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나무
한 겨울에도 따스한 석류나무 가지는
봄마다 붉은 꽃을 피어주었습니다.
바람에 밀가루처럼 날려가 버린
풀밭 무성한 곳이 무덤인 그를
십 수년 전에 죽은 줄 알았습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가 심은 석류나무 서너 그루를
이사온 집 정원에 옮겨 심어놓고
오래 잊고 있었습니다.
새삼 이번 가을에 석류나무가 된
그를 바라보니
벌어진 채 씩 웃어주었습니다.
결국 제 살을 떼어주고
약술이 된 그는
병약한 나의 겨울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2004, 천년의시작) 37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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