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룩소르(Luxor)
룩소르(영어: Luxor, 아랍어: الأقصر al-Uqṣur)는 이집트의 남부에 있는 도시이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존재해 왔으며 인구는 376,022명(1999년)이고, 도시의 면적은 416km²이다. 룩소르신전, 카르낙신전, 멤논의 거상 등을 포함한 유적들이 위치해 있고 서안지역에는 왕가의 계곡과 왕비의 계곡이 있다. 매년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찾으며, 룩소르 국제 공항이 위치해 있다. 시민들은 주로 사탕수수 농사에 종사하며, 경제는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어로는 웨세트(Wêset)라고 불렸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기록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묻혀버리는 바람에 그리스식 명칭인 테베(Θῆβαι)로 더 알려져 있다. 그리스에도 테베라는 동명의 도시가 있었지만 그리스인들이 자기네 도시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은 아니다. 웨세트 근처의 타 페라는 현지의 지명을 그리스어화하는 와중에 우연히 같아진 것. 때문에 룩소르는 100개 문의 테베, 그리스의 테베는 7개 문의 테베라고 구별하였다고 한다.
나일 강 중류에 위치한 상이집트 지방의 중심 도시였던 곳으로, 중왕국 제 11왕조부터 신왕국 제 18왕조 시기까지 이집트의 수도가 되었다. 그러다 람세스 2세가 페르람세스(피람세스)를 창건하여 수도의 기능을 이전했고, 이후 제 19왕조 시기에는 완전히 나일강 삼각주 지역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 후 웨세트는 알렉산드리아나 카이로에 비하면 그저그런 도시로 쇠락하게 되었으며 이슬람의 도래 이후로는 도시의 원래 이름인 웨세트도 잃고 룩소르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아랍어로는 알 우크수르(الأقصر, al-ʾuqṣur). '궁전들'이라는 뜻이다. 과거 수천년 동안 서구 세계를 주름잡던 세계 최강국의 수도였다는 영광을 보여주는 증거.
나일 강 동안에 있는 룩소르와 카르나크 신전, 나일 강 서안에 있는 왕가의 계곡과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등 고대 이집트의 중요 유적들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며, "고대 테베와 네크로폴리스"로 묶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1997년 11월 17일, 이곳에서 이슬람 테러 조직이 버스에 총기를 난사해 관광객 58명을 살해하는 테러 사건을 저지른 바 있다. 이후 2015년 6월에도 자살 폭탄테러가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2021년 4월에 추가로 고대 도시가 발굴되었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땅 / 월간문화재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의 두 번째 왕도(수도)로 4천 년 전부터 멤피스에 이어 약 천 년 동안 정치·경제· 문화·종교의 중심지였다. 룩소르의 옛 이름은 ‘많은 신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의 와세트로 고대이집트의 최고신인 태양신 아멘·라(1)의 마을이었다. 그 뒤 그레코·로만시대에 테베, 이슬람시대에 룩소르로 바뀌었다.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아 사막 속을 흐르는 나일 강 유역의 좁은 농경지대를 제외하고는 그 일대가 불모의 사막이다. 그런 룩소르이지만, 황갈색의 모래언덕과 짙푸른 나일 강, 고대 유적이 잘 어우러져 있어 룩소르 전체가 자못 수려하게 보존되고 있다.
룩소르는 나일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있다. 동쪽은 ‘아크로폴리스’라고 불린 ‘산 사람의 땅’으로 신전 유적들이 있다. 서쪽은 ‘네크로폴리스’라고 불린 ‘죽은 사람의 땅’으로 죽은 파라오의 영원한 안식처인 암굴무덤과 장제전(파라오 무덤 신전) 유적들이 있다.
룩소르 동안의 신전 유적
룩소르 동안의 북쪽에 동서 540m, 남북 600m로 이집트의 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카르나크 대신전이 자리한다. 왕권강화와 국가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람세스 2세를 비롯하여 역대 파라오들이 증·개축하면서 이천 년 걸려 완공한 웅장한 신전이다.
