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신화(North American mythology)
북미 신화는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북미 대륙에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지금의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흩어져 있던 원주민 부족들과 그린란드⋅캐나다⋅알래스카⋅시베리아 등 북극해 연안의 이누이트(에스키모) 신화 중 널리 알려진 것들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아메리카 원주민이 누구이며 그들이 겪은 역사적 사실을 알고 갈 필요성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만 오천 년 전, 우리 민족의 조상격인 북방몽골계 사람들이 시베리아와 베링 해협, 알래스카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 그들 중 어떤 무리는 계속 남하하여 중남미 지역에 정착하였고, 다른 무리는 북미 지역에, 또 다른 무리는 북극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 후 이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으로서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워 나갔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한 뒤로, 아메리카 원주민은 인도 사람을 뜻하는 인디오나 인디언으로 불리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철저히 자기네의 시각으로 그들을 문화 수준이 낮은 미개인처럼 취급하였고 물질문명과 총, 칼을 앞세워 원주민들의 영토를 빼앗고 그들을 학살했다. 결국 넓은 대륙에서 천 개가 넘는 부족으로 흩어져 평화롭게 살아온 원주민들은 완전히 말살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는 인디언 보호 지역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주민들의 신화는 부족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 신화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내면의 소리를 중시한 원주민 문화의 요체를 발견할 수 있다.
북미 원주민은 몇 백 개가 넘는 부족으로 나누어져 제각기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족별로 신화나 종교가 매우 다르다. 그 부족이 살았던 지리적 여건과 기후와 음식 등에 따라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사냥을 하는 대평원 부족들에게는 주로 들소와 관련된 신화가 많고, 농경을 하는 남서부 지역의 부족에서는 옥수수 등의 식물 재배와 계절의 변화에 대한 신화가 많다.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한 북서부와 북극 부족들에게는 바다 괴물 이야기나 낚시와 관련된 신화가 주로 전해져 온다. 이런 이유로 북미 원주민 신화를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부족 신화를 아우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북미 원주민들은 자연의 모든 만물 속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산과 강, 호수와 심지어 바위 같은 무생물에도 신비로운 힘이 숨어 있고 생명이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자연을 정복하는 대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으로 보았다.
또한 북미 원주민들은 동물을 대단히 중시한다. 그들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어떤 능력은 사람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동물을 개인이나 한 부족의 수호신처럼 여기면서 그 동물을 존경하고 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장단점을 연마했다. 이러한 생각이 좀 더 강화되면서 자신들이 동물로부터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믿음을 가지기도 했다.
북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은 대체적으로 기품 있고 근엄하게 그려지지만, 다른 민족의 신에 비하면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편이다. 그들은 때때로 동기나 목적을 알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주를 창조하고 다스리는 전능한 힘을 가진 신의 존재는 위대한 정령이나 위대한 신비 , 아버지 하늘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흔히 에스키모라고 알려진 이누이트인들 역시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동물과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사냥의 대상인 물개나 바다표범, 순록 등이 신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춥고 척박한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냥감이 되는 동물에게 가족이나 부족민의 생명을 걸어야 하는 수렵민의 생활이 반영된 까닭이다.
자연 생태계가 가진 의의를 중시하고 그것과 조화된 사회 발전,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회운동, 사회사상을 폭넓게에콜로지(Ecology) 운동, 에콜로지(Ecology) 사상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 물질문명의 문제가 황금만능주의와 환경오염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백인 학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에콜로지 사상을 연구하였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백인들에 의해 말살당하고 추방당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들의 삶 속에서 그러한 사상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크리족에게는 이런 말이 전해온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 한 방울이 사라진 뒤에야, 그때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체로키족 치료사인 구르는 천둥은 이렇게 말했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다. 지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의지를 가진 높은 차원의 인격체다. 지구 역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할 때가 있고 병들 때가 있다.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존중해야 하듯이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에 상처를 주는 일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는 일은 지구에게 상처를 가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위대한 대지의 어머니는 글루스캅(Glooskap)과 말숨이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글루스캅은 선하고 지혜로우며 창조력을 가졌지만, 말숨은 이기적이며 파괴를 일삼았다. 어머니가 죽은 뒤, 글루스캅은 어머니의 몸으로 동물과 식물들, 인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말숨은 독이 든 식물과 독뱀을 만들었다. 말숨은 글루스캅을 질투하여 그를 죽일 계략을 세웠다. 글루스캅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올빼미 깃털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말숨은 올빼미 깃털로 표창을 만들어 글루스캅을 죽여 버렸다.
