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유럽연합 유로파이터 유한회사에서 제작한 전투기. 1983년에 생긴 유럽 국가들의 컨소시엄에 의해 제작되어 1994년에 첫 비행을 하고 2003년부터 도입되었다. 그러나 공동개발로 인해 투입한 만큼의 성능을 보여주기는커녕 돈만 먹고 있는 애물단지. 개발국이 많으면 전투기가 안드로메다로 간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유로파이터 계획의 난맥상은 "공동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1970년대, 유럽 각국은 저마다 자신들의 차기 전투기에 대한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979년 영국, 독일, 프랑스가 합동으로 전투기 개발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하나의 계획으로 통합되어 유로파이터가 태동했다.
기체의 기술적인 부문에서의 기원은 영국에서 1970년대 초부터 개념 정립을 시작하여 1982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사(BAe)의 고등 전투기(Advanced Combat Aircraft : ACA) 사업이다. 영국 정부는 이 사업에 예산을 지원했는데, 기업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더 받아서 BAe 실험 비행기 프로그램(BAe Experimental Aircraft Programme)이 태동하였다. 그 결과로서, 1986년 8월에 초도비행을 한 비행기가 만들어졌는데, 타이푼은 이 EAP와 아주 많이 닮아있다. EAP 시험기는 1986년의 첫 비행 이후 1991년까지 유로파이터의 개발에 활용되었다.
EAP가 제작중이던 1983년에서 1985년 사이의 기간에, 구체적인 컨셉과 주요 장비의 개발에 대한 주도권 다툼으로 프랑스가 탈퇴했고, 그 대신에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합류하였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인터넷에선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마치 정설처럼 퍼져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프랑스는 이 계획 중간에 자국산 엔진을 어떻게든 써보려고 '너네 우리 엔진 안 쓰면 우린 빠짐!'이라고 나섰는데 정말로 다른 나라들이 프랑스를 빼버리는 바람에 '헐 나 삐져뜸'하고 나와서 결국 자국산 전투기를 개발한 게 라팔이다. 그런데 프랑스제 엔진(M88)은 조루라서 라팔도 조루가 됐다.
프랑스의 탈퇴 이유는 어디까지나 근본적으로 전투기의 컨셉 차이이자, 신형 전투기가 대체할 전투기의 성격 때문이었다.
당시 타이푼의 컨셉을 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립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 영국 안 (토네이도 ADV 대체)
체 급: 11톤대
주목적: 공대공 전투. 북해를 건너 날아드는 소련 폭격기 요격에 중점.
스케줄: 공대공 능력 우선 개발.
함상형: 개발하지 않음.
스텔스: 요격임무에 맞춘 전면(前面)에 최적화된 스텔스 성능.
• 프랑스 안 (미라지 대체)
체 급: 9톤대
주목적: 다목적. 소련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우므로 공대공/공대지 모두 만족해야 함.
스케줄: 공대공/공대지 함께 개발.
함상형: 개발함.
스텔스: 바르샤바 조약군에 대한 고속저공침투 지상공격임무를 상정해 전면뿐만 아니라 측면 35-45도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스텔스 성능.
체급은 어느 정도인가?, 어떤 전술교리에 따라 운용할 것인가?, 어떻게 그 전술에 최적화시킬 것인가? 등등 기본적인 컨셉 자체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엔진을 누가 만들 것인가'는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실제로 조루라고 놀림받는 M88-2 엔진을 탑재한 라팔은, 최대이륙중량에서 2톤 차이로 타이푼을 능가한다. 라팔이 타이푼 대비 약 1.5톤가량 가볍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약 3.5톤의 무장 및 연료를 라팔이 더 탑재한다는 것이다. 엔진만 보면 M88-2가 EJ200에 비해서 추력 면에서 밀리지만, 설계사상의 차이 및 최적화를 통해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프랑스는 과거에도 떨어지는 엔진 추력을 덩치를 줄인 요격기 스타일의 설계, 전투행동반경을 제한하는 등의 항공전 전술교리의 보완·수정으로 극복한 바 있었는데, 미라주 2000의 경우 소형 단발기이지만 고고도 상승 능력이 뛰어났고 고고도에서 주로 싸우던 카길 전쟁에서는 이게 제대로 먹혔다. 같은 이유로 대만 공군에서는 미라주 2000을 비싼 유지비를 감수하면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설계되면 상승률이 좋고 순간 선회는 좋으나 지속적인 선회는 매우 안 좋으며 항속거리가 짧아진다. 라팔 이전의 프랑스제 전투기들의 무장능력은 최대 4톤 정도였다. 특히 내장무장창을 쓰지 않는 전투기들은 외부무장에 따라 있던 기동성도 다 까먹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것이 좋다. 1차 F-X사업당시의 주요기종들 스펙표이다. 라팔의 경우 엔진출력이 20,000파운드로 나타나는 등 '완성형'을 기준으로 잡아놓은 것이 보인다.
