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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 이야기

03. 북유럽 신화(Norse mythology)

작성자管韻|작성시간21.01.31|조회수982 목록 댓글 0

03. 북유럽 신화(Norse mythology)

 

 

 

 

 

 

 

켈트인의 독특한 내세관

 

켈트인들이 생각하는 내세는 현실과는 아주 다른 장소이다. 이들은 그곳을 󰡐안개 너머 저편에 있는 곳󰡑으로 생각하곤 했다. 신족인 투아다 데 다난족이 게일족에게 패한 뒤, 게일인은 아일랜드에서 눈에 보이는 부분을 다스리게 되었고, 다난족은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이나 바다 너머에 있는 지역을 다스리게 되었다. 다난족이 다스리는 그곳을 저승이라고 했는데, 동굴이나 호수, 바다, 요정의 언덕인 󰡐시이(sidh)󰡑를 통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켈트인의 저승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옥의 이미지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곳은 신과 요정들이 사는 세상으로, 젊음과 생명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사냥과 잔치가 계속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도 질병도 알지 못했다.

 

∎《침략의 서》에 등장하는 켈트 신들

 

아일랜드는 여섯 차례에 걸쳐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의 침략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아일랜드를 침략한 사람들의 지도자는 노아의 아들인 비스였다. 비스는 아버지 노아의 방주를 못 타게 되자 딸 케시르의 조언대로 우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우상도 신이 노아에게 한 것과 똑같은 말을 했다. 곧 대홍수가 올 테니 배를 만들라는 거였다. 언제 대홍수가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스는 배를 만들어 라드라와 핀틴이라는 두 남자와 딸 케시르를 포함한 51명의 여자들을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

 

7년을 항해하여 아일랜드에 도착한 그들은 땅과 여자들을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곧 대홍수가 닥쳐와 모든 사람들이 죽었고 케시르의 남편이었던 핀틴(Pintin)만이 살아남았다. 핀틴은 그 후 연어와 독수리와 매로 차례차례 변하면서 5500년을 더 살았다.

 

두 번째로 아일랜드를 침략한 것은 파르솔론(Pharsolon)족이었다. 파르솔론족 역시 노아의 후손으로, 그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아일랜드는 남서쪽의 󰡐먼스터(Munster) 󰡑 , 서쪽의 󰡐코노트(Connacht)󰡑 , 동쪽의 󰡐렌스터(Leinster)󰡑 , 북쪽의 󰡐얼스터(Ulster)󰡑 , 중앙의 󰡐미스(Myth)󰡑 다섯 주로 나뉘었다. 그 후로 네베드족, 포모르족, 피르볼그족 등이 아일랜드에 왔고, 켈트족이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신족인 투아다 데 다난(Tuatha De Danan)족이 먼 곳으로부터 아일랜드로 침략해왔다.

 

오늘날 켈트 신화들은 모두 11세기와 12세기 수도원의 기독교 수도사들에 의해 편찬된 이야기 집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켈트 신화에 노아의 홍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12세기에 《침략의 서》를 편찬한 기독교 수도사들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투아다데다난󰡑 족은 북방에 있는 네 개의 도시인 팔리아스(Falias)와 고리아스(Gorias) 피니아스(Finneas)와 무리아스(Murias)로부터 네 개의 보물을 가져와 아일랜드를 침범했다. 팔리아스에서는 정당한 왕위 계승자가 그 위에 올라서면 소리를 지르는 운명의 돌을 가져왔고, 고리아스에서는 󰡐루그󰡑 신의 무적의 창을 가져왔다. 피니아스에서 가져온 것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누아다󰡑의 마법의 검이었고, 무리아스에서는 끝없이 음식을 만들어내어 대군을 먹일 수 있는 󰡐다그다󰡑의 큰 솥을 가져왔다.

