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그리스 로마 신화(Greek Roman Mythology)
호메로스 장편 서사시인 《오디세이아》는 웅대한 규모, 서술, 다양한 구상 등 불후의 고전이라 평가된다. 트로이아 함락 이후 신에 대한 능멸과 오만함을 벌하기 위한 포세이돈의 저주로 10년간에 걸친 오디세우스의 해상 표류와 귀향 모험담이다.
멘토(mentor)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로,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자신의 아들을 친구에게 맡겨 교육을 시킨다.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까지 20여 년 동안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트로이 성을 함락한 그리스군은 성에 있는 남자는 모조리 죽여 버렸으며, 성에 있는 온갖 금은보화와 여자들을 챙겨 다시 그리스로 귀환하기에 이른다. 물론 거기에는 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레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전쟁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오디세우스도 많은 전리품들을 12척의 배에 나눠 싣고 자신의 고향 이타케를 향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돌아가는 길은 험난한 바닷길을 통과해야 했기에 만만치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목에 마침 트로이와 동맹을 맺었던 이스마로스 섬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오디세우스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싸움을 벌여 몇몇의 부하들을 잃고 말았다. 또 한 번은 갑자기 휘몰아치는 폭풍우에 밀려 로토파고스(lotophagus)라는 섬에 표류하게 되었는데, 마침 이 섬에는 로토스(lotus)라는 고향을 잊게 해주는 식물이 있었다. 몇몇 병사들이 이 식물을 먹고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떼를 써 애를 먹었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강제로 그들을 배에 태우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떠났다.
또 며칠을 항해한 끝에 오디세우스는 어느 섬에 정박하게 되었다. 마침 이곳은 온갖 과일들이 많아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그날 밤을 지내기 위해 바닷가 근처에 있는 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뿔사 이곳은 외눈박이 거인족 키클롭스들이 사는 곳이었다. 키클롭스(Cyclops)라는 말은 둥근 눈이라는 뜻으로 이들은 커다란 몸집에 이마의 중앙에 눈이 하나 달린 괴물이었다. 그리고 이 동굴은 키클롭스 중의 한 명인 폴리페모스(Polyphemos)의 집이었다.
마침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온 폴리페모스와 오디세우스 일행이 마주쳤다. 앗! 깜짝 놀란 오디세우스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기들의 사정 이야기를 했으나 폴리페모스는 갑자기 오디세우스의 부하 두 명을 자신의 거대한 손으로 쳐 죽이고는 맛있게 먹어치워 버렸다. 모두들 공포에 떨고 있는 사이 폴리페모스는 식곤증이 왔던지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공포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우스 일행이 꼼짝 못하도록 동굴 입구를 거대한 바위로 막은 후 어디론가 가버렸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침착하게 부하들에게 통나무 끝을 뾰족하게 깎게 한 후 자신은 포도주를 준비하였다. 이윽고 폴리페모스가 돌아와 어제처럼 부하 두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때 오디세우스가 미리 준비한 포도주를 권하였다. 폴리페모스는 기뻐하며 술을 받아 마시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 참 맛있군. 그래 네 녀석은 맨 마지막에 잡아먹을 테니 걱정하지 마. 참 네 이름은 뭐지?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내 이름은 우티스요 라고 대답했다. 우티스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이었다. 폴리페모스는 이내 잠에 곯아떨어졌고, 오디세우스는 미리 준비해둔 통나무 끝을 벌겋게 달군 후 폴리페모스의 외눈에 쳐 박아버렸다. 거인이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치자 동굴 주위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키클롭스들이 모여들었다.
오, 우티스가 나를 죽이려고 해.
그러자 그들은 우티스(아무것도 아닌 것)가 폴리페모스를 죽이려고 한다면 이는 필시 제우스신의 짓이라 생각하고는 모두 도망가 버렸다. 이틈을 타 동굴 문이 열렸을 때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탈출하여 빠져나왔다.
눈이 하나에 힘이 대단히 센 난폭한 거인으로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식이다. 흉칙한 외모와 힘 때문에 우라노스에 의해 타르타로스에 감금되었다. 제우스에 의해 풀려난 뒤 제우스의 주무기인 벼락을 만들어 주었고, 포세이돈에게는 트리덴트(Trident)라는 삼지창을, 아르테미스에게는 달빛 화살과 활을, 아폴론에게는 햇빛 화살과 활을, 하데스에게는 어둠으로 가릴 수 있는 투구를 각각 만들어 주었다.