또 한가지 이유는, 당시 프랑스 해군은 한세대 뒤쳐진 F-8 크루세이더를 함대방공 전투기로 굴리고 있었고, 대함공격기 쉬페르 에탕다르도 심각하게 빈약한 무장능력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따라서 이 두 기종을 대체할 새로운 함재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또한 자국 항공모함에 유로파이터의 함재기형을 탑재해서 해/공군 전술기 기종을 단일화하면 보급같은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해진다.( F-35도 이런 목표를 가지고 공군/해군/해병대 3군통합 전술기 계획으로 시작됐다가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소형의 멀티롤 전투기를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항공모함이 없었고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는 이미 경항공모함에 STOL 기체인 해리어 II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새 함재기가 필요없었다. 따라서 영국은 공군용의 순수한 제공전투기를 주장했다.
그렇게 프랑스가 떨어져서 라팔을 개발하게 되니까 이번에는 독일이 엔진과 레이더와 같은 핵심장비를 미국제로 쓰자는 주장을 하며 영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레이더와 관련된 논란은 1990년을 전후로 하여 불거졌는데, 독일은 APG-65의 개량형을 주장한 반면, 영국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3개국은 영국제 블루 빅센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신규 개발품을 채용하려 하면서 극도로 대립했다. 결국, 독일이 양보하면서 레이더와 관련된 논란도 일단 잠재웠다.
독일의 이러한 주장에는 독자 개발에 따른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었다. 계획을 한참 진행하던 와중에 통일이 되면서 심각한 재정위기가 불거진 것이다. 이 때문에 개발비로 상당한 재정을 부담하고 있던 유로파이터 계획의 탈퇴가 정치권의 이슈가 될 정도로 개발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드는 주요 장비의 독자 개발 대신에 이미 검증된 기존 장비를 그대로 채용하거나 일부 개량하는 것을 계속 주장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개발 도중 냉전 종식과 소련의 붕괴로 인해 사업 자체의 타당성과 기체 컨셉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지는 등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1994년에 첫비행을 하였고, 1998년에 명명식을 가진 뒤에 2003년부터 본격적인 배치가 시작되었다. 개발 당사국들이 처음 모인지 근 20년 만의 결실이었다.
최초의 요구수량은 다음과 같다 - 영국 250기, 독일 250기, 이탈리아 165기, 스페인 100기. 생산작업의 할당은 그들의 요구수량에 비례하여 국가별로 나누어졌다 -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영국, 33%), 다임러-벤츠(독일, 33%), 에어이탈리아(이탈리아, 21%), Construcciones Aeronauticas SA(스페인, CASA)(13%).
최종적 생산계약 체결수량은 다음과 같다 - 영국 232기, 독일 180기, 이탈리아 121기, 스페인 87기. 생산은 다음과 같이 할당되었다 :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37%), DASA(29%), Aeritalia(19.5%), CASA(14%).
