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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야기

01. 일본 신화(Japanese mythology, 日本神話)

작성자管韻|작성시간21.01.31|조회수855 목록 댓글 0

01. 일본 신화(Japanese mythology, 日本神話)

 

 

 

 

 

 

 

 

일본 신화의 특징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 강국이었던 일본에는 또한 팔백만에 달하는 신들이 존재하기도 하는 등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는 독특한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렇 듯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만큼 일본 신화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체계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일본 신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성에 대한 묘사가 직접적이다

 

일본 신화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성에 대한 묘사가 직접적이고 성차별에 대한 사상이 동양의 다른 나라에 비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합궁을 할 때 여신인 이자나미가 먼저 말을 꺼냈기 때문에 부정을 타서 아기 축에도 들지 못하는 아기를 낳았다는 내용을 통해 남존여비에 대한 사상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성에 대한 사상은 현대의 일본인들에게도 그대로 계승되어 동양의 다른 나라에 비해 개방적인 성문화를 이끌고 있다.

 

독특한 사후 세계관

 

일본 신화 속에 나타나는 일본인들의 사후 세계관은 다른 민족이나 나라에 비해 조금 독특하다. 그들의 사후 세계관에 의하면, 이 세상은 신들이 사는 타카마노하라(高天原)와 인간과 생물들이 사는 아시하라노나캇쿠니(中國), 그리고 악령이 사는 요미노쿠니(黃泉國)로 나누어진다. 이는 세상을 땅과 천당, 지옥으로 나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 듯 보이나 한 꺼풀 벗겨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천당이나 지옥을 간다고 믿는 것과는 달리 일본인들은, 타카마노하라(천국)나 요미노쿠니(지옥)는 오직 신들이 사는 세상이며, 따라서 사람은 죽더라도 절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믿는다. 즉, 일본 신화 속에서 사람들은 반드시 아시하라노나캇쿠니(땅)에서만 태어나고 죽을 뿐이며, 오직 신이 된 사람만이 타카마노하라(천국)나 요미노쿠니(지옥)에 갈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죽어서 󰡐천당간다󰡐 , 󰡐지옥간다󰡐라고 믿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고사기(古事記)

 

 

고대 일본의 권력을 장악한 덴무천황(天武天皇)이 도읍을 아스카로 옮기고 천황 중심의 국가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천황의 계보가 곧 신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백성에게 알림으로써 천황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만들었으며, 712년에 완성되었다. 고사기는 3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상권은 전해 내려오는 신화를 다루고 있으며, 중권과 하권은 그 신이 강림하여 지상의 천황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화와 관련된 독특한 천황 제도

 

신화적 존재로 승격한 천황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가 생겨날 때 그 국가의 정통성을 찬양하기 위한 건국 신화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인 왕을 신으로서 받들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일본의 천황 제도는 조금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에게 있어 천황은 국가의 왕일 뿐 아니라 살아있는 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인간을 신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었을까?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일본 신화가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신화에 의하면, 천황은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자손이다. 아마테라스는 일본의 모든 신들 중 으뜸이 되는 신이다.

 

따라서 천황은 으뜸 신의 후손이며, 백성들은 이런 천황을 신으로서 받들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초대 천황은 137년, 10대 천황은 168년간 장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로 천황 제도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장수를 누린다.

 

실제로 현대의 일본인 중에는 아직도 천황을 신적인 존재로 인식하여 가까이하기 어려운 경외와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아직도 일본 사람들 사이에는 천황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천황 제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여론 조사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이후 일본 천황의 권위가 과거보다 많이 실추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후로 나타난 현상 중 특이한 것은 일본 신화를 입에 담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금기 아닌 금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아마도 신화가 천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에 아사히신문은 3천 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천황 제도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현재의 상징적 천황 제도가 좋다󰡐고 응답했으며, 천황제도 폐지에는 8%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아직도 일본인의 압도적 다수가 현재의 천황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황이 신이라는 증거물, 삼종신기(三種神技)

 

일본의 천황 제도는 어떻게 장수하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최초의 천황 제도가 만들어질 때 권력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화와 연계하는 것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증거물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신화에서 신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천황의 상징으로 거울, 구슬, 검을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삼종신기(三種神技)각주1) 라 하여 현재까지도 천황가의 상징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물론 천황 제도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서 신화 속에 삼종신기를 등장시켜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어쨌든 세 종류의 신기들은 천황가에서 존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대단히 귀중히 것으로 여겨졌다. 삼종신기 중 거울(鏡)은 지배자의 절대적 권위를 상징하며, 구슬(玉)은 부정한 마귀를 쫓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검(劍)은 무력을 상징한다.