 

투아다 데 다난이 아일랜드에 온 것은 벨타인 축제의 첫날인 5월 1일이었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다난족은 당시 피르볼그(Fir Bolg)족이 지배하고 있던 아일랜드의 서쪽 코노트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서로 사절단을 보내 무기를 교환하고 평화적으로 만났으나, 아일랜드 땅의 절반을 달라는 다난족의 요구를 피르볼그족이 거부하자 모이티라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피르볼그족은 다난족의 뛰어난 무기를 복제해야 했기 때문에 전투는 석 달 동안 유예되었다. 다난족 역시 피르볼그족의 무기에 대항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마침내 전투가 시작되었다. 양쪽 모두 용감하게 싸워 많은 전사들이 부상당해 쓰러졌다. 날마다 싸움이 끝나면 양쪽 의사들은 약초를 달인 물에 부상자를 목욕시켰고, 그러면 부상자들은 곧 회복되어 다음날 다시 싸울 수 있었다. 양쪽은 사흘 동안 싸웠지만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나흘째 되는 날 다난족이 피르볼그족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마침 피르볼그의 왕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마시러 전쟁터를 떠났다. 이를 본 다난족의 군대가 뒤쫓아가서 격렬한 전투 끝에 왕을 죽였다. 다난족의 왕 누아다(Nuadha)도 전투 중에 오른팔을 잃었을 만큼 치열한 전투였다. 결국 두 부족은 평화협정을 맺는 데 동의했으며, 다난족은 피르볼그족이 코노트에 살 수 있게 해 준 후 아일랜드의 나머지 지역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 삼하인(Samhain) 축제 (11월 1일) : 켈트족의 일년이 시작되는 날. 묵은 해가 끝나고 새 해가 시작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불을 모두 껐다가 켰다. 전날인 10월 31일 밤에는 온갖 신들과 정령들이 돌아다니며 장난을 친다고 믿었다. 오늘날 할로윈(Halloween)의 기원이 되었다.

 

• 임볼그(Imbolg) 축제 (2월 1일) : 봄의 시작을 알리고 새끼양의 탄생을 축하한다.

 

• 벨타인(Beltane) 축제 (5월 1일) : 빛의 축제. 여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날로 오늘날의 노동절에 해당한다.

 

• 루그나사드(Lugnasd) 축제 (8월 1일) : 수확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로 처음 수확한 과일을 바친다. 후에 기독교적으로 변질되어 추수감사절이 되었다.

 

의사 디안 게트는 전투에서 팔을 잃은 누아다에게 은으로 된 팔을 새로 만들어 주었지만 온전한 팔은 아니었다. 신체가 온전하지 못한 자는 왕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누아다는 왕위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누아다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자는 아름답고 완전한 육체를 가진 󰡐브레스(Bres)󰡑였다. 브레스라는 이름은 󰡐아름답다󰡑는 뜻이었다. 브레스의 어머니 에리우(Eriu)는 다난족이었고 아버지는 포모르족(Fomorians)의 왕 엘라한(Elahan)이었다.

 

먼 옛날 에리우가 바다를 보고 있을 때 엘라한이 빛나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 금발 머리에 아름다운 옷을 입은 엘라한을 보고 에리우는 사랑에 빠져 버렸다. 에리우는 곧 엘라한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엘라한은 에리우에게 반지를 주며 태어날 아기에게 주라고 하고는 다시 배를 타고 떠나버렸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가 브레스이다.

 

왕이 된 브레스는 비열하고 매정한 왕이었다. 투아다 데 다난에게 가혹한 세금을 요구했고, 다난족의 신들까지도 중노동에 시달리게 했다. 큰 솥의 주인이자 풍요의 신인 다그다는 브레스의 성 주변에 참호를 파야했고, 전쟁의 신 오그마는 브레스를 위해 장작을 날라야 했다. 아일랜드는 이렇게 점점 황폐해져 갔다.

 

브레스는 너무나 인색하여 왕궁을 방문하는 사람을 제대로 대접하지도 않고 향연을 베풀지도 않았다. 어느 날 다난족의 시인 칼브레가 브레스를 방문했다가 형편없는 접대를 받고는 풍자시를 지어 브레스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러자 브레스는 온몸에 종기가 나고 쇠약해져서 재위 7년 만에 왕위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브레스는 왕위에서 물러난 것이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서 어머니 에리우와 함께 포모르족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

 

켈트 문명에서 시인은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주술과 예지의 능력이 있다고 믿어졌다. 아일랜드를 여섯 번째로 침략한 밀(Mill)의 아들 아버긴이 시를 읊었을 때 바다의 바람이 잠잠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편 누아다는 의사 디안 케트의 아들 미아흐에게 부탁해서 완전한 새 팔을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보다 훌륭한 의사였던 미아흐는 그러나 이 일로 아버지의 미움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새 팔을 얻은 누아다는 브레스가 물러난 후 다시 왕이 되었다. 그가 타라에서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있을 때 루그가 나타났다. 루그의 아버지는 다난족이었고 어머니는 포모르족의 애꾸눈 왕 발로르의 딸 에트네였다.

