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야자나무 이야기
인간은 추억을 만들어 가는 동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곳에서 쌓은 추억은 사라지지 않고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눈깜짝할 사이에 진행되는 결혼식과 그 이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신혼여행, 그리고 가족이 생기고 삶에 지칠 때 일상에서 훌쩍 떠난 사랑하는 사람과의 휴가여행이 특히 그러하다.
우리나라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은 대게 태평양 지역의 아름다운 섬이나 해변이 있는 곳이다. 인도양의 산호섬 몰디버, 인도네시아의 발리, 롬복, 태국의 푸켓, 파타야, 필리핀의 보라카이, 세부, 태평양의 괌, 사이판, 하와이 등이 베스트에 속한다.
우리 부부는 결혼 25주년이 되는 은혼을 12월에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필리핀의 보라카이섬으로 가서 추억을 만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십리 길에 펼쳐져 있는 해변의 하얀 산호 모래와 햇빛에 따라 끊임없이 색이 변하는 잔잔한 바다 그리고 야자나무들이다. 밤에 야자나무 아래에서 축복처럼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우리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곳 해변의 뜨거운 햇살 속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야자나무도 다른 열대아시아의 해안가에 자라고 있는 것과 같은 코코야자다. 코코넛 팜(Coconut Palm)이라고 영명으로 불리는 코코야자의 학명은 Cocos nucifera L. 인데, 그래서 코코스야자라고도 한다. cocos는 포르투칼어의 '원숭이'라는 뜻으로, 이것은 종자의 내과피에 있는 3개의 주공 또는 주공의 흔적이 마치 원숭이 얼굴과 비슷하다는 데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코코는 사람의 해골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스페인 군대가 필리핀을 점령하러 왔을 때 야자수에 매달린 열매를 보고 사람의 머리인 줄 알고 질겁을 했다고 한데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nucifera는 견과를 뜻하는 말로서, 코코야자의 열매인 코코넛이 섬유층의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코코넛은 길이 30~45cm, 지름 15~20cm의 사람 머리 만한 크기의 열매로 코코야자 한 그루당 50~60개가 열리고 일년에 3-4회 가량 수확한다. 열매는 처음에는 연녹색이나 익으면 갈색으로 변하며, 타원형으로 삼각의 능선이 있고 그 무게가 1.4kg이나 된다.
코코야자는 줄기가 10~30m 정도로 아주 높게 자라는 나무이므로, 열매를 딸 때는 칼을 들고 올라간 뒤 칼로 열매와 줄기 사이를 탁 쳐서 떨어뜨려야 한다. 이때 코코넛은 떨어지는 가속도까지 붙어 엄청난 힘으로 떨어지므로 아래쪽에 사람이 없도록 하여야 하며, 사람에 잘못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코코야자는 열매 자체가 씨앗인 관계로 이 열매가 바다에 떠돌아 다니다 해안에 도달하면 싹을 내고 큰 나무로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원산지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태평양제도, 열대아시아의 해안가 등으로 광범위하다.
코코넛은 겉껍질이 2~5cm로 바닷물에 매우 강한 섬유인 코이어(Coir)로 덮혀 있는데 이것으로 산업용 로프나 차량시트, 바구니, 솔, 빗자루 등을 만든다. 또한 단단한 껍데기는 생활용품이나 공예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영화 " 빠삐용"의 주인공이 마지막 탈출할 때 사용한 뗏목도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Dwarf Coconut Palm
코코야자는 한 줄기(단간)로 직경 30~70cm, 높이 10~30m 까지 자라는데, 곧게 또는 비스듬히 자라며 잎이 떨어져나간 흔적이 남아있다. 내가 베트남의 공원에서 본 코코야자들은 키가 작은 품종들로 약간 비스듬히 자라며, 조경용으로 아주 뛰어나 산책길 따라 일정 간격으로 잘 심어져 있었다. 코코야자의 줄기는 각종 건축 용재로 쓰이며, 줄기에서 수액을 추출해 알콜을 제조하기도 하고, '룹'이라는 시럽을 만들어 제과나 약용으로도 사용한다.