한때 같은 배를 탔던 라팔과는 미묘하게 비슷하면서도 인상이 많이 다르다. 수직미익을 포함한 후면 부분은 두 전투기가 비슷하지만 주날개나 카나드, 그리고 날개와 동체로 이어지는 실루엣이라든지 공기흡입구 형상등은 확연히 다르다. 사실 라팔은 프랑스가 유로파이터 사업에 붙어있을 당시 프랑스가 제안한 개발안의 형상 중 하나이기도 한데 현재의 타이푼의 원형이 되는 형상을 비롯하여 몇가지 개발안이 더 제시되었다. 그러니까 프랑스가 뛰쳐나가지 않았으면 '라팔처럼 생긴 타이푼'을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와중에 4국 합작이니만큼 명칭 문제도 불거졌다. 영국 측에서 먼저 '스핏파이어 II'(혹은 '슈퍼 스핏파이어') 라는 이름을 제안했다가 문제의 전투기에 호되게 당했던 독일의 반발로 인해서 무산되었고 타이푼이라는 이름 또한 독일이 반발했으나 어찌저찌 채택되었다.
카나드-델타익 조합과 복합재 대량 사용, FBW시스템이 조합되면서 현존 전술기 중 상위급의 비행성능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가속성능과 초음속 기동능력이 뛰어난데, 이는 개발 당시에 상정한 요격 임무에 중점을 둔 기종으로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조종석은 3개의 다기능 디스플레이(MFD)와 광각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그리고 헬멧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가 조합되면서 상황 인식 능력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기본이 되어버린 HOTAS(Hands On Throttle and Stick) 타입 다기능 조종간과 함께 음성 제어 시스템도 갖고 있어서 조작의 편의성을 높였다.
조종사 보호를 위해 기체 통제가 불가능해질 경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속하게 안정을 취하는 시스템도 있다. 여기에다 full-cover anti-g trousers(FCAGTs)라는 신형 G-슈트까지 채용되었는데, 이것을 착용하면 기존 G-슈트가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G한계인 9G보다 더 높은 12G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위 항목에 나왔듯이 개발 당시 요격전에서 전면 스텔스에 주력한 설계로 공대공 미사일을 동체 4발 탑재 시 RCS(레이더 투영면적)값이 상당히 낮다고 한다.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치 IRST가 장착되어 레이더를 보조하고, 전/후방 레이더 경보기(RWR), 전/후방 레이저 경보기(LWR), 자체 전자전 포드, 채프, 플레어, 견인식 디코이가 결합된 자체 방어 시스템 (DASS : Defensive Aids Sub-System)은 기체의 생존성을 크게 높여준다.
여기에다 개발 초기부터 CAPTOR-E AESA레이더를 장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레이더는 AESA 레이더가 가진 좁은 탐지각도를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swash plate형태의 회전식 안테나를 채용했다. 이 레이더는 특히, 영국이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타이푼 개발 당시 상정한 기본 요격 전술은 이 레이더의 조사방향을 조절하여 적기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목표 추적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 -훗날의 미티어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이 레이더와 바로 위 문단에서 언급한 각종 센서들이 통합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전투력의 향상을 꾀했다.
개발 당시에는 우수한 비행능력과 전자 장비 성능, 편리한 인터페이스 등이 크게 평가를 받으면서 스텔스를 제외한 공대공 전투능력은 F-22 랩터 다음 간다는 평을 받았었다. 이러한 평가의 대표주자가 1995년에 랜드 연구소가 발표한 'The Gray Threat(회색 위협)'이다. 공교롭게도 이 보고서가 발표된 게 우리나라에서는 1차 FX 사업의 기종 선정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이 시기 F-15 반대론자들은 이 보고서를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하여 마구 퍼트렸고, 이른바 'F-15 종이비행기론'의 소스로 활용되었다.
평시 유지, 정비의 편의도 설계에 반영되어서 극도의 모듈화가 이뤄졌고, 덕분에 95%의 정비가 3시간 안에 끝난다고 하며, 비행 전/후 점검에 2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엔진 교체도 4명이 45분안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엔진의 연비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래 후술할 단점으로 인해 이런 장점이 가려지는 느낌이 강하다.
