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전하는 말 / 권정희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옷깃 적시는 안개비마저 반가웠다
마음 둘 곳 없던 날이면
먹구름은 문턱까지 내려앉고
나는
한 철 묵은 침묵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 길을 걸었다
방울장수 보따리 풀듯
가을 정수리에 맺힌 응어리
하나씩 풀어내면
말없이 건네온 그대의 온기에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던 아이
멀고 긴 터널을 지나
햇빛 고이는 골짜기 끝에서
흔들리던 시간
제자리 찾아가듯
그대를 만나러 가는 날이면
언제나
가을이 먼저 와 길을 나선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