 

발로르는 이마 한가운데에 커다란 눈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그 눈이 보는 것은 모두 죽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급한 일이 생기면 부하들이 버팀목을 받쳐서 눈을 뜨게 했다. 그의 눈꺼풀은 너무나 무거워서 혼자서는 들어 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발로르는 손자에게 살해당할 거라는 어느 드루이드(마법사)의 예언을 듣고 외동딸 에트네를 섬에 가두었다. 하지만 드루이드의 마법의 도움을 받은 다난족 남자 키안이 에트네에게 와서 아이를 임신시켰다. 키안은 절대로 젖이 마르지 않는 암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발로르가 호시탐탐 노리다가 빼앗아 가자 암소를 되찾기 위해 왔다가 에트네를 만난 것이다.

 

한편 아기가 태어나자 발로르는 에트네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지만 아기는 다난족의 영토로 떠내려가 어느 대장장이에게 구출되었다. 이 아기가 바로 루그(Glug)였다. 태양의 신 루그의 얼굴은 너무나 눈부셔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뛰어난 목수이자 하프 연주자였고, 시인이자 마법사이며, 의사이자 대장장이였으며 탁월한 전사였다.

 

누아다(Nuada)의 잔치 자리에서 문지기가 그를 들여 보내주지 않자 그는 자기가 가진 기술을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그때마다 문지기는 다난족에는 이미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에 루그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문지기는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고 그를 들여 보내주었다.

 

루그는 마침내 누아다 앞에 나아갔고, 누아다는 루그에게 지혜의 권좌를 주었다. 누아다는 루그의 재주라면 포모르(Fomoire)족을 물리치고 아일랜드를 해방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루그가 그 일을 해냈을 때 스스로 왕위를 루그에게 물려주고 물러났다.

 

루그는 다난족을 결집시켜 모이투라에서 포모르족과 싸웠다. 피르볼그와 전투를 벌였던 바로 그 장소에서 두 번째로 큰 모이투라 전투(Cath Maige Tuireadh)를 벌이게 된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누아다를 비롯한 많은 신들이 죽었고 풍요의 신 다그다(누아다의 아버지)도 중상을 입었다. 루그는 마침내 외할아버지인 발로르와 맞서게 되었다.

 

󰡒저 성가신 녀석을 볼 수 있게 내 눈꺼풀을 들어올려라.󰡓

 

발로르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발로르의 눈꺼풀이 네 명의 병사에 의해 들려지는 순간 루그는 투석기로 힘차게 돌을 쏘았다. 발로르의 눈알은 뒤통수로 튀어나가, 뒤쪽에 있던 27명의 포모르 병사들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전쟁의 여신 모리건이 와서 다난족에게 용기를 북돋우자 다난족은 더욱 사기충천했고, 결국 포모르족은 바다로 밀려나고 말았다. 포모르족의 진영에서 싸우고 있던 브레스도 붙잡혔다. 브레스는 자기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농경과 수확에 관한 지혜를 알려주었다. 이제 나라는 다시 번영하게 되었고 대지와 곡식을 지배하게 된 투아다 데 다난족은 진정한 아일랜드의 지배자가 되었다.

 

모리건은 전투에서 누가 죽을 것인지 알 수 있었는데, 까마귀로 변신해서 전쟁터 위를 맴돌면서 지상에서 싸우고 있는 전사들에게 죽음을 예고했다고 한다. 아서 왕 전설의 모건은 이 모리건 여신의 변형된 형태이다.