제우스에게 바람의 지배권을 위탁받은 아이올로스 섬의 왕이 오디세우스에게 모든 해롭고 위험한 바람을 담은 가죽자루를 주었다. 그 덕에 9일 동안 평온한 바다에서 순풍에 돛을 달고 질주하다가 오디세우스가 자는 사이 자루 속에 보물이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선원들이 나누어 가지려는 욕심에 끈을 풀었더니 바람이 튀어나왔고 배는 항로를 벗어나 섬으로 되돌아오고 같은 항로를 또 다시 노를 저어 가게 되는 고생을 했다고 한다.
무사히 키클롭스들이 사는 섬을 빠져나온 오디세우스는 이제는 무사히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를 가만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키클롭스족들은 바로 포세이돈의 혈통을 지니고 있는 자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 일행을 식인 거인들이 우글거리는 라이스트리곤(Laestrygon) 섬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곳에서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대부분이 식인 거인들에게 잡아먹히는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오디세우스가 탄 배 한 척뿐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오디세우스의 고난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디세우스는 바다의 마녀 키르케가 사는 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몇 남지 않은 부하들이 키르케의 마법에 의해 돼지로 변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만은 제우스가 보낸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도움으로 키르케의 마법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에게 반하여 부하들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키르케는 다음에 만날 세이렌(Seiren) 섬을 통과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이렇게 키르케의 섬을 빠져나온 오디세우스는 정말 키르케의 말대로 세이렌 섬을 통과하게 되었다. 세이렌은 머리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나 새의 몸을 가진 괴물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홀려 노랫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모두 미친 듯이 바다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반드시 밀랍으로 된 귀마개로 귀를 막고 이곳을 통과하라고 충고했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궁금하여 부하들에게만 귀마개를 하도록 하고 자신은 귀마개를 하지 않은 채 대신 돛대에 자신의 몸을 감았다. 드디어 세이렌 섬을 지나는 순간 아름다운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오디세우스는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고픈 강한 충동을 느꼈으나 다행히 돛대에 몸이 묶여 있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키르케(Kirke)는 독수리를 의미하는 마녀. 마술이나 저주에 뛰어나 전설의 섬 아이아이에(Aiaie)에 오는 사람을 짐승으로 만들었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어 함께 이 섬에서 1년간을 머물렀는데, 둘 사이에서 텔레고노스(Telegonus)가 태어났다.
오디세우스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두 괴물이 양쪽에서 버티고 있는 해협을 지나가야만 했다. 한쪽 괴물은 머리가 여섯 마리 뱀이며 몸은 인간 여자의 모양을 한 괴물 스킬라(Scylla)였고, 맞은편에는 거대한 폭풍을 휘몰아치는 괴물 카리브디스(Charybdis)였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이곳을 통과하면서 또다시 몇 명의 부하들을 잃고 말았다.
다음으로 오디세우스는 마녀 키르케가 꼭 피해가라고 한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섬을 지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섬에는 먹을 것이 풍부했기 때문에 그만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이 섬에 내려 미친 듯이 헬리오스의 과일들을 따먹기 시작했고, 이를 보고 화가 난 헬리오스의 저주가 내려 오디세우스의 배는 파괴되고 부하들도 모두 죽고 말았다.
이렇게 홀로 남게 된 오디세우스는 부서진 배의 조각을 엮어 다시 고향으로 길을 떠났으나 또다시 사나운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게 되었다. 이 역시 아직 노여움이 가라앉지 않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착한 곳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사는 섬이었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이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리운 고향 이타케(IThace) 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스킬라(Scylla)는 다리가 12개, 머리가 6개인 추악한 모습의 바다의 괴물로 자신이 살고 있는 해역에 배가 접근하면 긴 목을 늘려서 한 사람씩 물어가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포세이돈의 딸이자 식욕이 엄청난 거인으로, 게리온(Geryon)의 붉은 소를 훔쳐 먹어 제우스가 번개로 때려 시칠리아 가까운 바다 속에 던져 버렸다. 그녀가 하루에 세 번 바닷물을 삼키고 세 번 토해낼 때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으켜 배를 통째로 삼킨다. 후대에 와서 카리브디스(Charybdis)는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사이에 있는 해협의 전설적인 소용돌이와 동일시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2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감개무량하여 눈물이 앞을 가렸다. 처음 떠날 때에는 12척의 배와 온갖 전리품을 싣고 출발했으나 지금 남은 것이라곤 달랑 오디세우스의 망가진 몸뚱아리뿐이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그때 오디세우스 앞에 아테나 여신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현재 너의 아내 페넬로페이아(Penelopeia)를 차지하기 위해 무려 50명의 구혼자들이 궁전을 점거하고 있어. 지금 바로 그들 앞에 나타나면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거야.