 

이자나기 ∙ 이자나미

 

Izanagi ∙ Izanami, 伊耶那岐・伊耶那美

 

 

최초의 신들이 탄생하다, 창세 신화

 

태초에, 아직 천지가 생기지 않았을 때 세상은 무거운 암흑과 음양의 구별이 없는 혼돈스러운 상태 속에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서서히 생명의 기운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맑고 가벼운 양기는 올라가서 하늘이 되고, 흐리고 무거운 음기는 가라앉아서 땅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땅의 모습은 출렁이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일 뿐이었다.

 

그런 후에 하늘에 있는 어떤 싹에서 최초로 신이 생겨났다. 처음 생겨난 신은 미나카누시, 다음은 다카미무스히, 그 다음은 카무무스히였다. 이들은 모두 하늘에서 홀로 태어난 신들이었기에 얼마 후, 몸을 감추어 버렸다. 이후에 네 명의 신이 더 홀로 생겨났으나, 이 신들은 얼마 후 모두 몸을 감추어 버렸다.

 

그 후에 생긴 신들은 양기의 하늘각주1) 과 음기로 만들어진 땅각주2) 이 합해져 모두 남녀 짝으로 탄생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네 쌍의 신들은 다음과 같다. 뻘밭 신 우히지니와 그의 아내인 모래밭 신 스히지니, 다음에 남녀 성기를 상징하는 오호토노지와 그의 아내 오호토노베, 다음에 얼굴 신 오모다루각주3) 와 그의 아내 아야카시코네각주4) , 다음에 유혹하는 신 이자나기와 그의 아내 이자나미이다.

 

 

이자나기에 의해 탄생한 일본

 

이렇게 여러 명의 신들로 시작하는 일본 신화에서 최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은 이자나기각주5) 와 이자나미각주6) 이다. 이자나기가 탄생할 무렵 땅에는 광활하고 혼돈에 싸인 바다밖에 없었다. 이 혼돈의 바다를 내려다보던 하늘 신들이 세상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하늘 신들은 자기들이 만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에게 세상을 창조하라며 마법의 하늘 창을 주었다. 이에 이자나기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구름다리에 서서 창을 바다 속에 넣고 끄르럭끄르럭 휘저은 후 꺼내자, 창끝에서 바닷물이 툭툭 떨어지더니 그것이 섬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아직 땅의 모습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었다.

 

이자나기는 이자나미와 함께 이곳으로 내려와 하늘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이 기둥을 중심으로 이자나기는 왼쪽으로, 이자나미는 오른쪽으로 돌면서 서로 만나는 곳에서 교접각주7) 하기로 약속하였다. 약속대로 두 신은 기둥 주위를 돌다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이때 이자나기를 본 이자나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그러자 이자나기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자인가󰡓 라고 화답했다.

 

이렇게 결혼한 후 두 사람은 아이를 낳았는데, 뼈가 없어 거머리 같이 생긴 󰡐하루코󰡐가 태어났다. 두 신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갈대로 만든 배에 태워 흘려보내 버렸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이자나미는 하늘로 올라가 그 이유를 하늘 신에게 물어 보았다. 하늘 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접할 때 여자가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부정이 탔다!󰡓

 

이에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다시 땅으로 내려와 이번에는 이자나기가 먼저 말을 꺼낸 후 다시 합궁하였다. 그리하여 현재의 일본과 같은 모습의 제대로 된 여덟 개의 섬과 추가로 여섯 개의 섬을 낳았다. 비로소 일본은 산과 강, 그리고 들판과 나무를 갖춘 제대로 된 모습이 된 것이다.

