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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 ㅡ 창작시

갈리시아에서 쓰는 편지 / 김중일

작성자홍주(弘舟)|작성시간26.06.18|조회수16 목록 댓글 0

걸었던 길을 다시 걸으려면 

걸을 수 있겠지만

밟았던 발자국을 다시 밟으려면

밟을 수 없다

 

만약에

이 길을 다시 걸을지 몰라도

발자국, 마음속 마음,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새롭고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여행을 하려 한다

 

첫 가방엔 

걸을 동안 필요한 현실적인 물건들 

두 번째 가방엔

심연 속에 숨겨 놓았던 마음과 생각들

 

세찬 바람을 이기며 넘는 산 산들

밀 추수를 끝낸 광활한 대지 속의 길

중세시대에 지은 것 같은 작은 마을

시골길을 걷다 마주하는 낙엽 낙과들

 

걷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아침 일찍 걷다 만난 마을 바에서

한 잔의 뜨거운 블랙커피

육신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2유로짜리 묘약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걸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더라도

밟았던 발자국을 다시 밟지 못하더라도

다시 걷게 된다면  또 걸으리라

 

갈리시아를 지나며 편지를 쓴다

 

이 여행이 끝나더라도

현실의 길뿐만이 아니라

심연 속의 길도 매일 걸을 것이다

 

 

ㅡ 갈리시아 : 스페인 북서부 대서양과 접한 자치주

 

* 2025.09 ~ 10.   45일 동안 (실제 걸은 날은 36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완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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