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여래(大日如來)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라는 의미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들, 모든 보살들, 모든 중생들은 비로자나불의 화신이다. 오직 불변하는 하나의 중심이 있는데 중앙 비로자나불 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중심에 있는 불국토인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에 존재하면서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총괄할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의 최고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자, 우주일체 만물을 고루 평등하게 밝히고 있는 법성체(法性體)로, 안으로는 진여법계를 비추고, 밖으로는 모든 중생에게 법성을 비추어 우주를 밝히며, 항상 변하지 않고, 우주의 대생명체 바로 그 당체를 말한다고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와이로짜나(vairocana), 위대하다는 마하(Mahā)를 붙여 마하와이로짜나라고 한다. 원음을 한자로 가차한 비로사나(毘盧舍那), 비로절나(鞞嚧折那), 폐로자나(吠嚧蔗那), 로사나(盧舍那), 자나(蔗那)라고 하거나, 뜻인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 '위대한 광위'를 번역한 대변조(大遍照), 변조여래(遍照如來), 변조존(遍照尊), 광명변조(光明遍照), 변일체처(遍一切處), 마하와이로짜나를 의역한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 한다.
비로자나불은 역사적 존재로서의 불타가 아닌, 진리 그 자체로서의 불(佛), 즉 법(다르마) 그 자체를 불격화했다고 할 수가 있는 법신불(Dharma kaya buddha)인데, 이러한 법신 대일여래는 원시불교 이래에 불타관의 꾸준한 발전에 따라 역사적 존재로서의 인간 불타를 넘어서서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벗어버린 보편적 불타의 추구에서 얻어온 결과라고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대일여래는 모든 존재들의 근원이자, 그 모든 존재들의 귀결이기도 하며, 일체 생명의 근원이며, 일체는 대일여래에 의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다고 한다.
불교의 불신설 중 삼신(三身) 교리는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불신관(佛身觀)인데, 일반적인 대승불교에서는 법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 공덕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 보신불(報身佛)인 아미타불이나 약사불, 현세에 실체로 나타난 것인 응신불(應身佛)이 석가모니불이라고 본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삼세(과거·현재·미래, 또는 전세·현세·내세)에 걸쳐서 항상 설법하고 있다고도 말하며, 또한 비로자나 부처님은 형상 또한 없으며 일체 중생을 감싸 보호하시는 청정법신(淸靜法身)이시다.
법의 몸체가 되기 때문에 불교에서 말하는 삼천대천세계의 중심에서 진리의 본체로 우주 만물을 비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절에서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하는 법당의 이름은 비로자나불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비로전', 주불로 나오는 화엄경의 이름을 딴 '화엄전', 법의 몸이라는 해석답게 깨달음의 바탕이 되는 '나가대정(那伽大定)'의 다른 이름인 '대적광(大寂光)'에서 이름을 딴 '대적광전' 등이다.
이와 비슷한 존재로는 도교의 원시천존이 존재한다. 여담으로 중국에서 송나라 때 삼교가 서로 논쟁할 무렵, 도교 측에서는 자기네 원시천존을 불교가 베껴간 게 비로자나불이라 주장한 적도 있었다. 따져보면 당시 삼교가 서로를 욕할 자격은 없었지만. 왜냐면 서로 열심히 욕하면서도 배끼는 중이었기 때문(...)
불상으로 표현할 때는 가부좌를 하고 오른손으로 왼손 검지를 감싸쥔 지권인(智拳印)이라는 수인을 취한다.