그는 아테나 여신의 지시대로 거지로 변장하여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그곳에는 사랑스런 그의 아내가 구혼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활쏘기 대회를 열고 있었다.
이 활을 구부릴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겠어요.
이 말을 들은 오디세우스의 눈빛이 번뜩였다. 아내가 들고 있는 활은 오직 자신만이 구부릴 수 있는 강궁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구혼자들이 낑낑거리며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드디어 오디세우스의 차례가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있는 힘껏 활을 구부려 시위 줄을 맨 후 그 활로 50명의 구혼자들을 모조리 쏴 죽였다. 그리고 아내에게 자신이 오디세우스라고 외쳤다. 그러자 오디세우스의 아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 침실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가요?
그 침실은 아내를 위해 자신이 직접 만든 침실이었으므로 오디세우스는 간단히 대답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내는 실로 20년 만에 눈물의 재회를 이룰 수 있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에 귀향 중 포세이돈의 미움을 사 10년 동안이나 방랑하였다. 아이아이에섬에서 키르케와 함께 1년을 보낸 덕에 텔레고노스(Telegonus)가 태어났다.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아버지를 찾아 이타케 섬으로 온 텔레고노스는 소떼를 지키던 노인과 시비가 붙어 창으로 찔렀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아버지인 줄 모르고 창을 겨눈 아들 텔레고노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또 본처 페넬로페이아와 함께 평화로운 여생을 보냈다는 설도 있다.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Oedipus)는 아폴론의 신탁대로 우발적이긴 하나 친부를 죽이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생모와 결혼하여 자식들까지 둔다. 왕비가 생모인 것을 알고는 두 눈을 뽑아내고 방랑의 길을 떠나 죽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었던 라이오스(Rios)와 왕비 이오카스테(Iocaste) 사이에서 왕손으로 태어났다. 라이오스 왕은 테베를 세운 카드모스 왕의 증손자에 해당한다.
오이디푸스는 태어나자마자 발꿈치에 굵은 못을 찔린 후 키타이론 산(Kitheronas)에 버려졌다. 그 이유는 아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라이오스 왕의 신탁 때문이었다. 라이오스 왕은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신탁을 청했었고, 이러한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키타이론 산에서 오이디푸스를 발견한 양치기가 오이디푸스를 보고 예사로운 아이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코린토스(Korinthos)의 왕에게 바치면서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당시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Poliboss)는 자식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코린토스의 왕은 아이에게 오이디푸스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 애지중지 키웠으며, 오이디푸스는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이디푸스는 이상한 소문을 듣는다. 자신이 왕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오이디푸스는 신탁을 듣기 위해 그 길로 델포이로 향했다.
정말 제가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닙니까?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할 것이다.
진실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는데, 뜻밖의 신탁을 받은 오이디푸스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어떻게 내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한단 말인가!
오이디푸스는 도저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 길로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났다. 얼마를 갔을까, 갑자기 세 갈래로 나눠지는 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마차가 그 길을 막고 딱 버티고 서 있는게 아닌가.
길을 비키시오.
그러나 마부는 길을 비키기는커녕 오히려 오이디푸스에게 길을 비키라고 소리쳤다. 이렇게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오이디푸스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마부는 물론 시종들과 마차에 타고 있던 노인까지 모두 죽여 버렸다. 그러나 한 명의 시종은 도망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이때 마차에 타고 있던 노인은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의 친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이었다. 델포이의 첫 번째 신탁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오이디푸스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으며, 그저 계속 길을 갈 뿐이었다. 그가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공교롭게도 그의 진짜 고향인 테베였다. 그런데 테베에서 공포에 질린 사람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 테베에는 얼굴과 가슴은 여자이나 몸은 사자이고 독수리의 날개가 달린 괴물 스핑크스가 살고 있는데, 이 괴물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모두 잡아먹히고 만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의 여왕이 스핑크스를 물리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공문까지 나붙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이디푸스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다 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쳤다.
