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던 길을 다시 걸으려면
걸을 수 있겠지만
밟았던 발자국을 다시 밟으려면
밟을 수 없다
만약에
이 길을 다시 걸을지 몰라도
발자국, 마음속 마음,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새롭고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여행을 하려 한다
첫 가방엔
걸을 동안 필요한 현실적인 물건들
두 번째 가방엔
심연 속에 숨겨 놓았던 마음과 생각들
세찬 바람을 이기며 넘는 산 산들
밀 추수를 끝낸 광활한 대지 속의 길
중세시대에 지은 것 같은 작은 마을
시골길을 걷다 마주하는 낙엽 낙과들
걷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아침 일찍 걷다 만난 마을 바에서
한 잔의 뜨거운 블랙커피
육신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2유로짜리 묘약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걸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더라도
밟았던 발자국을 다시 밟지 못하더라도
다시 걷게 된다면 또 걸으리라
갈리시아를 지나며 편지를 쓴다
이 여행이 끝나더라도
현실의 길뿐만이 아니라
심연 속의 길도 매일 걸을 것이다
ㅡ 갈리시아 : 스페인 북서부 대서양과 접한 자치주
* 2025.09 ~ 10. 45일 동안 (실제 걸은 날은 36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완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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