홍보시에는 증가 연료 탱크없이 무장만 잔뜩 단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실제로 사진과 같은 무장을 장착할 경우 작전반경이 심각하게 줄어든다. 이건 모든 전투기가 그렇다. 최대이륙중량에서 경하중량을 뺀 나머지 무게에서 조종사와 필수품을 다시 뺀 나머지 무게를 임무에 맞추어 연료와 무장에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은 게임만이 아니라 실전에서도 기본이다. 더구나 이 문제는 수출 시장에서도 감점요인이 되고 있다. 이건 다시 말하면 그만큼 작전시간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공중전은 빠른속도와 시간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그만큼 연료소모도 피할 수 없다.당장 기지에서 발진해 전장에 도착하는데만도 상당한 연료소모가 발생한다. 공중급유기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리라만 전투가 진행되는 촉박한 시간에 공중급유를 받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간과한 질문이다. 공중급유를 마치고 전장에 도착하면 거의 전투가 끝나고 적기가 날아들어오는 최악의상황이 일어난 이후 일수도 있다. 후방에서 방어선이 구축될때까지 버텨줘야 하는데 연료가 모자라 그것마저도 어려우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기체의 스텔스 능력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항속거리를 늘이기 위해 외부 연료 탱크를 다는 순간, RCS값이 순식간에 상승한다. 그러나 외부 연료 탱크를 포기할 경우 상술한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더군다나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RCS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무장의 조합은 극히 제한되어 있어 외부무장 장착이 필수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형 Tranche-3에는 컨포멀 연료 탱크(CFT)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를 바꿨다고 한다. 2014년 4월경부터 CFT를 장착한 타이푼의 풍동 시험이 시작되었다.
공대지 무장 운용의 제한
단순히 공대지 무장을 장착할 수 있고, 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위에 나왔다시피 타이푼은 적 폭격기 요격전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역으로 말하자면 대지 공격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타이푼의 무장 및 외부장비 장착용 하드포인트는 총 13개소지만 이중 동체 하부와 주익 양 끝의 공대공 미사일 전용 포인트를 빼면 7개소로 줄어든다.
그런데 일부 하드포인트의 경우 대지/대함 무장 운용에 지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메인 랜딩기어 수납부 전방에 위치한 주익 제일 안쪽 하드포인트들이다. 타이푼 등장 초기 EADS의 브로셔상에는 이 부분에 '길이가 긴' 대형 순항 미사일이나 기타 길다란 형태의 무장을 장착 및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묘사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부분에 해당 무장을 장착하게 되면 랜딩기어와 간섭이 생긴다. 특히, 순항 미사일류는 거의 100%다. 이 때문에 해당 하드포인트에서 운용가능한 무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한, 공대지 타게팅 포드를 장착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두지 않았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레이저 유도폭탄 등을 목표물에 유도하려면, 공대지 무장/보조 연료 탱크 장착용 하드포인트 하나를 희생해야만 타게팅 포드를 장착할 수 있다. 홍보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사진처럼 모든 하드포인트에 공대공/공대지 무장을 장착한 타이푼은 외부지원 없이는 지상목표에 레이저 유도폭탄을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
참고로 F-15E, F-16, 라팔의 경우 공기흡입구 아래에 타게팅 포드 전용 하드포인트를 마련해두어서 이 문제를 해결했고, F/A-18 계열기들은 동체 아래 공대공 미사일 전용 포인트를 타게팅 포드에 배정함으로서 공대지 무장 장착에 영향이 없도록 했으며, 스텔스기인 F-35는 아예 타겟팅 포드를 내장하고 있다. 일단, 영국 공군의 경우 동체 아래 중앙 하드포인트를 타게팅 포드에 배정하고 있다.
거기에다 앞서 언급한 연료 탑재량 문제로 인해 장시간 임무시 보조 연료 탱크가 필수인데 이를 장착한 상태에서 길이가 긴 대형 무장을 운용해야 할 경우 배정 가능한 하드포인트 숫자는 기껏해야 2~3개소에 불과해진다. 특히, 순항 미사일들의 경우 장착 가능 포인트가 보조 연료 탱크 장착 포인트와 완벽히 겹친다. 이런 문제는 다른 기종에서도 찾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내부 연료량이 부족한 타이푼에게는 꽤나 치명적이다.
참고로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 참가한 영국 공군 소속기들의 대지공격 무장 경우 공대공 미사일 전용 하드포인트를 제외한 7개 포인트 중에서 센터라인에 타겟팅 포드 또는 연료탱크, 좌우 주익의 안쪽에서 두 번째 포인트들에 연료 탱크 각 1개씩, 나머지 남는 포인트 4개소에 1,000파운드 유도폭탄을 각각 1발씩 장착하여 합계 2발 또는 4발의 폭탄을 장착하고 출격했다.