 

투아다 데 다난족이 아일랜드를 다스린 지 한참 지난 후 북쪽에서 게일인들이 침략해왔다. 이들은 아일랜드를 마지막으로 침략한 사람들이었다. 밀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밀레투스(Miletus)인이라고도 부르는 이들은, 현재 아일랜드인의 직접적인 선조가 되는 켈트인이었다. 오래전 아일랜드에 왔다가 죽은 혈족의 복수를 하고자 65척의 대함대를 이끌고 온 것이다.

 

이들이 항구에 접근하자, 투아다 데 다난족의 신들은 마법을 써서 항구를 마치 돼지의 등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게일인들은 혼란에 빠져 섬을 세 바퀴나 돈 다음 먼스터 서쪽 항구에 간신히 닻을 내렸다. 전열을 정비하고 타라 왕궁으로 진군하던 게일인들은 세 여신 반바, 폴라, 에이레를 만났다. 세 여신은 자기들의 이름을 나라 이름으로 해달라고 했고, 이들의 이름은 그 후 아일랜드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아일랜드(Ireland)󰡑는 여신의 이름 에이레(Eire)에 나라를 뜻하는 영어 단어(land)가 합쳐진 것이다. 타라 왕궁에 도착한 게일인들은 당시 아일랜드를 다스리고 있던 다그다의 세 손자를 만났다. 이들은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보물을 나누는 문제로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게일인들이 당장 왕위를 포기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고 하자, 다그다의 세 손자들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다른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게일인들은 다시 배를 타고 파도 아홉 개의 거리만큼 바다로 나간 다음, 다시 상륙하겠다고 제안했다. 만일 다난족이 자기들의 상륙을 막을 수 있다면 자기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왕위를 자기들에게 넘겨 달라는 것이었다. 다난족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게일인들이 바다로 나가자 다난족은 주문을 걸어 엄청나게 큰 마법의 바람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배들은 이리저리 떠밀려 방향을 잃었고 게일인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여러 명이 마법의 태풍에 목숨을 잃었다. 이에 게일인의 시인이었던 아버긴이 바람과 바다에 마법을 걸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바람은 멎고 바다는 조용해졌다. 게일족 중 살아남은 자들은 아일랜드에 상륙했다.

 

󰡒위대한 풍요의 바다에서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는 우리가 곧 육지에 상륙할 것이다. 우리는 타라에 군림해 대대로 다스릴 것이다. 밀의 자손들은 이 땅에 뿌리내리고, 그들의 배는 이곳에 정박할 것이다. 우리는 암흑에 묻혀 있는 이 땅을 요구한다.󰡓

 

게일족의 승리와 다난족의 패배

 

아일랜드에 상륙한 게일족은 아일랜드의 왕, 다그다의 세 손자들에게 당장 전투를 벌여 어느 쪽이 이 나라를 다스릴지를 담판짓자고 했다. 다그다의 손자들은 곧 다난족 최고의 용사들을 이끌고 탈틴으로 왔다.

 

양측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끝에 마침내 다난족이 게일족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게일족은 달아나는 다난족을 뒤쫓아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몰아내 버렸다. 다그다의 손자인 타라의 세 왕과 아일랜드의 세 여왕 반바, 폴라, 에이레도 이 전투에서 모두 숨을 거두었다.

 

왕을 잃은 다난족 병사들은 오합지졸이었다. 게일족도 뛰어난 용사들을 잃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다난족을 맹렬하게 추격했다. 결국 다난족은 패배를 인정하고 게일족에게 나라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게일족의 지도자인 밀의 아들들은 아일랜드를 나누어 가지고 그곳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투아다 데 다난은 전쟁에서는 패했지만 게일족의 지배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법에 능한 마나난에게 게일족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마나난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덕과 골짜기를 골라 그 주위에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그 안에 살 곳을 마련해 주었다.

 

다난족은 벽 속 󰡐저 세상󰡑에 살면서 언제든 원하는 때 이 세상으로 나와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들은 요정의 언덕인 󰡐시이󰡑를 통해 자기들의 왕국인 󰡐저 세상󰡑으로 들어갔다. 다난족은 다난족의 우두머리 신인 다그다의 아들 보브 다리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투아다 데 다난의 󰡐저세상󰡑에서는 누구도 늙거나 병들어 죽지 않고 항상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들은 이곳에서 요정들과 함께 살다가 따분해지면 인간 세계로 나와 돌아다니며 인간사에 개입하기도 했다.

