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빈집을 사들여 사택으로 꾸미고 있는 목사님이 계시다.
주일이면 독거노인이라며 반찬을 몇 접시 가져다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그동안 그 빈집에는 주인 잃은 발바리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아침 산책길에 늘 따라오던 녀석들인데 어느새 정이 들었다.
사람이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슬그머니 앞장서 걷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올 목사님의 따님이 어릴 적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어 강아지를 무서워한다고 한다.
결국 발바리 두 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른 마을로 떠나게 되었다.
작은 개 한 마리쯤은 우리 집 마당 한쪽에 두고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늘 붙어 다니던 녀석들을 떼어놓지 말자는 말에 수긍하고 말았다.
덕분에 산책길이 조금 허전해졌다.
늘 보이던 녀석들이 사라지니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가고 오는 세월 속에 어느새 밤나무 꽃망울이 올라와 산자락이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다.
딸기밭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와 밤꽃의 독특한 냄새가 한동안 내집 창문을 드나들 것이다.
오늘은 찔레주변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긴 낫으로 베어낼 생각이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묵정밭의 찔레가 요즘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관심을 주고 바라보니 전보다 훨씬 귀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집 옆에는 천 평 남짓한 묵정밭에 있는데
십 년이 넘도록 제대로 경작되지 않은 땅이다.
주인이 대추나무와 사철나무를 드문 드문 심어두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줄기식물이 휘감고 있다.
그래도 나무들은 용케 버티며 살아간다.
집 옆 일부 땅은 비교적 비옥해 해마다 옥수수를 조금 심어 먹는다.
주인은 무료니 더 넓게 농사를 지으라고 하지만 나는 먹을 만큼만 가꾸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 땅은 나무를 심고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편이 더 좋다.
집터는 백이십 평 남짓이지만
뒤산과 옆 묵정밭이 이어져 있어 실제로는 수백 평을 누리며 사는 기분이다.
홍천도 이제 인구소멸지역에 포함된다고 한다.
사람이 줄어드는 모습은 이 작은 시골에서도 느껴진다.
빈집이 늘어나고 묵정밭이 생기고,
아침마다 따르던 발바리 두 마리마저 떠나고 나니 그런 말이 더욱 실감난다.
그래도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온다.
밤꽃은 피고, 찔레는 무성히 퍼지고,
옥수수도 부쩍 키를 올렸다.
떠난 발바리 두 마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산과 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름을 준비하고 있으니
나는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