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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이집트 신화(Egyptian Myth)

작성자管韻|작성시간21.01.31|조회수826 목록 댓글 0

03. 이집트 신화(Egyptian Myth)

 

 

 

 

 

 

∎ 네프티스

 

네프티스는 밤을 뜻하고 보이지 않는 것과 죽는 것, 죽은 자를 보호하는 신이다.

 

세트가 왕위에 오르자 이시스는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이시스는 세트의 부하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변장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오시리스를 찾아다녔다.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오시리스는 영원히 죽은 자들의 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관 하나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일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비블로스라는 나라의 강변에 하룻만에 성큼 자란 신기한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에서 나는 향기가 수천 킬로미터까지 풍긴다는 것이다. 이시스는 어쩐지 오시리스의 기운이 느껴졌다. 서둘러 그 강변으로 가보았다.

 

그러나 나무는 이미 베어져 왕궁의 대들보로 사용된 후였다. 절망에 빠져 넋을 놓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비블로스 궁의 시녀들이 빨래를 하러 나온 것이었다.

 

이시스는 시녀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예쁘게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시스가 만진 머리에서는 좋은 향기가 배어나왔다. 궁으로 돌아온 시녀들에게 향기가 나는 것을 알고 왕비가 그 이유를 물었다. 시녀들은 강가에서 만난 여자 얘기를 했다. 왕비는 그녀를 꼭 만나보고 싶어 했다.

 

이렇게 해서 이시스는 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왕비는 한눈에 이시스가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왕비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하는 왕자를 보살펴 달라고 맡겼다.

 

이시스는 그날부터 왕자의 유모가 되어 궁에서 살았다. 밤이 되면 제비로 변해 궁을 날아다니며 오시리스를 찾았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해 왕자의 병을 치료했다. 활활 타오르는 마법의 불 한가운데 왕자를 올려놓고 주문을 외웠다. 아기가 잘 자는지 궁금해 방을 들여다 보던 왕비는 왕자가 불길에 휩싸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비명을 지르며 왕자를 꺼냈는데 이상하게도 왕자는 한 군데도 데인 흔적이 없었다. 그제서야 이시스는 사실대로 말했다.

 

󰡒나는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입니다. 왕자님께 영원히 죽지 않는 마법을 쓰고 있던 참이었어요.󰡓

 

고마워하는 왕비가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자 이시스는 궁전의 기둥 안에 남편의 관이 있으니 가져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왕비는 당장 일꾼들을 시켜 기둥을 잘라냈다. 과연 그 안에서 관이 나왔고, 관 속에는 오시리스가 전혀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마치 자는 것처럼 누워 있었다. 기둥이 있던 곳에는 󰡐발라트 게발(비블로스의 숙녀)󰡑이라는 신전이 세워져 지금까지도 유적으로 남아있다.

 

비블로스(Blues)

 

비블로스는 파피루스의 그리스식 말로 성경을 뜻하는 󰡐바이블󰡑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시스는 진작에 오시리스의 후계자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 가장 분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죽은 자를 살려내는 의식을 통해 오시리스의 아이를 가지기로 했다. 네프티스와 아누비스, 토트 등이 이시스를 도왔다. 그 중에서도 네프티스가 낳은 아들 아누비스는 자신을 친자식처럼 보호해 주고 상처받은 어린 마음을 잘 다독여 주었던 이시스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아누비스는 오시리스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조각난 몸을 잘 모아 붙이고 기름을 발라 정성스럽게 문질렀다. 그런 다음 흰 붕대로 정갈하게 싸서 미라를 만들었다. 아누비스가 만든 첫 미라였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미라 앞에서 죽은 자를 살려내는 주문을 외우고 제사를 지냈다. 제사가 끝날 즈음, 어디선가 이시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시리스가 다시 눈을 뜬 것이다. 이시스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커다란 매로 변했다. 그리고는 큰 날개를 펴서 살포시 오시리스의 몸 위에 앉았다. 둘은 마침내 왕위를 이어받을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이시스는 자신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남편의 시신을 숨겨두기로 했다. 델타의 갈대숲에 관을 숨겨두고 물의 신들에게 번갈아 가며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 토트(Thoth) 신

 

따오기 또는 비비(원숭이과의 짐승)의 머리를 지녔다. 수학⋅과학⋅의학⋅천문학 등 지식과 지혜를 탄생시킨 신이면서 통역의 신이기도 하다.

