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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The Thousand and One Nights)

작성자管韻|작성시간22.03.27|조회수293 목록 댓글 0

천일야화(The Thousand and One Nights)

 

 

 

 

 

 

사산 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를 골자로 8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 각지의 설화들이 융합되어 16세기경에 거의 현재 형태로 완성되었다. 셰에라자드가 1001일간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는 형식을 취하고, 일화, 상상담, 연애담, 우화, 여행담 등 길고 짧은 수백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래서 제목이 "천일야화"인 것. 그리고 1001일간 1회도 분량 조절에 실패하지 않고 절단신공과 다음 화 떡밥을 적절히 뿌려 듣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는 연재 작가의 귀감이다. 구전 설화의 특성상 과장된 대목이 있으나 1000일간 왕이 분노를 삭히고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 셰에라자드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천재였으리라.

 

퀴즈 프로그램 단골 질문 중 하나인데, 1001일 밤에 걸친 이야기(千一夜話)이며 1000일(千日)이 아니다.

 

사산 왕조의 왕중왕(샤한샤)에게는 두 아들 샤 리아르와 샤 자만이 있었는데 이 형제는 사이가 매우 좋기로 유명했다. 샤한샤가 승하한 뒤, 형 샤 리아르는 법도에 따라 왕국을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있었으나 동생을 매우 아꼈기 때문에 나라의 절반은 자신이, 절반인 사마르칸트는 동생에게 주어 다스리도록 했으며, 어진 두 형제는 나라의 백성들에게 매우 칭송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샤 자만이 우연히 왕비가 주방의 노예와 성교하는 장면을 목격하고서 충격을 받고, 그들을 죽인 뒤 폐인이 돼 요양 차 형의 왕궁에서 머물렀다. 형은 동생을 매우 환영했으며, 동생이 머무는 동안 동생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다가 형 샤 리아르가 사냥을 나간 어느 날, 샤 자만이 형수가 이보다 더 높은 레벨로 노예들과 집단으로 난교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후 동생 샤 자만에게서 왕비가 부정을 저질렀음을 들은 샤 리아르는 처음에는 동생이 잘못 봤을 거라 생각했지만 동생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몰래 숨은 다음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형은 왕비와 노예들을 모두 죽인 뒤 "내가 만일 그런 일을 당했더라면 알라께 맹세하고서라도 계집 1000명을 죽이지 않고선 직성이 풀리지 않았겠고 미치고 말았으리라!" 라고 한다.

 

결국 상심한 형제는 정처없이 방랑길에 올랐는데 우연히 마신과 마신에게 납치당한 여자를 만난다. 이 여자는 사실 결혼식날 그 여자를 넘보던 마신에게 납치당해 평상시엔 궤짝에 갇혀 잠들어있다가 마신이 궤짝을 열어 줄 때만 깨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자기 처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신과 성교하지 않으면 마신을 깨워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말할 것이라며 협박하는 통에 둘 다 성교하게 되고 성교를 마친 여자는 전리품

으로 두 형제의 반지를 가져간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다른 남자와 잘 때마다 반지 하나씩을 모아 반지가 엄청 많았다.

 

결국 형은 ‘마신조차 여자의 정절은 지킬 수 없다’고 결론 짓고는, 네토라레의 트라우마에 시달려 매일 밤 처녀와 성교한 뒤 날이 밝으면 목을 치는 것을 3년간 되풀이하였다. 당연히 나라의 처녀는 씨가 마를 지경이었고 좋았던 민심도 흉흉해져 온 백성이 알라에게 왕을 죽여 달라고 저주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마침 재상의 딸인 셰에라자드가 왕의 침실에 들어가겠다고 자진한다. 재상은 차마 자기 손으로 자신의 딸을 죽일 수는 없다며 어리석은 당나귀 이야기와 수탉이 암탉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극구 반대했으나, 그녀의 고집에 못 이겨 허락하게 된다.

 

그렇게 왕의 침실에 든 첫날, 셰에라자드는 동생 두냐자드를 데려와 같이 잔 다음 동생이 언니에게 ‘언니 죽기 전에 얘기 한 토막 해 주세요’라고 묻는 것으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녀는 열심히 이야기를 하다가도 아침이 되면 이야기를 뚝 끊어 버리고, 만약 이야기가 끝나 버린 경우에는 아예 ‘이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다른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답니다.’라고 티저 신공까지 발휘해가며 처형당하지 않고 버텨나간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서 왕이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었다고 칭찬하자 셰에라자드는 그 사이에 자기가 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한 아이는 걸음마를 하고, 한 아이는 기어다니며, 한 아이는 아직 유모 품에 있었다.)을 보여주며 자신을 살려주고 더 이상 이 나라의 처녀들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탄원했고 왕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샤 리아르는 샤 자만에게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기에 감동한 샤 자만도 두냐자드와 결혼하길 청해 형제자매가 한날 한시에 정식으로 결혼하여 겹사돈을 맺게 된다. 또한 이야기를 모두 기록해 왕궁 보물로 두게 된다.