스핑크스는 테베의 성벽 위에 숨어 있다가 젊은 사람이 지나가면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잡아먹고, 만약에 풀면 자신이 성벽 위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오이디푸스가 소문의 그 성벽으로 가자 과연 성벽 위에는 말로만 듣던 스핑크스가 딱 버티고 서 있었다.
이 세상에서 사는 것 중에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데 네 발로 걸을 때 가장 느린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하지 못해 모두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이에 오이디푸스가 사람이라고 간단히 말해 버리자 스핑크스는 당황하며 수치심을 못 이긴 채 아래로 뛰어내려 죽고 말았다.
이리하여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왕비였던 이오카스테(Iokaste)의 남편이 되어 당당히 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오카스테가 누구인가. 이오카스테는 바로 오이디푸스를 낳은 그의 어머니였다. 오이디푸스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녀와 동침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오이디푸스가 어머니를 범한다는 두 번째 신탁이 이루어졌다.
이후로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 두 아들과 두 딸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선정을 베풀어 테베를 부유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곧이어 몰아닥친 기근으로 흉년이 들기 시작하더니 전염병까지 돌아 많은 백성들이 죽어나갔다. 이에 오이디푸스는 사자를 보내어 델포이의 신탁을 받아오게 했다 . 그런데 이렇게 받아온 신탁은 뜻밖에도 선왕이었던 라이오스 왕을 살해한 범인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오이디푸스는 아내를 불러 라이오스 왕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에 아내는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원래 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 이야기부터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대못으로 찔러 산속에 버린 이야기, 그리고 테베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스핑크스를 물리칠 수 있는 신탁을 듣기 위해 길을 가던 중 세 갈래 길에서 괴한에게 맞아 죽게 된 이야기까지.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이디푸스는 자기 발꿈치의 상처를 바라보며 산속에 버려진 그 아이는 바로 나일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세 갈래 길에서 때려죽인 바로 그 사람이 라이오스 왕일 거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오이디푸스의 머리는 마치 실타래가 얽힌 것처럼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진실이 밝혀지는 일들이 연이어 터진다.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 왕 일행을 때려눕힐 때 도망갔던 한 명의 시종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 왕을 죽인 범인이라고 실토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코린토스에서 그의 양아버지가 보낸 사신이 왔는데, 그의 입에서 자신이 코린토스 왕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 오이디푸스는 신탁의 예언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한 천륜을 저버린 패륜아였던 것이다.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오이디푸스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두 눈을 못으로 찔러 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어머니 이오카스테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였다.
오이디푸스는 이 모든 비극을 뒤로 하고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났다. 그리고 천둥 번개가 치던 어느 날 밤 비극의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마감해야 했다. 놀라운 것은 오이디푸스가 죽을 때 마지막까지 그를 보살핀 사람이 그와 어머니 사이에서 난 딸이었다는 사실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에서 쓴 용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하는데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에서 유래된 말이다. 유아기의 남자 아이가 어머니에 대해서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으로 아버지를 질투하고 증오하는 심리를 말하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서야 비로소 정상적인 성인의 성애가 발전하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신경증 환자는 이 극복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였다. 여자 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성적 애착과 어머니에 대하여 증오심을 가지는 성향을 엘렉트라 콤플렉스(Elektrakomplex)라고 한다.