 

어느 날 세트가 사냥을 나왔다가 갈대숲에 숨겨져 있는 오시리스의 관을 발견하고 말았다. 달빛 아래 드러난 관을 보고 세트는 이시스가 자신의 남편을 찾았다는 걸 알아챘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세트는 오시리스의 시신을 14조각으로 잘라서 나일 강에 득실거리는 악어들에게 던져 주었다. 시신이 없으면 부활할 수도 저승의 세계로 갈 수도 없으니 제 아무리 오시리스인들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어들은 시신을 먹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그 몸의 주인이 위대한 신 오시리스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신은 나일 강을 따라 흘러가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늦게 관이 없어진 사실을 안 이시스는 통곡했다.

 

󰡒잔인하고 못된 세트, 내가 꼭 남편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이시스는 나일 강가에서 나는 파피루스로 배를 엮어 타고 다니며 남편의 시신을 하나하나 찾아냈다. 가볍고 조용한 파피루스 보트는 나일 강을 구석구석 훑었다. 악어들은 이시스가 탄 보트를 보호하고 건드리지 않았다. 나일 강의 악어들은 그 후로도 파피루스 보트는 절대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이시스가 남편을 찾아 헤매 다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시리스의 조각난 시신을 모두 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시스는 시신 조각을 찾을 때마다 그 곳에 비석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세트와 그의 부하들이 오시리스의 몸 조각들이 완전히 흩어졌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집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오시리스 무덤은 이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마침내 13개의 조각을 찾아냈는데 마지막 한 조각, 남근 부분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이시스는 나머지 한 조각을 제외한 시신 13조각을 모아 다시 미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는 의식을 행했다. 아내의 지극한 제사 덕분에 오시리스는 마침내 죽은 자들의 세계인 두아트로 갈 수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이 범람하는 이유가 오시리스의 부활을 축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시리스의 관이 숨겨져 있던 갈대숲에 가면 이따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도 한다.

 

한편 오시리스의 장례를 치른 후 이시스는 세트를 피해 몸을 숨겼다. 습지에 숨어 살면서 호루스를 낳았고 호루스가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지냈다. 이시스의 바램은 오직 하나, 호루스가 왕위를 되찾아서 남편의 원수를 갚아주는 것이었다.

 

∎ 시련의 왕자 호루스(Horus, Horos)

 

오시리스가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가고 난 후 이시스는 혼자 힘으로 아들을 낳았다. 이 아기를 누트가 낳은 대(大)호루스와 구별하여 어린 호루스라고 불렀다. 세트가 이시스를 가둬놓고 호루스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이시스는 토트의 도움을 받아 일곱 마리 전갈과 함께 감옥에서 도망쳤다.

 

어린 호루스는 아직 어려서 힘이 없기 때문에 이시스의 마법에 의해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시스는 아들을 파피루스 늪지대에 숨기고 마법을 걸어 세트가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루스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세트가 아니었다. 세트는 파피루스 숲에 수백 마리의 독사를 풀어넣었다. 이시스가 없는 틈을 타 어린 호루스를 물도록 한 것이다. 뱀에게 물려 온 몸에 강한 독이 퍼진 호루스는 사경을 헤맸다. 이시스는 마법을 걸어 독을 풀어보려 했지만 그 독은 어떤 마법으로도 풀리지 않았다. 이시스는 태양신 라를 향해 울부짖었다.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남편도 죽고 동생인 세트는 적이 되고 세상에 남은 것은 나 혼자입니다. 제 아들 호루스까지 죽으면 저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입니다. 태양신 라시여, 부디 당신의 권능으로 저를 불쌍히 여겨 제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땅 위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후 시간의 돛단배를 타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던 태양신 라는 세상을 울리는 슬픈 그 외침에 깜짝 놀라서 멈췄다. 온 세상의 시간이 멈추었다. 라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해결해 주라고 급히 토트를 내려 보냈다.

 

토트는 호루스의 몸속에 들어간 독이 이시스의 마법으로도 풀 수 없는 강력한 것이라는 걸 알고 태양신 라의 힘을 빌려주었다. 이시스가 태양신 라의 이름으로 강력한 주문을 외우자 호루스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숲의 모든 동물과 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멈추었던 라의 돛단배도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호루스는 이후로도 계속 라의 마법으로 보호를 받았다.

