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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쓰기공책

[생활일기] 주말농장

작성자김준학|작성시간11.03.23|조회수295 목록 댓글 6

4년 전에 딸 아이와 아들 녀석을 위해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두 아이가 처음에는 흙장난을 재미있게 하고, 싹이 트는 모습을 신기하게 여겼다.

그러기를 1년 여, 녀석들은 귀찮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주말농장에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주말농장은 나의 아버지(녀석들의 할아버지)와 내 차지가 되었다.

 

지난 주말, 아버지와 나는 퇴비를 주기 위해 주말농장에 갔다.

 

우리 밭은 10여평이다. 적은 평수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정도 평수면 한 가족이 일 년 내 야채를 실컷 먹을 만큼 넓은 땅이다.

아버지는 이제 연세가 많으셔 힘든 일을 하시면 안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기어코 삽을 들고 땅을 파시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시며, 상추나 고추를 도맡아 키우신다.

이제 거의 아버지의 농삿일이 되었다.

 

주말농장은 아버지와 아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씨앗이다.

사실, 여든 가까운 아버지와 내가 대화를 나누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주말농장을 하기 전에는

아버지와 기껏해야 건강을 염려하거나 가족들의 안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농장을 하면서 아버지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다.

올해는 무엇을 재배할 것인지, 씨앗 뿌리기는 언제가 좋을지,

비료를 무엇으로 쓰면 고추가 좀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인지,

아버지와 나는 주말농장에만 가면 평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주말농장은 아버지의 자신감이다.

어느날 아버지께서 채소가꾸는 방법에 대한 책을 사오라고 하셨다.

나는 [주말농장 재배법]이라는 책을 사다 드렸다.

아버지는 그 책을 여러 번 읽으신 듯 그 책에 대해 훤하시다.

그후 아버지는 내게 많은 내용을 가르치신다.

이제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시다.

나이만 많고 할 일이 없는 무력한 노인이 아니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아들에게 농삿일을 조목조목 지시하는 아버지이시다.

중학교 중퇴 밖에 없는 학력으로, 대학을 졸업한 아들을 가르치는 아버지이시다.

아버지는 주말농장에만 가면 나의 선생님이시다. 나에겐 그런 아버지가 멋지다.

 

이제 4월말이 되면 상추가, 7월이 되면 고추가 탐스럽게 자랄 것이다.

나는 상추와 고추를 먹으면서 떠올릴 것이다. 나의 아버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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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후부키 | 작성시간 11.04.04 내가 2번
  • 작성자히카리 | 작성시간 11.04.07 ㅋㅋ자세가 너무 우껴ㅋㅋㅋ
  • 작성자AAAM1 | 작성시간 11.04.17 아....나도 딸기키워서 먹고싶군하하핳
  • 작성자바닐라 | 작성시간 11.04.25 ㅋㄷㅋㄷ
  • 작성자꽃과 나무 | 작성시간 11.05.13 샘의 글은 너무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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