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플랜(Marshall Plan, 1947)
마셜 플랜(Marshall Plan)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이 서유럽 16개국에 행한 대외원조계획이다. 정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 ERP)이지만,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 1880-1959)이 처음으로 공식 제안하였기에 그의 이름을 따서 ‘마셜 플랜’이라고 한다.
1947년 6월 5일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 참가한 마셜(Marshall) 국무장관은 연설을 통해 “시장 경제 체제를 채택하는 나라들이 그들의 국내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집행하는 계획에 대하여 미국은 대규모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며 대규모의 유럽 경제원조 계획을 밝혔다. 마셜 플랜은 유럽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는 일본(日本)에도 적용되었다. 1947년 11월에 미국 정부는 일본에 빠른 시일 안에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는 경제부흥계획의 수립을 요청했다.
마셜 플랜의 핵심 내용은 다음의 3가지로 정의된다. 첫째, 유럽부흥계획을 수립하는 문제는 유럽인의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셜은 연설에서 “경제적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유럽부흥계획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계획은 공동의 계획안으로 되어야 하며, 유럽 국가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많은 국가에 의해서 동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인 자립적 기반 위에서 원만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까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원조의 목적을 두었다. 셋째, 계획에 참가할 수 있는 대상은 기본적으로 유럽 전체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참가국들이 수용해야 할 일정한 조건을 단서로 붙여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을 실질적으로 배제하고 있었다.
미국 의회는 1948년 3월 상원에서 67표 대 17표, 하원에서 329표 대 74표로 경제협력법(Economic Cooperation Act)을 통과시켜 마셜 플랜을 승인했다. 경제협력법은 1948년 4월 3일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식적인 법적 효력을 얻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1948년 4월부터 1951년 말까지 서유럽에 12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원조를 하였다. 그리고 1952년부터는 상호안전보장법(Mutual Security Act, MSA)에 근거한 원조로 계승되었다.
마셜(Marshall)은 이 계획이 “특정한 나라 또는 이념에 대항한 것이 아니라, 기아(飢餓), 빈곤(貧困), 절망(絶望)과 혼란(混亂)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소련을 포함하여 동부 유럽까지 원한다면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연설의 내용과는 달리 마셜 플랜은 ‘트루먼독트린(Truman Doctrine)의 실행 형태’라는 평가처럼 냉전(The Cold War)의 전개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1947년 3월 12일 미국의 해리 트루먼(Harry Shippe Truman, 1884~1972)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극소수의 무장 세력 또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전복 행위에 저항하는 자유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어야 한다”는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하며 냉전의 개시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미국은 그리스와 터키에 대해 경제와 군사 원조에 착수하며 소련에 대한 봉쇄 정책(Containment Policy)을 추진하였다. 마셜 플랜도 서유럽 여러 나라의 경제 재건을 지원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여 소련과 공산주의의 확대를 봉쇄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었다. 미국의 외교 정책 고문으로서 ‘봉쇄 정책의 설계자’로 평가 받는 조지 케넌(George Frost Kennan, 1904~2005)은 마셜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정책의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공산당은 유럽의 위기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원조는 공산주의와 싸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불균형과 싸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제적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유럽 사회가 전체주의적 운동에 취약해지고 있으며, 소련 공산주의가 지금 이 경제적 불균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적 필요도 이 계획의 실행에 영향을 끼쳤다. 전후(戰後) 미국의 서유럽 원조는 그들 나라의 경제 재건이 아니라 당장의 긴급 구호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적 혼란은 점차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부담으로 나타났다. 종전(終戰)으로 정부의 군비(軍費) 지출이 감소하고 생산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도 수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산 규모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컸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ors)는 외국의 지불 능력이 국내 경제의 취약성과 맞물려 기대하는 수출이 감소하면 미국의 생산과 물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였고, 미국 정부 안에서는 안정적인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의 경제 재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확대되었다. 실제 마셜 원조는 미국 경제의 수출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러한 수출 증가 덕분에 미국은 군비 지출의 감소로 인한 경기 후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마셜 플랜은 1952년까지 서유럽 경제의 부흥을 도모하여 서유럽 국가들의 무역 적자와 달러 부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시는 각 나라별 원조의 형식을 지니지 않고, 유럽 공동의 계획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되어 유럽의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였다.
마셜의 제안에 대응하기 위해 1947년 6월 말 영국, 프랑스, 소련의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소련은 마셜 플랜에 대해 미국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유시장체제의 가치를 유럽에까지 확대시킴으로써 대서양을 넘어 자본주의 지배를 강화하고자 하는 술책이라고 비난했고, 회의는 결렬되었다. 7월 12일 파리에서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등 16개국이 참가하여 유럽부흥계획 회의가 열렸다. 이들 국가들은 부흥계획을 세우기 위해 유럽경제협력위원회(Committee of European Economic Cooperation, CEEC)를 결성하였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이에 참여하기를 거부했으며 ‘몰로토프 플랜(Molotov Plan)’으로 알려진, 식량원조와 물물 교환에 관한 특별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이에 대응했다.
1948년 4월 미국에서 경제협력법(Economic Cooperation Act)이 통과되어 마셜 원조가 본격화하자 서유럽 국가들은 기존의 CEEC를 유럽경제협력기구(Organization for European Economic Cooperation, OEEC)로 개편하였다. 미국은 경제의 재건을 체계화하고 원조 자금의 흐름을 감독하기 위해 수혜국들에게 4개년 경제 재건 계획을 입안할 것을 요구했으며, 유럽 전체의 계획은 각국이 OEEC에 제출한 독립적인 4개년 계획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OEEC를 통해 무역과 통화의 제한 완화 등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 통합이 추진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하여 1950년 유럽지급동맹(European Payment Union, EPU),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 58~59년에는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 EEC)와 유럽자유무역연합(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EFTA)이 탄생했다. 그리고 OEEC 자신은 1961년 9월에 가맹 18개 국가(기존 16개 국가에 서독과 유고슬라비아가 이후 참여함)에 미국, 캐나다를 추가로 참여시켜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로 발전적으로 해소되었다.
그리고 마셜 플랜은 미국의 원조 형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47년부터 이자와 함께 상환해야 하는 대부(貸付)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비군사적 증여(贈與)가 증가했다. 하지만 마셜 플랜은 미국 상품에 유럽 시장을 보장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유럽이 국제무역기구(International Trade Organization, ITO)가 제안한 원칙에 무조건 동의할 것을 요구했으며, 미 의회는 ‘대충 자금(counterpart)" 조항을 첨가해 원조 수혜국이 원조액에 해당하는 자국 통화를 비축해 두었다가 미국이 동의하는 데에만 지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밖에도 미국은 원조의 과정에서 미국 기업에 유리한 수많은 조건을 내세웠다. 원조로 식량을 수입할 때에는 반드시 미국에서 수입하도록 명시하였고, 원조에 의해 조달되는 재화의 50%는 반드시 미국의 선박을 이용해야 했다.
마셜 플랜은 기아와 빈곤이 만연하고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유럽을 소련과 공산주의의 팽창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수립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주도하에 자본주의 세계 체제를 유지, 확대해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마셜 플랜은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는 유럽 국가들에게 필수적인 수입품의 유입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에 제한되었지만, 전후(戰後)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 경제적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 데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셜 플랜 [Marshall Plan]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