카르나크 대신전에는 여러 개의 신전들이 모여 있다. 그 중 가장 큰 아멘 대신전은 그 구조가 스핑크스 참배 길, 열 개의 탑문, 두 개의 안마당, 두 개의 기둥 홀, 세 개의 오벨리스크, 성지, 성소가 배치되어 있다. 사자의 몸에 숫양의 머리를 가진 스핑크스들이 즐비한 참배 길 끝에 높이 43m에 폭 113m의 거대한 첫 번째 탑문이 서 있다. 폭 102m, 안쪽 깊이 53m로 웅장하기로 유명한 큰 기둥 홀은 높이 21m, 둘레 15m의 거대한 돌기둥 134개가 숲을 이룬다. 큰 기둥 홀은 파피루스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원초의 바다’에 태양빛이 비쳐 천지가 창조되는 창조신화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큰 기둥 홀의 안쪽에 투트메스 1세와 하트셉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고 성스러운 연못 곁에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넘어진 채 땅 위에 누워 있다.
카르나크 대신전의 남쪽에 ‘아멘의 남쪽 궁전’이라고 불린 룩소르 신전은 약 3400년 전에 아멘·라 신의 여름 별장으로 오페트 축제 때 사용하기 위해 지은 신전이다. 길이 260m의 이 신전은 첫째 탑문-첫째 안마당-둘째 탑문-큰 기둥 복도-둘째 안마당-성소가 나일 강과 나란히 남북 일직선 구조로 배치돼 있다.
신전 입구인 너비 65m, 높이 25m의 첫 번째 탑문은 람세스 2세가 세운 것으로 고대 로마의 개선문이나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이 이 탑문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탑문에 람세스 2세의 높이 25m의 분홍색 화강암 오벨리스크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었으나 하나만 남고 다른 하나는 현재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 서 있다. 룩소르 신전의 중심인 아멘호테프 3세가 세운 길이 52m의 기둥복도에 높이 19m의 거대한 파피루스 기둥이 2줄로 14개가 서 있다. 그 안쪽에 64개의 개화식 파피루스 기둥이 둘러싼 둘째 안마당과 성소가 있다.
룩소르 서안의 장제전
서안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사막 속 허허벌판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돌조각, 멤논 거상이다. 삼천사백여 년 전에 아멘호테프 3세가 장제전 입구에 세웠던 것인데 장제전은 홍수로 파괴되고 두 채의 거상만 남아있다.
기원전부터 로마인들과 그리스인들이 가고 싶어 했던 관광지는 고대 이집트였다. 그들이 이집트에 와서 보고 싶었던 것은 기자의 세 피라미드와 룩소르 서안의 멤논 거상이었다. 그들은 이 거상이 호메로스의 ?G일리아스?H의 트로이 전쟁 이야기에 나오는 대영웅 아가멤논을 닮았다고 해서 ‘멤논 거상’이라고 불렀다. 기원 전 27년경 큰 지진이 있은 뒤로 해가 뜰 때가 되면 거상이 우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멤논이 매일 아침 그의 어머니인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그리워하며 우는 소리라고 여겨 ‘우는 거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들은 거상 자체보다는 거상이 우는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장제전에서 유명한 것은 람세스 3세의 장제전 라메세움과 하트셉수트 장제전이다. 보존 상태가 좋고 매우 아름다운 람세스 3세(기원전 1183~1152) 장제전은 왕궁이 함께 있는 특수한 구조다. 높이 22m의 거대한 첫째 탑문의 벽은 람세스 3세가 태양신 아멘·라의 앞에서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등이 큰 돋을새김으로 장식돼 있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단애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진 사막에 있는 신왕국의 여왕 하트셉수트(기원전 1503~1482)의 장제전은 3층으로 된 거대한 테라스를 가진 것으로 중앙에 있는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성소에 이른다. 테라스 안쪽 벽은 채색 벽화로, 기둥은 아름다운 돋을새김으로 장식돼 있다.