그러나 선의 힘이 더 강했기 때문에 글루스캅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그는 선이 살아남고 자신의 창조물을 평화롭게 살게 하려면 말숨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글루스캅은 말숨을 유인한 뒤, 양치식물의 뿌리를 그에게 던졌다. 말숨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 양치식물이었기 때문이다. 죽은 말숨의 영혼은 지하로 내려가 늑대 악령이 되었다.
좁게는 캐나다 오타와 부근에 살던 부족이지만, 넓게는 대서양 연안에서 로키 산맥까지에 걸친 캐나다와 미국 북부의 알공킨어를 쓰는 부족을 가리킨다. 이로쿼이족과 적대적인 관계였던 알공킨족(Algonquin)은 이로쿼이족과 같이 발달한 군사적⋅사회적 조직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로쿼이족의 습격과 유럽인이 가져온 질병으로 몰락하게 되었다.
글루스캅은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말숨이 만든 악의 무리를 물리쳤다. 그리고 춥기만 한 북쪽 지역에 여름을 가져다주었다. 어느 날, 자신의 업적에 도취된 글루스캅은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한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 친구는 집에 없었지만, 글루스캅은 친구의 아내에게 무용담을 모조리 들려주었다. 그녀는 공손하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나는 지상 최고의 존재가 되었소. 이제 나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오!
하지만 글루스캅이 모든 말을 마치자, 놀랍게도 친구의 아내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당신이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어떤 사람도 그를 이길 수 없을 걸요.
글루스캅은 애써 당황스런 기색을 숨기며 그게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땅바닥에 앉아서 놀고 있는 자신의 아기를 가리켰다. 글루스캅은 결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 아기 다루는 법을 몰랐다. 하지만 글루스캅은 코웃음을 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 아기라고? 악마도 물리친 내가 무얼 못하겠소!
글루스캅은 아기를 불렀다. 아기는 잠깐 그를 쳐다봤을 뿐, 단풍나무 설탕즙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글루스캅은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를 내어 아기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아기는 들은 척도 않고 설탕즙만 빨아먹을 뿐이었다. 글루스캅은 자기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에 화가 치밀었다.
당장 이리 오지 못하겠느냐!
글루스캅의 호통에 놀란 아기는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루스캅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아기는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그 때문에 완전히 흥분한 글루스캅은 마법의 힘을 쓰고 말았다. 괴물을 유인할 때 쓰던 주문을 외우고 악의 무리를 땅속 깊은 곳까지 도망가게 만든 무시무시한 노래까지 불렀다.
그러나 아기는 무서워하기는커녕 울음을 그치더니 그를 보며 씨익 웃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글루스캅은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절망감에 휩싸인 채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아기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운 듯 구구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원주민들은 아기들이 구구 소리를 낼 때면, 아기가 글루스캅을 이긴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글루스캅이 사람들을 떠나 자신의 나라로 가야하는 슬픈 날이 오게 되었다. 글루스캅은 미나스라는 커다란 호숫가에서 잔치를 벌이며 각지의 사람과 동물을 초대했다. 모두들 글루스캅에게 직접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엄청난 무리가 모여들었다.
성대한 잔치가 끝나갈 무렵, 글루스캅이 신비롭고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 호수를 따라 내려온 통나무배에 올라탔다. 수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그의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그가 탄 배가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글루스캅이 떠난 직후, 놀랍게도 동물과 사람 모두 잘 통하던 말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서로의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알공킨족은 글루스캅이 머나먼 빛의 나라에서 살고 있으며 직접 지은 호숫가 집에서 화살을 만들고 있다고 믿었다.
