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삶은지혜

002. 마우스 어드벤처 타임 - Logitech MX Master 3

작성자Astroboy|작성시간23.03.07|조회수70 목록 댓글 2

002. Logitech MX Master3

 

 

특별히 해야할 업무가 생겼다는 핑계로 큰 맘 먹고 Mac Studio를 구매했다. 그렇다. 일단 맥 컴퓨터로 일을 하려면 누구나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컴퓨터 한 대에 한 달 월급은 족히 들어간다. 또한 관련 악세서리는 어떤가. 윈도우와의 호환성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평화롭게 일을 시작할 수가 있다. 울다가도 웃는 희한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맥을 이용하려면 심한 인지부조화도 경험하게 된다. 

 

그 다음 관문으로, 10년 전에만 해도 맥 컴퓨터로는 인터넷 뱅킹도 거의 되지 않았고 메신저도 국산은 원활하지 않았다. 또 문서작업을 하더라도 각종 단축키부터 시작해서 배열까지 윈도우와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그래픽 관련 업무를 하려면 맥은 필수에 가까웠다. 키노트 프리젠테이션은 어떤가 말이다. 확실히 그렇다. 얼어죽을 놈의 때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기능키인 control/option/cmd 간의 구분을 잘 못한다. 거기다 윈도우 키보드 단축키를 별도로 외워야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그래서 부작용으로 윈도우 PC를 사용하면서 맥 단축키를 눌러놓고 다른 누군가의 잘못인양 10단위 욕을 읆어댄다.

 

어찌되었든, 다음 달 카드비 지출을 애써 무시하면서 오랜만에 맥을 어루만져본다. 

안녕~ 맥!
아니다.
Hello~ Mac!

 

진정한 음향 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장비를 둘 집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비를 우선시 하는 매니아라면 부속 장비의 욕심은 실로 끝이 없어야 하는 법이다. 욕심이 사라지는 날, 임종을 맞이하리라.

 

Window PC와 Mac을 함께 이용하기 위해서 책상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다. 정리라니...얼마만인가. 일단 각각의 컴퓨터를 하나의 대형 모니터에 연결하더라도 각각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게 되면 2개의 키보드와 2개의 마우스를 써야 하므로 그만큼 책상위의 공간이 부족해진다. 아니다. 부족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컴퓨터 간에 문서나 사진을 전달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게 여간 복잡한게 아니다.‘ 라는 변명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따라서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를 찾았고, 현존하다는 사실을 알고 마냥 감격스러워 한다. 생각은 누구나 비슷한 법이고 기업은 이를 이용하는게 당연지사이다. 바로 로지텍의 Flow 기능이 있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상상만 해도 테크놀로지적 희열감이 넘쳐나 히죽거리는 입술에 여실히 드러난다. 영어 단어 'Flow'에는 실로 많은 뜻이 담겨 있다. 그 중에 하나 '몰입' 이 있다. 그렇다. 쏙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로지텍이 고급화 전략을 꾸준히 고수하면서 괴물같은 마우스가 나왔다. 물론이다. 가격도 괴물급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못한다. 어플이 몇 가지가 있는데 option, option+, Logi Bolt로 나뉜다. 언젠가 통합이 될거라는데 아직은 혼란스럽다.

 

더 환장할 노릇은 현재까지 블루투스 동글이 3가지(일반, 유니파잉, 볼트)로 나왔다는 점이다. 거기에 맞춰서 적용이 안되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각각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구매 전에 충분히 확인하지 않으면 쌍욕과 반품을 몇 차례 거쳐야 한다.

MX Masters 3에 이어 최근에 3s가 나왔는데, 3는 유니파잉 동글이고 3s는 볼트 동글만 적용된다. 내 경우에 문제는 유니파잉 동글에 있었는데,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하여 마우스가 활성화와 비활성화 (잠자기 모드)를 미친듯이 반복한다. 심지어 화면 우측 끝에서 좌측 끝으로 마우스를 끄는 동안 화면 중앙에서 잠들 정도여서 도저히 작업이라는 것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른다. 자고로 장비는 비싸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던지지 못하니... 욱해서 마우스를 번쩍 들었다가 움찔 놀라 다소곳이 내려 놓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래, 그래...'

