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에서 술잔과 접시를 깨는 풍습에 대하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마셔서 비웠거나 채운 잔을 던져 깨는 행위.
잔을 나누고 그 잔을 깬다는 것에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동서양에 걸쳐 여러 가지 모습으로 전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결혼식의 마지막에 신랑이 신부와 잔을 나눈 후 그 잔을 바닥에 던져 깨는데, 이를 신호로 피로연이 시작된다. 잔을 깨는 것이 악운을 쫓는 일종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중요한 약속을 하거나 작별의 인사를 나눈 후에는 건배를 하고 술잔을 바닥에 던져 깨는 풍습이 있는데, 이 역시 잔을 깨는 것이 행운을 빌거나 악운을 몰아내는 의미를 갖는다.
인도에서는 거리에서 음료수를 사면 음료를 마시고 컵을 깨트리는데, 카스트 제도가 워낙 엄해서 다른 계급이 입을 댄 잔에 입을 대지 않으려고 깬다고 한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 좌판용 찻잔은 굉장히 조악한 품질의 도기인데, 다루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흔히 쓰는 종이컵과 같다. 마시고, 부숴서 버리고, 물에 풀어 재활용한다. 대신 귀금속으로 만든 금속제 그릇이나 비싼 도자기 그릇 같은 경우 모래로 닦아 '정화'하면 다시 쓸 수 있는 풍습이 있다.
창작물에서는 결전을 앞둔 비장한 순간에도 자주 나온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모든 군인들이 최후의 술 한 잔을 마시고 술잔을 바닥에 던져 깨버리거나, 혹은 더 임팩트를 주기 위해 마시지도 않고 술잔을 손아귀 힘으로 깨부수거나.
사실 전 세계의 서브 컬쳐 전반에 등장하게 된 것은 1956년에 제작된 장편 전쟁영화 전쟁과 평화가 그 시초다. 장교들의 술잔 깨기 및 각종 행사에서의 술잔깨끼가 줄기차게 나오는데 이는 수많은 지식인과 관람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가롭게 술 마시고 있다가 무슨 일이 실패한 것을 알고는 열불나서 술잔을 손으로 깨는 경우도 곧잘 나온다. 이럴 경우 손은 대개 무사하다. 내용물이 늘 술이란 보장은 없지만 잔을 쥐어서 부수고도 감정이 고통을 뛰어넘어서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개그물에서는 이 이후에 아야야야야야라고 손을 마구 턴다던가, 직후에 손에 붕대를 두르고 있다던가하는 안습한 면모도 보여준다.
다른 경우로 함정 파놓고 유인해서 주연을 베풀고 무르익을 때 바닥에 던져 깨서, 기습이나 복병의 신호를 보낼 때도 사용한다.
한국 사극에서는 밥상 다음으로 화나면 제일 먼저 희생되는 물건이다. 사극이 아니어도 가끔씩 유리잔을 깨고 손에 피를 묻히는 플레이는 자주 등장한다.
홍상수감독의 영화 극장전에선 김상경이 이빨로 소주잔을 깨버리는(!) 일도 있다. 다만 인터뷰에 따르면 설탕으로 만든 소품이었다고 전한다.
일본 미디어물에서는 절연을 의미한다. 사카즈키고토라는 우애의 의식은 함께 술잔을 나누는 걸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혹은 독일에서는 노래나 음악 같은 좋은 소리를 내거나 귀가 찢어질 정도로 하이 소프라노가 나온 경우 포도주가 들어있는 유리잔이 깨져버리는 연출을 쓰기도 한다.
또한 서구쪽에서는 바이킹 관련 매체에서 이런 묘사가 나오기도 한다. 이쪽은 남성다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 듯. 그 때문인지 바이킹의 상징을 많이 사용하는 은하영웅전설의 은하제국군 역시 술잔을 깬다. 암릿처 성역 회전이나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 등에서 출동 직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깨버리는 게 특징이다.
은하영웅전설에서는 주로 제국군에서 나타나는데 전투에 나서기 전 건투를 다짐하면서 잔을 깨기도 하고 엘 파실 탈출에서는 제국군에서 민간인들이 탈출한 것을 알자 열받아서 잔을 깨버렸다. 또, 라인하르트가 적장 알렉산드르 뷰코크를 추모하며 와인잔을 던져 깨는 것도 나온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도 지구 생활에 적응이 안 된 토르가 컵에 든게 맛있다 하면서 갑자기 내던져 깨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스 야사스! 접시 깨기
“야사스(Yasas)!” 술잔을 기울일 때 그리스 사람들이 외치는 말이다. 영광, 명예라는 뜻으로 술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 외침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크레타에서는 접시 위 올리브오일에서 헤엄치는 음식들과 와인 한 잔, 우조 한 잔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이면 사람들이 접시를 바닥에 내팽개쳐 깨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광경을 보고 놀라거나 도망칠 필요는 없다. 접시 깨기는 그리스에서 행운을 부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때나 접시를 깨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날 접시 깨기가 행해진다. 의도적으로 접시를 깨도 음식점에서 접시 값을 물어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스에서 특별한 저녁 파티가 있다면 야사스를 외치며 신나게 접시를 깨보자. 접시를 깨면 복이 굴러 들어온단다. 단, 접시를 깰 때 높은 곳에서 던지지 말고 무릎 아래의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뜨려야 유리 파편에 다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Dancing Zorbas in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