화살 한 개가 하루의 날짜를 나타내는데 화살이 방안에 가득 차면 위대한 최후의 날이 온다. 그러면 그는 선한 무리들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악의 무리인 말숨과 그의 부하들을 전멸시키고 인간을 구할 것이다. 그 뒤 자기들도 자멸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다. 글루스캅과 선의 무리는 지상의 추종자들과 함께 빛의 나라로 돌아가서 모두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된다고 한다.
클로스쿠르베가 세상을 창조할 당시 한 소년이 그를 찾아와 그의 조수가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그 소년은 햇볕에 데워진 물거품 속에서 태어났는데, 클로스쿠르베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이 두 존재가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한 뒤에 한 소녀가 클로스쿠르베를 찾아왔다. 그 소녀는 땅에서 자라는 풀과 이슬, 태양의 열에서 태어났다. 클로스쿠르베는 하늘의 위대한 신비에게 소녀를 보내준 것을 고마워했다.
얼마 뒤, 훌쩍 자란 소년과 소녀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곧 임신을 했고 세상의 첫 어머니가 되었다. 그 후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 셀 수 없이 많아지게 되었고, 점점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다. 세상의 첫 어머니는 그것이 너무 가여워서 울기 시작했다. 그 눈물이 멈출 줄 모르자 남편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당신의 눈물을 그치게 할 수 있겠소?
내 눈물은 당신이 나를 죽여야만 그칠 수 있답니다.
깜짝 놀란 남편이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꼭 자신을 죽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괴로운 마음에 남편은 삼촌인 클로스쿠르베를 찾아갔다. 하지만 클로스쿠르베 역시 그녀의 뜻대로 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제는 남편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일 정오에 나를 죽이세요. 그런 뒤에 땅 한가운데 묻어주세요. 그리고 일곱 달 뒤에 다시 그 곳으로 오세요. 그러면 당신은 내 살을 보게 될 거예요. 그 살은 당신과 우리 아이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먹이게 될 것입니다.
남편과 아들들은 울면서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일곱 달이 지나 그들이 돌아왔을 때, 그 땅에는 초록색의 키가 크고 수염이 달린 식물이 솟아나 있었다. 그 식물의 열매가 바로 옥수수였다. 그녀가 일러준 대로 그들은 옥수수를 다 먹지 않고 남겨서 땅에 묻었다.
그래서 일곱 달마다 첫 어머니의 살과 영혼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첫 어머니를 묻은 자리에서 또 다른 식물이 자라났는데, 그것은 담배였다. 그들은 그 식물에서 첫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을 태워서 그 연기를 마셔라. 이것은 네 마음을 깨끗하게 해 줄 것이고, 너희의 기도를 도울 것이다.
이후 남편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옥수수를 먹을 때마다, 신성한 식물의 연기를 마실 때마다 첫 어머니를 생각해라. 그녀는 너희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북미 원주민 사회의 중심은 여성이다. 유럽에서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기 훨씬 전부터 원주민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있었다. 여성들은 부족의 일에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고 추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페놉스콧족(Penobscot)은 유럽인 정착자들이 오기 전에 지금의 메인주에는 수 천 명의 인디언들이 살았다. 그들은 알곤킨 어족의 아베나키 족과 에체민 족들에 속하였다. 아베나키 족은 페놉스콧 강 서부에, 에체민 족은 강의 동부에 살았다. 인디언들은 마을들이 있었으나 식량을 찾으러 가끔 옮겨 다녔다. 그들의 적인 이로쿼이 어족이 자주 그들의 마을들을 급습하였다.
두 젊은이가 굶주림에 지친 부족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떠났다. 그 둘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높은 언덕으로 올라갔는데, 저 멀리서 신비로운 빛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빛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그 빛이 젊고 아름다운 여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하얀 사슴 가죽을 입고 등에 짐을 메고 있었다. 한 젊은이는 여인이 신성한 존재임을 깨닫고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다른 젊은이는 미모에 혹해 욕정을 느끼고 그녀를 덮치려고 했다. 순간, 번개가 내려쳐서 젊은이를 흔적도 없이 불태워 버렸다.
