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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마이카세트, 1980년대

작성자관운|작성시간15.05.17|조회수483 목록 댓글 0

 

마이마이카세트, 1980년대

 

 

 

 

1988, 해외여행 자율화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보따리를 통해 간간이 들어오는 외국상품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실마리였다. 이를테면 80년대 초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척의 여행 가방에서 나온 워크맨(Walkman)’이라는 이름의 박스같은 것이 그 예다. 커다란 컴포넌트 앰프에서나 돌아가던 카세트 테이프가 제 몸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박스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생생한 스테레오 음악을 뱉어 내다니. 게다가 귀 속으로 쏙 들어가는 스피커(?)는 그때까지 커다란 나무통 안에 들어가 있는 스피커로만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마이마이 카세트

 

이런 신기한 제품이 세상에 알려진 지 얼마 안 되어서 같은 크기의 비슷한 기능을 가진, 그러나 이름은 다른 물체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마이마이(mymy). 세상에 나오자마자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가 실시간으로 젊은이들의 귀를 잡아당길 때, 당시의 유명한 팝송들을 걸어 다니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것도 수입품이 아니라 이 땅에의, 우리 손으로 만든 상품으로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돈으로 사서 즐기는 차원과는 완전히 다른 뿌듯한 기쁨과 희열을 제공해 주었다. 물론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소니의 워크맨을 따라한 유사품이기는 했지만, 여행자율화가 풀리지 않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던 당시의 한국 사람들에게 마이마이의 인기와 영향력은 요즘의 MP3 플레이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 보면 약간 크고 투박하긴 하지만 이 조그마한 육면체 덩어리를 허리에 차고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 것은 당시로서는 꽤나 에지있는일이었으니 말이다.

 

소니의 워크맨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세계인의 생활을 바꾸어놓은 엄청난 문화적 산물이었다. 7,80년대 미국 팝음악의 전성기를 만끽하고 싶어 했던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음악을 사치품이 아니라 실용품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워크맨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문화와 음악에 대한 취향, 음악을 즐기는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러나 일본과의 지리적인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 세계적 산물을 여유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경제적인 여유도 그렇지만 외국의 문물들이 자유롭게 들고 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보니 서구의 여유로운 음악문화가 허락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니 이때 등장한 마이마이가 얼마나 큰 혜택처럼 느껴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개발도상국이라는 열등감 대신 우리도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의 아이콘, 일본의 워크맨이 부럽지 않은 이름이 그때의 마이마이였다.

 

마이마이의 또다른 의의는제품 디자인이 국가의 부를 향상시키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각인시킨 것이었다. 당시에 헤드폰을 끼고 다녔던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그저 음악만 즐겁게 들었던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그맣고 예쁜 제품 하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80년대에 디자인과를 지망했던 많은 학생들 중에 마이마이에 감동받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그들 상당수는 디자인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애국적 기상(?)에 부풀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디자인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활동이 시작된 것도 거의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마이는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잠재력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장차 이런 것들이 국가를 부강하고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던, 전자제품을 넘어서는 전자제품이었다.

 

글 최경원 / 현 디자인 연구소 대표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 디자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Good Design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World Wide Great Designer 10], [붉은색의 베르사체 회색의 아르마니], [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Oh, My Style], [디자인읽는C.E.O.] 등이 있다. 현재는 현 디자인 연구소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의 현대화 및 디자인의 대중화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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