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드라(tundra)
툰드라 기후란 가장 더운 달의 평균 기온이 0°C에서 10°C 사이인 곳으로 이곳보다 높으면 냉대기후, 낮으면 빙설 기후이다. 최저기온은 -3°C 미만이면 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은 1년 내내 평균기온이 -10°C ~10°C 사이에 있는 의외로 따뜻한(?) 곳이 있다. 주로 북극 근처에 위치하는 동토 지역. 삼림 한계를 넘은 지역으로 나무는 적고 주로 이끼가 많으며 종종 관목이 있기도 하다. 이런 이끼들은 추운 날씨 때문에 썩지 않고 이탄층을 형성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땅이 얼어 있어 물이 잘 안 빠지기 때문에 툰드라 지대에선 웅덩이를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빙하호도 많이 있는 편. 위성사진이나 지도로 보면 왜 환공포증 운운하는지 납득이 갈 정도이다.
인구 밀도가 극단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이누이트족이나 유픽족, 사미인, 네네츠인, 유카기르인, 축치인, 응가나산인 등 몇몇 민족들이 주로 목축이나 수렵, 어업을 하며 거주한다. 비록 상업적 목적은 아니라지만 포경이나 거의 제한 없는 수렵이 가능한 지역도 많다. 그것도 못하게 하면 사실상 살아남을 수가 없는 동네이기 때문. 이 지역 용어는 그곳에 주로 거주하던 사미족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부르던 것에서 기인한다.
열대우림 지역과의 생존/생활여건 비교
툰드라 지역은 적절한 장비가 없으면 열대기후 지역보다 훨씬 생존하기 어려운 곳이다. 육상의 경우, 기껏해야 이끼나 작은 관목만이 있어서 인간이 먹을 수도 없다. 한여름에도 영상 20도를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어 가만히 있으면 순식간에 얼어죽는다. 거기에 여름에 땅이 녹으면 모기 수천~수만 마리가 물어뜯으려고 한다. 그래서 툰드라 지역의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게 아니라 모기를 피해 이동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
그래도 대비만 제대로 갖춘다면, 열대우림와 툰드라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조난 시 단기 생존에는 툰드라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정온동물인 인간의 신체구조 특성상, 폭염보다는 한파를 견디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
하지만 21세기 기준에서는 큰 의미는 없다. 단기생존이면 모를까 장기간 생활하려면 어차피 전자는 냉방기기가 필요하고 후자는 난방기기가 필요할 테니. 통념과 다르게 전기식이라면 에너지 효율은 난방보단 냉방이 더 좋다. 저항기를 이용해서 전기를 태워없애는 열선보다는 순환식 컴프렛샤가 효율이 더 좋기 때문. 화로를 피우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툰드라에는 있지도 않은 장작이나 대규모 노동력과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석탄/석유를 자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소리다. 이누이트들도 고래기름이나 바다코끼리 기름 짜서 아끼고 아껴서 사용하고 모자르면 돈주고 사 온다… 명심하자. 지금은 21세기다. 그리고 전기가 없더라도 태양광을 완전히 차단한 그늘에 가만히 있으면 '생각보다는' 덥지 않다. 폭염으로 인한 일사병, 열사병 사망자의 대부분은 땡볕 아래에서 격한 노동을 하다 희생된다. 열대기후는 습해서 지랄인거지 온도로만 따지면 건조기후보다 덜 뜨겁기도 하고.
또한, 어짜피 모든 준비물과 물자를 미리 다 준비해서 싸들고 온다는 전제하라면 21세기 장비들을 활용할 경우, 장기생존에 중요한 건 에너지가 아니라 의식주다. 에너지 만들기는 반영구적인 장비만 있으면 혼자서도 쉽게 뚝딱 만들지만 소모품인 식량이나 식수, 직물을 짜기 위한 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 단순히 생각하면 전기보다는 식량 생산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이건 맨땅에 헤딩 할 때 이야기고, 미리 준비물을 가져온다면 전기는 반영구적인 장비를 던져 놓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지만 식량은 장비+종자(씨앗)+노동력+더 까다로운 환경요건+시기가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
어쨌든 단기생존을 넘어서 장기간 생활을 하려면 21세기 기술으로는 딱히 노동력을 들이지 않고 생산 가능해진 전기 에너지만 있으면 마음껏 가능한 냉난방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자급해야 하는 식량과 식수, 즉 의식주가 중요해지는데, 열대기후쪽이 아무래도 건축자재나 의복 제작에 필요한 자원도 덜 든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기의 효율도 열대쪽이 더 유리하다. 식량이나 물, 농사는 애초부터 열대 기후가 유리하고. 괜히 많은 과일들이 열대 기후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추운 지방에서는 독성이 없거나 약해지므로 관목들 중에서 열매가 열리는 것들은 모두 따서 먹을 수 있는 툰드라가 유리하지만. 이누이트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아쿠탁(Akutaq)이 바로 이런 환경에서 나온 음식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장기적으로 가면 결국 채집으로는 한계가 있고 종자를 가져오든 해서 농경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툰드라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이누이트야 수렵채집생활 하면서 살긴 하는데 그 덕에 부양능력과 인구밀도가 극단적으로 낮고, 요즘은 그마저도 엿같은 전통 생활 때려치우고 차라리 도시 생활 하겠다고 북극 툰드라 지역을 떠나 이주하는 인원도 많다. 그도 그럴게 자연환경 파괴로 북극 생태계가 점점 더 좆망해가고 있어서. 사실 다 필요없고 툰드라/빙설 지역과 열대 지역의 거주인구, 부족 갯수, 인구 밀도만 따져봐도 열대지역이 압도적 우위이다. 툰드라 하면 떠오르는 부족은 이누이트 뿐이지만, 열대하면 떠오르는 부족은 줄루족, 알타이족, 피그미족, 샘족 등등 수도 없이 많다. 부족뿐만 아니라 문명화된 국가로 따져도 열대지역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온대 기후 이상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가 가장 희박한 툰드라 지역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초반에는 툰드라가 열대우림보다 유리하지만 극지방 특성상 적은 강수량과 어려운 농업여건으로 가면 갈수록 불리해진다고 보면 된다. 사실 열대우림이랑 생활여건을 비교하는 것도 좀 이상한데, 툰드라와 빙설 기후만큼 생활여건이 열악한 곳은 스텝과 사막 기후다. 극소수 이누이트와 사막 유목민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무인지대인 빙설/툰드라, 사막/스텝기후와는 반대로 열대우림에서는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살아 왔다. 사실, 극단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무제한적인 자본을 다 때려 붓는다면 차라리 툰드라보다는 사막이 낫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토지 상부의 모래를 다 걷어내고 해수담수화 설비를 하든 지하수를 파든 해서 물만 구하면 농사가 가능하니까. 한대 기후는 작물 생장이 불가능하다는 디메리트가 너무 크다. 실제 선진국에서도 건조 기후 개간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와도 한대 기후 개간을 했다는 이야기는 기껏해야 남북극의 조그마한 기지가 전부이고 그마저도 외부 보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우주도 마찬가지. 우주공간과 마찬가지로 한대기후는 대규모 인구의 자급자족 정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주공간보다야 쉽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