머, 위키니트, 게임폐인 등이 한 번 관심을 가졌다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마성의 물건으로 통한다. 살짝 관심을 가졌다가 기계식 키보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나은 키감에 목마른 나머지 튜닝의 영역까지 손 대는 사람들도 생긴다. 키보드 커뮤니티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키보드를 적게는 두세 대부터 열 대 이상씩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증샷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뭐든지 그렇지만 깊게 파고들면 20~30만 원은 우스워진다.
기계식은 1970년대부터(타자기까지 합치면 1950년대부터) 사용된 꽤나 오래된 방식이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계식 키보드를 흔히 볼 수 있었으나 90년대에 들어서 '최신식' 멤브레인 키보드가 보급되어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대부분 멤브레인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에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방식이다. 독일 체리에서 내놓은 스위치를 이용한 기계식 키보드가 다시 폭발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때가 2010년대이다. 물론, 생산 자체는 그 사이에도 많이 했다. 민, 관, 군, 산업용 모두.
멤브레인이나 기타 다른 방식의 키보드와 비교해 품질은 차이가 크지 않지만 가격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 개인 소비자 외 PC방 등의 업계에서는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PC방들 사이에 게이밍 장비 경쟁이 붙었고, 비슷한 시기에 체리 MX 스위치의 특허 만료 이후 나온 유사 스위치 덕분에 가격 역시 합리적인 위치를 찾아 대중화되었다. 2020년 현재는 PC방의 환경 상 방수방진이 쉬운 광축으로 많이 옮겨가는 추세.
과거 국내에서는 세진과 아론에서 생산했지만 세진이 2000년 부도나면서 현재 모두 시장에서 찾아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아무리 품질이 좋더라도 멤브레인이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근해, 결국 일반 PC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그러자 과거의 기계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키보드매니아, 키보드랩, OTD 같은 모임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커뮤니티에서는 일반적인 기계식 사용자부터 시작해, 저렴하게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체리 스위치를 구매해 직접 자신만의 키보드를 직접(키캡까지!) 만드는 능력자들이 나타났다. 일례로, 숫자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키보드를 처음 선보인 것은 IBM Model M Space saver지만, 이를 지금처럼 보급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한국의 기계식 키보드 커뮤니티이다. 키보드매니아나 OTD 같은 기계식 커뮤니티에서 직접 필코 마제스터치나 체리 MX3000 같은 키보드의 숫자패드를 자르고 이어붙여 세이버 배열을 만들어 사용했고, 한 유저가 이를 필코 본사에 가져가 필요성을 어필하면서 텐키리스 배열이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2006년 이전 한국에서는 세진과 아론이 망한 후 필코나 체리 등 일부 수입 키보드만 볼 수 있었다. 2006년 레오폴드와 엠스톤이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다시 국내 기계식 키보드 업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당시의 레오폴드와 엠스톤은 필코 마제스터치와 유사한 디자인을 가졌으며, 어떤 모델의 경우는 기판까지 호환될 정도였다.
2010년대에는 덱, 커세어 등 해외 게이밍 키보드 업체가 들어오고, 스카이디지탈과 제닉스 등의 국내 업체에서도 게이밍 키보드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여러 가지 기계식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후 팬터그래프 제품으로 유명한 아이락스와 인민에어로 유명한 한성컴퓨터를 위시로 여러 주변기기 업체에서 우후죽순 기계식 키보드 시장으로 진출하며, 다양한 스위치와 배열, 백라이트 LED나 매트로처럼 여러 기능을 가진 다양한 취향의 제품이 나와 경쟁이 심화되어가는 상태.