나는 너희 부족에 성스러운 것을 내려 주려고 왔다. 나에게 길을 인도하라.
젊은이와 마을에 도착한 여인은 등에 진 짐을 풀어 사람들에게 옥수수와 오이의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이후 여인은 부족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올바르게 기도하는 법과 기도의 말, 몸짓을 가르쳐 주었다. 여자들에게도 불을 피우는 법과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며 말했다.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너희가 하는 일은 전사들이 싸우는 일 못지않게 위대하다.
마지막으로 여인은 부족의 추장에게 신성한 파이프 담뱃대인 차눈파(Chanunpa)를 건네주었다.
이 신성한 담뱃대를 가지면 너희는 살아있는 기도 자체가 될 것이다. 너희가 땅을 밟고, 담뱃대로 하늘을 가리키면 너희 몸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이 담뱃대를 통해서 너희는 하늘과 땅, 풀들 모두와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며 작별을 고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처음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걸어가던 그녀는 곧 검은 들소로 변하였다. 그리고는 이내 갈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 흰 들소 새끼로 변하였다. 흰 들소 여인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자마자 수많은 들소 떼가 나타났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은 굶주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코요테가 친구인 거미인간 이크토메(Iktome)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둘은 한 바위를 보게 되었다. 이야(Iya)라는 이름을 가진 그 바위는 말도 할 줄 알았다. 코요테는 바위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 자기의 담요를 선물했다. 이크토메가 의아해하자 코요테가 말했다.
하하, 난 모두에게 항상 베풀며 산다네. 내 담요를 덮고 있으니 바위가 더 멋져 보이는군.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폭우로 변했고 곧 홍수가 나고 말았다. 둘은 얼른 주변의 동굴로 피했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춥고 축축했다. 이크토메는 두꺼운 들소 가죽으로 된 담요를 덮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코요테는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참다못한 코요테는 이크토메에게 이야(바위의 이름)에게로 가서 담요를 도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이크토메는 바위에게 갔지만 바위는 돌려 줄 생각이 없었다.
안돼, 이건 내꺼야 !
이크토메가 돌아와서 이 말을 전하자, 화가 난 코요테는 직접 가서 가져 오겠다며 펄펄 뛰었다.
이봐, 코요테. 내 생각엔 자네가 담요를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이야는 마력을 가진 바위라고.
코요테는 이크토메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위에게 갔다. 그러나 바위는 똑같은 말을 할 뿐이었다. 코요테는 씩씩대며 담요를 낚아챘다.
이건 원래 내 것이니까 내가 가져갈 테다! 그럼 이제 끝이야. 잘 있어.
바위는 돌아서는 코요테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끝이라니 말도 안 돼....
코요테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동굴로 돌아왔다. 얼마 뒤 비가 그치자 코요테와 이크토메는 햇볕에 몸을 말렸다. 두 사람이 챙겨온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 기분 좋게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둥 같은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곧 커다란 바위가 굴러오는 모습이 보였다. 둘은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바위가 빠른 속도로 쫓아오자 이크토메가 꾀를 냈다
강으로 가자고! 이야는 무거우니까 가라앉을 거야.
하지만 바위는 마치 수달처럼 헤엄치며 그들을 쫓아왔다.
안 되겠군. 커다란 나무 사이로 도망치자. 길이 막혀서 쫓아오지 못할 거야.
하지만 이번에도 바위는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들을 산산조각 내며 쫓아오는 것이었다. 바위는 그들이 어디로 가든 쫓아올 기세였다. 순간 이크토메가 멈춰서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난 도망칠 이유가 없구먼. 자넨 몸조심하게!
그는 얼른 작은 거미로 변해서는 쥐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코요테는 친구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달렸지만 바위는 지치지도 않고 쫓아왔다. 결국 바위는 지칠 대로 지친 코요테를 납작하게 깔아뭉개고는 담요를 챙겨 돌아가 버렸다.