 

켈트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3이다. 우주는 하늘-땅-저승, 또는 하늘-땅-바다의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신-죽은 자의 세 유형의 존재가 살고 있다. 켈트 사회의 주요 계층도 왕이나 수장-전사, 귀족-시인, 장인, 드루이드의 세 계층으로 나눠져 있었다. 삼하인 축제는 󰡐세 밤󰡑 동안 계속되었다.

 

켈트족의 수많은 신들은 세 가지 형태로 현시되었고, 뿔이 셋 달린 황소나 머리가 셋인 신이나 동물의 형상도 많이 발견된다. 또한 신화에서 이례적인 현상은 항상 셋씩 짝을 지어 일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아버긴이 여신들을 만날 때도 반나, 폴라, 에이레 세 여신과 세 차례에 걸쳐 마주쳤다.

 

켈트에서는 왕과 통치권과 대지가 삼위일체로 여겨졌다. 풍요의 여신이자 통치권과 관련된 코노트의 메이브 여신은 모두 9명(3x3)의 애인을 두었다.

 

다그다의 아들 미디르는 어느 날 아름다운 태양의 여신 에다인을 아내로 맞아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 이를 본 미디르의 첫 번째 아내 품나흐는 질투심에 불타서 마법사를 불러 에다인에게 주술을 걸어 쫓아내 버렸다. 그러자 미디르의 형이자 사랑의 신 오인구스가 에다인을 데려다 돌봐주었다. 이것을 알게 된 품나흐는 이번에는 마법을 걸어 에다인을 파리로 만들고는 돌풍을 불어 멀리 날려 보내버렸다.

 

파리가 된 에다인은 바람에 날려 칠 년 동안이나 떠돌아 다녔다. 그러다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어느 왕의 성으로 들어가 왕의 아내가 잡은 술잔으로 떨어졌다. 왕비는 파리로 변한 에다인을 포도주와 함께 마셔 버렸고 아홉 달 후 딸을 낳았다.

 

운명이었는지 에다인이 환생해서 태어난 아기도 에다인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에다인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라 아일랜드의 왕 요히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히 왕의 동생 엘일은 형수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버렸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엘일은 그만 몸져 눕고 말았다.

 

동생이 아픈 이유를 알지 못한 요히 왕은 어느 날 각 지방을 시찰하러 가면서 에다인에게 동생을 잘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에다인은 날마다 엘일을 찾아가 돌봐주었고 결국 엘일이 자기를 사랑해서 병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다인은 엘일을 낫게 하기 위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동이 틀 때 성 밖에 있는 집으로 오면 그의 말대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성 밖에서 에다인을 만나기로 한 날 새벽, 엘일은 그만 잠들어 버려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대신 엘일처럼 생긴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가 지나가곤 했다. 삼일 동안 계속 같은 일이 생기자 에다인은 그 남자를 불러 물어보았다.

 

󰡒나는 당신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닌데 왜 날마다 나에게 오나요?󰡓

󰡒나는 아주 오래전 당신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미디르요. 엘일이 당신을 사랑해서 병들게 한 것도 나이고, 당신을 만나러 나오지 못하도록 잠들게 한 것도 납니다.󰡓

 

하지만 에다인은 미디르가 기억나지 않았다. 어쨌든 그 후로 엘일의 병은 나았고, 시찰에서 돌아온 요히 왕은 에다인이 동생을 돌보아 병을 낫게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얼마 후 에다인이 축제를 구경하고 있을 때 미디르가 나타나, 에다인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며 자기와 함께 아름다운 나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에다인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요히 왕을 버릴 수는 없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미디르가 요히 왕에게 와서 내기 체스를 두자고 청했다. 처음 두 번은 요히 왕이 이겨서 미디르는 길을 새로 내고 큰 돌을 치우고 나무와 풀을 심는 등 요히 왕이 원하는 어려운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그러나 세 번째는 미디르가 이겼다.