 

∎ 파피루스(Cyperus papyrus)

 

파피루스는 지중해 연안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고 속을 가늘게 찢은 뒤, 엮어 말려서 매끄럽게 다듬어 파피루스 종이를 만들었다. 파피루스는 종이뿐 아니라 보트⋅돛대⋅매트⋅의류⋅끈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독사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던 호루스는 사실 죽은 자들의 세계인 두아트에 가서 아버지 오시리스를 만나고 돌아왔다. 저승의 세계에서 아들을 처음 만난 오시리스는 호루스에게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부모가 세트에게 받은 탄압을 이야기해 주었고 복수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호루스가 두아트에서 돌아온 후에도 오시리스는 종종 어둠을 틈타 아들에게로 와서 정신 교육을 시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호루스는 늠름한 신으로 자랐다. 매의 머리를 한 이 청년 신은 자기가 파라오 오시리스의 아들이라는 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호루스는 점점 강해졌다. 지금은 잠시 삼촌인 세트가 왕권을 가로채고 있지만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쓰는 이중관은 자신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의 이중관은 통일 이집트를 다스리는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 북쪽 왕을 의미하는 하얗고 둥근 관과 남쪽 왕을 의미하는 붉은 관을 겹쳐 쓴다. 호루스가 이렇게 정신무장으로 커가고 있는 동안, 어머니인 이시스 역시 마법의 힘으로 호루스를 적극 도와주었다.

 

파라오는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이중관을 머리에 쓴다. 북쪽을 상징하는 하얗고 높은 관과 남쪽을 상징하는 붉은 관은 통일된 이집트를 의미한다. 하얀 관 앞에는 코브라가 입을 벌리고 위협적으로 서 있는데, 이는 모든 위험에서 파라오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호루스는 이집트 파라오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정식으로 신들의 법정에 호소했다. 신들은 대체로 호루스가 오시리스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신들은 절대왕권을 상징하는 반지와 왕관을 호루스에게 내주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세트는 형 오시리스의 뒤를 이어 자신이 왕이 되는 게 맞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신들은 고민 끝에 판정의 여신 네이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네이트는 하(下)이집트의 가장 나이 많은 여신이다. 네이트의 답신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가 왕위를 계승하지 않으면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세트에게는 위로의 댓가로 라의 두 딸을 아내로 주도록 하세요.󰡓

 

사실 라는 이시스의 계략으로 얼떨결에 왕위를 내준 것이 두고두고 억울했다. 그런데 그녀의 아들 호루스가 파라오의 대를 잇는 것이 반가울리 없었다. 믿음직하고 강한 세트를 왕으로 밀고 싶었다. 특히 자신이 지하 세계를 여행할 때 호시탐탐 공격하려는 뱀 아포피스를 막아줄 신은 세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루스가 아직 젖비린내 나는 어린애라서 왕권을 행사할 수 없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그 말에 이시스를 비롯한 다른 신들이 심하게 화를 냈다. 심지어 어떤 신은 라에게 아무도 당신을 숭배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라는 신들이 반발하자 매우 상심했다. 완전히 토라져서 이시스를 빼고 나머지 신들끼리 다시 얘기하자고 말했다. 결국 라의 결정에 따라 외딴 섬에서 신들이 2차 회의를 하게 되었다.

 

신들은 회의 장소를 한 외딴 섬으로 옮기고 뱃사공에게 절대로 이시스가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당부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이시스가 아니었다. 그녀는 마법을 부려 꼬부랑 할머니로 변신했다. 그리고는 뱃사공에게 금반지를 슬쩍 건네며 섬에 있는 목동에게 먹을 것을 갖다 줘야 하니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뱃사공은 어떤 여자도 건너게 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보아하니 이 할머니는 이시스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사공은 금반지를 받고 강을 건너게 해주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이시스는 이번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했다. 마침 신들이 회의를 쉬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세트에게 다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절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저 아랫마을 사는 목동의 미망인인데 어떤 낯선 남자가 내 남편의 소를 빼앗고 아들을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위협하고 있어요. 부디 저와 제 아들이 남편의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다혈질인 세트는 그 말을 듣고 길길이 뛰었다.

 

󰡒아니 무슨 그런 나쁜 놈이 있지? 아버지의 뒤를 잇는 건 아들의 정당한 권리인데 남의 것을 거저먹으려고 들다니! 당연히 아들이 집과 소를 모두 가져야지.󰡓

 

그순간 , 이시스는 새로 변신해서 나뭇가지에 앉았다.