 

 

황천으로 찾아가는 이자나기

 

그 후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계속해서 수많은 신들을 낳았다. 안개를 입으로 불어 낳은 바람 신 씨나쓰히코를 비롯하여 바다 신, 거품 신, 물도랑 신······등. 이렇게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낳은 신의 수는 총 49명으로 섬이 14개, 신이 35명이나 되었다.

 

이런 가운데 커다란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이자나미가 불의 신 카쿠쓰치를 낳다가 그만 너무 뜨거워 타 죽고 만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라며 울부짖던 이나자기는 칼을 뽑아 카쿠쓰치를 쳐서 세 토막을 내버렸다. 그러자 이 세 토막이 각각 세 명의 신이 되었다. 검에서 떨어진 피도 신이 되었다. 이렇게 수많은 신들이 계속 만들어졌다.

 

죽은 이자나미는 죽은 신들이 사는 황천으로 갔다. 이자나미가 떠난 후 한동안 그녀를 잊지 못하던 이자나기도 결국 이자나미를 찾아 황천으로 떠났다. 황천의 궁궐 입구에 도착한 이자나기가 문 저편에 있는 이자나미에게 말했다.

 

 

󰡒우린 아직 땅(일본)을 완성하지 못했소. 어서 돌아가 하던 일을 마무리 합시다.󰡓

 

그러자 이자나미가 말했다.

 

 

󰡒그러려면 황천 신께 허락을 받아야 하니 잠깐 기다리셔요. 그 사이에 절대 나를 쳐다봐선 안 돼요.󰡓

 

이렇게 해서 이자나미를 기다렸으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자나미가 오지 않자 이자나기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자나미의 모습이 너무도 궁금하여 그만 문 안을 들여다보고 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의 얼굴과 몸에는 벌레가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이자나기는 돌아다본 것을 후회하며 저승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이자나미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나에게 이런 커다란 수치를 주다니! 매일 사람을 천 명씩 죽여 복수할거야!󰡓

 

이자나미는 이렇게 말하고 황천으로 돌아가 죽음의 신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난 매일 사람을 천오백 명씩 태어나게 할 수밖에!󰡓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이자나기는 더러운 저승의 추한 모습을 본 것을 후회하며 말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 세상에는 󰡐죽음󰡐 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계속되면서 이어져 오고 있다.

 

 

아마테라스 ∙ 스사노오

 

Amaterasu ∙ Susanoono, アマテラス ∙ スサノオ

 

 

 

최고신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탄생

 

이자나기는 우선 황천에서 더러워진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아하키라는 곳에서 목욕을 하였다. 이 목욕을 하는 가운데에도 수많은 신들이 생겨났다. 바다 밑바닥에서 목욕할 때 소고쓰와타쓰미와 소꼬쓰쓰노오라는 신이 나왔으며, 바다 중간에서 목욕할 때에 나카쓰와타쓰미와 나까쓰쓰노오, 바다 위에서 목욕할 때 우하쓰와타쓰미와 우하쓰쓰노오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자나기가 움직일 때마다 신들이 생겨났다.

 

그런 후에 이자나기가 왼쪽 눈을 씻으니 태양 신 아마테라스가 툭 하고 떨어졌다. 또 오른쪽 눈을 씻으니 달의 신 쓰쿠요미가 나타났으며, 코를 씻으니 바다의 신 스사노오가 튀어나왔다. 이자나기는 그동안 수많은 신들을 낳았지만 이 세 명의 신을 가장 귀하게 여겼다. 셋 중에서도 아마테라스는 신 중의 최고신으로 삼아 자신의 옥구슬 목걸이를 걸어주며 하늘의 낮을 다스리게 하였다. 한편 쓰쿠요미는 밤을, 스사노오는 바다를 다스리게 했다.

 

 

남신이 자식을 낳아야 했던 이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은 여성의 특권이다. 그것은 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남신의 출산은 누가 보아도 엄청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신이 아닌 남신이 출산을 해야 했던 이유가 있다.

 

일본의 신들 중에 가장 존귀한 존재이며 우주왕권의 주인공인 3귀자들의 탄생을 일상적인 남녀의 성적 결합이 아닌 남신 이자나기의 몸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은 철저히 여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이자나미보다 이자나기에게 우위를 두기 위해 이러한 설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대결

 

이자나기의 지시에 따라 아마테라스와 쓰쿠요미각주1) 는 하늘에서 세상의 낮과 밤을 잘 다스렸다. 특히 아마테라스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에 있는 팔백만 명에 달하는 신 중에 최고의 신이 되었다. 그러나 스사노오는 좀 달랐다.