 

미디르는 왕의 아내 에다인을 안고 한 번만 입맞추게 해 달라고 했다. 내기에 졌기 때문에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된 요히 왕은 망설이다가 한 달 후에 다시 오라고 미디르를 돌려보냈다. 한 달 후 다시 미디르가 나타나자 요히 왕은 에다인을 뺏길까봐 왕궁의 모든 문을 걸어 잠갔으나 미디르는 마법을 써서 왕궁 안으로 들어왔다.

 

󰡒전하가 약속한 것을 받으러 왔습니다.󰡓

 

미디르가 에다인을 안고 키스하자 그 순간 에다인은 모든 것을 기억해 내었다. 예전에 그의 아내였을 때의 일과 자기가 얼마나 미디르를 사랑했는지 다 기억하게 된 것이다. 미디르는 에다인을 안은 채 왕궁의 지붕을 뚫고 날아가버렸다. 뒤따라간 병사들은 금사슬로 연결된 두 마리 백조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요히 왕은 분노로 가득 차 둘을 찾으려고 아일랜드 전지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이미 시이로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요히 왕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해 동안 계속 찾은 끝에 에다인과 미디르가 간 곳을 알아내었다. 요히 왕은 미디르의 땅으로 가서 무려 9년 동안이나 계속 공격했다.

 

결국 미디르는 에다인을 돌려주겠다고 하고는, 에다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 60명을 세워놓고 그 중에서 에다인을 골라내라고 요히 왕에게 말했다. 요히 왕은 한 여인을 골라 자기 성으로 데려갔는데, 그녀는 바로 자기딸 에샤였다. 에다인이 미디르와 함께 떠날 때 이미 요히의 딸을 임신 중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요히 왕은 딸 에샤를 데려가 그녀를 위해 성을 세워주었다.

 

오인구스는 다그다의 아들이자 미디르의 형이었다. 그는 사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보살피는 사랑의 신으로, 위험에 빠진 연인들을 여러 번 도와주곤 했다. 어느 날 그는 어느 아름다운 여인의 꿈을 꾸었다. 그 여인은 오인구스를 향해 손짓하다가 그가 손을 뻗으면 그냥 사라지곤 했다.

 

그런 날이 1년이나 계속되자 오인구스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잘 수도 없어 기운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오인구스의 어머니 보안 여신과 아버지 다그다가 나서서 1년 동안 나라를 샅샅이 뒤진 끝에 코노트 호숫가에 살고있는 그 여인을 찾았다.

 

그녀의 이름은 케이르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다난 신족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해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다음 해에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인구스가 정말로 그녀를 원한다면 이듬해 삼하인 축제 때 호수에 오라고 말했다. 다음 해에 오인구스가 호수에 가 보니 150마리나 되는 백조가 호수를 뒤덮고 있었다. 오인구스가 호숫가에 서서 그 무리 속에 있는 케이르를 불렀다.

 

󰡒케이르! 내 아내가 되어 주시오.󰡓

󰡒제가 백조의 모습으로 호수에 남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래야만 내년에 당신께 갈 수 있습니다.󰡓

󰡒좋소. 대신 나도 당신과 함께 가겠소.󰡓

 

오인구스는 백조로 변해 케이르에게 갔으며 두 남녀는 포옹하고 호수를 세 바퀴 돌면서 사랑을 확인했다. 그 후 그들은 오인구스의 집으로 가서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 다음 큰 잔치를 베풀었다. 잔치에서 그들이 함께 부른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스터(Ulster)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

 

쿠훌린(Cuhullin)의 어머니는 콘코바르(Conchobar)의 여동생 데히트네였다. 그녀가 콘코바르 왕과 함께 보인 강가에 머무르고 있을 때 꿈속에서 다난족의 왕 루그 신을 만나 임신을 하게 되었다. 데히트네는 아기를 낳아 세탄타라고 이름지었다. 세탄타는 어렸을 때 대장장이의 신 쿨란이 기르는 경비견의 공격을 받고는 뜨거운 물속으로 뛰어들어 개들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이에 쿨란이 크게 화를 내자 그는 새 경비견을 얻을 때까지 그의 경비견이 되기로 자청했다. 이때부터 󰡐쿨란의 사냥개󰡑 라는 뜻의 쿠훌린(Cuhullin)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쿠훌린은 매우 잘 생긴 청년이었다. 어찌나 잘 생겼던지 얼스터의 다른 남자들은 쿠훌린이 자기들의 아내를 빼앗을까 두려워 서둘러 그를 결혼시켰을 정도였다. 쿠훌린의 아내가 된 여인은 에메르(Emer)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바람둥이 쿠훌린에게 주지 않으려고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여러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는 쿠훌린이었지만 언제나 아내 곁으로 돌아가곤 했다.

