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서향가득 글마을

폴란드의 풍차-장 지오노(Jean Giono, 1895년∼1970년)

작성자管韻|작성시간21.12.21|조회수84 목록 댓글 0

폴란드의 풍차-장 지오노(Jean Giono, 1895년∼1970년)

 

 

 

 

 

 

 

장 지오노 (Jean Giono)

 

착잡하고 신비적인 작풍으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표현한 소위 지방주의작가 장 지오노. 후기 작품에는 특유의 서정미가 상실되었다는 평을 듣지만 정치한 심리해부는 오히려 높이 평가되고 있는 작가이다.

 

장 지오노는 1895년 프랑스 남부 오뜨 프로방스의 마노스끄에서 출생하였다.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던 그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16세에 은행에 취직하여 20여 년간을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그리스와 라틴의 고전들을 섭렵하며 문학수업을 쌓았다.1928년 발표한 ❮언덕❯이 성공을 거두면서 뛰어난 서정성과 강렬한 문체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지오노는 평생을 고향인 마노스끄에서 창작 활동에 전념하며, 30여 편의 소설과 수많은 희곡, 시나리오를 발표한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지오노의 소설 작품은 크게 2차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의 것으로 구분되는데, 전쟁 전의 주요 작품으로는 ❮언덕❯, ❮보뮈뉴에서 온 사람❯, ❮소생❯으로 구성된 ❮목신의 3부작❯과 ❮세상의 노래❯, ❮영원한 기쁨❯, ❮산중의 전투❯ 등이 있고, 전쟁 후의 작품으로는 「기병 연작」인 ❮앙젤로❯, ❮지붕위의 기병❯ 등과 「소설 연대기」인 ❮권태로운 왕❯, ❮강한 영혼❯ 등이 있다.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29년 브렌타노 문학상과 1953년 모나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0년 10월 10일 숨을 거두었다.

 

조제프 씨는 끊임없이 가증스러운 질투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는 속으로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남자들만을 질투하는 자는 행복하다❯라고. 나는 그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쥴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쥴리를 믿을 수 없어. 그녀는 이미 매순간 여전히 나에게서 자기를 앗아갈 것에 지독한 추파를 던지지 않았던가 말이다❯라고.

--- p.175

드 K...... 씨가 커피를 다 마신 다음 코트를 걸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듯 가버리자마자 나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더 이상 자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지 않더라도 사건은 중대했다. 그 ❮교활한❯ 남자가 그날 나와 면담하러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나는 꽤 냉정한 사람이었다. 나처럼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재산을 모아야 하는 처지가 되면, 귀족이나 영지를 상속받은 사람들과는 달리, 영혼은 굳어지게 마련이다. 나는 평소 부엌살림을 두고 있는 설거지 하는 조그만 방에 가서 선반을 쭉 둘러보았다.

 

나는 누구에게도 거짓말이라는 꼬투리를 안 잡히고도 설탕, 쌀 심지어는 계피가 떨어졌다고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날씨가 추웠던 터라 데운 포도주를 만들어 마시고 싶었다. 보다시피 나는 아무것도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아침 이른 시각부터 두 곳의 식료품점과 약국을 갈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어느 가게를 가야할지 알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나는 우유통을 버리기로 했다. 나는 우유통을 물 버리는 곳 가장자리에서 부순 다음 그 조각들을 신문지에 쌌다. 그리고 이 조각들을 증거품으로 가지고 갔다.

 

전후의 비극적 세계관을 반영한 장 지오노의 후기 대표작

장 지오노 작품세계는 크게 두 시기로 구분된다. 전기는 남프랑스의 전원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합일을 이룬 조화로운 삶을 예찬하는데 할애되고 있다. 작가의 범신론적이고 신화적인 우주관은 당시 정신적인 가치의 추구를 갈망하던 많은 젊은이들의 추종을 받게 되고, 그의 사상은 나아가 '인간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의 원초적인 근원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오니즘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양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지오노는 커다란 사상적 굴곡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 인간을 위협하던 가장 큰 힘으로 인식되던 자연은 집단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인간 군상의 폭력성 앞에 그 권좌를 내주게 되는 것이다. 후기의 작품에서 자연은 더 이상 평화로운 안식처가 아니라 인간이 무력하게 감수해야하는 잔혹하고 적의에 가득 찬 힘으로 나타나고, 그에 덧붙여 교활한 인간 존재의 이면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한다. 요컨대 지오노의 전기 작품들이 소박한 환경보호론적 이상주의를 대변한다면 후기 작품들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숙명적인 힘과 맞선 인간의 모험을 통해 숭고한 정신성의 추구로 기울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사상적 변화의 중심에 바로 이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폴란드의 풍차❯에서 지오노는 종래의 시적 이미지나 은유를 버리고 갖가지 사건들을 긴박하고 밀도 있게 펼쳐놓고 있다. 주요 인물은 예전처럼 자연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 속의 인간이며 아울러 주제도 더 이상 인간과 세계의 조화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운명의 관계가 취급되고 있다. 그것은 청년 시절의 지오노가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 등을 읽으며 머릿속에 각인시켰던 인간의 숭고한 존재론이 발현된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 줄거리만을 보더라도 5대에 걸친 코스트 가문의 죽음을 다룬 뚜렷한 비극의 성격을 띠고 있다. 폴란드의 풍차라는 한 영지의 소유자인 조제프씨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그곳에 처음으로 정착한 코스트 가문의 비극을 환기하고 있다. 코스트는 사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연달아 잃고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피해 이곳에 정착하다. 남아있는 혈육인 두 딸을 운명의 운명의 잔인한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그녀들을 너무도 평범한 가문의 형제에게 시집 보낸다. 그녀들에게 내려진 운명의 저주가 희석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나날도 잠깐 결혼한 자매가 낳은 아들딸들이 다시 사고로 죽어가면서 이들 가문의 저주는 대물림된다.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그들을 유령이라 부르며 경계하고 철저한 격리와 비아냥 속에서 그 존재를 무시한다. 코스트의 증손녀인 쥴리는 또래 아이들의 놀림과 괴롭힘 때문에 갑작스런 경련을 일으켜 아름다운 얼굴 반쪽이 흉하게 일그러지는 사고를 겪게 된다. 그런 그녀를 불행 속에서 구해준것이 바로 조제프씨이다. 그는 마치 메시아와 같이 등장하여 음울한 영지 폴란드의 풍차를 지상의 낙원으로 가꾸어놓는 마법의 수완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잠시, 한갓 인간에 지나지 않는 조제프씨이기에 그 역시 나이가 들어 숨을 거두는것을 피할수는 없었다. 조제프씨의 죽음과 함께 폴란드의 풍차는 다시 예전의 버려진 영지로 전락해버리고 코스트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레옹스는 창녀와 함께 달아나 버린다.

 

5대에 걸친 코스트 가문의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뚜렷하게 비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인간의 초월적인 힘에 의해 운명지어진 영웅들이 그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처절한 싸움이 그리스 비극의 골격이라면 가문에 내려진 저주의 희생물이 되는 코스트가의 싸움 속에서 우리는 운명에 도전하는 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 지오노는 작품 속에서 운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하는것 같지만 사실은 도발하고 호소하고 유혹하는 사람의 은밀한 욕망 앞에서 몸을 기울이는 사물들의 지능'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오노에게는 세계와 삶의 의미는 운명에 도전하거나 운명을 자기 앞에 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만 열려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그러한 싸움에 동참하는 이들에게만 이름을 부여하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