코코야자의 잎은 회백록색으로 흰가루 같은 것이 잎줄기에 붙어있고, 잎줄기는 뒤로 젖혀져서 곡선을 그린다. 또한 깃꼴 겹잎(우상복엽)이고 잎 길이가 2~4m, 각 작은 잎사귀는 60~90cm이며, 엽병 기부로부터 잎이 붙어있는 곳까지 털같은 갈색의 섬유질이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코야자는 암수 한그루이다. 그래서 잎겨드랑이에서 1~1.5m 길이로 나온 배모양의 포 안에 수꽃과 암꽃이 함께 달리는데 수꽃은 3매로 크림색이다. 꽃이삭을 잘랐을때 나오는 액체를 토디(Toddy)라 하는데, 이것은 설탕, 술, 식초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코코야자는 해변가나 내륙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자란다. 특히 뿌리가 아주 깊게 뻗어 있어 바람에 강하고, 내염성이 뛰어나 해변에 특화된 식물이다. 코코야자의 뿌리는 갈아서 국수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가 동남아 지역을 여행하면 길거리에서 코코넛을 빨대에 꽂아 음료로 파는 것을 많이 보고 또 사먹기도 한다. 과즙의 맛은 이온 음료의 맛에 느끼함이 있어서, 한국 사람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냉장고에 넣어 차게한 후 윗 부분을 칼로 쳐내고 빨대를 꽂아 과즙을 마시거나 주스로 마시면, 나름대로 독특한 맛이 있고 갈증을 해소해 준다. 빨대를 꽂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코코넛 밑에 약간 그을린 것처럼 보이는 곳을 와인 따개로 구멍을 내고 꽂는 방법이 있다. 코코넛 즙은 동남아 요리에서는 우유 대신 사용하는데, 태국에서는 요리에 물 대신 코코넛 밀크를 사용할 정도이다. 또한 코코넛 즙에 초산균의 일종인 나타균을 첨가하면 즙이 응고되면서 신맛의 반투명한 젤리 형태가 되는데 이것을 나타드코코(Nata de coco)라 한다. 여기에 설탕 등으로 맛을 낸 다음 식용으로 사용하고, 코코팜이나 후루츠 믹스 통조림에 들어있는 하얀 젤리 같은 물질이 이것이다.
코코넛을 반으로 두드려 자르면 안쪽에 젤리처럼 생긴 것이 나오는데 이것을 과육이라 하며, 이것을 그대로 먹으면 단맛과 고소한 맛이 난다. 또한 이것을 잘라 말린 것을 코프라(Copra)라고 하는데 과자 재료나 술안주로 애용된다. 한편 코코넛 과육으로 코코넛 오일, 코코넛 식초도 만드는데, 코코넛오일은 피부 보습과 두피와 헤어 케어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코코넛에는 지방이 26%이고 단백질 4g, 인 100mg이상, 철 2.5mg 등의 영양소가 들어있는데, 지방은 식물성의 포화 지방산이다. 또한 열량은 100g에 22kcal 정도로 낮은 편이다.
코코넛을 주로 생산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스리랑카 등이고, 이것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수출되어 소비된다.
코코야자는 10~15°c에서 월동하고 21~27°C에서 왕성하게 생육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린 묘를 실내에서 키울 때는 밭흙, 부엽, 모래의 비율을 3:3:4로 한 배양토에 심고, 반그늘에 두고 충분히 물을 주며 다습하게 관리한다.
더블 코코넛 야자
식물계 중에 열매가 제일 큰 종자는, 코코넛 야자와 비슷한 종류로 인도양 세이셜제도 원산의 더블 코코넛야자(Double coconut palm)이다. 학명이 Lodoicea maldivica 또는 Cocos maldivica 이며 겹야자라고도 한다. 이 야자의 열매는 직경 25cm, 무게가 25kg 이나 된다. 큰 만큼 완숙하는데도 많은 세월이 걸린다. 열매가 땅위에 떨어져 발아하는데 일년이 걸리고, 결실하여 완숙하는데 자그마치 10년이 걸린다. 또한 수령 30년 전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그리고 완전 성장에는 100년 이상이 소요된다. 현재 원산지 세이셜섬의 삼림 속에 자생하는 것 가운데 수령 800년 정도의 것도 있다. 암수딴그루이며 꽃은 매우 큰 육질의 육수 꽃차례에 달린다.
열매는 다육질이고 섬유질로 된 껍질로 싸여있고, 그 안에 단단하고 견과처럼 생긴 부분이 둘로 갈라져 있다. 열매 속은 먹을 수는 있으나 상업적 가치가 별로 없다. 인도양에서는 씨에서 싹이 나온 뒤, 속이 빈 더블 코코넛야자 열매들이 물위에 떠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있다.
출처: http://tpkisuk.tistory.com/entry/코코야자-이야기?category=553337 [열대식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