중왕국시대에는 파라오의 무덤을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었다. 신왕국시대에는 피라미드 대신에 꼭대기가 천연의 피라미드처럼 생긴 알 쿠른 산 아래 깊숙한 사막계곡의 바위를 뚫고 암굴무덤을 만들었다. 3천 년이 넘는 암굴무덤 약 800기가 사막계곡에 모여 있다.
왕들의 계곡에 있는 파라오의 암굴무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홉 살에 파라오가 되었다가 열여덟 살에 의문사를 한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기원전 1366~1327)의 무덤이다. 그가 죽은 뒤 투탕카멘은 왕들의 계곡에 묻혀 3천 3백여 년 동안 잊혀 있다가 1922년에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의 무덤에서 미라와 함께 3천 5백여 점의 유물들이 발굴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미라는 4중으로 된 금박의 나무 상자 속에 3중으로 된 파라오의 모습을 따서 만든 인형관 안에 안치돼 있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현재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의 2층 특별실에서 전시되고 있다. 왕비의 계곡에서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의 무덤이 가장 유명하다. 이 무덤의 채색 벽화는 고대 이집트의 벽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룩소르의 모래사막 속의 고대 유적의 보존
룩소르는 다른 유적지와는 달리 사막 속에 있는 그것도 대분분이 3천 년이 넘는 오래된 유적들이 보존되고 있는 고대 유적지이다. 다른 유적지처럼 도시 속에 유적지가 곁들여 있는 것이 아니라 룩소르 전체가 신전과 암굴무덤의 유적지이고 그 곁에 도시기능이 있어 유적지를 보존관리하고 있다. 그 초점은 사막 속에서의 고대 유적의 보존과 유적지의 옛 분위기의 훼손방지에 두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한 유적지가 그 주변의 도시의 발달로 침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룩소르는 동안의 나일 강변에 관광객을 위한 호텔, 레스토랑, 상점들이 모여 있는 상업지구가 있다. 다만 이 상업지구가 유적지를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상업지구의 건물 높이가 신전보다 높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상업지구에서 신전까지는 자전거나 마차로 다닐 수 있다. 나일 강 크루즈에서 내려 걸어서 신전으로 갈 수도 있다. 도로는 하나밖에 없어도 신전까지의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동안에서 서안으로 가려면 지금은 육교가 생겨 차로 쉽게 건너갈 수 있다. 그렇지만 육교를 동안과 서안의 중심지를 연결하지 않고 남쪽으로 멀리 돌아가서 건너도록 돼 있어 유적지가 차량의 빈번한 왕래를 피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옛날처럼 배를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서안에는 모래사막에 어울리게 흙벽돌로 지은 단층 농가만 허용하고 있다.
유적지 주변 도시의 발달과 급속히 늘어나는 차량의 왕래가 고대 유적지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이다. 룩소르는 유적지의 도시화를 강력히 억제하고 도로나 차량의 침해로부터 유적지를 보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차가 다닐 수 있는 간선 도로를 동안과 서안에 각각 남북으로 하나씩만 두고 있다. 서안의 경우 그 도로에서 사막에 있는 암굴무덤까지는 전동카트로 가도록 되어 유적지의 옛 모습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1)아멘·라 : 신 라(Ra)는 태양신으로 고대 이집트의 최고 신이고, 신 아멘(Amen)은 하늘의 신으로 룩소르의 지방신이다. 룩소르가 지방도시에서 이집트의 왕도가 되어 그 지위가 높아지면서 신 아멘도 이에 걸맞는 지위가 필요하게 되어 최고 신인 신 라와 결합하여 아멘·라가 되었으며, 고대 이집트의 최고 신이 되었다.
글 / 사진ㆍ이태원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