 

이 마우스 기면증(嗜眠症)은 사용자를 반폐인(Flow의 부작용)으로 만들고, 컴은 프로그램 설치와 삭제를 반복하면서 재부팅이 미친듯이 반복되면서 맥을 부팅할 때 나오는 “떵~”하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고충이 생긴다. 그리고 매번 한 숨은 성대를 건드릴 여력 조차 없어서 그저 길게 뿜어져 나올 뿐이다. 떵~ 하~ 떵~ 하~ 떵~ 하~....

최종 버전 프로그램의 재설치로 해결이 안되어서, 인터넷을 방랑하며 기어이 베타버전까지 찾아 설치와 삭제를 반복한다. 하지만 해결이 안되서 동글을 포기하고 이번에는 본체에 블루투스로 직접 연결해본다. 그리고...증상은 여전하다. 아마도 선천성 질환이거나 불치병이리라...

어쩔 수 없이 새 유니파잉 동글을 구매해서 연결해본다. 그리고...증상은 여전하다. 아마도 전생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본사에 문의를 한다. 요즘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채팅으로만 문의가 가능하다. 아마도 본사의 응대 직원은 이름으로 보아 인도인으로 보이고 채팅은 번역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다보니. 너와 당신이 혼용되고, 접속이 되면 과하게 반갑다고 난리를 피우며, 채팅이 끊기면 평생 봐온 친구를 잃은 것처럼 섭섭해 한다. 정작 중요한 대답은 홈페이지 Q&A 어딘가에서 찾아낸 응대용 답변이 적힌 링크 뿐이다. 당신 당신 당신에 지쳐서 채팅은 중단하게 된다. 혹시 내가 사람을 상대로 채팅을 했나 하는 의심쩍은 느낌적인 느낌을 지우지 못하면서 말이다. 

미친듯이 매달리다가 새벽의 한기가 느껴질 즈음에 구매 사이트의 반품 버튼을 마치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핵폭탄 버튼을 누르듯이 무겁게 클릭한다. 자고로 글은 점잖아야 하는 법이다. 더군다나 판매자의 잘못은 아니니.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예의바르게 반품 신청을 하고 동트는 새벽에 잠자리에 든다.


전등 불은 꺼졌지만 스마트폰은 유일한 광원으로서 청색광을 실컷 내뿜으며 검색 창을 노출하고 있다. 이미 좀비 모드로 들어선 것이다. 분주한 엄지손가락 신공...그리고 유레카~ 설마...설마...그 고가의 마우스가....

세계적인 글로벌 대기업에서 자체 생산한 블루투스 동글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우연히 찾은 한 두 블로그에 올라온 하소연과 간증 사연을 접하면서 울분을 토한다. 과열이라고? 허브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위치를 바꿔보라고? 지금이 어느 땐데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되었다. 이웃한 USB 단자에 나란히 연결이 되지 않도록 연장선(C-Type OTG )을 빼내고 나니 오류가 말끔히 사라졌다. 충혈된 눈을 마냥 끔뻑거리면서 신체는 정지 상태로 한동안 머물렀고 영혼만이 들락날락을 무수히 반복했다. (바로 이게 또 다른 Flow일 것이다) 길다랗게 나온 연장선이 거슬려서 더 짧은 어댑터 형식의 USB 변환젠더를 시도해봤다. 그나마 그것도 꼴보기 싫으니 본체 뒷면으로 옮겼다. 

 

지금은 심신의 평화를 되찾은 상태이다. 온갖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신제품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불현듯 감지한다. 그동안 엉뚱한 짓을 하며 시간을 소비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울컥하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작동을 하니 보람도 느낀다. (사실 원래 이렇게 작동을 했어야 하는거지만)

 

하지만 심신미약자가 해서는 안될 짓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함으로써, 앞으로는 꼭 다시는 기필코 같은 짓은 반복하지 않으리라 양주먹을 불끈 쥐어잡고 굳게 다짐해본다. 일단 올 해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서정 | 작성시간 23.03.08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문제가 끝나진 않았지만...
    물리적이지 않아서 바라만 봐야 하는 문제 상황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매일 매일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을 맞닥드리고 가끔은 아날로그가 그리운 나날들입니다 ㅠ.
  • 작성자그레이에쉬 | 작성시간 23.03.08 오후
    글을 너무 재밋게 잘 쓰시네요
    즐겁고 재밋는 글이었습니다
    디지털기기야 모르는 이야기가 태반이니 신경쓸일 없고 글쓰니님에 방방뛰는 글쓰기 솜씨에 큰 즐거움 받고 갑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