 

쿠훌린은 화가 나면 싸우고 싶은 광기에 사로잡혀 끔찍한 모습으로 변했다. 몸 곳곳의 근육이 곤두서고 격렬하게 뒤틀렸다. 얼굴은 시뻘겋게 변하고 눈 하나는 밖으로 튀어나오고 다른 하나는 두개골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지르는 함성은 사람들을 미치게 했다.

 

그의 광기를 가라앉히려면 얼스터의 여인들이 나체로 그의 앞을 지나가야 했다. 동시에 얼음물에 몸을 담가 열을 식혀야 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첫 번째 물통은 터져 버렸고 두 번째 물통의 물은 끓어올랐다. 세 번째 통에 몸을 담그고서야 찬물이 미지근해지면서 쿠훌린은 광기를 가라앉히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쿠훌린에게는 게이볼그(Gáe Bolg)라는 무시무시한 창이 있었다. 사람이나 동물에 맞으면 창끝에서 서른 개의 화살이 나와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서 죽이는 잔인한 무기였다. 그는 게이볼그를 휘둘러 전투에서 항상 가장 많은 적의 목을 베었다.

 

얼스터의 왕이었던 콘코바르 이전의 왕은 페르구스(Fergus) 였다. 그는 엄청난 거인으로, 앉은 자리에서 사슴 일곱 마리, 돼지 일곱 마리, 암소 일곱 마리와 술 일곱 통을 먹어치울 정도였다. 힘은 남자 700명과 맞먹었고 그의 성욕을 만족시키려면 여자 일곱 명이 필요했다.

 

페르구스는 과부가 된 형수 네사를 탐냈는데, 네사는 아들 콘코바르가 일 년 동안 얼스터의 왕이 되게 해 주는 조건으로 페르구스와 결혼했다. 하지만 일 년 후에도 백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콘코바르가 계속 왕위에 남아있었고, 페르구스는 별 불평없이 왕의 군대인 󰡐붉은 가지 기사단󰡑에서 용맹을 떨쳤다. 또한 그는 쿠훌린의 가장 좋은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얼스터(Ulster) 왕국은 마카(Makkah) 여신의 저주를 받아 큰 약점을 한 가지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인간으로 변장한 마카 여신이 얼스터 남자와 결혼해서 쌍둥이를 임신했다. 아이를 낳기 직전 만삭일 때 마카의 남편은 마카가 왕의 가장 빠른 말보다도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자랑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콘코바르(Conchobar) 왕은 당장 마카를 불러 경주를 시켰다.

 

마카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경주를 연기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콘코바르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마카는 말들과 경주를 해서 이겼다. 하지만 곧 숨을 거두면서 두 쌍둥이를 낳았다. 그리고는 얼스터 왕국이 외부의 공격으로 위협받을 때마다 얼스터의 남자들은 닷새 동안 출산의 고통만큼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저주는 아홉 세대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이 저주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여자와 아이들뿐이었다. 또 한 사람, 남자 중에서는 쿠훌린(Cú-Chulainn)만이 이 저주를 피할 수 있었다. 신의 피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쿠훌린은 얼스터를 위해 늘 혼자서 열심히 싸워야 했다.

