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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통장

작성자머라카노|작성시간06.01.22|조회수8 목록 댓글 2
윤 재 근



사촌형 결혼식을 보러 제주도에서 가족들이 올라왔다.

작은댁에 인사하고 이야기 좀 나누다 돌아오니 밤 10시쯤,

아버지가


"재근아 아버지랑 막걸리나 한잔 하러 나가자"


하셨다.

무슨 긴한 이야기가 있으신 듯 했다.

다 찌그러진 놋쇠 주전자에 동동주 한 병과 사이다 한 병을

섞어 단숨에 한 대접씩 비우고 안주로 나온 닭발을 씹었다.

한두 잔 오가고 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재근아, 오늘 아침 아버지가 집에서 나오는데 할머니가

누런 때가 낄 정도로 오래돼 보이는 통장을 하나 보여

주며 '재근이 에미 살아 있을 때부터 할머니가 돼 가지고

재근이 커서 장가갈 때 아무 것도 못해 주면 어쩌나 싶어

조금씩 모아둔 거다. 165만원이다. 적은 돈이지만 십수 년

동안 나라에서 나오는 교통비랑 이런저런 채소 팔고 남의

밭일 도와 받은 푼돈들 모은 거다' 하시더구나. 당신

떠나시기 전까지는 네게 아무 말 말라 하셨지만 해야

할 것 같아서... 할머니께 잘해 드려라."


할머니는 당신께 혹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어 아버지께

미리 말씀하신 것이었다.

할머니는 지금껏 한 번도 내게 그런 내색을 안 하셨다.

추석과 설, 명절에 내려가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용돈이라도

조금 드릴라치면 늘 마다하셨고 결국 던지다시피 하며

드리고는 집을 떠나오곤 했다.

할머니가 나를 위해 모으셨다는 165만원.

연봉 몇 천만 원씩 받는 직장인에게는 한 달 월급 정도겠지만,

내게는 할머니가 십여 년 넘도록 손자 생각하며 정성으로

만들어낸 고귀한 것이기에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하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제공;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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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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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모래알 | 작성시간 06.01.22 머라쿠노님^^* 가슴 뭉클한 사랑입니다^^ 저도 이런 사랑 받아봤지요~~~ 그 사랑으로 제게 남겨진 것 너무 컵니다^^*
  • 작성자모선생 | 작성시간 06.01.24 아이참... 콧등이 시큰 합니다. 역시 머라쿠노님은 좋은글만 올린 다니깐요.땡큐유 뻬리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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