그래도 상기한 내용들은 기종의 특성이나 운용국의 운용 사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어서 마냥 기종 자체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애초에 계획한 기체의 특성이 그렇긴 하지만 정작 해외에 팔려고 공대지를 강화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순이 존재한다.
유로파이터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운용시간은 비행시간 기준으로 6천 시간이다. 이것은 못해도 8천 시간, 왠만하면 1만 시간의 운용시간을 보장하는 동시기 타 기종들이나 미제 기종들보다도 훨씬 짧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2009년에 운용시간 연장 방법을 찾아봤으나 수년째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체 자체의 운용시간도 짧지만 주요 장비의 부품 내구성도 낮은 편이어서 부품 교체 소요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주요 장비의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는데, 특히, 영국 공군을 중심으로 비행중 임무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 내구성과 신뢰성 문제는 계속해서 타이푼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2014년엔 후방동체에서 제조결함이 발견되어 예상 비행시간이 기존 6천 시간에서 2천 시간 줄어든 4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이는 예상치일 뿐으로, 실제 허가된 비행시간은 단 3,000 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타이푼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간당 유지비를 먹는 전투기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영국 공군의 타이푼은 2009~2010년 기준 시간당 10.8만 유로(9만 파운드), 2010~2011년 기준 84,000유로(=70,000파운드)로 이를 환산하면 미화 114,000달러, 한국 돈으로는 1억 2천 1백만 원이라는 엄청난 유지비를 자랑한다. 심지어 기체 가격 자체가 비싸고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도료까지 다시 칠해줘야 했던 F-22 랩터보다도 유지비가 더 나간다. F-22 랩터의 경우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비행시간마다 전파 흡수 도료를 다시 발라주고, 정비를 위해 열어봐야 하는 정비 패널마다 전파 흡수용 차단제를 다시 덮어줘야 하는 까닭에 기존 전투기들보다 유지비가 더 나갔다. 오죽하면 미군이 F-22의 중요한 업그레이드 요소 중 하나로 다시 칠할 필요가 없는 전파 흡수 페인트를 제시했을까. 그리고 F-35에 사용된 반영구적인 전파흡수구조 기술을 역으로 적용해서 이 신형 페인트를 코팅처리한 덕분에 스텔스 유지 비용까지 절감해버렸다.
다른 개발참가국들도 상황은 비슷해서, 각 국가별로 세부 사양이 조금씩 달라서 다소 편차가 있지만 역시나(?) 최소 7만 유로대 중반에서 최대 8만 유로대 후반에 이르는 가공할 유지비용을 자랑하고 있다. 90년대에 들어서야 제대로 실전배치됐다고는 하지만 기초적인 설계자체는 70년대에 이루어진 미 공군의 F-15가 시간당 35,000달러 정도이다. 이 때문에 €uroFighter typhoon, 유지비파이터 등의 악명을 얻었다.
그 원인은 주요 장비의 신뢰성 문제에 따른 부품의 소모율도 높은데다가, 여기에 더해서 4개국이 역할분담으로 하다보니 업체들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까 이 꼴이 나버린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망한다는 위기감에 결국 '성과기반 군수지원(PBL)'이란 것으로 대략적인 개념과 효과는 이렇다. 일례로 한국 공군 F-15K의 경우, 도입 초기에는 기존 보유 기종들에 비해 과하게 높은 유지비와 그에 반비례한 낮은 가동율을 기록했으나, 보잉과의 PBL 계약 후 미 공군의 F-15E와 동급의 유지비를 지출하며 가동률이 정상화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PBL의 긍정적인 사례. 하지만, 타이푼의 경우에는 2011년도 독일 공군에서는 유지비가 더 올라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유지비 문제는 가동율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심지어 PBL이 적용된 뒤에 2011년 리비아 내전시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 참가한 부대의 가동율이 50%대를 찍고 말았다. 평시 가동율도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영국 공군의 경우에는 한 기체의 부품을 뜯어 다른 기체에 끼워넣는 동류전환으로 3대가 거의 고철 수준이 됐다고 하며, 독일의 경우에는 평균 비행시간은 60시간 내외에 불과하고 스페인의 Tranche-1 역시 도입 후 10년간 총 비행시간이 평균 600시간에 못 미치는 등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참고로 2012년말 기준으로 미 공군의 F-15E가 평균기령 21년에 총 비행시간이 평균 6,000시간을 넘어갔다. 대당 연평균 비행시간으로 따지면 타이푼과 약 5배 차이가 난다.