많은 사람들이 타건 영상만 보고 키보드를 구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영상의 경우 주변의 소음이나 환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기 쉽다. 기계식 키보드에 쓰이는 스위치 종류 자체도 굉장히 많고, 설령 같은 스위치를 썼다 해도 키보드의 디자인 및 구조, 키캡의 높이 및 재질에 따라서도 키감이 달라진다. 그에 따라 각 회사마다 조금씩 타건감이 다르니 결국 직접 타건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시각적/청각적 정보인 영상을 통해 촉각적 정보인 키감을 짐작하는 것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타건샵이라도 모든 키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이너한 키보드나 외국에서만 판매하는 키보드의 경우는 직접 사서 써보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보니 여러 키보드를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옛날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일반 업무 현장에서 쓰이던 표준이었고, 당연히 저렴한 제품도 많이 나와 있었다. 가격대는 삼성 키보드 기준 90년대 물가로 약 2~3만 원선. 물론 현재와 같은 키감과 내구성을 기대하면 곤란했으며, 물에 따르는 회로 단락이나 부식에는 얄짤 없었다. 이건 지금도 당연히 그렇다. 방수처리가 된 제품들이 간혹 나오긴 하지만. 싸고 막 쓰기 좋은 멤브레인 키보드가 산업 표준으로 급속도로 교체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가성비와 내구성 측면에서 멤브레인 키보드는 매우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제대로 된 기계식 키보드를 쓰기 위해서는 최소 5만 원 이상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한다. 가능하면 10만원 이상까지.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샀다면 제일 먼저 인터넷에서 키 테스트 프로그램을 받아 키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저가형의 경우 뽑기 운이 안 좋다면 스위치나 LED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불량품이 올 수도 있다. LED 중 키를 누를 때 누른 스위치 부분만 LED가 나오는 기능이 있는 키보드는 이것도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후 키캡 및 하우징의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아무리 저렴한 제품일지라도 멤브레인보다는 비싼 물건일 테니 이상이 있을 경우 제조사나 구입처에 문의하여 교환받도록 하자. 키가 정상이라면 다음으로 스테빌라이저가 있는 쉬프트 키나 스페이스 키가 정상인지 다시 확인해보자. 운이 좋으면 다시 끼울 수도 있겠지만 깨져서 오는 경우도 많다.
단, 종종 스위치를 눌렀을 때, 팅~ 팅~ 하는 스프링 소리가 난다던가, 스페이스바나 쉬프트처럼 철심이 들어간 키에서 찰찰찰 하는 철심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능상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A/S 대상이 아니다. 회사에 따라 어느 정도 사후지원을 해주는 경우도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거슬린다면 윤활 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 해결해야한다.
기계식 키보드에는 스위치를 고정하기 위해 금속으로 된 보강판이라는 것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04키 배열의 경우, 1kg는 금방 넘어간다. 타건 중 키보드가 잘 밀리지 않고 안정적인 타건감을 주는 장점이 있지만, 이동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많이 불편하다. 1kg짜리 철판을 들고 돌아다니는 느낌. 물론 보강판 없이 기판에서 스위치를 직접 고정하는 무보강 키보드도 있다. 무보강 키보드의 경우, 보강판을 사용한 키보드보다 높은 텐션으로 경쾌한 키감을 가져 이쪽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도 꽤 있는 편이다.
필연적으로 기계식 키보드는 플라스틱끼리 부딛히며 소음을 발생시킨다. 러버돔을 사용하는 멤브레인보다는 확실히 소음이 있는 편이므로 사무실이나 공공장소 등에서는 사용에 주의하도록 하자. 시끄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실이라면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소음이 적다고 하는 갈축이나 적축도 충분히 그 타건음이 크게 들린다. 간혹 '난 사무실에서 쓰는데 별 얘기 없던데?'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미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음을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2016년부터 나오는 저소음 적축, 저소음 흑축, 저소음 갈축 등 저소음 계열 제품의 경우는 상당히 조용하기 때문에 키보드 마니아들은 사무실에서도 종종 쓴다. 다만 이조차도 키스킨 씌운 멤브레인이나 팬터그래프에 비하면 시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저소음 적축은 적축과, 저소음 흑축은 흑축과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각각 저소음 적축, 저소음 흑축이라고 명명하지만 키감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스위치 슬라이더 내부에 실리콘으로 된 노이즈 댐퍼를 추가한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일반 키에 비해 '먹먹하다'는 느낌이 난다. 따라서 일반적인 스위치를 기준으로 보면 적축을 생각하고 저소음 적축을 구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노이즈 댐퍼로 인해 키압도 적축에 비하면 다소 높게 느껴지는 편이라, 단순 사무용으로 생각하고 샀다가는 장시간의 타건으로 손가락에 피로가 올 수도 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키캡과 스위치 사이 고무나 실리콘 재질의 오링을 끼우는 있다. 키캡 안쪽의 기둥(스템)에 손가락에 반지 끼듯 끼워 준 다음, 키캡을 다시 꼽고 꾸욱 한번 눌러주면 된다. 오링을 장착하면 내려칠 때의 소리는 감소하지만, 스위치가 올라올 때의 소리는 그대로다. 즉, 저소음을 기대하면서 오링을 장착했을 경우에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오링 장착 시 또 하나의 특징은 키가 눌릴 때 오링의 굵기만큼 덜 눌린다는 점이다. 오링 장착 시의 키감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는 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굵기가 다른 제품들이 많고 색깔도 다양하니 여러가지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으나, 최근에는 저소음 스위치를 사용하는 쪽이 낫다.
급속 접점과 PCB가 존재하는 구조상 물청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 시에 붓이 유용하게 쓰이는 편. 일부 기종에는 아예 관리용 붓과 키캡을 뽑을 수 있는 리무버도 기본적으로 끼워준다. 아끼는 키보드의 경우, 정기적으로 키캡을 모두 뽑아 기판 위의 먼지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키캡을 세척해주는 식으로 관리하는 유저가 많다.