 

󰡒세트, 호루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궁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분명히 네 입으로 말했겠다!󰡓

 

세트는 이시스의 덫에 걸려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노발대발하며 이시스에게 욕을 해댄 세트는 이번에는 호루스와 단둘이 결판을 내자고 했다.

 

∎ 세트와 호루스의 대결

 

세트는 호루스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우리 하마로 변신해서 누가 더 오래 물속에서 버티나 내기하자.󰡓

 

석 달이 되기 전에 물속에서 나오면 무조건 상대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하기로 약속했다. 둘은 동시에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그러나 세트에게 한두 번 당한 게 아닌 이시스는 혹시나 음흉한 세트가 물속에서 자신의 아들 호루스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는 작살로 세트가 있을 법한 지점을 내리 찍었다.

 

󰡒아이쿠!󰡓 물속에서 호루스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시스는 아차 싶어서 얼른 마법으로 작살을 빼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곳을 내리꽂았다. 󰡒으악!󰡓 이번에는 제대로 세트에게 꽂혔다. 작살에 찔린 세트가 눈물을 찔끔대며 이시스에게 간청하기 시작했다.

 

󰡒이시스, 그래도 우리가 한 배에서 나온 남매간인데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니?󰡓

 

피를 흘리는 세트를 보고 이시스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오빠인데, 이시스는 고민하다 작살을 거둬들였다.

 

그런데 이시스가 작살을 거둬들이는 것을 본 호루스가 물속에서 튀어나와 미친 듯 화를 냈다. 길길이 날뛰던 호루스가 이성을 잃고 이시스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는 휘적휘적 어디론가 가버렸다. 세트는 호루스의 뒤를 밟았다. 어느 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호루스를 발견하고 그의 두 눈을 파내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었다. 그러자 거기서 연꽃이 피어났다.

 

두 눈이 없는 호루스는 이제 더 이상 세트의 적수가 아니었다. 세트는 왕궁으로 돌아와서 호루스가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 이시스의 머리를 내리치고 도망갔다고 동네방네 얘기하고 다녔다. 이런 불효막심한 놈을 왕위에 앉힐 수는 없다고 떠들어댔다. 신들은 동요했고 모든 것이 세트의 뜻대로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눈을 잃고 사막에 버려졌던 호루스는 여신 하토르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났다. 하토르가 암 영양의 젖으로 호루스의 눈을 문지르자 다시 눈이 생겨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토르는 호루스를 왕궁으로 데려다주고 세트가 한 행동을 라와 다른 신들 앞에 낱낱이 일러바쳤다. 라는 세트와 호루스를 불러들여 당장 싸움을 중지하라고 명령했지만 세트는 절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아 왕의 자리에 앉아 있고 싶었던 것이다.

 

∎ 호루스의 눈

 

호루스의 눈은 고대 이집트 지역의 힘과 수호의 상징이다. 독수리의 눈과 이것을 둘러싼 눈썹, 눈 아래에 보이는 눈물로 구성되어 있다. 태양신 라와 관련되어 태양으로도 표현하며 왼쪽 눈은 달과 토트신을 의미한다. 일명 󰡐지혜의 눈󰡑이라 불리며 악귀를 물리쳐 준다고 믿어서 장례식과 미라 장식으로 사용되곤 했다.

 

세트는 화해의 술이나 한 잔 하자며 호루스를 집으로 부른다. 향연이 무르익었을 즈음 세트는 호루스의 허벅지를 손으로 더듬으며 우롱했다. 세트가 어린 자신을 우롱하려는 걸 눈치챈 호루스는 한 술 더 떠서 세트의 정액을 받아냈다. 그 정액을 수풀 속에 던져 버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정액을 받아서 세트가 좋아하는 채소밭에 뿌려놓고 세트가 이 채소를 먹게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세트는 다른 신들 앞에서 자신의 정액이 호루스의 몸속에 있다고 떠벌렸다. 물론 호루스를 망신주려는 계략이었다. 호루스가 나서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오히려 자신의 정액이 세트의 몸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어리둥절해진 신들은 두 사람의 정액을 불러보기로 했다. 세트가 의기양양해서 자신의 정액을 부르자 이게 웬일! 호루스의 몸속이 아닌 수풀 속에서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호루스의 정액을 부르자 금으로 된 원반 모양의 호루스 정액들이 세트의 이마에서 튀어나왔다. 세트는 조카 호루스를 망신주려다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버린 것이다.