잠시 뒤, 지나가던 목동이 납작하게 깔린 코요테를 발견했다. 그는 멋진 모피를 주웠다고 기뻐하며 자기 집 벽에 걸어두었다. 그런데 코요테가 밤사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코요테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목동의 아내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목동에게 말했다.
방금 당신이 주워온 모피가 도망갔어요.
세계 여러 민족의 신화나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또는 어릿광대. 트릭스터는 인간의 모습을 한 동물이거나 적어도 동물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북미 신화 속에서 코요테나 토끼, 반인반수인 거미인간 이크토메가 대표적이다. 또한 스승이 제자의 질문에 직접 대답해 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깨우치게 하는 북미 원주민의 가르침이다.
북미 원주민에게 동물은 사람과는 다른 지혜와 힘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사는 형제자매이다. 원주민들은 특정한 동물을 자신의 수호동물로 섬기면서 평생토록 그 동물의 장점과 단점을 배운다. 수호동물 중에서도 하늘을 높이 나는 독수리는 위대한 신비에 가장 가까운 존재로 경외의 대상이다. 곰은 스스로 병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거북이는 장수와 인내를 상징한다.
오랜 옛날, 동물들이 사람들의 횡포를 참다 못해 화를 터뜨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동물을 사냥하고 남은 시체를 썩게 내버려두기 때문이었다. 강이나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아도 그 뼈를 아무렇게 던져 버렸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누군가 사람에게 전쟁을 선포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러자 곰이 말했다.
화살을 가진 사람을 이기기는 힘든 노릇이에요. 전쟁을 하면 우리에게도 피해가 오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고민한 끝에,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병을 내리기로 했다. 사슴은 신경통과 관절염과 두통을, 새는 복통을 주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동물들이 병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슬쩍 풀어놓았다.
얼마 뒤부터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병에 걸린 사람들은 아주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물들은 점점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동물들은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사람들이 병에 걸린 이유를 말해 주었다.
그리고 병을 낫게 하는 노래와 약이 되는 식물을 가르쳐 주었다. 또한 심신을 깨끗이 단련시키는 스웨트 롯지(Sweat lodge) 의식도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하여 사람은 동물을 함부로 대한 벌로 동물로부터 병을 얻게 되었지만, 또한 동물들 덕에 병을 치유하는 기술도 얻을 수 있었다.
호피족은 북미의 다른 부족에 비해 오래된 전설을 이어온 부족이다. 호피족 조상의 예언과 가르침은 여러 세대를 거쳐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지금도 그들은 수천 년 전 그들의 조상이 살았던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다. 그들은 두 개의 고대 석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 시대가 시작될 때 창조주가 그들에게 전해준 것이라고 한다.
호피족의 세계관에 의하면 지구는 한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고, 그 축은 거대한 우주 거인이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그들이 축에서 손을 떼면 지구 회전은 불안정해지고 세상은 종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말 이후 세상이 다시 균형을 찾게 되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들에 의하면 앞선 세상은 인류가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파괴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세상은 지진으로, 두 번째 세상은 지구의 축이 뒤집혀서 얼음으로 뒤덮였으며, 세 번째 세상은 홍수로 종말을 맞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네 번째 세상인데, 이 시대의 운명은 사람들이 위대한 신비의 뜻대로 행동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미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람들은 물질문명에 눈이 흐려졌고 위대한 어머니인 지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모르게 되었다. 이에 호피족은 지금의 세계가 점점 위대한 신비의 뜻에 어긋나가고 있으며 이대로 지속되면 이 네 번째 세상은 종말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호피족에 의하면 인류는 이미 종말을 향한 말기시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종말이 가까이 다가오면 사람들의 의식을 흔들어 깨울 세 차례의 대격동이 일어나는데, 그 중 두 차례는 이미 1, 2차 세계대전으로 겪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호피족의 주술사들이 미국의 언론에 제3차 세계대전에 관한 예언을 공개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모닥불 속에서 강대국들의 땅에 거대한 버섯구름들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는 주장을 하였고, 이는 핵폭탄에 의해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