∎ 샘에 비친 자신에게 반한 나르키소스(Narkisso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으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자기 자신을 모르면 오래 살 것이라고 예언하였다고 한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샘만 들여다보다가 죽고 말았다. 정신 분석에서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즘은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는 강의 신 케피소스(Cephissus)와 님프인 리리오페(Liriope)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찌나 사랑스럽고 잘 생겼는지 보는 이마다 감탄을 할 지경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나르키소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생겼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때문에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그가 아름다운 청년이 되었을 때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사랑을 구했으나 그는 이를 모두 거절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숲속으로 사냥을 가게 되었다. 그가 한창 사슴을 잡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는 사이 그의 모습을 보고 반한 님프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에코(Echo)였다. 그녀는 숲에서 사냥을 즐기던 님프였는데, 우연히 나르키소스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나르키소스에게 단 한마디도 말을 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헤라 여신의 저주 때문이었다. 에코는 수다를 심하게 떠는 단점이 있었는데, 어느 날 헤라 여신 앞에서 수다를 떨게 되었다. 그런데 에코의 수다에 넋이 나간 사이 제우스가 바람을 피는 일이 발생했다. 분개한 헤라 여신은 모든 책임을 에코에게 돌리고 저주를 내렸다. 즉, 앞으로 에코는 절대 자신이 먼저 말을 할 수가 없고 상대방이 말을 먼저 걸 때 그걸 따라서 단 한마디만 할 수 있는 형벌이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에코는 말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억누르고 바위나 나무 뒤에 숨어서 나르키소스를 뒤쫓아 다니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가 함께 사냥 나온 친구들과 떨어져 그들을 찾는 일이 발생했다. 드디어 나르키소스는 친구들을 향해 나 여기 있으니 이곳으로 와! 라고 소리쳤고, 에코는 이 말을 따라하며 나르키소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나르키소스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깜짝 놀란 나르키소스는 불결해! 너 따위엔 관심 없어 라고 소리치며 그녀를 밀쳐 버렸다.
나르키소스의 말에 수치심을 억누르지 못하던 에코는 그 길로 동굴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 점점 말라 죽고 말았다. 그녀의 몸은 없어지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는데, 이것이 산에 울리는 메아리라고 한다. 즉 , 지금도 그녀의 목소리가 산속에 남아 사람들이 소리칠 때마다 그녀가 따라 하는 말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는 이후로도 수많은 여자와 님프들의 애절한 사랑을 뿌리쳐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이렇게 상처받은 님프 중 한 명이 나르키소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를 찾아갔다. 이에 복수의 여신은 나르키소스도 사랑의 아픔을 겪게 하는 벌을 내린다.
어느 날, 숲속에서 사냥을 즐기던 나르키소스는 갈증을 풀기 위해 어느 샘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굽혔는데,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그만 반하고 만 것이다. 물속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르키소스는 그것이 자신이 아니라 숲속의 요정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 요정에게 키스하려고 입술을 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입술을 대기만 하면 요정이 사라져 버린다. 다시 입술을 떼면 요정이 나타나고 키스하려고 하면 다시 사라진다. 이렇게 하여 자신을 사랑하게 된 나르키소스는 그 샘을 지키다 결국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었는데, 그것이 바로 수선화(나르시소스)이다.
∎ 하늘을 날게 된 다이달로스(Daidalos)
테세우스가 미궁에 사는 황소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크레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다시 미궁을 빠져나갔다. 이러한 미궁을 만든 사람이 다이달로스이다. 그의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그는 당대 최고의 장인이었다. 그래서 미궁을 만드는 일도 그에게 맡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테세우스 사건이 벌어지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모든 책임을 다이달로스에게 돌린다. 그가 미궁을 잘못 만들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아들이었던 이카로스와 함께 그를 미궁 속에 가둬 버렸다.
너무나 억울하게 된 다이달로스(Daedalos)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비록 자신이 미궁을 만들기는 했지만 자신조차도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테세우스에게 미궁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에게 알려준 이도 자신이었다. 그때 그는 실타래를 풀어 빠져나가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타래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이런 가운데 그가 생각해낸 것이 미궁 위로 뚫어진 하늘로 도망가는 것이었다.
하늘을 날자면 날개가 필요하다. 이에 다이달로스는 아들과 함께 날개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우선 밀랍과 새의 깃털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서 커다란 날개 두 벌을 완성하였다. 드디어 하늘을 날 차례이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Icarus)와 함께 날개를 어깨에 단 후 하늘을 날았다. 역시 그의 솜씨는 뛰어났고 둘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되었다.
