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Jasmine)
페르시아어의 야스민이 변형된 것인데, 이는 식물(또는 꽃, 향신료)이름인 재스민에서 유래했다. 원어는 역시 재스민에 더 가깝다. 한자로는 말리(茉莉)라고 부른다.
자스민은 그 자체로도 매력 넘치는 향이지만 다른 향들과 조화되었을 때,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다발의 모습, 관능미 넘치는 성숙한 여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는 향이에요.
때문에 꽃의 여왕 장미와 함께 향수, 화장품, 아로마테라피 등 다양한 향 분야에서 폭 넓게 사용되며 향의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향 중의 하나입니다.
세계 속의 자스민
자스민의 원산지는 인도, 히말라야,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대 이집트 종교를 비롯해 그리스로마 신화와 불교, 힌두교, 기독교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종교와 신화에서 자스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도 신화에서 창조의 신 비쉬누의 부인이자 부와 행운을 관장하는 라크슈미 여신이 바로 자스민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신이에요. 힌두교의 사랑의 신 카마는 욕망의 화살촉에 자스민 오일을 발라 사랑의 심장을 꿰뚫고 기독교에서 자스민 오일은 '신성한 희망'의 향기로 간주되어 성모 마리아 앞에 바쳐지며 별 모양의 자스민 꽃은 천국의 행복을 상징하죠.
또 자스민은 튀니지,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국화이기도 할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사랑을 맹세할 때 자스민을 선물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신혼부부의 침대에 자스민 향수를 뿌리는 풍습이 있어요.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자스민을 선물받은 연인들은 머리에 자스민을 장식하기도 해요. 이처럼 다양한 신화에 등장하며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자스민은 향수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The King of Flower oil 자스민
자스민은 향이 좋은 꽃의 대명사로 그 향은 어느 향보다도 매력적인 향이라 평가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향수 전문가들은 자스민을 La Fleur(The flower)라 부르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고급향수를 만드는데 자스민이 필수 향료로 쓰이기 때문이에요.
현재 유사종까지 포함하면 자스민이 향료로 사용되는 향수는 여성향수의 80% 이상, 남성향수의 30%에 이른다고 합니다.
달콤한 자스민의 향은 한 송이만 피더라도 실내를 꽉 채울만큼 풍성하게 퍼져나갑니다. 자스민 향의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은 마치 성순한 여인의 품속처럼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키고 기분을 고양시켜줍니다. 또한 따뜻한 느낌 뒤에 숨어있는 약간의 동물적 향취는 다른 향들과 미묘한 밸런스를 이뤄 자스민 특유의 성적 매력을 뽐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시키기도 합니다.
화이트 자스민(Jasminum grandiflorum), 아라비안 자스민( Jasminum sambac)
이처럼 때로는 포근하게 안아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력적인 이성의 모습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자스민은 7월 부터 11월 초순에 걸쳐 별모양의 작은 꽃들을피게 됩니다.
해질녘부터 조금씩 향을 내기 시작해 자스민은 늦은 밤에 가장 강한 향을 뿌리며 아침이 되면 다시 모든 향이 사라지게 됩니다. 때문에, 자스민을 '밤의 여왕', '숲속의 달빛'이라 부릅니다.
자스민은 보통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전에 꽃을 수확하고 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오로지 손으로만 꽃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1Kg의 자스민 향을 얻기 위해서는 700~900Kg의 꽃이 필요한데 숙련자가 6시간 동안 약 3Kg의 꽃을 딴다고 하니 1Kg의 자스민 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가 있겠네요.
자스민 오일은 화이트 자스민이라 부르는 Jasminum grandifolrum에서 가장 많이 추출하며 전체 오일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라비안 자스민이라 부르는 Jasminum
sambac은 자스민 차로도 애용하는 품종이며 향이 부드럽고 안전성이 높아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품종입니다. 자스민 향은 수증기 증류법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헥산을 용매로 하는 용매추출법으로 향을 추출합니다. 이렇게 용매추출법으로 얻은 자스민 앱솔루트가 증류법으로 얻는 자스민 오일에 비해 자스민의 성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본래의 향에 더 가깝기 때문이죠.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기, Joy
자스민을 대표하는 향수라 한다면 단연코 장 파투의 Joy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어요. Joy는 1935년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장 파투가 출시한 향수에요. 1930년대 전세계는 대공황의 공포 속에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있었을 당시, 패션 디자이너 장 파투는 사람들에게 마치 '등대'와 같이 시대의 우울함과 어두움을 향기로 달래고 싶어 했고 당시 조향사이던 헨리에게 비용과 관계없이 최고로 고급스러운 향수를 만들어 주기를 요청합니다.
그래서 조향사 헨리는 최고급 향료인 불가리안 장미와 프렌치 자스민을 아낌없이 사용해 향수를 만들어 냈고 그렇게 Joy(환희)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초창기 1온스의 Joy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28다스의 장미와 만 6백송이의 자스민이 필요했다고 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장미 오일과 자스민 앱솔루트는 굉장히 비싼 고급 향료였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기로 유명하게 된거죠.