 

세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이번에는 돌로 배를 만들어 경주하자고 제안했다. 호루스는 잔꾀를 부려 나무로 배를 깎은 후 석회 가루를 발라 배를 띄웠다. 힘은 세지만 꾀는 부족한 세트는 호루스보다 훨씬 더 큰 돌을 깎아 배를 만들었다. 당연히 호루스의 배는 뜨고 세트의 배는 가라앉았다. 속은 걸 알고 화가 난 세트는 호루스의 배를 산산조각내 버렸다. 호루스는 작살로 세트를 마구 찔렀다.

 

󰡒내 두 눈과 어머니의 목을 치게 만든 죗값을 치르게 하리라!󰡓

 

호루스는 자신이 이성을 잃고 어머니 이시스의 머리를 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들은 호루스가 더 이상 작살을 휘두르지 말도록 경고했다.

 

󰡒이제 됐다. 더 이상의 살육은 용서하지 않겠다. 세트, 너는 호루스와의 경합에서 완전히 졌음을 인정하라. 그리고 호루스는 자비를 베풀어 세트를 살려주라.󰡓

 

만신창이가 된 세트는 신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졌으니 왕의 자리를 포기한다고 인정했다. 세트를 가엾게 여긴 라는 세트에게 자신의 배 제일 앞자리를 내주었다. 이렇게 해서 백 년을 끌던 두 신의 전쟁은 막을 내리고 호루스가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었다.

 

∎ 태양신의 막내딸 하토르(Hathor)

 

세트와 호루스의 전쟁에서 가장 질려 버린 신은 태양신 라였다. 이 늙은 신은 힘센 세트가 왕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신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네이트(Neith) 여신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발했다. 게다가 인간들의 마음도 변하고 있었다. 라가 늙어서 이제는 자신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대접을 소홀히 하고 심지어는 다른 신을 섬기기까지 하는 것이다.

 

태양신은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시는 떠오르는 일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자 세상은 난리가 났다. 태양이 떠오르지 않으니 모든 것이 암흑이었다. 곡식도 자랄 수 없었다. 시간도 멈춰 버렸다. 그때 라를 달래기 위해 나타난 여신이 바로 하토르(Hathor)다.

 

하토르는 라가 태초에 슈와 테프누트를 만들고 나서 자신의 눈으로 만든 딸이다. 기쁨과 사랑의 여신 하토르는 아버지 라에게로 가서 온갖 애교를 부리며, 아름다운 춤으로 라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사랑하는 딸의 애교에 화가 풀린 라는 다시 떠오르기로 한다. 대신 자신을 화나게 한 인간을 응징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예전에 물에 빠진 슈와 테프누트를 구해준 하토르에게 라의 명령을 집행할 권한을 준 일이 있다. 라는 하토르에게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준 권한을 맘껏 이용하라고 하토르를 부추긴다.

 

머리에 암소의 뿔과 황금 원반을 두른 아름다운 여신 하토르는 라의 명령을 집행할 때는 무시무시하고 힘이 센 암사자로 변한다. 하토르는 암사자로 변해서 라를 무시한 인간들을 응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온 세상이 비명과 피로 얼룩졌다. 인간들은 사막으로 도망가면 하토르는 끝까지 쫓아가서 그들을 잡아먹었다. 인간의 피 맛에 길들여진 암사자를 아무도 제어할 수 없었다.

 

이쯤 되자 라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인간들을 혼내주고 싶었을 뿐 완전히 멸망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제사장들에게 술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보리로 술을 만들어라. 오커의 즙을 짜서 거기에 섞어라.󰡓

 

오커는 물감의 원료가 되는 붉은색 황토다. 보리로 만든 술에 오커를 섞으니 마치 피같이 보였다. 하토르가 잠든 사이 그 술을 사방 웅덩이마다 채워두었다. 잠에서 깨어난 하토르는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을 보고 피라고 생각했다. 허겁지겁 마셔보니 피를 먹었을 때보다 맛있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곤 잔뜩 술에 취해서 인간들을 응징하는 일 따위는 잊어버렸다.