하늘 위를 나는 기분은 그 위에 올라간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특히 아들 이카로스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이카로스는 너무 높이 날면 밀랍이 녹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이 때문에 뜨거운 태양열에 의해 밀랍이 녹아 깃털이 흩어지면서 이카로스는 아래의 바다에 풍덩 빠져죽고 말았다. 그 후로 이카로스가 떨어졌던 바다는 이카로스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아 해라 불리게 되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의 비참한 죽음을 지켜보면서 급히 가까운 섬으로 내려가 아들의 시체를 건진 후 그 섬에 매장했다. 그리고 시칠리아(Sicilia) 섬으로 가서 그곳에서 살았다. 시칠리아의 왕은 이미 다이달로스의 솜씨를 듣고 있었기에 대환영하며 연회를 베풀어 주었다.
한편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하며 다이달로스를 찾아다녔다. 결국 다이달로스가 시칠리아 섬에 있다는 정보를 얻어내고는 시칠리아로 찾아왔다.
당시 시칠리아에는 손님이 오면 목욕을 권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시칠리아의 왕도 당연히 이웃나라의 왕에게 목욕을 권하였다. 아무 생각 없이 미노스 왕은 목욕물에 몸을 담궜고, 이때 목욕탕에 숨어든 다이달로스는 목욕물에 뜨거운 납 물을 부어버린다. 결국 미노스 왕은 뜨거운 납 물에 타 죽고 말았다. 그 후로 다이달로스는 시칠리아에 살면서 많은 우수한 건축물을 만들며 살았다.
미노스 왕은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헬리오스의 딸인 파시파에와 결혼하여 안드로게오스, 아리아드네, 파이드라 등의 자식을 두었는데, 왕비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의 사이에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는다. 미노스는 명장 다이달로스에게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짓게 하고 미노타우로스를 그 안에 가두었다. 사후에는 하데스의 재판관이 되었다고 한다.
역사상 한 국가의 왕이었으면서도 여자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 로 더 유명한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이다. 사실 피그말리온은 여자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넘어 여자를 혐오하기까지 했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키프로스에 사는 여인들이 키프로스를 찾아온 나그네들을 박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사랑의 여신이었던 아프로디테가 크게 노하였고, 키프로스의 여인들에게 저주를 내려 창녀로 만들어 버렸다. 아프로디테가 이처럼 화가 났던 이유는 처음에 자기를 따르던 여인들이 자신을 숭배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여 창녀가 된 키프로스의 여인들은 나그네들에게 몸도 팔고 온갖 더럽고 추악한 행동을 거침없이 하였다. 피그말리온은 이러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자랐다. 결국 그에게 여자 혐오증이 생기게 되었고, 여자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는 키프로스의 왕이었기 때문에 대를 잇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해야 했다.
그래서 많은 여인들이 그의 주변에 서성거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곁에 여자들이 절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한편 피그말리온은 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대신 조각하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사실 피그말리온은 지상의 헤파이스토스(대장장이 신) 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조각 솜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피그말리온은 지상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코끼리의 상아를 이용하여 조각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그가 완성한 작품은 갈라테이아(Galatea)’라는 이름의 여인상이었다. 비록 여인혐오증이 있었지만 그도 남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갈라테이아는 비록 조각으로 만들어진 여인상이긴 했지만 이 세상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실제 사람의 크기와 같게 만들었기에 언뜻 보기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여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후로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을 보는 기쁨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이 여인상에게 점점 빠져들었고, 급기야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에서 숭배하고 있던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이렇게 기도했다.
갈라테이아(Galatea) 같은 여인이라면 꼭 아내로 삼고 싶습니다.
이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프로디테는 세상에 그 조각상과 같은 여인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어느 날 피그말리온이 여느 때처럼 여인상에게 키스를 하였는데, 놀랍게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곧 그 여인상이 꿈틀거리며 피그말리온에게 안기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피그말리온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조각상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환생한 갈라테이아와 피그말리온은 결혼까지 하게 되고 둘 사이에 파포스라는 딸까지 두게 되었다. 이러한 피그말리온 신화 이야기를 토대로 피그말리온 효과 라는 말이 생겨났다.
누군가에 대한 다른 사람의 믿음, 기대가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는 피그말리온의 믿음과 기대로 조각 여인상이 실제 사람으로 된 사례를 빗대어 탄생한 말이다.
사람이 된 여인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후대에 와서이다. 괴테는 이 여인의 이름을 엘리제라고 했다고 한다. 중세시대에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우상 숭배의 표상으로 여겨졌으나 후대에 와서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의 소재로서 회화, 소설, 희곡, 영화 등의 모티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