참고로 운용유지비에 대하여 자세하게 풀어놓은 글을 보자면, 정비성을 고려한 모듈식 설계로 인해 직접적으로 정비에 소요되는 시간과 정비시 필요한 인원이 적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유지비가 싸야 하지만, 실제로는 저 위에 나온 원인들 (비싼 부품값, 낮은 부품 내구성, 원활하지 않은 부품 공급)이 다 겹쳐지고 나니 유지비가 미친듯이 비싸졌다고 한다. 다만, 이것은 2012년까지 배치된 기체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Tranche-1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므로 Tranche-2/3는 어찌될지 모른다. 일단, 제작사에서도 문제와 원인을 파악한만큼 Tranche-1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2012년에는 유지비 절감 노력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어 독일 공군 제74전투비행대가 2011년에 비해서 약 1만 유로를 깎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 해 유지비가 88,000유로였으니 거기에서 만 유로를 줄여도 어차피 7만 유로대라는 거...
하지만, 2014년 4월에 독일 연방법원 재정감사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타이푼의 수명주기 비용이 전투기 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원래 계획된 3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830억 달러)로 2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운용 비용, 특히 유지비가 매우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해 8월에 드러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독일 언론 슈피겔에 독일 공군의 타이푼이 예비 부품, 정비 부족 등으로 인해 109대 중 8대만 완전히 정상 작동 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2016년에 글로벌시큐리티에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2014년도에 독일군이 보유한 109대중 작동가능한 기체는 74대였고 그중에서 작전에 동원가능한 기체는 42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016년에 이르면 전체 보유량은 114대로 늘어난 반면, 작전 동원 가능한 수량은 되려 38대로 줄어버렸다. 저 기사들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타이푼의 부품 수급에 차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사정 탓인지 그동안 타이푼의 대외판매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독일이 인도에 들이대기도 했다.
2018년 1월, 부품 수급 비용을 견디다 못한 영국은 동류전환에 의한 부품 수급을 위해 트란체1 12대를 폐기시키기로 했다. 아래 감축항목 참고. 5천만 파운드 상당의 부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컨소시엄 국가들과 달리, 영국은 타이탄을 비롯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유지비 절감 노력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한 편이다. 영국은 타이푼의 유지비를 F-16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
기체 개량 문제
원래, 타이푼은 3단계의 생산 계획을 가졌으며 다음 단계의 생산분일수록 다목적 전투기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각 단계는 tranche라는 명칭으로 구분된다.
1단계인 Tranche-1에서는 공대공 전투에 촛점이 맞춰진 사양으로 공대지 전투능력은 구형 유도폭탄 운용 정도로 매우 제한된다.
2단계인 Tranche-2에서는 센서 통합을 완료하고 공대지 전투능력을 강화(상기한 공대지 무장들은 이 단계에서 통합할 계획)한다.
3단계인 Tranche-3가 진정한 타이푼으로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전자주사식 능동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하고 공대지 전투능력도 완비하며 엔진 추력향상과 추력편향 노즐 적용을 통한 비행성능 향상까지 이뤄진 진정한 다목적 전투기가 완성된다.
그러나, 최초 개발과정에서 각 참가국간의 이견 조율에 시간을 잡아먹으면서 출발부터 늦어졌고, 생산과 배치가 시작된 이후에도 기체 개량을 둘러싼 참가국간의 알력 다툼은 여전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전 세계를 덮친 경제위기는 이 계획을 뿌리채 흔들어버렸다. 간단하게 말해서 성능향상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Tranche-3는 해당 목표 생산량을 반으로 갈라서, 선행 생산분인 Tranche-3a와 후속 생산분인 Tranche-3b로 진행하기로 했다.