키캡의 경우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나 틀니세정제를 풀어 30분 정도 불렸다가 흐르는 물에 안경닦이 등 극세사천을 이용해서 닦아준다. 물이 뜨거우면 키캡이 휘거나 녹을 수 있으며,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았다면 스위치 안쪽으로 물이 들어가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
기계식 키보드의 수리는 다른 키보드보다 훨씬 쉬운 편이나, 이는 전문가 기준이다. 개인이 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키보드 분해용 도구와 납땜용 장비를 갖추는 것부터 어려우며, 공장에서 사용한 무연납의 경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가형 인두기로는 잘 녹지도 않는다. 이를 무리하게 제거하려다가 동박이나 패턴이 나가 더 어려운 수리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A/S를 맡기자. 스위치를 자체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키보드를 구하거나.
매니아 중 일부는 스위치, 또는 스테빌라이저에 윤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윤활은 크게 스위치 윤활과 스테빌라이저 윤활로 나뉘는데, 스위치 윤활의 경우, 스프링 튕기는 소리나 플라스틱 마찰로 인한 잡소리를 줄이기 위해 시도하며, 스테빌라이저 윤활은 철심이 스테빌라이저 용두와 충돌하며 나는 찰찰 소리를 없애기 위함이다.
커뮤니티를 보고 이러한 윤활에 환상을 품는 경우가 많으나, 윤활이 반드시 좋은 키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윤활하지 않은 스위치가 취향인 경우도 분명히 있다. 윤활을 시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전의 키감으로 되돌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옛날의 키감이 좋았다고 후회해봤자 늦는다는 말이다. 윤활을 해본적이 없는데 시도하고 싶다면 1달 이상 사용해본 후 아쉬움이 남을 때 커뮤니티에서 조언을 구한 다음 시도하자.
윤활제로는 크라이톡스, 신에츠, 슈퍼루브을 주로 사용한다. 슈퍼루브의 경우, 리얼포스 러버돔이나 게이트론 저소음 스위치의 고무 댐퍼에 반응하여 망가질 수 있고, 신에츠의 경우, 노뿌 러버돔과 반응해 키감이 이상해질 수 있으니 주의. 저소음을 제외한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만 윤활할 것이라면 무엇을 써도 상관 없으나, 이것저것 윤활을 많이 할 것 같다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크라이톡스를 구하자.
무조건 멤브레인은 저질이고 기계식은 고급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성비와 접근성 면에서 생각했을 때 멤브레인은 매우 훌륭한 키보드이다. 원래 기계식 키보드가 지배하고 있던 시장이 현재의 멤브레인 시장으로 대체된 것만 봐도 당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멤브레인의 구조가 나쁜 것이 아니라, 대량 양산되는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가 넘쳐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멤브레인이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있으나, 작정하고 만든 멤브레인 키보드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레이저에서는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멤브레인 키보드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데 기계식보다 이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상당히 있다. 굳이 거기까지 안가도 DT35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멤브레인 키보드도 있다. 반대로 5만원 이하의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는 조악한 품질로 이중입력, 인식불량 등 잦은 고장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즉, 제작사가 만들기 나름이라는 뜻. 그러니 둘을 서열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고가형 멤브레인 키보드는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추세에 따르다보니 안 만드는 것 뿐이다.
아무래도 괜찮은 기계식 키보드는 10~20만원은 줘야할 정도로 가격대가 있다보니 일부 유저들은 어느 기계식 키보드가 끝판왕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가격대에 따른 만듦새 차이는 분명 있지만, 기본적으로 키보드의 키감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환상적인 기계식 키감이라든가 끝판왕 같은 문구는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니 절대 환상을 가지지 말기 바란다. 애초에 기계식 키보드는 디자인과 감각, 감성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으며 가격이 모든 걸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스위치의 차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같은 적축을 사용하더라도, 누구는 손이 편하고 조용하다고 좋아하지만, 다른 누구는 중간에 걸림이 없어 재미없고 심심하다고 싫어한다. '주의할 점 및 팁' 항목에서 언급했지만, A사의 적축은 싫어하지만 B사의 적축은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키감이라는 부분은 100% 개인의 취향 문제이다. 웬만하면 직접 타건을 해 보고 구매를 결정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
이 끝판왕 키보드에 대한 환상이 지나친 나머지 커스텀 키보드를 신봉하는 경우도 있는데, 커스텀 키보드 역시 얼마든지 취향에 따라 별로일 수 있다. 큰맘 먹고 50~100만원을 호가하는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했는데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면...