 

이야기들은 주로 권선징악이 강조된다. 그리고 신밧드 같은 모험 이야기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 일부 영향 받았다.

 

문학상 구조로서 보면 액자식 구성으로, 주 이야기의 화자인 셰에라자드가 다른 옛날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셰에라자드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액자가 한 겹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의 배경 스토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셰에라자드가 살아남으려고 이야기를 끊임없이 지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눈물겨운 부산물이다.

 

이렇게 화자 셰에라자드 - 첫 번째 액자 알리 - 두 번째 액자 무함마드 - 세 번째 액자... 식으로 배경이 계속 바뀌는데다 이야기가 자주 중단되는 탓에 하던 얘기와 현실(주 이야기)을 직통으로 왔다갔다하는 경우도 있어 완역본을 읽다 보면 중간에 헷갈리기 딱 좋다. 이런 복잡함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초반에 나오는 어부와 마신의 이야기인데, 맨 처음엔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중간에 마신의 이야기가 나오고 마신의 이야기가 끝난 직후에는 어부의 이야기가 나오고 어부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출현하며 어부의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는 어부가 사는 나라의 왕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아가는 등,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마냥 복잡한 세계관을 보인다. 대강 설명하는 아라비안 나이트 양영순이 천일야화를 소재로 그린 웹툰 1001이 의외로 이런 셰에라자드의 이야기 방식을 제법 잘 고증했다.

 

한국에서는 모험담, 우화 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지만, 실은 야설도 꽤 많은 정도를 넘어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야기 도입부부터 왕이 왕비를 노예에게 빼앗긴다. 예를 들면 남녀의 로맨스에는 항상 질펀한 베드신이 들어가질 않나 원숭이와 관계나 내시의 과거 회상에서 부잣집 딸내미와 목욕 중 실수로 처녀를 빼앗었다가 고자가 되어 버린다든지 술탄의 거시기를 가지고 다투는 시녀들이나 자기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자 화나서 그 남자를 거세해 버리는 이야기 등이 있다. 심지어 성드립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중 압권인 이야기 중 하나는…. 어느 청소부가 재상이 바람 피우기를 바란다고 기도를 내렸다가 붙잡혀 왜 그랬냐고 추궁당했다. 청소부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재상의 부인이 그 재상이 바람피운 날, 자신과 성교하면서 말하기를 자신의 남편이 바람피울 때마다 복수하려고 가장 지저분한 남자와 성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상이 바람피우기를 바란다고 한 것이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조사하던 사람들이 "그 기분 이해한다"라고 풀어줬다는 것이다.

 

이야기 중에는 남녀 우월론을 다룬 것이 있는데 그 평가는 '미소년과 미소녀 중 누가 더 남자의 성욕의 대상으로서 우수한가'라는 이야기도 있다.

 

워낙 노골성을 띤 성 묘사와 폭력 묘사를 가감 없이 표현했기에 버턴의 부인도 마음에 안 들어 남편의 사후 삭제판을 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외설스럽다고 하여 한 때 금서로 처분받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인지 정작 이슬람 커뮤니티와 아랍 지역에서는 영 좋지 않은 금서로 여겨진다.

 

그 외에도 흑인과 자다니 따위의 작중의 번역에서 흑인을 검둥이라고 멸시하는 말이 나와 흑인들 처지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이것은 번역자가 인종차별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원작의 작가들이 이렇게 서술한 것이다. 아랍인과 페르시아인들도 유럽인들처럼 흑인을 노예로 부리면서 멸시해 온 역사가 있다.

 

이슬람 문학 아니랄까 봐 이슬람 우월론에 입각하여 기독교인에게 이가 갈릴 내용도 있다. 또한 무슬림에게 반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기독교인 공주 등 비이슬람 히로인은 이슬람 주인공과 결합하고 꼭 개종하여 무슬림이 되는 식의 이슬람 우월주의다운 면이 있다. 단 이 부분은 아라비안 나이트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이슬람 교리 자체가 무슬림 남자와 非무슬림 여자가 결혼해 남편을 따라 이슬람에 들어오는 건 적극 권장하지만, 반대로 무슬림 여자가 타 종교인과 결혼하는 것은 절대 금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전쟁이 나오는데 이슬람은 정의의 세력이고 기독교는 비열하고 교활한 적이라는 흑백논리도 있다. 유대인은 돈에 환장한 약삭빠른 소인배로 나오고 조로아스터교(배화교), 마니교의 취급은 더 심해서 아예 식인종으로 묘사하거나 불을 숭배한다고 경고하다가 도시 전체를 석화하기도 한다.