하지만 최성은 저, <고려시대 불교조각 연구>에 따르면 처음부터 가부좌를 한 것도 아니고 비로자나불상이 지권인 수인을 취하기 시작한 것은 8세기경으로 중기 밀교의 마하비로자나불 도상이 알려진 이후라고 한다. 실제로 나말여초기 만들어진 구례 대전리 석조비로자나불상이나 영양 출토 비로자나불상은 가부좌가 아닌 선 채로(입상) 지권인을 취하고 있으며, 동해시 삼화사 철조노사나불상도 시무외인/여원인의 수인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비로자나불이 많다. 다만 비로자나불이 유행했을 시기에는 석굴암 본존불을 기점으로 불교 미술이 세속화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보면 어딘가 엉성해보이는 것들이 많다. 대구광역시 동화사에 있는 석조비로자나불은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고 문화 말기에 나타나는 장식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그 예로 본존은 대충대충 만들었는데 광배나 대좌는 무지 화려하다. 심지어 불국사에 있는 금동불좌상은 지권인을 맺고 있는 손이 반대로 되어 있다. 아마 이론의 이해 부족으로 잘못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형적으로 엉성해보일 뿐 선종의 유행에 따른 민중친화적인 결과로 근엄했던 불상의 얼굴도 친근해졌다. 철원군 도피안사에 있는 비로자나불은 뒷동네 암자의 고승 같아 보일 정도(...)
티베트 불교의 본사본불(本師本佛). 번역하여 본초각자(本初覺者)·제일각자. 이에 신구의 두 파가 있어 그 견해가 다름. 구파에서는 비로자나불에서 태어난 보현, 신파에서는 금강지(金剛持)와 금강유정(金剛有情)의 일체불이(一體不二)의 몸이라 함. 대각자·무상자·대자재로서, 무시·무종·무한·무제, 시방 삼세에 변만하게 존재하며 일체 만유는 그 힘으로 말미암아 나타난다 하며, 그 있는 데는 색구경천(色究竟天)이라 함. 비로자나불의 다른 이름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반고와 원시천존의 경우처럼 창조를 마친 본초불이 비로자나불이라는 명호로 새로이 화현했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보관 중인 우리나라의 치성광여래도들. 불화 한가운데에 포스를 풍기는 분이 바로 치성광여래. 주변의 작게 그려진 존재들은 칠성신이나 옥황상제, 이십팔수 등 토착신앙의 신들이다. 절의 칠성각에 거는 칠성탱이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 보통 이 불화들 중 가운데나 맨 오른쪽 것과 비슷한 형태이다.
위 3개의 불화 중 맨 왼쪽의 치성광여래도는 중국식이며, 가운데와 오른쪽은 치성광여래 주변에 밀교 점성술의 신격들 외에 도교/토착신앙의 신격과 별자리가 같이 그려진 한국식 화풍을 갖고 있다.
고려 불화로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된 치성광여래강림도가 있는데 뛰어난 수작이라 할 만한 화풍과 당시의 천문 관념, 종교 의식 등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불화다.
치성광여래는 북두칠성/약사여래 신앙과 비로자나불 신앙이 결합해 나타난 위격이다. 고려/조선시대 왕실 사원에서 북두칠성에게 제/재를 올릴 때 쓴 치성광여래불화를 보면 소가 끄는 가마를 타고 수많은 천지신명들을 거느리고 휘황찬란하게 구름을 깔고 나타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또 다른 별명이 묘견보살(북진보살)이다. 심지어 관련된 불전인 <칠불팔보살소설대다라니신주경>에는 '신선 중의 신선이며 보살의 대장이다.'라고 하는 기록도 나온다.
도교의 오방신 중 북방신인 현무를 타고 있으면서 검을 쥐고 있는 모습에서 현천상제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묘견보살과 관련된 밀교 수련법인 북두법(北斗法)과 북두법을 다루는 경전인 <묘견보살신주경>, <묘견보살다라니경> 등 묘견보살 신앙은 관세음보살 신앙에 칠성신앙이 습합된 것이다. 백제를 통해 일본에 전해져서 현재 일본에는 치성광여래불 신앙보다는 묘견보살 신앙이 성행하고 있다.
이 치성광여래 신앙은 밀교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되던 밀교와 더불어 인도의 점성술이 같이 들어오면서 기존 중국 도교의 천문관에서 중심을 차지하던 태을성(신격으로서의 존칭은 자미대제 혹은 태을신) 신앙과 결합하면서 이게 중국 불교에 역으로 도입되어 9세기경 등장한 신격이 바로 치성광여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