Trenche에 따른 일괄적인 성능 향상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보니 'Phase Enhancement'라는 이름으로 일단 여력이 닿는 것들부터 하나씩 개발하여 이미 양산, 배치된 Trenche-2,3 기체들에 적용하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되었을 때 나온 결과물을 기존의 Trenche에 따른 성능향상 계획과 비교하면, 비행성능은 Trenche-2 수준, 공대지 전투능력은 Trenche-1과 2의 중간쯤이 되며, 공대공 전투능력만이 Trenche-3에서의 목표성능과 엇비슷해지는데 이 개량을 하기 전에 Trenche-2라고 배치했던 타이푼의 실제 사양은 원래 계획한 Trenche-2의 목표 사양보다 못하고, Trenche-1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는 얘기다. 하지만, 본 계획에서 언급된 개량안들 중 다수는 제작사 차원에서만 언급된 내용이고, 반면 개발 당사국들은 이 계획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지원만 하고 있어서 언제 계획이 완전히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2012년 현재 배치된 타이푼의 다수를 차지하는 Tranche-1의 경우 내부 배선 배치와 거기 맞춘 기체 구조가 후속 개량형들과 달라서 Tranche-2/3로 개량할 수 없다고 한다. 기존 상태에서 성능향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더 추가하고, 유지비가 낮은 부품으로 교체하는 정도가 한계라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개발 4개국 중 어느 한 국가도 총대 메고 나서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유로파이터 자체가 공동의 소유권이기 때문에 굳이 어느 한국가에서 죽어라 노력해서 개발할 동기부여가 적으므로 그저 '남이 해주겠지'란 안일한 생각으로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아래 감축 항목에 따로 나오지만 개발 당사국들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자국의 타이푼의 운용규모와 운용기간을 축소하고 있다. 이런 판에 개량사업에 돈 들일 타당성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2010년 초반까지의 상황을 보자면, Tranche-3b 구성요소 개발에 영국만 겨우 움직였지만 그나마도 영국이 한 것이라고는 2009년에 레이더 시제품 제작비를 1900만 파운드 정도 대준 것 뿐이었다. 더 안습인 것은 영국이 그나마 나서는 이유라는게 자국 공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네들이 안 쓸 물건에 옵션을 붙여서 팔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 옵션이 원래는 기본사양이었다는게 함정 사우디 아라비아 수출분의 요구사양이 원래의 Tranche-3 사양에 제일 근접해있기 때문에 타이푼의 대 사우디 판매에 주도적 역할을 한 영국으로서는 타이푼 개량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영국 입장에선 안 그래도 돈 없어서 자국 공군기체의 개량과 유지에만도 골머리를 앓는 판에 남의 물건에 들일 돈은 없었고,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달러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상세는 아래 참고.
다른 3개국들은 "어차피 쓰지도 않을 물건에 더 이상 돈 쓰기 싫다."는 입장이다.
독일은 이미 2009년에 아예 대놓고 Tranche-3b 생산분은 안 받겠다고 선포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도 Tranche-3b 생산분에 대한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스페인의 경우 이미 들여오기로 결정한 Tranche-3A 생산분을 받아만 두고 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지공격능력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미 보유중인 토네이도를 개량하는 것만으로도 당장의 대지 공격임무는 대응이 가능한데다 그 후속기로 F-35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F-35 개발 투자국에 이미 타이푼의 주요 운용국가인 영국과 이탈리아가 끼어있다. 거기에다 독일과 스페인조차 F-35에 관심을 보였었다. 이 양국의 경우 본격적인 F-35 도입 움직임은 없지만, 그렇다고 타이푼 도입계획을 원상복구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그리고, 독일은 결국 2017년 중반에 F-35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적이 있다.
거기에다 기체 자체의 비행 및 무장제어 체계가 각 개발국마다 따로 개발되어 운용되는 것도 기체 개량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한다. TheyWorkForYou.com에 남겨진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 Tobias Ellwood의 2013년 7월의 발언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엘우드의 발언에 의하면 각 국이 저마다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통에 전체 시스템이 복잡해졌고, 이 때문에 하나의 무장을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공대지 무장의 통합이 지연되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Eurofighter Typhoon | AGGRESSIVE DEMO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