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 눈이 많이 오지 않거나
아주 춥지 않으면
새벽마다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선다.
그 친구는 혼자 말없이 흐르는 중랑천
처음 만난 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가까이 지내기는 이십 년쯤 되었다
언젠가 네팔 트레킹 때 햇볕화상을 심하게 입어
어둑할 때 나갔다가 해뜨기 전 들어오는데
친구와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며
걷다 보니 해마다 오천리나 된다
가끔은 친구의 속마음을 보려 돌다리에 서면
새벽달과 나 또 주변의 나무까지 빠져있어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으니
마음이 무척 넓은가 보다
쓰레기 소각장, 아일랜드 캐슬을 지나면
아파트 군상들이 사라져
누워있는 거인의 얼굴과 같은
검은 도봉산이 보이면 되돌아 선다
녀석과 물장구치고 썰매를 타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릴 때
짧은 생을 마친 벚꽃처럼
나비 같이 날아서
말없이 흐르는 친구에게 안기고 싶다
* 중랑천 : 경기도 양주시의 불곡산에서 발원하여 의정부시, 서울 북동부를 거쳐
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으로 길이는 36.44 k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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