 

마침내 하토르가 라의 궁으로 돌아가 곯아떨어지자, 인간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그때부터 인간들은 라와 하토르를 잊지 않고 술로 감사의 제사를 올렸다. 어느 날 하토르는 사막에서 신음하고 있는 호루스(Horus)를 구해준다. 호루스는 세트의 공격을 받아 눈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하토르는 호루스의 눈을 치료해 주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원시시대 어느 해 이집트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7년이나 계속된 가뭄 때문에 땅은 메마르고 곡식은 타들어갔다. 파라오 조세르는 가장 절친한 친구 임호테프에(Imhotep)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움을 청했다. 임호테프는 최초로 계단식 피라미드를 만든 건축가이자 학자다. 그는 신전에 쌓여 있는 파피루스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은 후 조세르에게 돌아왔다.

 

󰡒파라오시여,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나일강 남쪽 끝 엘리판티네 섬에 나일 강의 범람을 주관하는 크눔 신이 산다고 합니다. 크눔 신이 앉아있는 신전 아래에서 나일 강이 시작됩니다.󰡓

 

조세르는 몹시 기뻐하며 당장 크눔 신에게 제사지낼 준비를 시작했다. 그날 밤, 조세르의 꿈에 숫양 머리를 한 크눔 신이 나타났다.

 

󰡒나는 진흙으로 너희 인간을 빚은 크눔이다. 요즘 들어 너희들이 나를 자주 잊어버리고 서운하게 했다. 그래서 내가 7년 동안 나일 강을 막아두었던 것이다. 나를 위해 신전을 짓고 정성들여 제사 지내면 나일 강을 풀어 주리라.󰡓

 

조세르는 당장 엘리판티네 섬으로 가서 크눔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그 섬을 크눔 신의 성지로 정하고 소출의 10분의 1을 바치게 했다. 그러자 비가 쏟아지고 막혔던 나일 강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후 나일 강은 어김없이 범람해 농사가 잘 되게 해주었다.

 

고왕국 시대의 쿠푸 왕은 사후에 자신의 미라를 보관할 계단식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제디(Djedi)라는 마법사가 피라미드에 관한 중대한 비법을 안다는 얘길 듣고 아들 호르데데프(Hordedef)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했다.

 

제디는 110살 노인이었지만 아주 건강한 대식가였다. 하루에 빵 오백개와 소 반 마리, 맥주 백 통을 먹어치웠다. 집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던 제디는 쿠푸 왕이 청한다는 얘길 듣고 자신의 책들을 챙겨 호르데데프를 따라 나섰다.

 

󰡒오! 그대가 마법사 제디냐? 듣자니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냐?󰡓

 

쿠푸 왕은 제디에게 그 사형수의 목을 베었다가 붙여보라고 했다. 그러자 제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소중한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하지 않습니다.󰡓

 

제디는 시종에게 거위 한 마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거위의 목을 잘라 머리는 동쪽에 놓고 몸은 서쪽에 놓았다. 그가 주문을 외우자 거위의 몸과 머리가 움직이더니 철컥 붙어버렸다. 이번에는 황소를 가져오라고 해서 같은 방법으로 목을 베어 떨어뜨려 놓았다. 주문을 외우자 역시 황소의 몸과 머리가 스스로 움직여 철썩 붙어 버렸다. 제디의 능력에 감탄한 쿠푸는 피라미드의 비밀의 방에 관해 얘기해 달라고 졸랐다. 그러자 제디는 이렇게 말했다.

 

󰡒비밀의 방을 만드는 비법은 헬리오폴리스 태양 신전의 창고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나올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태양신을 모시는 사제의 아내가 곧 아이 셋을 낳을 것인데 그 중 한 명이 파피루스를 꺼내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집트의 왕위가 그 아이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말을 듣고 쿠푸는 근심에 싸였다. 그러자 제디는 쿠푸와 그의 아들, 손자는 왕위를 이어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쿠푸는 제디가 남은 여생을 궁에서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매일 많은 음식들을 제공해 주었다. 제디의 예언대로 그날 밤 사제의 아내 루데데트(Rudedet)가 세 아들을 낳았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큰 아들 우세르카프(Userkaf)가 신전에서 놀다가 피라미드의 비문이 적힌 파피루스 더미를 발견했다. 덕분에 쿠푸 왕은 자신의 피라미드를 무사히 완성했다. 우세르카프는 사제가 되어 쿠푸 왕의 대 피라미드를 착공할 때 그 비문을 읽었다.