 

부드럽고 안정된 성격의 아마테라스와는 달리 난폭하고 사나우며 매우 불안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바다를 다스리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난폭하게 울어대기만 했다. 따라서 바다는 잔잔할 날이 없이 파도와 폭풍이 몰아치며 혼란에 빠졌다. 이에 이자나기가 스사노오에게 물었다.

 

 

󰡒너는 도대체 왜 그리 슬피 울기만 하고 있느냐?󰡓

󰡒황천에 있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요.󰡓

 

스사노오의 말에 이자나기는 너무나 화가 나서 스사노오를 바다에서 내쫓아 버렸다.

 

 

󰡒못된 녀석!󰡓

 

쫓겨난 스사노오는 누나인 아마테라스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하늘로 갔다. 그러나 스사노오의 난폭한 성격을 전부터 알고 있던 아마테라스는 동생이 자기 나라를 빼앗으러 온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자 스사노오가 자기의 결백을 믿어 달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서로 아이 낳기를 해서 내가 남자 아이를 낳으면 내가 결백하다는 증거니 날 받아줘!󰡓

 

결국 둘의 아이 낳기 대결이 시작되었다. 먼저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의 칼을 받아 깨끗한 우물에 씻고 세 동강 내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내뱉었더니 세 명의 딸 신이 태어났다. 이어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의 구슬을 받아 우물에 씻고 입에 넣어 오드득오드득 씹다가 내뱉었더니 이번에는 다섯 명의 아들 신이 태어났다. 결국 스사노오의 승리로 대결은 끝이 났고 당분간 스사노오는 하늘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스사노오는 본성이 악했기 때문에 하늘나라에서도 얌전히 살 수가 없었다. 논이랑(갈아놓은 논)을 짓뭉개 버리는가 하면 제사 음식에 똥을 갈기는 등 행패를 부리고 다녔다. 이 때문에 하늘나라에 큰 혼란이 와 많은 신들이 걱정하였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를 감싸주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아마테라스가 하늘 신에게 바치기 위해 시녀에게 옷감을 짜게 했는데, 스사노오가 나타나 이 시녀를 베짜는 기계로 찔러 죽여 버린 것이다. 천성이 착하고 부드러웠던 아마테라스였지만 이번에는 동생의 행동에 너무나 놀라 그만 하늘 바위굴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캄캄해진 세상을 구하라

 

태양 신이 동굴에 숨어버리자 세상은 온통 캄캄해져 버렸고, 매일매일 밤만 계속되었다. 신들은 어둠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했다. 드디어 팔백만 신들이 모두 하늘 강가에 모였다. 그 중 지혜가 뛰어난 신이 계락을 짰다.

 

즉, 아름다운 춤과 무용의 여신인 하늘우즈메에게 아주 야한 옷을 입히고는 동굴 문앞에서 춤을 추게 하고, 동굴 문 옆에는 힘센 남자 신인 타지카라오가 지키게 했다. 이윽고 하늘우즈메가 야한 춤을 추자 모든 신들이 크게 깔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한편 동굴 속에 있던 아마테라스는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없으면 바깥은 컴컴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텐데 이게 웬일이지? 도대체 하늘우즈메는 뭘 하고 있는 거야!󰡐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아마테라스는 동굴 문을 살짝 열어보고야 말았다. 그순간 ! 힘센 남자 신 타지카라오가 아마테라스를 다시 동굴에 들어가지 못하게 확 하고 낚아채 버렸다. 아마테라스가 동굴 밖으로 나오자 세상은 다시 환해졌으며, 평화가 찾아왔다.

 

 

괴물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는 스사노오

 

팔백만 신들은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스사노오각주2) 를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염을 자르고 손톱 발톱을 모두 뽑은 후 하늘나라에서 추방시켜 버렸다. 다시 갈 곳이 없어진 스사노오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일본의 서북부에 있는 이즈모각주3) 라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늙은 부부와 딸이 살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모두 슬피 울고 있었다.

