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롭(John Boyd Dunlop, 1840-1921)-공기 타이어
아들 사랑이 낳은 획기적 발상 - 공기 타이어
흔히 공기 타이어는 자동차의 발명과 더불어 탄생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1885년 독일의 다임러와 벤츠가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했을 때는 공기 타이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목재를 사용한 전통 제작 방법으로 주변을 금속으로 감은 바퀴로는 속도를 내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승차감이 좋지 않아 조금만 오래 타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한 이는 자동차 기술자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20년 동안 수의사로 일해오던 스코틀랜드인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 1840-1921)이었다. 1887년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벨파스트에서 살고 있던 그는 외아들 조니에게 세 바퀴 자전거를 선물했다.
그런데 당시의 모든 바퀴가 그랬듯이 나무 위에 무쇠를 씌워 만든 세 바퀴 자전거를 타고 놀던 조니는 자전거만 타고 나면 두통을 호소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니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얼굴을 심하게 다치고 말았다.
던롭은 사랑스런 아들의 상처를 보며 돌멩이에 부딪쳐도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바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제일 처음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퀴에 무쇠 대신 고무를 입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무를 입혀도 덜컹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조니가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자전거 바퀴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던롭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바로 축구공이었다. 조니가 바람이 빠진 축구공을 들고 와서는 공기를 넣어 달라고 조른 것. 그 순간 던롭은 고무바퀴에 공기를 넣어 보자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위 사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공기 타이어를 발명한 스코틀랜드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 1840-1921)]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질기고 늘어나는 성질을 지닌 고무와 공기압의 만남은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 승차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1888년 특허를 신청한 그는 다음해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에서 ‘던롭 공기 타이어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당시의 자전거 붐을 타고 공기 타이어는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95년에는 프랑스 회사 미쉐린에서 던롭 타이어를 응용한 자동차 타이어를 개발해 대부분의 바퀴에 공기 타이어가 장착됐다. 던롭이 세운 회사는 독일, 프랑스, 캐다나, 호주, 일본에까지 진출한 다국적 회사로 발전했으며, 그는 일약 세계적인 거부가 되었다.
U형의 딤플이 들어간 현대적 개념의 골프공을 최초로 생산한 이도 바로 던롭이다. 그는 타이어 제조에 사용되는 고무 중 가장 단단한 재질인 PBR을 사용해 45미터 이상 더 멀리 날아가는 던롭 골프공을 1909년 생산함으로써 골프용품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