사실 Joy는 순수하게 자스민이 주인공인 향수는 아닙니다. 그 당시 다른 향수들이 그러하듯 Joy도 풍성한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있는 여인이 떠오르는 클래식한 플로럴 부케 계열의 향취라 할 수 있습니다.
Joy의 첫 향은 불가리안 장미와 일랑일랑이 진하게 다가오며 그린 노트가 살짝살짝 고개를 내밉니다. 자스민의 주가 되는 인돌(Indole)의 동물적 향취가 살짝 지나고 응축된 자스민 향이 드라마틱하게 감싸 안아줍니다. 따뜻하고 파우더리한 머스크향과 우디향으로 마무리되는 Joy는 다른 꽃들이 장미와 자스민을 더욱 화려하게 꾸며주는 한 다발의 화려한 부케와 같은 향이라 할 수 있어요.
다만 Joy의 향은 꽤나 무거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젊은 여성이나 캐주얼한 복장보다는 격식있는 자리에 참석하거나 품격있고 성숙한 여성을 표현하고자 할 때 추천 드리고 싶은 향수입니다.
차분하고 부드럽지만 당당한 여인의 향, Beauty
캘빈 클라인의 뷰티는 One으로 대표되는 캘빈 클라인 향수의 모던함과 캐주얼, 중성적 매력과는 달리 우아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매력이 가득한 향수에요. 뷰티는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이 가장 사랑한 꽃인 칼라 릴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향수입니다. 혹시 '자스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릴리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라고 생각하셨나요? 캘빈 클라인의 뷰티를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당연히 그 향을 표현하는 메인 노트가 자스민이기 때문이죠.
불가리의 자스민 느와나 르 라보의 자스민, 몬탈의 자스민 풀과 같이 자스민 자체를 주제로 한 다양한 향수들도 있지만 앞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거의 대부분의 향수에 사용되는 자스민이 어떻게 메인 노트로 역할을 하는지 보여드릴 수 있는 향수가 캘빈 클라인의 뷰티라고 생각합니다.
뷰티의 향은 가장 먼저 포근하고 부드러운 식물성 머스크라 불리는 암브레트 시드로 시작합니다. 암브레트 시드는 식물성 머스크라 부르며 다른 향수에서는 보통 향을 마무리하는 베이스 노트로 사용되는데 뷰티에서는 독특하게 탑 노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암브레트 시드가 첫 향으로 다가오며 뷰티의 전체적인 인상을 차분하고 부드럽게 이끌고 곧 자스민이 자신의 매력을 하기 시작합니다.
탑 노트가 이끄는 대로 차분하게 퍼지는 자스민 향을 맡고 있으면 캘빈 클라인이 추구하는 '뷰티'의 모습처럼 차분하지만 세련되고 우아한 여성을 상상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요란스럽지도, 또 너무 관능정이지도 않은 그 향은 마치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자스민 향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면 마지막으로 약간은 달달한 느낌의 시더우드가 지금까지처럼 부드럽게 여운을 남기며 뷰티의 향을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인 향조가 차분하고 묵직하기 때문에 생기발랄하고 변화가 많은 향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조금은 심심하고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담백한 여성미를 원하는 분들에게 딱 맞는 향수가 바로 뷰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함께할 수 없지만,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마을의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그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그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그저 차갑기만 했어요. 너무나 소심한 마음에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그녀의 사랑을 바랄수도 없던 그는 점점 야위고 초췌해져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그녀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이렇게 죽겠구나 두려워 졌어요.
그날 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자스민 꽃이 가득한 들판에서 그녀에게 선물할 자스민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하늘 가득 떠있는 은은한 새벽 별빛 아래, 밤새 준비한 자스민 꽃다발을 들고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는 짚앞에 도착한 그러나 그는 너무나도 소심한 마음에 차마 그녀에게 고백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녀의 방 창가에 정성을 다해 준비한 자스민 꽃을 선물하고 새벽 별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며 사랑스럽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국 그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죠.
문득 잠에서 깬 그녀는 방안 가득 넘실대는 진한 자스민 꽃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았어요. 얼마 후 눈을 뜬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무미건조하고 차갑기만 했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랑과 향기가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있었어요. 그리고 그 세상 한가운데 가만히 누워 잠들어 있는 그를 발견한 그녀. 화려하진 않지만 순수하고 평화로운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전에는 결코 느껴본 적 없던 불같은 사랑의 감정이 가득 차올랐어요. 넘치는 사랑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던 그녀는 그대로 창문을 넘어 그에게로 다가가 사랑을 속삭였지만 그는 두 번 다시 눈을 뜨지도 그녀의 사랑에 답해주지도 않았어요. 갑자기 찾아온 불같은 사랑의 감정과 혹독한 죽음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녀는 창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자스민 꽃을 머리에 꽂고 그의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다 자스민 향기가 충만한 이른 새벽 들판 위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그를 따라가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