 

가치관은 중세-근세 이슬람 우월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내비치는데, 막상 현대 이슬람권에선 종교적 보수주의,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문란하고 지저분한 막장이라고 배격 받는 아이러니한 고전이다. 뒤집어 말하면 19세기 이후 서구 제국주의 세력에게 유린당하면서 컴플렉스와 복수심으로 인해 현대 특유의 악명 높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슬람주의가 떠오르기 이전 종교는 종교지만 향락이나 쾌락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던 전성기 이슬람 문화의 해학이나 가치관 등을 옅볼수 있는 역사학적으로도 가치 높은 문학 자료이다. 본문 중 가장 오래된 스토리는 8세기 경까지 그 존재가 검증되고, 가장 마지막으로 형성된 설화는 200년 쯤 뒤로 보이는 시대적 스케일도 크며, 지리적으로도 아랍어권 무슬림들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와 북인도에서 이베리아 반도 안달루스까지, 유대인, 기독교인, 조로아스터교인들의 얘기까지 다루는 중세 이슬람권 전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라는 이름은 18세기 최초로 번역된 영문판에서 유래한 것이며, 페르시아어의 원 제목은 천일야화이다. 사산 왕조 이후에 페르시아를 비롯한 서아시아, 인도, 북아프리카(마그레브) 등지의 각종 민담과 전설 등을 한데 모아 만든 "천 가지 이야기"가 그 시초였다. 이슬람 정복 이후 문화가 본격으로 중흥하기 시작한 압바스 왕조 시대에 아랍어로 번역되면서 아랍 식으로 각색되고 아랍 설화들도 추가되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천일야화가 되었다.

 

그래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형태를 갖춘 아라비안나이트는 14세기에서 15세기 시리아에서 만들어진 필사본이다. 그러나 이 사본도 제282 회째 밤에서 끊긴, 불완전한 책이다. 이 외에도 16세기에서 17세기에 만들어진 아라비안나이트 사본이 여러 개 있지만 모두 중간에서 끊긴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동양학자이자 작가였던 앙투안 갈랑(Antoine Galland)이 시리아 필사본을 바탕으로 이집트의 판본과 여러 아랍의 구전을 포함하고 특히 아라비아 나이트의 상당부를 스스로 창착해 1714년의 출판한 프랑스어판이 한국인이 아는 아라비아 나이트이다.

 

현재는 갈랑의 판본을 바탕으로 영국의 동양학자이자 탐험가인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Richard Francis Burton)이 소개한 영역본이 더욱 널리 알려져있다.

 

그 전 아라비안 나이트 영역판들이 이슬라모포비아와 선정성 문제 때문에 엄청난 수정 및 삭제질에서 심지어 이슬람을 죄다 기독교로 만들어 버리는 편역까지 넘쳐났는데 버턴은 이런 걸 대단히 싫어해서 무삭제에 이슬람풍, 아랍 지역 사고방식까지 아랍인 지인들을 이용하여 알아낸 다음 번역에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극의 에로티시즘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천일야화의 다른 면면보다 에로티시즘이 주가 된 작품으로 더욱 알려졌다. 물론 버턴은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번역했기에 버턴의 행동이 문학상 대단히 옳은 것이 맞다! 특히 아라비안 나이트를 이용해 중세의 아랍과 페르시아 측의 성 문화가 현대 이슬람권의 엄숙주의와 달리 상당히 자유분방했음을 알수 있다.

 

한국어 번역본은 영어나 프랑스어 등 타 언어로 번역된 것의 중역본만이 존재하는데, 상술했다시피 원판은 소실된 부분이 많고, 최초 번역자인 앙투안 갈랑이 창작한 부분도 많아서 사실상 원문 완역이 불가능한 책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범우사) - 1992∼1993년에 걸쳐 범우사에서 총 10권으로 출간했다. 리처드 버턴이 옮긴 영어본을 중앙대학교 영문과 교수 출신의 김병철이 중역한 것이다.

천일야화 (열린책들) - 2010년 열린책들에서 총 6권으로 출간했다. 세계문학전집 번호는 136∼141. 앙투안 갈랑이 옮긴 프랑스어본을 번역가 임호경이 중역한 것이다. 원작에서 인물들이 장황하게 노래를 하거나 시를 읆는 장면을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대화체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가독성을 높였다. 번역이 깔끔해서 초보자가 읽기 쉽다.

아라비안 나이트(동서문화사) - 리처드 버턴 판의 완역본. 60년대에 제1 쇄를 내놨고 2010년도에 재번역했다. 풍부한 주석이 장점. (전 5권, 권당 약 1000페이지)

아라비안 나이트 (시대의창) - 리차드 버턴 판의 편역본. 셰에라자드가 소개한 이야기 쪽에 더 무게를 둬 편역하다 보니 액자식 구성의 특징이 그냥 날아가 버렸다. (편역자의 말 - 기본전제는 "버턴의 완역판 전문의 묘미를 온전히 살리되 군살을 과감하게 제거하여 읽는 재미와 속도를 배가한다"는 것이었다. 지루한 장광설은 깔끔하게 줄이고, 지나친 반복은 과감히 생략하였다.)

아라비안 나이트(민음사) - 1997년 하일지 판으로 전 5권이 출간됐다. 신문 연재로 시작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이야기를 검열 삭제하고 야한 장면만 중점으로 앞에다 배치했다가 연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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