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서 제멋대로 자란 녹음이 우거지고
어깨가 흐려져가도록
복자는 십이 개월째 태동이 없었습니다
배를 이해하는 대신
등으로 내려와 구겨지는 햇살
그 빛을 본 적도 없었습니다
젖은 옷 위로 두른 아침이 무거워
복자는 주머니를 뒤져 입을 꺼내지만
세계에는 언어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달라지는 분위기가
없었습니다 이불을 당겨서 만드는 감정과
웃으려고 몸을 감싸는 두 팔
그리고 불가능 주변을 서성이는 발걸음도
없었습니다 이윽고 풍경이
얇은 밀가루 반죽처럼 머리 위를 덮고
영원처럼 늘어졌습니다 하늘이 없었습니다
복자가 어스름으로 엮어낸
확신에 찬 태도가 드디어
누군가를 찔렀습니다
그후로 내가 세상에 없었습니다
어느덧 복자의 배가 조용한 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ㅡ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고은강 외
문학동네시인선 100호 가념 티저 (201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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