가끔 남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해서 키보드 배틀이 일어나 조롱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스위치와 구동 방식에 따른 구분
기계식 키보드 구동의 핵심은 스프링 및 스위치로써, 스프링의 강도와 탄성, 스위치의 구조에 따라 다양한 촉감과 반발력, 소음 특성을 가지게 된다. 스위치의 구조에 따라 클릭, 넌클릭, 리니어 스위치 등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그 외에도 보강판의 유무 및 설치 방식, 키캡의 재질 등의 차별점이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입문자는 직접 타건을 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키캡의 재질과 굵기와 높이에 따라 키감과 소음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스위치 반, 키캡 반 수준. 키캡 역시 스펙의 일종으로 볼 필요가 있다.
타건 가능한 곳은 용산 선인상가 2층과 3층에 한 군데씩 있으며, 특히 3층의 업체에서는 그 비싼 리얼포스와 해피해킹 프로페셔널 2를 타건할 수 있다! 이외에 신용산역 지하상가와 강변 테크노마트 7층에서 타건할 수 있다. 부산에서도 체험이 가능한데, 센텀 신세계 내 일렉트로닉마트에서 타건할 수 있다. 그 외 컴퓨터 도매 상가에서는 청축뿐이거나 제한적이며, 동의대역 가야 컴퓨터 마켓에서 그나마 체험 해볼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의 소음은 키보드 사용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줌은 물론이고 키감에도 영향이 가므로 사용 환경에 따라 적절한 축을 선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키보드 소음의 정도는 버클링>클릭>광축>무접점>넌클릭>멤브레인>플렌저>리니어>저소음(리니어, 무접점)>팬터그래프 순으로 크다. 물론 클릭이라고 청축만 있는 것이 아니며 넌클릭이라고 갈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의 컬러 개개별로, 심지어 모델별로, 더 나아가 스위치 하나하나마다 소음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아 소음의 높이와 크기에 차이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체리 청축(클릭)과 흑축(리니어)의 압력 그래프이다. X축은 스트로크 깊이, Y축은 압력이다.
중간의 오퍼레이팅 포인트가 바로 키보드의 작동 지점이다. 저 지점을 넘는 압력을 가해야 키보드가 입력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축의 그래프에는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구간이 있다. 바로 스위치 내부의 돌기처럼 나 있는 걸쇠 때문이다.
반대로 걸쇠가 없는 흑축의 그래프는 구간 없이 압력이 균일하게 올라간다. 오퍼레이팅 포인트를 보면 알겠지만, 작동 지점을 넘기 위해 필요한 압력은 청축이나 흑축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래프에 쓰인 각각의 스프링 스펙은 청축 50g, 흑축 60g이다. 결과적으로 흑축의 스프링 스펙이 청축보다 10g 더 강하지만, 실제로 체감하게 될 압력은 흑축이나 청축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흑축이 청축보다 많이 무겁다는 생각은 옳다고 할 수 없다. 표기된 스프링 압력이 곧 체감 압력은 아닌 것이다. 스위치 타입에 따라 체감 압력은 크게 변할 수 있다.
키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타자를 많이 치는 사람들에게 있어 걸쇠의 의의는 키를 끝까지 누르지 않고 적은 힘으로 조금만 눌러서 타자를 치는데 있다. 멤브레인 키보드처럼 바닥을 때려야 하는 키보드로 장시간 치다보면 손가락 건강에도 좋지 않고 손도 금방 피로해지는데, 걸쇠가 있는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바닥을 치기 전에 입력이 되고, 걸쇠가 입력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에 바닥을 치지 않고 아주 적은 힘으로 살살 타이핑이 가능하다. 여기에 적응만 하면 확실히 장시간 타자에 유리해진다. 물론 친다 -> 입력된 것을 확인한다 -> 손가락을 뗀다 같은 뉴타입스러운 타자가 아니라, 딱 걸쇠가 반응할 정도만큼의 힘을 감으로 잡아서 그만큼의 힘만 줘서 누르는 것. 그리고, 저렇게 치려면 생각보다 상당히 약하게 쳐야 하고 고속 타이핑 시에는 손가락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저 힘을 파악하고 익숙해지는 적응이 필요하다.
이런 타법에 적응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그냥 기계식 키보드에서도 키감만을 취하고 멤브레인식 타법을 유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에서 바닥까지 치는 멤브레인식 타법을 사용하면 오히려 손피로가 멤브레인 키보드에서보다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타자를 많이 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본말전도. 기계식 키감이라는 게 사실 강하게 칠 때보다 적당한 힘으로 칠 때가 더 잘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갈축 같이 걸쇠가 조용하고 은근하게 반응하는 키보드의 경우, 강하게 치는 사람들은 걸쇠 반응보다 바닥을 치는 반응이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갈축과 흑/적축과의 키감 차이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