 

 

󰡒나는 최고신 아마테라스의 동생이요. 무슨 일 때문에 그리 슬피 우시오?󰡓

󰡒저에겐 딸이 여덟 있었는데 이곳에 사는 머리 여덟 개, 꼬리 여덟 개 달린 이무기에게 모두 잡아먹히고 이제 마지막 남은 딸마저 오늘 밤 잡아먹히게 되어 그렇소.󰡓

 

영감의 말에 스사노오는 자신이 딸을 구해 주겠다고 나섰다. 그는 여덟 개의 방에 술상과 술독을 준비하고, 거기에 아주 독한 술을 담아둔 후 이무기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되고 달이 뜨자 정말로 이무기가 나타났다.

 

이무기는 술상을 보자 참지 못하고 여덟 개의 머리를 각 술독에 쳐 박고 술을 퍼마시더니 이내 술에 취해 잠이 들어 버렸다. 이때 스사노오가 나타나 허리에 차고 있던 칼로 이무기를 내리쳐 갈기갈기 잘라버리자 이무기에서 나온 피가 온 세상으로 튕겨나가 큰 강을 온통 벌겋게 물들였다.

 

그런데 스사노오가 마지막 꼬리를 자르려 하는 순간 뭔가에 치여 칼날이 상하자 꼬리를 열어보았더니 그 속에는 예사롭지 않게 빛나는 큰 칼이 들어 있었다. 이후에 스사노오는 영감의 딸과 결혼하여 이곳에 궁전을 짓고 많은 신들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오오쿠니누시

 

Okuninushi, おおくにぬし

 

 

은혜에 보답한 토끼의 예언

 

스사노오가 낳은 많은 자손 중에 󰡐나라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진 오오쿠니누시각주1) 라는 신이 있었다. 그에게는 많은 형제 신들이 있었는데, 모두 한결같이 이나바에 사는 야카미히메라는 아름다운 여신과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형제 신들은 오오쿠니누시를 짐꾼으로 하여 야카미히메에게 청혼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오오쿠니누시도 야카미히메와 결혼하고 싶었으나 한갓 짐꾼이 되었으니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참 길을 가는데 가죽이 벗겨진 토끼가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형제들은 토끼를 골려줄 모양으로 토끼에게 바닷물에 몸을 씻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순진한 토끼는 그 말을 믿고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너무나 따갑고 아파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오오쿠니누시가 토끼에게 말했다.

 

 

󰡒지금 빨리 깨끗한 물에 몸을 씻어. 그리고 부들 잎을 따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누워 있으면 나을 거야.󰡓

 

토끼가 오오쿠니누시의 말대로 했더니 정말 씻은 듯이 새살이 돋고 가죽이 생겨나는 것이 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토끼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은혜를 베푸셨으니 저도 신에게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 여신 야카미히메는 당신과 결혼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 죽고 세 번 살아난 오오쿠니누시

 

오오쿠니누시는 토끼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짐꾼에 불과한 자신이 야카미히메와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 형제 신들이 이나바에 도착하자 야카미히메는 놀랍게도 결혼 상대자로 오오쿠니누시를 선택했다. 이에 형제 신들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오오쿠니누시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벌겋게 불에 달군 바위를 결혼식에 쓸 산 돼지라고 속여 오오쿠니누시를 불에 타 죽게 만들었다. 그러나 하늘 신들이 조개껍데기 가루로 만든 즙을 발라 다시 살려내자 이번에는 커다란 나무에 깔려 죽게 만들었다.

 

이에 오오쿠니누시의 어머니가 슬피 울며 아들을 살려내고는 오호야비코라는 곳에 숨겼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형제 신들이 오호야비코로 달려와 오오쿠니누시를 내놓으라고 어머니에게 호통쳤다. 어머니는 겨우 나무 사이로 오오쿠니누시를 빼돌리고는 말했다.

 

 

󰡒이곳도 위험해서 안 되겠다. 아무래도 너의 조상인 스사노오가 있는 저승으로 가야겠다.󰡓

 

 

스사노오의 시험을 받는 오오쿠니누시

 

어머니의 말을 듣고 오오쿠니누시는 저승으로 갔다. 그런데 저승 문 앞에 서 있던 스사노오의 딸 스세리비메는 오오쿠니누시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그래서 서로 정을 나눈 후 스사노오에게 데리고 갔다.