 

얼스터 왕국이 분열된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데어드레(Deirdre) 때문이었다. 데어드레는 콘코바르 왕에게 노래와 시를 들려주던 페들리미드(Feidhlimidh)의 딸이었다. 데어드레가 태어났을 때 드루이드인 카스바드는 이 아이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미녀가 될 것이며, 그녀 때문에 얼스터의 전사들이 서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기는 나쁜 운명을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아기가 태어나면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콘코바르 왕은 아기가 크면 결혼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서 키웠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무렵 데어드레는 눈 위에서 도살된 어린 소의 피를 마시는 까마귀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와 저 피같은 붉은 뺨, 저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남자를 갖고 싶어요.󰡓

 

보모는 우스나의 아들 네샤가 그런 남자라고 말해 주었다. 어느 날 네샤가 홀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데어드레가 그에게 다가갔다. 첫눈에 반한 네샤는 데어드레에게 함께 스코틀랜드로 도망가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데어드레의 아름다움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콘코바르는 이들을 용서해 주기로 하고 얼스터로 불러들이려 하였다. 네샤는 페르구스가 동행해서 안전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하지만 콘코바르가 계략을 써서 페르구스는 늦게 도착했고 그 사이 네샤는 왕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뒤늦게 왕의 배신을 알게 된 페르구스는 왕의 아들과 딸을 죽이고는 삼천 명이 넘는 얼스터 전사들을 이끌고 적국인 코노트로 망명해서 메이브 여왕을 섬기게 되었다. 한편, 데어드레는 콘코바르에게 끌려와서 일 년간 함께 살았지만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주종관계인 두 남자가 그 사이의 한 아름다운 여자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훗날 아더 왕 전설에서 󰡐렌슬롯(Lancelot)과 기네비어(Guinevere)󰡑, 󰡐트리스탄(Tristan)과 이졸데(Isolde)󰡑등 많은 이야기들의 모티브가 되었다.

 

코노트의 메이브 여신은 강력한 지도자이자 지칠 줄 모르는 성욕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자유로운 성욕은 아일랜드의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얼스터에서 코노트로 망명한 페르구스 조차도 그녀를 당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코노트의 늙은 왕 알릴과 결혼한 유일한 이유는 알릴의 재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알릴과 메이브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다가 누가 더 부자인가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둘의 재산은 거의 비슷했지만 알릴이 메이브보다 흰뿔 황소 한 마리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메이브는 얼스터에 있는 쿨리의 갈색 황소에 대해 알게 되자 그것을 빼앗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부하들을 보냈다.

 

마카 여신의 저주 때문에 얼스터의 전사들은 외부의 침입을 받은 후 닷새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쿠훌린밖에 없었다. 쿠훌린 때문에 메이브 여신의 부하들은 번번이 격퇴당했다. 전투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얼스터와 코노트 양쪽의 많은 병사들과 영웅들이 죽어갔다.

 

그러는 동안 쿨리의 갈색 황소와 알릴 왕의 흰 뿔 황소는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두 황소는 콧김을 내뿜고 뿔을 들이받으며 격렬하게 싸웠다. 두 마리 황소는 아일랜드 전역을 돌아다니며 밤낮으로 온종일 싸웠다. 결국 쿨리의 갈색 황소가 승리했다.

 

하지만 얼스터로 돌아오는 도중에 검은 피와 배설물을 폭발하듯 토해내며 죽고 말았다. 너무나 기진맥진했던 것이다. 수많은 아일랜드의 병사들이 죽고 두 마리 황소가 전 아일랜드를 돌며 싸운 결과 치고는 너무나 허망했다. 페르구스는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우리는 길을 잘못 안내한 한 여자의 엉덩이만 보고 따라왔구나.󰡓

 

싸움에 진 메이브 여신은 쿠훌린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쿠훌린이 죽인 마법사의 아들들을 모아 쿠훌린을 공격하게 했다. 콘코바르 왕은 쿠훌린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안전한 곳에 남아있게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마법사의 아들들은 쿠훌린에게 전투의 환상을 불러일으켜 그를 불러내었다.

 

말을 타고 나간 쿠훌린은 결국 그들이 던진 창에 맞고 말았다. 자기가 곧 죽을 것을 안 쿠훌린은 선 채로 죽을 수 있도록 바위에 자기 몸을 묶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삼일 동안 버티며 계속해서 적의 공격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의 초인적인 힘도 한계에 도달했다. 마침내 전쟁의 신 모리건이 까마귀로 변신하여 그의 어깨에 내려앉자 얼스터의 초인적인 영웅 쿠훌린은 숨을 거두었다. 이때 그의 나이 27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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