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세요, 라는 독백은
재미있다 빛 아래 덩그라니 놓여 나를 안고 나 확
인하게끔 해주는 게
쓸 만한 가구로 만들어주는 게
해변에 놓인 나무 의자 하나 : 네 개의 무릎은 밀려오는
찬물에 젖어 캄캄해진다 나는 의자의 말이 하고 싶고 의
자의 성(性)이 얼만큼 펄떡펄떡 생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다만 기다릴 뿐, 젖어들어갈 뿐
나의 위에서
하염없이 돌아가고 있는 원판을 본다
너무 많은 소리로 노래하는 저 바이닐
위로 붉은 공이 구르고 있다
어떤 곳을 향해 떨어진다 잠긴다 "당첨"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속 떠도는 나무 의자 하나 : 담벼락 뒤덮은 덩굴처럼
뻗어가고 싶습니다 생동하고 싶습니다 묵직 달콤 한 과육
들 매달 겁니다 악착같이 빨아들이겠습니다
구멍을 벌리기, 옴짝달싹 움직이기
엊그제
친구를 만나고 돌아왔다 졸업 후 몇 년 동안 얼굴 보지
않았던 친구들
우리는 시답잖은 이야기 나눴고 사소한 것에도 불편함
을 느꼈다 귀갓길 지하철은 만석이었고 한 자세로 오래
서서 나는
문득
몸속에 누워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번이라도 이곳이
내게 장소였으면 좋겠다 팔다리 수납하고 척추뼈 개고 접
고 그 속 깊숙이 침잠해보려 했고
또 실패했다
ㅡ 잉걸 설탕 / 송희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620호 (2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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