 

 

󰡒아버지, 굉장히 멋진 신이 왔어요.󰡓

 

흥분해서 떠들어대는 스세리비메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스사노오는 첫날밤 오오쿠니누시를 뱀이 우글거리는 방에서 자게 했다. 이에 스세리비메가 뱀 두건을 주면서 󰡒뱀이 잡아먹으려 하면 이걸 세 번 흔드세요󰡓라며 비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날 밤 스세리비메가 시킨 대로 했더니 진짜 뱀이 물러가버려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밤에는 지네와 독벌이 우글거리는 방에서 자게 했는데, 이번에도 스세리비메가 지네와 독벌을 피할 두건을 주어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스사노오는 오오쿠니누시를 불에 태워 죽일 요량으로 불이 훨훨 타고 있는 벌판으로 나가 활을 쏜 후 오오쿠니누시에게 화살을 가져오게 했다. 오오쿠니누시가 화살을 가지러 가는데, 웬 쥐가 나타나 󰡒안은 텅 비어 넓고 바깥은 비좁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기가 밟은 땅을 세게 굴렀더니 진짜로 텅 빈 동굴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오오쿠니누시는 그 동굴에 들어가 숨었고, 들판의 불길은 그 동굴 위로 지나가버려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쥐가 화살을 물고 나타났다. 오오쿠니누시는 유유히 그 화살을 가지고 스사노오에게로 갔다.

 

스사노오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오쿠니누시가 다시 살아 돌아오자 이번에는 자신의 머리에 기어 다니는 이를 잡게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이가 아니라 지네였다. 이에 스세리비메가 오오쿠니누시에게 나무 열매와 점토를 주었다. 오오쿠니누시는 그것들을 입에 물고 오물오물 씹다가 퉤하고 뱉어내었다.

 

이때 스사노오는 머리의 이를 씹을 줄 알고 착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오오쿠니누시는 󰡐이때다󰡐 싶어 스사노오의 머리카락을 서까래에 묶은 후 스세리비메를 업고는 스사노오의 칼과 활, 그리고 하늘 가야금을 훔쳐 달아났다. 뒤늦게 잠이 깬 스사노오가 두 신을 잡으러 달려왔다. 드디어 황천이 끝나는 언덕까지 달려온 스사노오가 오오쿠니누시에게 소리쳤다.

 

 

󰡒지금까지 네 능력을 시험한 것이었는데, 너는 훌륭히 시험을 잘 통과했다. 네가 가지고 간 칼과 활로 형제 신들을 물리치고 스세리비메를 아내로 삼아 땅 위에 나라를 세워라.󰡓

 

이제야 스사노오의 깊은 뜻을 알아차린 오오쿠니누시는 스사노오의 말대로 땅으로 가서 형제 신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스세리비메와 결혼했다. 그리고 나서 전에 결혼을 약속했던 야카미히메와도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으나 야카미히메가 본처인 스세리비메를 너무나 무서워하여 낳은 자식을 나무 사이에 끼워놓고 도망가 버렸다. 그래서 그 자식 이름이 나무 사시에 끼었다고 해서 키마타라고 한다.

 

 

일본 신의 총 수

 

 

일본 창조 신화에서도 일본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듯이 자연의 모든 것을 신이 낳았으므로 이는 곧 자연의 모든 것은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연의 모든 것들에 신의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로 다수의 일본인들은 아직까지도 죽은 인간각주1) 이나 동물과 식물 및 호수나 바위까지 신으로 섬기고 있다.

 

이렇게 일본 사람들이 섬기는 신의 총수는 무려 800여 만이나 된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아무리 신비한 것이라도 일본에서 나지 않은 것은 절대로 신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시호미미

 

Oshihomimi, アメノオシホミミ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가 아들딸 낳는 내기를 할 때 스사노오가 낳은 첫째 아들로 아마테라스가 입양하여 하늘을 다스리게 했다. 다까미무스비의 딸과 결혼하여 니니기를 낳았다.

