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첫작품이자 그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릴만큼 호평을 받았다. 서간체형식으로 쓰여있어 인물들의 마음을 공감하기 쉽고 편하게 읽을수 있다. 중년의 가난한 하급관리인 마까르와 먼친척인 어려운 형편의 처녀 바르바라와의 가난한 사랑이야기다. 가난은 사람을 사랑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마까르는 참으로 평범한 가난한 사람이다. 저급의 하급관리인이며 중년의 나이이다. 지적인 부분도 특별하진 않고 정서실력이 좋은 편인 한없이 착하고 유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차마시기나 영화보기도 전재산을 털어 해야할 만큼 가난한다. 신발을 신고 외투를 입는 것들도 남의 시선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차림조차 변변히 챙길 수 없을만큼 가난하다. 지겹도록 가난한 상황들이 주고받는 편지속에 드러난다. 불편할 만큼의 가난에 대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을 무렵 작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까르가 말하는 '자신 또한 가슴이 있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며 '발닦개만도 못하며 성스러운 것도 있어서는 안되고 자존심도 있어서는 안되는 더러운'.. 경멸의 무가치의 존재가 아닌 '같은 사람'으로 봐달라는 부분에서다. 그가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도 사람들의 그러한 편견과 시선이었다. 그러한 마까르에게 바렌까는 자신의 모든 사랑을 쏟아부을 만한 존재였지만 자신의 가난을 감히 함께하자고 할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그저 먼친척으로 아버지처럼 돌본다는 명목에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싶어한다.
바르바라는 그보다 훨씬 어리지만 마까르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냉정한 부분들을 보인다. 바렌까와 함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지적 갈증까지 해소했던 만남이지만 그녀에게도 역시 그와 가난을 함께 마주할 용기는 없었다. 그녀에게 불행은 전염병이여서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전염되지 않도록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편지에서 선포한 그 말처럼 그녀는 가난을 벗어날 기회가 오자 마까르에게 의논조차 하지 않은 채 결단하고 떠나버린다. 혼자의 생활은 영위할 정도지만 결혼하고 가정을 유지할 만큼의 용기는 가질 수 없었던 연인들이다. 그러한 결혼은 아마도 고르쉬코프의 상황과 같은 미래를 초래할 것이니까.
고르쉬고프는 마까르가 자신보다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또다른 가난한 인물이다. ㅡ그의 구걸에 마까르는 자신이 가진 모든 돈 20꼬뻬이까를 주는 장면은 자신의 모든 것을 헌금한 성경 속의 과부가 생각난다.ㅡ 그는 억울하게 사기를 당해 비참하게 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회복을 위해 투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승리하게 된 다음 그는 침대에서 아주 조용히 죽게 된다. 왜 그랬을까.. 사기당한 피해자라는 싸움에서 승리했으나 진짜 최하위의 생활을 직면해야 함에서 두려웠을까..그 두려움이 그를 조용히 잠 속에서 죽게 했을까.
마까르는 자신의 나이와 가난을 이야기하며 감히 사랑한다는 말을 고백하지 못하고 먼친척으로서 아버지처럼 바렌카를 돕는다고 하지만 함께 하게되면 더 명백히 직면해야 할 가난이 두려웠기때문이리라.
작가는 가난에 직면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변해가는지 그리고 가난을 대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어떠한지 작품 안에서 보여준다. 마까르의 가난의 상징과도 같았던 한없이 낡은 외투에서 간신히 매달려있던 단추가 떨어지면서 그 단추를 찾아 엎드려 헤매는 그에게 주어진 장군의 100루블의 은혜는 30루블 40루블을 빌리기 위해 온갖 수모와 처참한 모욕을 당했던 순간들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누구에게는 그렇게나 목숨과도 같은 돈이 은혜롭게 베풀어진다. 은혜로 베풀어진 다른이에겐 작은 돈이 인생을 바꾸어줬다는 표현을 할만큼 그의 삶의 숨통을 열어준 것이다. 이렇듯 마까르가 긴박한 가난에서는 벗어날 때 그의 연인 바렌까도 가난에서 벗어날 탈출구인 부자와의 결혼을 선택하고 떠나게 된다.
바렌카 역시 완전한 사랑의 대상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사랑의 대상이 되는 마까르에게 연인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를 대하며 결국은 지주를 선택해 결혼해서 떠난 것도 극심한 가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난폭하고 무지하고 인색한 부자와의 고독한 결혼생활이 예상되지만 끔찍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면 차라리 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가난은 사람을 주눅들게 한다. 선택의 여지를 줄이게 되고 자유 또한 묶이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에서는 이렇듯 가난이 사람들을 어떻게 살아가게 하는지 그러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 일원의 일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