 

또한 대사제가 되어 카프레(Khafre, 쿠푸의 아들)의 대 피라미드 착공식에서도 비문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 멘카우레(Menkaure, 쿠푸의 손자)의 피라미드를 위해서도 비문을 읽었다. 멘카우레가 죽자 우세르카프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었다. 그가 바로 고왕국 제5왕조의 첫 파라오 우세르카프다. 그의 비문 덕분에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대 피라미드는 그 비밀을 간직한 채 굳건히 서 있는 게 아닐까.

 

∎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기자의 세 피라미드

 

쿠푸의 대 피라미드, 그의 아들 카프레, 손자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다. 멘카우레의 피라미드 옆에는 왕비들을 위한 작은 피라미드 셋이 있다. 피라미드는 약 2백만 개 이상의 돌을 쌓아서 지었다. 돌 한 개의 무게는 평균 2500kg. 대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 건물로 높이가 137m에 이른다. 대 피라미드 짓는 데 약 23년이 걸렸다고 한다. 피라미드 정점 부근에 미라를 보관하는 파라오의 방이 있다.

 

신왕국시대 투트모세 1세(Thutmose I)는 아시아와 누비아 지역을 정복한 막강한 파라오였다. 그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딸인 하트셉수트(Hatshepsut) 공주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전쟁이나 정복에 관한 얘기를 아주 좋아했다. 그녀는 왜 여자는 파라오가 될 수 없는지 늘 불만이었다. 자신도 최고통치자의 자리에 올라 신과 교류하고 다른 나라를 정복해 나갈 자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버지 투트모세 1세가 죽자 당연하다는 듯 오빠인 투트모세 2세가 파라오가 되었다. 그녀의 오빠는 워낙 몸이 약해서 늘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파라오가 된 지 4년 만에 그만 죽어버렸다. 오빠의 아들은 너무 어려서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었다. 하트셉수트는 이때다 하고 나섰다.

 

󰡒조카가 커서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이 나라를 통치하겠다.󰡓

 

하트셉수트는 조카가 자랄 때까지만 대신 통치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조카가 왕위를 물려받아야 할 순간이 오자 완강히 버텼다.

 

󰡒태양의 신 라가 내게 상하 이집트의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니 내가 이 땅의 파라오다.󰡓

󰡒안 됩니다. 여자는 통치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제사장을 비롯한 신하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자 하트셉수트는 아름다운 옷을 모두 벗어 버리고 남자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짜 수염을 달고 왕좌에 앉았다. 이렇게 해서 하트셉수트가 최초의 여자 파라오가 되었고 이 시기에 이집트는 크게 번성했다.

 

그녀는 상하 이집트를 통합하고, 신권과 왕권, 군사권을 모두 휘어잡는 강력한 파라오가 되었다. 나일 강을 이용하여 많은 나라들과 교역을 하여 상업을 활성화했다. 그녀의 무덤 벽화에는 전설의 나라 푼트와 교역한 그림이 다수 나온다. 하트셉수트는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다. 카르낙 아몬 사원(Karnak Amon Temple)에 세워진 오벨리스크(Obelisk), 룩소르와 카르낙 사이에 세워진 성벽과 중간 성소, 벤하산 근처의 암벽 사원, 수단 북부 누비아의 부헨 사원 등 많은 건축물들이 하트셉수트 전성기 때 지어졌다.

 

그러나 하트셉수트는 통치 20년 만에 파라오에서 물러난다. 그녀의 뒤를 이은 투트모세 3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하트셉수트의 치세를 상징하는 모든 건축물을 파괴하고 훼손하였다. 그래서 이집트 왕의 목록에서조차 그녀의 이름이 빠진 채로 투트모세 2세 다음에는 투트모세 3세가 기록되어 있다.

 

∎ 투트모세 4세의 약속(Thutmose IV)

 

신왕국 시절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에게는 투트모세라는 배다른 동생이 있었다. 그는 잘 생기고 기개가 넘치고 남자다운 성품을 지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그 때문에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렸으며, 심지어 그를 죽이려는 음모까지 있었다.

