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퍼질러 앉아 풀을 뽑고 있으면
까치도 가까이 날아와 깍깍거리고, 참새도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자리까지 다가와 방정을 떨며 재롱을 부린다.
잡초를 뽑다가 댑싸리를 한 줌 뽑아 닭장 기둥에 매달아 놓으니
닭들이 서로 뜯어먹느라 요란하다.
배가 불러야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끄럽고 요란한 것도 어쩌면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늘을 따라 옮겨 다니며 놀이하듯 풀을 뽑다가 실내로 들어왔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앨범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사진들을 꺼내 모두 태워 버리려 했지만
환경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함부로 버리기도 그래서 검은 봉지에 차곡차곡 담아 묶고,
다시 한번 검은 봉지에 넣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놓았다.
정리를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참 부질없는 일들에 많은 시간과 공력을 쏟으며 살았구나.
옷장을 열어 유행이 지난 옷들과 낡은 옷들을 꺼내 의류 수거함에 넣었다.
상당한 갈등을 겪으며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외출을 자주 하지 않아서 한 번밖에 입지 않았는데
겨울은 몹시 추운데 이유를 찾다 보니 아직도 다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인생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난해하다 그래서 정답이 없다
각자의 선택이 있고 그 선택에 책임이 따를 뿐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낸 세월에 진저리가 처질즈음에 이르러 보니
때는 이미 늙어 버려서 죽을 자리 나 찾게 되었다
한동안 전국을 휘돌다 마음에 든 곳이 강원도 홍천이다
내가 자리 잡은 곳은 새들도 새끼를 두 번 세 번 낳고 사람이 보나 안보나 키워 날아가고
다시 봄이면 들어온와 또 새끼를 친다
나 행복한 여기서
텃밭을 일구며 버르적거리다가
언젠가 찾아올 죽음 기다리면 되니까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