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외국 시 소개

비 내리는 골목 / 다이왕수

작성자김중일|작성시간26.06.14|조회수9 목록 댓글 0

지우산을 받쳐들고, 홀로
길고 긴,
비 내리는 골목을 조용히 거닐며,
라일락처럼
슬픔에 잠긴 아가씨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라일락 같은 빛깔로,
라일락 같은 향기로,
라일락 같이 슬프게,
빗속을 서럽게,
서럽게 거닐겠지.
 
그녀는 조용히 비 내리는 이 골목에서,
지우산을 받쳐들고,
나처럼,
나처럼
말없이 거닐겠지,
무심히, 처량하게, 또 슬프게.
 
그녀는 말없이 다가와,
다가와, 한숨같은 
눈길을 던지고,
꿈처럼,
꿈처럼 아득하고 애잔하게
지나가리.
 
꿈속에서 스친 
라일락 꽃가지처럼,
내 곁으로 이 여인이 스쳐가네,
그녀는 조용히 멀어져, 멀어져가네,
허물어진 울타리에 이르면,
비 내리는 이 골목 끝이 나는데.
 
서러운 빗줄기 속으로,
그녀의 빛깔이 사라지네,
그녀의 향기가 흩어지네,
사라져 흩어지네, 한숨 같은
그녀의 눈빛조차.
라일락 같은 슬픔조차.
 
지우산을 받쳐들고, 홀로
길고 긴,
비 내리는 골목을 조용히 거닐며,
라일락처럼
슬픔에 잠긴 아가씨와
스치고 싶었다.
 
ㅡ  다이왕수 (중국. 1905~ 1950)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