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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산책

겨울, 아름다운 침묵의 계절에

작성자들꽃|작성시간26.06.08|조회수15 목록 댓글 0

겨울, 아름다운 침묵의 계절에



잿빛 하늘 밑 떨어진 낙엽 위를 걸으면서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겨울은 참 슬픈 계절이라고...


앙상한 가지 끝에 부는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겨울은 참 허전한 계절이라고...


한 장 남은 달력을 만지작거리며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겨울은 덧없이 흘러가는 인생처럼 허망한 계절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다. 겨울은 찬란한 봄의 빛나는 도약을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아름다운 침묵의 계절이라고...


마치 곧 들려질 큰소리 악장을 위해 소리 죽여 연주되는
교향악의 조용한 앞 마디처럼,
마지막 한 번의 큰 숨 뒤에 이제 곧 태어날 생명을 기다리는
고요한 산실의 전율처럼,
지금, 텅 빈 벌판처럼 훵해 보이는 겨울의 가슴 속에는 아름다운 생명의 회오리바람, 흐드러지게 풍요로울 추수 마당이 춤추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봄, 곧 돌아올 희망의 계절에 움트게 될 생명의 씨를 품고 있으니까요!
Æ Æ Æ Æ


한 해를 마쳐가는 모퉁이에 서서,
사라져가는 시간의 발뒤꿈치를 바라보는 당신의 겨울은 어떤가요?


후회와 실망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가뜩이나 짧아진 해를 더 가리고 있지는 않은가요?
더 자랐어야 할 키를 재어보며 미처 못 다다른 성숙의 눈금에 닿아보려고 안타까운 발돋움을 해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세월이 흐르면 그래도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변화를 꿈꾸면서
체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올 한 해, 가슴 속에 겨자씨만큼 조그만 생명의 씨 하나 심겨지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바람 만큼 자라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한 해는...


자신의 바람만큼, 이웃의 바람만큼, 아니 하나님의 바람만큼...
우리의 발걸음은 아무렇게나 구르는 돌에도 자주 채였고,
어쩌다 쓰러지면 편편하지 않다고 길만 나무랐고,
함께 가자고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혼자 걸어보겠다고 뒤뚱거렸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함께 가야 할 인연이었습니다.
이 길은 혼자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풀 수 없이 엉킨 긴 뭉치의 실타래처럼,
고리고리 연결된 긴 사슬처럼,
조약돌 던져진 호수의 파문처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서로 묶인 채
사랑과 아픔을 주고받으며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 엉켜진 삶에서 번져오는 파문이 크든 작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많이 자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서로를 통해, 그리고 그 엉킨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함께 얽혀 있기에 파생되는 여러 가지 일들은
주님께서 우리로 지나가게 하시는 또 다른 연단의 불이었습니다.
때로 그 과정은 여느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겨울처럼
슬픔과 허전함과 허망함을 느끼게도 했지만,
지나간 삶을 뒤돌아보는 지금,


우리의 가슴은 때늦은 설레임으로 일렁입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가슴 한가득 심겨진 하늘 생명의 씨앗,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머지않아 발아할 생명의 씨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참 바쁜 한 해였을 것입니다.



우리의 밭이 아직 싹을 틔우고, 이삭을 맺히고, 추수에 충실한 곡식을 낼 만한 옥토가 되지 못했기에...
큰 흙덩이를 걸러내는 일은 그분께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아의 교만과 자존심의 덩어리는 너무나도 단단하게 뭉쳐 있어
손으로 들어 올리기에 버거울 만큼 무거웠을 테니까요.


네, 단비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똘똘 뭉쳐진 덩어리가 떠오를 때마다 촉촉이 적셔주시는 성령의 비는 단단한 흙덩이들을 녹여내기에 충분히 부드러웠습니다.
마음의 밭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이기심과 욕심의 돌멩이 또한 들어내기 어려운 것이었을 겝니다.
골라내지 않으면 단단히 박혀 밭을 망칠 욕망의 돌멩이들...



네, 사랑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종으로까지 낮추시고 한 벌 걸칠 옷도 없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겸손과 사랑은
밭을 고르는 손을 찌르고 상하게 하는
모나고 딱딱한 돌멩이들을 걸러내기에 충분히 따뜻했습니다.
뽑아내야 할 미움과 증오의 잡초도 많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우리의 밭에는...



여기 저기 솟아나 밭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잡초들,
마치 끝까지 뽑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은 억센 잡초 풀들은 미움과 갈등의 뿌리로 땅 속 깊이 얽혀 있어 밭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네, 용서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 바위틈으로 떨어져 내린 피 섞인 땀방울과 못 박는 로마 병정을 향해 드리시던 "저들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저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는 주님의 기도는,
오랜 세월 박혀온 원망과 미움의 잔뿌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뽑아버리기에 충분히 뜨거웠습니다.
한 해가 다 가는 모퉁이에 서서
이제 거의 옥토로 변해가는 우리의 밭을 보시며 미소 띠우시는 하나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가슴 속에 절절한 염원으로 심겨진 생명의 씨
힘차게 고동치며 발아하고 있으니까요.
곧 예쁜 싹 틔우고, 멋진 이삭 맺히고, 탐스런 열매 맺을 계절이 돌아오니까요.
변할 거라는 희망, 주님의 능력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과 믿음의 씨는 지금 발밑에서 요동하며 풍요로운 수확의 마당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더 탐스러운 꽃송이 맺힐 것입니다. 지금 꽃송이 비록 작아도...
더 탐스러운 열매 맺힐 것입니다. 지금 열매 비록 작아도...
겨울을 슬픈 계절이라 말하지 마십시오.
겨울을 헛된 소망의 종착역이라 말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머지않아 힘찬 태동으로 천지를 진동시킬 생명의 씨 가슴 속에 심겨져 안으로 안으로 익어가는 조용한 성장의 계절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 찬란한 도약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아름다운 침묵의 계절이라고...
한 해가 가는 시간, 이렇게 뒤돌아보며 마음 가득 감사가 넘치는 것은,
우리 가슴 속에 심겨진 생명의 씨앗 때문,
그리고 그 씨 곧 자라나 새들이 깃들 가지 많은 큰 나무가 될 것이라는 소망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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