 

 

땅을 정복하려는 아마테라스

 

최초로 땅 위에 나라를 세운 신인 오오쿠니누시는 저승의 신 스사노오의 후손이었다. 이를 하늘 신인 아마테라스가 곱게 볼 리가 없었다. 아마테라스는 땅은 당연히 자신의 아들이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인 벼이삭 신 오시호미미를 불렀다.

 

 

󰡒너는 땅에 내려가서 땅을 정복하여라.󰡓

 

그런데 오시호미미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자 무섭게 생긴 여러 힘센 신들이 버글거리는 게 보였다.

 

 

󰡒어머니 땅 위에 있는 난폭한 신들을 먼저 물리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아마테라스는 팔백만 신들을 모아놓고 그 중에 하늘호히라는 신을 먼저 땅으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하늘호히는 땅 위의 신들을 물리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오호쿠니누시에게 붙어 3년 동안이나 함께 살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엔 하늘와카히코라는 신에게 하늘의 활과 화살을 주면서 땅위의 신들을 물리칠 것을 명령했다. 그런데 하늘와카히코도 땅으로 내려가 오호쿠니누시의 딸과 결혼까지 하면서 8년 동안이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지냈다. 아마테라스는 골치가 아팠다.

 

 

󰡐도대체 왜 땅으로 가기만 하면 내 명령을 어기고 거기에 머무르려고 하는 거지?󰡐

 

아마테라스는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땅 위의 하늘와카히코에게 꿩을 보냈다. 꿩은 하늘와카히코가 머무르는 집으로 찾아가 그 대문 위에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하늘와카히코는 오히려 자신이 땅에 내려올 때 아마테라스가 준 활로 꿩을 향해 쏘았다. 화살은 꿩의 가슴을 관통하고는 계속 하늘로 날아가 하늘 궁전을 지나 아마테라스 앞에 떨어졌다.

 

 

󰡒헉! 이건 내가 하늘와카히코에게 준 화살이잖아. 이 화살에 묻은 피의 정체는 뭐지?󰡓

 

아마테라스는 팔백만 신들을 불러놓고 회의를 연 후, 화살을 다시 땅을 향해 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마테라스는 󰡒만약 이 피가 땅 위 신들의 피라면 와카히코에게 맞지 말고, 꿩의 피라면 와카히코가 이 화살에 맞아라!󰡓라고 크게 소리친 후 활을 쏘았다. 화살은 그대로 땅을 향해 날아가다가 마침 툇마루에서 드르렁거리며 코를 골고 자고 있던 하늘와카히코의 가슴에 명중했다. 그 길로 하늘와카히코는 씩씩거리며 숨을 거두고 말았다.

 

 

빛의 신 아마테라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의 여신으로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 최고의 신이다. 이자나기의 왼쪽 눈에서 태어났으며, 최고 통치자였다.

 

 

땅 신과 하늘 신의 결투

 

한편 아마테라스는 다시 땅 위의 신들을 물리칠 신을 물색하다가 다케미카즈치라는 용감한 신을 뽑아 하늘토리후네라는 신과 함께 땅 위의 오호쿠니누시 앞으로 보냈다. 오호쿠니누시 앞에 선 두 신은 하늘의 큰 칼을 출렁이는 파도 위에 거꾸로 꼽고, 그 칼끝에 앉아서 위협했다.

 

 

󰡒이 땅을 아마테라스에게 넘겨야 한다. 어떻게 할거냐?󰡓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내 아들에게 알아보도록 해󰡓

 

이에 두 신이 오호쿠니누시의 아들을 찾아갔다. 큰 아들 코토시로누시는 순순히 항복했으나 둘째 아들 타케미나카타는 󰡒절대 항복할 수 없다󰡓 며 대항하자 드디어 하늘 신과 땅 신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먼저 다케미카즈치가 둘째 아들의 손을 잡자 한 손은 고드름으로, 다른 손은 칼날로 변해 버렸다.

 

다케미카즈치는 무서워서 도망치는 둘째 아들을 한 손으로 잡아 던져버렸다. 이렇게 하여 땅 신들은 하늘 신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오호쿠니누시는 아마테라스의 아들에게 땅 위의 나라를 넘기겠다고 약속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디 나와 백팔십 명에 달하는 내 자식 신들을 불쌍히 여겨 당신 나라 곁에 숨어서 살게만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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