 

어느 날, 파라오를 비롯한 왕실 식구들이 모두 멤피스에 머물 때였다. 투트모세는 화려한 행렬을 뒤로 하고 사막 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한참 달리다보니 기자의 언덕에 다다르게 되었다. 기자의 언덕에는 고왕국 시대의 파라오인 쿠푸와 그의 아들 카프레, 손자 멘카우레의 피라미드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만히 피라미드를 바라보고 있던 투트모세는 다시 마차를 몰아 스핑크스 쪽으로 갔다. 형제들의 시기에 시달리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어디엔가 털어놓고 싶었던 것이다. 스핑크스는 오랜 세월동안 모래바람을 맞아 목과 얼굴만 겨우 솟아 있었다. 투트모세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한참 기도를 하다 보니 너무나도 피곤해 스핑크스의 그림자 아래서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인가 현실인가? 거대한 스핑크스가 목을 움직이더니 눈을 반짝 빛내며 투트모세에게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스핑크스는 투트모세에게 파라오가 되게 해줄테니 자신의 몸의 덮고 있는 답답한 모래들을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스핑크스의 예언대로 투트모세는 왕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신왕국시대의 투트모세 4세다. 왕위에 오르자마자 투트모세는 약속대로 스핑크스의 모래를 걷고 그 앞에 붉은 화강암 비석을 세웠다. 거기에는 투트모세 4세가 스핑크스와 한 약속, 왕위에 오른 경위 등이 상형문자로 기록되어 있다.

 

∎ 람세스 2세와 네페루 라

 

람세스 2세는 신왕국 말기의 전성기를 마음껏 누린 파라오다. 넓은 영토를 통치하며 주변국들의 충성과 복종의 표시로 많은 공물을 거둬들이는 게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크탄이라는 나라의 왕이 공물과 함께 자신의 딸을 데려왔다. 람세스는 그녀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했다. 그녀에게 󰡐위대한 신 라가 선물한 미녀󰡑란 뜻의 󰡐네페루 라(Nefelu Ra)’는 고대 이집트 언어로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뜻 ‘네페르타리(Nefertari)’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15년쯤 지난 어느 날, 바크탄에서 사신이 찾아왔다. 그 사신 말이 네페루 라의 여동생 벤트라시가 알 수 없는 병으로 위독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집트에는 병을 고치는 주술사가 많았다. 람세스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바크탄으로 보냈다.

 

주술사가 바크탄에 도착하고 보니 공주의 몸에는 지독한 악귀가 들어서 도무지 빠져나올 생각을 안했다. 주술사는 치료를 포기하고 바크탄의 왕에게 말했다.

 

󰡒공주님을 고칠 주술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 남부 테베에 살고 있는 콘수 신에게 부탁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크탄 왕은 이집트로 다시 사신을 보내어 콘수 신의 도움을 청해 달라고 전했다. 람세스 2세는 파라오의 자격으로 콘수 신 앞에 나아갔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콘수 신에게 기도했다.

 

󰡒달의 신 콘수여, 제가 가장 사랑하는 네페루 라 왕비의 여동생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당신의 영혼 카가 이 작은 동상으로 옮겨와 바크탄으로 가시어 벤트라시 공주의 몸에서 악귀를 몰아내 주십시오.󰡓

 

람세스의 절절한 기도가 끝나자 놀랍게도 콘수 신전의 조각상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콘수 신의 영혼 카가 작은 조각상에 옮겨졌다. 사람들이 모든 예를 갖춰 그 조각상을 바크탄으로 옮겼다. 콘수의 조각상이 바크탄에 도착해 벤트라시 공주의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악귀가 스스로 공주의 몸에서 빠져나와 엎드렸다.

 

󰡒위대한 콘수 신이시여, 이제 다시는 공주를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 소원이 있는데, 부디 이 나라 사람들이 매년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해 기도하도록 해주십시오.󰡓

 

그 말을 전해들은 바크탄의 왕은 즉시 그 날을 악귀의 날로 정하고 제물을 바쳐 위로했다. 그러자 악귀는 멀리 사라지고 공주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나았다. 바크탄 왕은 콘수 신이 가능하면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콘수 조각상을 보내는 걸 차일피일 미루었다. 3년 5개월이 지난 어느 날 , 콘수 신이 바크탄의 왕에게 말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테베다. 나는 지금 즉시 그곳으로 돌아가겠다.󰡓

 

그러더니 콘수의 영혼 카가 황금 매의 모습으로 날아올라 테베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제야 바크탄 왕은 자신의 욕심이 과했음을 깨닫고 조각상과 많은 선물을 이집트로 보냈다.

 

아부심벨 대신전 입구에 있는 람세스 2세의 좌상 발치에는 아내인 네페루 라를 비롯해 가족들이 새겨져 있다. 아스완댐 건설에 따라 수몰의 위기에 있었는데 유네스코와 현대공학의 협력으로 1963∼1966년에 이 신전을 원형 그대로 70m를 끌어올려 영구히 보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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